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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운길산 산행기 - 4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10.08|조회수126 목록 댓글 0

친구는 인터넷 상에서는 잘 알려진 산행기 작가이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친구는 고등학교 때에 문예반에 들어가서 글쓰기를 익혔다. 친구는 이미 대학 2학년 때에 지리산 종주등반을 혼자서 하고 산행기를 썼을 정도로 일찍부터 산을 좋아하였다. 시간이 많은 요즘에는 1주일에 두 번 산에 간다고 한다. 주중에는 수도권 내의 산에서 한나절 산행을 하고, 주말에는 12일로 좀 먼 곳에 있는 산에 간다고 한다. 친구는 산에 갔다 오면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아 산행기를 써서 인터넷에 있는 한국의 산하라는 산행기 카페에 글을 올린다. 요즘에는 매번 한 1000명 정도가 접속하여 친구의 산행기를 클릭하여 읽어 본다고 한다. 친구는 2년 전 아들 결혼식 때에 그동안 쓴 산행기를 모아서 책을 만들어 하객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친구는 명실 공히 산행기 작가로서 자리를 굳혔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2400개의 산이 있다고 한다. 친구가 지금까지 오른 산은 430개인데, 유명한 산악인 김정길씨는 거의 2000개의 산을 등산하였다고 알려져 있단다. 그리고 산악인 신경수씨는 우리나라의 대간과 정맥, 지맥, 분맥, 단맥까지를 모두 다닐 계획이라고 한다. 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물을 건너지 않고 능선으로만 연결된 선이고, 정맥은 대간에서 출발하여 해안까지 이어지는 능선이다. 지맥은 정맥에서 출발하는 작은 능선이고, 분맥은 지맥에서 출발하는 능선이고, 단맥은 지맥에서 출발하는 더 짧은 능선을 말한다고 한다. 나는 뒤늦게 등산에 재미를 붙였는데, 앞으로 목표를 어떻게 정하고 산을 오르면 좋겠느냐고 물으니 산림청에서 지정한 명산 100개를 목표로 삼아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해 보라고 조언한다.

 

산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쾌한 나무 냄새를 맡으면서, 아름다운 계곡을 내려다보면서 걷는 산길은 힘들지 않았다. 요즘에 등산인구가 크게 늘기는 했어도 도시 근교의 산에만 사람이 몰릴 뿐, 조금만 멀리 가면 등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특히 주중에는 산행하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산을 왜 오르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힐러리 경은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싱거운 대답처럼 들리지만 진실일 것이다. 그것은 마치 사람은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유사 이래 철학자와 종교가들은 인생의 목적에 대해서 여러 가지 그럴듯한 해답을 제시하였다. 나도 젊었을 때는 인생에는 심오한 해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훌쩍 흘러 나도 지천명을 넘겨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이제 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사람이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가장 좋은 대답은 태어났기 때문에 산다는 것이 아닐까? 그보다 더 좋은 대답은 없는 것 같다.

 

1230분까지 천천히 걸어서 갈림길이 있는 고개에 도착했는데, 운길산과 예봉산이 갈라지는 지점이었다. 왼쪽이 운길산, 오른쪽이 예봉산이었다. 갈라지는 지점에서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방향이 틀리면 도착점은 엉뚱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림길이 있는 고개를 등산 용어로는 안부라고 부른단다. 친구는 등산할 때에 축척 1:50000 지도를 가지고 다니는데, 안부에서는 지도를 꺼내어 방향과 고도를 반드시 확인한단다. 우리는 왼쪽 길로 들어서서 운길산으로 향하였다.

 

등산길은 경사가 심한 8부 능선쯤에 있었는데, 길 양쪽으로는 온통 참나무가 가득했다. 정확히 말하면 참나무는 없다. 참나무는 종의 이름이 아니고 참나무과라고 종 위의 과의 이름이다. 참나무과에는 도토리 열매를 맺는 여러 가지 나무, 즉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의 6종이 포함된다. 떡갈나무는 참나무 중에서 가장 잎이 넓은 나무이다. 떡을 싸서 먹을 정도로 잎이 크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졸참나무는 반대로 잎이 가장 작은 참나무이다. 식물 이름에서 이란 작다는 뜻을 가진 접두어이다. 참나무는 태울 때에 연기가 안 나서 땔감으로도 좋고, 도토리는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므로, 인간과 동물에게 모두 유익한 나무이다. 그래서 이라는 접두어가 붙었나 보다.

 

우리나라 숲에서 대표적인 나무는 참나무와 소나무라고 말할 수 있다. 소나무는 국가에서 보호했기 때문에 많아졌지 자연생태계에서는 참나무가 극상이라고 한다. 극상이란 인간이 간섭하지 않고 숲을 자연 상태로 내버려 두었을 때에 최종적으로 가장 많이 남아서 주종을 이루는 나무를 말한다. 친구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나라 숲에서는 참나무가 극상이라고 우리가 대학시절에 같이 강의를 들을 바 있는 김준민 교수가 주장했다고 한다. 내가 그전에 젊은 생태학자에게서 들었을 때에는 서어나무가 극상이라고 했는데, 생태학 분야에도 여러가지 학설이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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