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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운길산 산행기 - 7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10.15|조회수117 목록 댓글 0

다산은 18년의 귀양살이를 마치고 57세에 고향에 돌아와 75세까지 18년을 양수리 고향집에 살면서 많은 학자들과 교류하고 숱한 토론을 전개했다. 다산의 노년기를 잘 보여주는 ()”이라는 시가 있다.

 

어둑어둑 강가마을이 저무는데             

성긴 울타리엔 개 짖는 소리 걸렸네        

차가운 물결에 별빛은 고르지 못하나      

먼 산의 눈빛은 되려 밝아라              

끼니 잇는 일에야 좋은 계책 없건만       

독서 즐김에야 등잔불이 있다네           

깊은 근심에 마음 졸임 그치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일평생을 제대로 마칠까

 

강물 위에 별빛이 비추고 먼 산에 눈이 가득 쌓인 겨울 밤, 가난한 삶이야 크게 바꿀 아무런 계책이 없건만 등잔불이 비춰주니 책 읽는 데는 지장이 없노라는 다산의 고백이다. 노욕에 사로잡혀 걱정과 근심에 빠진 여느 노인과 달리, 어떻게 해야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제대로 마칠 수 있을 것인가를 걱정하는 다산의 모습이 돋보인다.

 

1630분에 산 아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1130분에 출발했으니 산행시간은 5시간이 걸렸다. 시골 분위기가 물씬나는 전원 주택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담 안쪽으로는 대추나무 가지에서 대추가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작은 조각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고 가을 분위기가 완연하였다.

 

큰 길까지 내려오자 학교가 하나 나타났다. 정문에는 연세중학교라고 간판이 있었다. 중학교 정문에서 서쪽으로 바라보니 멀리서 운길산이 보였다. 멀리서 보는 산은 아무 특징이 없다. 그저 산일 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멀리서 보는 사람의 인생은 특징이 없다.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하고, 이름을 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그는 나에게 의미있는 친구가 될 수 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면 그는 그냥 사람일 뿐이고 산은 그냥 산일 뿐이다. 그러나 이제 운길산은 그냥 산이 아니고 내가 알고 있는 산이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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