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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장편소설(11) - 책을 선물하다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04.21|조회수268 목록 댓글 0

K교수는 1년 전에 서울에서 학교 후문 근처로 이사를 왔다. 큰 아들이 작년에 K교수가 근무하는 S대에 입학을 하였다. K교수는 통학 시간도 줄이고 전원 생활도 즐길 겸 학교 근처 농촌 마을에 이사를 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으면 20, 자전거로는 6, 차로는 3분 거리였다. 시골 마을에는 버스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는 이제 아내 차지가 되었다. K교수는 비가 오지 않는 한 걸어서 학교에 가고 걸어서 집에 온다. 다른 교수들은 그러한 K교수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전원생활은 평화롭고 텃밭을 가꾸는 일은 재미있었다. 아내도 전원생활에 만족하였고, 아이들도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였다. 모든 것이 평범하고 순탄한 삶이었다. 그러나 전원생활은 도시 생활과 비교하면 자극이 적고 약간은 지루하였다. 남자의 삶이 지루해질 때에 사건이 발생하는 법이다.

 

그날은 야간 수업이 있는 목요일이었다. 야간 수업이 끝난 후 밤 10시 쯤에 K교수는 자기가 쓴 수필집 앞 간지에 두 줄로 ‘K사장님에게 저자 드림이라고 써서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는 늦은 밤에 차를 몰아 미녀식당으로 향하였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예상 외로 손님이 있었다. 한 바퀴 둘러보니 식사 손님이 아니고 맥주를 마시는 손님이었다. 마침 미스K는 저쪽 자리에서 어떤 여자와 앉아 있었다. 미스KK교수를 알아보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K교수가 앉은 자리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미스K가 먼저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은 아니에요. 일 주일도 안 되었는데요.”

아니 날자까지 세면서 저를 기다렸나요?”

일주일이 가기 전에 다시 오실 줄 알았죠.”

어떻게 알았어요? 남자 마음을 읽는 데는 귀신이네요.”

귀신은 아니고 눈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런데 혼자 오셨나요?”

“K사장님하고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혼자 왔지요. 생맥주 둘 주문할 게요.”

그러시면... 저기 내 친구도 혼자 왔는데 합석하시지요.”

좋습니다. 그전에 K사장님에게 선물 하나 드리려고요.”

뭔데요?”

 

K교수는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었다. 미스K는 봉투에서 책을 꺼내어 제목을 보더니 말했다.

거꾸로 가는 세상에서 물구나무 서서 본다? 그러면 세상이 바로 보이겠네요. 재미있는 제목이네요. 그런데 교수님이 쓰셨어요?”

, 작년에 출판한 책인데, 마지막으로 남은 한 권을 드립니다. 심심할 때에 읽어보면 재미있을 거에요.”

저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꼭 읽어보지요. 그런데, 독후감을 쓰라고는 안 하시겠지요?”

“K사장님이 학생이 아니니까, 독후감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K교수는 미스K를 따라 자리를 옮겼다. 친구라는 여자는 40대 초반 쯤 되어 보이는데 끼리끼리 논다고 그녀 역시 미인이었다. 수인사를 하고 몇 마디 말이 오가다 보니 그녀는 K교수와 같은 마을에 산다고 한다. 자기는 K사장 대학 후배인데 식당을 낸 후로 자주 온다고 했다. 같은 마을에 산다니 이장님이 누구고, 마을 뒤편에 있는 절은 비구니 스님만 있고, 지난 번에 좁은 길을 가다가 트럭이 논두렁에 빠졌고, 등등 금방 이야기가 쉽게 풀렸다.

 

미스K는 여기 저기 다니면서 손님 시중드느라고 K교수가 앉은 식탁에는 엉덩이를 붙이지를 못했다. 아무려나 꿩 대신 닭이라고 K교수는 아닌 밤중에 처음 만난 미녀와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1시쯤 되어 어느 정도 손님들이 가고 미스K가 겨우 시간을 내어 합석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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