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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장편소설(12) - 거창고등학교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04.23|조회수312 목록 댓글 0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많으니 K사장님 금방 부자 되겠네요.”

그러면 좋겠어요. 오늘은 유달리 손님이 많네요. 아마 K교수님이 오셔서 그런가 봐요.”

그렇다면 내가 매일이라도 오겠습니다."

"그러시면 더 좋고요.“

부자가 빨리 되어서요?”

그렇기도 하고, K교수님을 매일 볼 수 있으면 그것도 좋지요.”

정말이에요?”

정말이라고 믿으세요? 호호호.”

 

미스K는 스스럼없이 농담을 해가며 대화를 이끌어갔다. K교수는 맥주를 더 주문하여 미스K와 함께 세 사람이 쨍하고 잔을 부딪쳤다. K교수는 직접 물어볼 수는 없고 대화 중에 미스K의 이혼 여부에 관한 단서를 찾으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여 보았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K교수는 미스K의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미세스 정이라고 하셨죠? 아이들은 다 컸나요?”

아들 하나인데 거창고등학교 1학년에 다닙니다.”

거창이라면 경남 거창 말입니까?”

, 거기에 기독교 학교로서 대안학교가 하나 있잖아요. 좋은 학교에요.”

, 신문에선가 한번 소개된 기사를 한번 보았어요. 그런데 거기는 학생들이 전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하죠?”

, 맞아요. 우리 아이도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에서 처음에는 힘들어 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괜찮아졌어요.”

 

거창고등학교는 경상남도 덕유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시골 고등학교이다. 거창고는 1953년에 기독교적인 교육 이념을 토대로 세워진 학교인데 최근에는 대학입시에 좋은 성적을 거두어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인사로서는 포항제철의 유상부 전 회장이 이 학교 출신이며 지휘자 정명훈씨의 두 아들도 여기를 졸업하였다. 이 학교는 제3대 교장인 전영창 선생이 1956년부터 1977년까지 21년 동안 재임하면서 독특한 명문학교로 키웠다. 이 학교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직업 선택의 십계명이 매우 흥미롭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이러한 이념으로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학교이니 매우 특이한 대안학교라고 말할 수 있다. 자녀가 좋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여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부모라면 자녀를 거창고등학교에 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교육열로 말하면 우리나라 최고라는 강남 8학군에 사는 학부모라면 절대로 자녀를 거창고등학교에 보낼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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