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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장편소설(20) - 축제에 초대하다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05.09|조회수311 목록 댓글 0

K교수가 미스K에게 종교에 대해 물어 보았다. 그녀는 일요일 예배만 참석하는 일요교인인데, 서울에 있는 대형교회인 소망교회에 언니 따라 다닌다고 한다. 지난 일요일에도 예배에 참석했는데, 졸다 보니 설교가 끝났더라고 웃는다. K교수 역시 아내 따라 일요 예배에 참석하는 수준의 교인이기 때문에 설교 시간에 가끔 졸기도 한다.

저도 교회 가서 가끔 졸아요. 예배 끝나고 아내는 야단을 치지요. 그러면 내가 항상 대답하는 말이 있습니다.”

무언데요?”

내가 조는 것은 나의 책임이 아니고 목사님 책임이다.”

왜요?”

설교를 지루하지 않게 하면 자라고 해도 자지 않고 열심히 들을 텐데, 내가 조는 것은 설교가 재미없거나 지루하다는 증거라고 말입니다.”

말이 되네요. 호호호...”

 

설교가 지루하면 교인이 졸게 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교수의 강의가 지루하면 학생은 졸게 된다. K교수는 모든 과목에서 강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말한다.

나는 이 강의를 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였다. 내가 강의하는 도중에 조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즉시 나는 강의를 중단하고.... (잠간 쉬었다가) ‘내 탓이요, 내 탓이요라고 말하면서 내 가슴을 칠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은 까르르 웃는다.

 

교수의 강의가 지루해지면 학생은 졸게 된다. 그러므로 교수는 항상 학생들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조금 지루해진다 싶으면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 간단한 농담을 하거나,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거나, 하다 못하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썰렁한 이야기라도 소개하여서 분위기를 전환시켜야 한다. 이러한 강의법은 K교수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K교수는 내 탓이요라는 말로 학생들을 한 번 웃긴 후에 이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준다. “나는 야간 대학원에서 석사 공부를 한 적이 있다. 낮에는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밤에는 대학원 학생이 되어 야간 강의를 들었다. 아마도 통계학 시간이었을 것이다. 통계학이라는 학문이 흥미를 가지기 어려운 과목이지만, 그 때에 통계를 가르치는 교수님의 교수법 또한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통계학 시간에 거의 매일 졸았다. ‘비싼 등록금 냈는데, 졸지 말아야지라고 다짐을 하면서 항상 제일 앞 자리 가운데에 앉았다. 그런데 졸지 않으려고 온갖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교수님 코 앞에서 매일 꾸벅 꾸벅 졸기만 하는 남학생의 우스운 모습을 뒤에 앉은 여학생이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그 여학생이 나중에 나의 아내가 되고 말았다.”

 

마지막 대목에서 학생들은 박장대소 웃는다. 그러면 K교수는 덧붙인다. “결국 졸다가 그녀의 관심을 끌게 되고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연애가 이루어지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요즘 말로 하면 cc이다. 올해가 결혼 20주년인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때에 졸지 말았어야 했다. 후회가 된다.” 그러면 학생들은 다시 한 번 웃는데, 눈치가 느린 몇몇 학생들은 왜 웃는지 이유를 모른다.

 

미녀식당은 전문대 캠퍼스 안에 있다. 마침 그날이 축제의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학생들로 북적대었다. 스피커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터져 나오고, 학생들은 쌍쌍이 손을 붙잡고, 팔장을 끼기도 하고, 껴안기도 하면서 야단법석이었다. 그러한 광경을 창 너머로 보고 있으려니 대학시절의 축제가 생각났다. K교수가 근무하는 대학의 축제는 다음 주에 시작한다. K교수가 제안하였다.

미녀 사장님, 다음 주가 우리 대학 축제인데, 옛날 생각 되살려서 구경 한 번 갑시다. 제가 정식으로 축제에 초대하겠습니다.”

글쎄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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