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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장편소설(34) - 재미있는 골프 이야기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06.14|조회수293 목록 댓글 1

며칠 후, K교수는 체육대학의 가)교수와 스파게티를 먹으러 미녀식당으로 갔다. 가)교수는 축구해설가로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축구에도 관심이 많은 재단이사장이 다른 대학에서 스카우트 해 온 가)교수는 축구 선수 출신의 유명한 해설가였다. 그런데 체육대학에는 아직 미스K의 소문이 알려지지 않았나 보다. 가)교수는 미스K를 보자마자 대단한 미인이십니다라고 면전에서 칭찬의 말을 했다. K교수가 “K사장님은 실제로 1978년 미스 코리아 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가)교수는 깜짝 놀라면서 , 그래요? 저는 20대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남자들이 잘 하는 뻔한 거짓말을 했다. 그 날은 손님이 많아서 미스K가 합석을 하지는 못했지만, 가)교수는 미스K를 볼 수 있었으니 여복이 조금은 있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안식년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가)교수는 학교에 온지 6년이 되지 않는데도 작년에 안식년을 6개월 갔다 왔다고 한다. 안식년이란 지적 노동을 하는 교수들이 6년간 근무하고 재충전을 위해 1년간 쉬는 제도인데, S대학 총장은 안식년을 교수들에게 주는 선물이나 시혜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더욱이 다른 대학에서는 안식년이라면 1년인데, S대학은 6개월로 단축해서 안식년을 선별적으로 주고 있었다. S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안식년을 한번 가려면 총장 집으로 찾아가서 손을 비벼야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K교수는 조교수로 대학에 온 지가 8년이 넘었지만, 총장 집을 찾아가 손을 비비면서까지 안식년을 갈 생각은 없었다. K교수는 가)교수에게 성북동에 있는 총장 집을 찾아갔었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물어 볼 수는 없었다.

 

이어서 두 사람은 골프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가)교수는 작년에 미국으로 안식년을 가서는 축구보다 더 좋아하는 골프를 원없이 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골프가 비싸지 않았다고 한다. 18홀을 도는데 10,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는 1만원이니까, 전혀 부담 없이 실컷 골프를 쳤다고 한다. 매주 2번씩 골프를 쳤다고 한다. K교수는 최근에 읽은 <달마가 골프채를 잡은 까닭은>이라는 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미국에 그린버그라는 사나이가 있었다. 이민 2세인 그는 열심히 일을 하여 30대 중반에 이미 돈도 많이 벌고 주위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그린버그가 어느 날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그는 물론 골프의 문외한이었다. 그가 어렵게 살 때 골프장 옆을 지나면서 골프는 한가한 사람들의 시간 죽이기 심심풀이로만 여기었다. 골프에 대해 백지상태인 그린버그는 골프가 기막힌 신사의 스포츠라는 주위의 권유에 못 이겨 골프장에 나갔다. 그가 한껏 폼을 잡으며 파4인 첫 홀에 섰으나 그가 아는 것은 오직 클럽의 이름 정도이지 게임의 용어나 룰도 잘 모르는 상태이었다.

 

그린버그가 캐디에게 퍼터를 달라고 말하자 캐디는 손님, 티샷은 드라이버로 하시는 게 어떨까요?”라고 정중히 말했다. 그린버그가 소리쳤다. “이봐 젊은이! 나는 말이야, 이 나라에서 맨손으로 성공한 사람이야. 무일푼에서 큰 재산을 모았다고. 나는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아. 그러니 퍼터를 주게.” 그린버그는 퍼터로 티업을 했다. 장작 패듯 휘두른 퍼터에 정통으로 맞은 볼은 놀랍게도 무려 180야드나 날아갔다. 두 번째 샷도 퍼터로 쳐 홀컵 1m 가까이에 붙였다.

 

캐디가 감격하여 말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손님 같은 분은 처음입니다. 자 이제 퍼터로 한 번에 넣으시면 버디입니다.” 라고 말하며 다시 퍼터를 꺼내려 하자 그린버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까도 말했지, 젊은이! 나는 누구의 지시도 안 받아. 드라이버를 주게.” 그린버그의 엄숙한 모습에 캐디는 어쩔 수 없이 드라이버를 꺼내 주었다. 그가 드라이버를 만져본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어떻게 쳐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드라이버를 잡고 이리저리 궁리하더니 그는 아까 퍼터를 휘두를 때처럼 마음껏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는 볼을 맞추지 못하고 헛스윙을 한 것이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다시 벌어졌다. 힘껏 휘두른 클럽 헤드의 바람에 볼이 경사진 그린을 굴러 홀컵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버디!” 캐디가 펄쩍 뛰며 소리쳤다. 그러자 그린버그가 심각하게 말했다. ”이봐, 젊은이! 내가 말했듯이 나는 누구의 지시도 안 받아. 그러나 때로는 작은 조언이 필요할 때가 있지. 젊은이, 좀 가르쳐 주게. 이 구멍 안에 있는 볼을 꺼내려면 어떤 클럽을 써야 하나?“ 맨 처음 밟은 골프장의 첫 홀에서 버디를 하고 나서는 골프도 별 것 아니군!“ 하고 그린버그는 두 번 다시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가)교수는 미국에 있을 때 들은 실화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봅 호프는 골프광으로 소문난 사람이다. 봅 호프는 어느 날 맹인 골퍼 찰리 보즈웰을 만났다. 호프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골프를 잘 칠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나하고 내기를 하자.” 이렇게 제안했다. 컨디션만 좋으면 싱글도 자주 치는 그로서는 맹인과의 골프에서 지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비록 캐디의 도움과 지시를 받지만 역시 싱글을 치고 보통 80대를 치던 보즈웰은 흔쾌히 내기에 응하고 1000달라를 걸었다.

 

호프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그럼 티업시간을 정해야지. 보즈웰 자네가 편리한 시간을 선택하게.”

그러자 보즈웰이 말했다. “좋아, 내일 새벽 2시가 어때?”

, 새벽 2시라고, 내가 졌네!”

봅 호프는 그 자리에서 1000달라를 상대방에게 주고 말았다.

 

두 사람은 안식년 이야기와 골프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파게티를 먹은 후에 미녀 식당을 나왔다. 가)교수가 계산대에서 미스K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미인 보려고 다시 한 번 오겠습니다.” 그러자 미스K가 상냥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다음에 꼭 오세요.”

 

며칠 후 금요일, 그 날은 서울 안암동에 있는 K대학에서 열리는 학회에서 논문 발표회가 있는 날이었다. 발표회가 끝나고 아는 교수들끼리 모여 저녁식사 후 2차로 맥주를 마시고 3차로 노래방까지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모임은 11시 경에 끝났다. 안암동에서 택시를 타고 사당역으로 갔다. 사당역에서 총알택시를 타고 수원의 남문까지 오고 남문에서 모범택시를 타고 수기리 집으로 향하였다.

 

집에 거의 다 와서 갑자기 K교수는 기사 아저씨에게 말하여 미녀식당으로 택시를 돌렸다. 계획적인 행동은 아니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었다.  아마 술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시간은 자정을 훨씬 넘었는데도 식당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기사 아저씨에게 차를 대기시키면 얼마를 받느냐고 물어보니, 10분에 2000원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택시를 1시간 대기시키면 12000원을 주면 된다. 기사아저씨에게 1시간을 기다리라고 말하고서 K교수는 술이 아직 깨지 않은 상태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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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영화광 | 작성시간 15.06.17 연재 사소설에 빠져들고 영화보다 더 재밌을 수가 있다는게 신기합니다.
    요즘은 웹툰이나 만화가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데 만일 그렇게 된다면 최고의 대작이 될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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