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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장편소설(38) - 남편이 아저씨인가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06.22|조회수246 목록 댓글 0

다음 일요일 K교수는 친구들과 K리조트에서 골프를 쳤다. K교수는 작년에야 겨우 골프를 시작해서 아직은 108타 수준이었다. 골프라는 것이 쉽게 느는 것도 아니고, 또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라서 K교수는 적극적으로 배우지를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욕심 같아서는 보기 플레이(90)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싶지만, 시간과 재력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대학 동창들과 즐겁게 5시간을 보낸 후 K교수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과 미녀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문이 닫혀 있는 것이 아닌가? K교수는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 할 수 없이 친구들과 근처 다른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날 친구들은 K교수를 맘껏 놀렸다. 여자에게서 바람 맞는 것이 대학 다닐 때부터 너의 주특기였다고. K교수는 친구들에게 대항을 하지 못하고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그리고서 이틀 뒤, 화요일 야간수업이 끝난 후에 K교수는 미녀식당에 갔다. 마침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미스K는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가 반갑게 다가오더니, 사과부터 한다. 일요일에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다고. 서울에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올라갔는데, K교수의 전화번호를 몰라서 연락을 못했노라고. 식당에 들어오기 전에는 언짢은 기분이었는데, 미녀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거듭 미안하다고 말하니, K교수는 금방 풀어지면서 괜찮습니다라고 너그러운 기분으로 말하였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미녀의 미소 한 방에 만냥 빚이라도 갚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남녀는 음악이 흐르는 조용한 식당에서 차를 마시며 즐겁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 날 주제는 책 이야기였다. 미스K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고 했다. 사실 K교수가 미스K에 끌리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문명의 충돌>이라는 어려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이다. 그 책은 앞으로의 세계가 기독교권과 이슬람권으로 나뉘어 충돌할 것이라는 예언서 같은 책이라는데, K교수는 제목만 들어보았지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식당일에 바쁜 미스K가 그렇게 무거운 역사책을 읽었다고 말했을 때에 K교수는 권투로 말하면 한방 먹은 기분이었다.

 

K교수 가정은 독서를 많이 하는 가정이다. 특히 아내는 독서가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책을 많이 읽는다. K교수 가족은 일요일에는 서울에 있는 교회에 예배 보러 다니는데, 예배가 끝나면 인근 시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6권 빌려온다. K교수와 아내, 그리고 작은 아들은 도서 열람증을 만들었는데, 책을 한 번에 두 권까지 2주일 동안 빌려준다. 3식구가 2권씩 빌리면 모두 6권을 대출받을 수 있다. K교수는 대개는 아내가 고른 책을 대신 빌려오는데, 때로는 읽고 싶은 책을 고르기도 한다. 아들 녀석은 자기가 읽고 싶은 어린이용 책을 고른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안녕리에 있는 태안도서관의 열람증도 만들었다. 태안도서관에서는 책을 한 번에 3권까지 2주 동안 빌려준다. 연체하게 되면 연체일수 만큼 대출이 금지된다. 아내는 두 도서관에서 7권의 책을 빌려서 대개는 2주일 이내에 다 읽는다. 아내의 유일한 취미는 독서이다. K교수는 때때로 아내가 읽은 책 중에서 재미있다고 권하는 책을 읽는 정도이다. 대개는 일주일에 한권 정도 읽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 것은 TV 때문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있으면 가벼운 기분으로 TV를 시청하지 시각과 정신을 집중시켜야 하는 책은 잘 읽지 않는다. K교수네 가정은 대한민국에서는 매우 예외적인 가정이다.

 

미스K도 시간이 있으면 TV를 보는 대신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녀는 책을 사서 읽지 책을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않는 성격이란다. 책값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매번 사서 읽으려면 돈이 좀 들 것이다. 그러나 미스K의 재력으로는 책값이 그렇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닌 듯하다. 무슨 책을 주로 읽느냐고 물어보니 여러 가지를 읽는다고 한다. 역사서적도 읽고 경영, 교육, 자서전 등등 가리지 않고 이것 저것 읽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다독인 셈이다.

 

그런데 책 이야기를 하다가 K교수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 전에는 제가 책을 읽고서 아저씨에게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곤 했지요.”  이야기의 맥락으로 보아서 아저씨는 애들 아빠, 즉 남편을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남편을 남편이라고 하지 않고 아저씨라고? 직감적으로, 미스K 부부는 이혼한 사이라는 느낌이 스쳐갔다. 이혼한 사이가 아니라면 어떻게 남편을 아저씨라고 호칭할 수 있단 말인가? K교수가 슬쩍 물어 보았다.

아저씨라니요?”

, 그 사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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