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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장편소설(39) - 도자기 축제에 초청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06.24|조회수244 목록 댓글 0

미스K는 이번에는 남편이라는 말 대신 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분명히 두 사람은 이미 이혼을 했거나, 이혼 단계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었다. 앞으로 K교수가 미스K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서 암시를 주는 바가 크다.

 

간단히 말해서 K교수가 미스K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언젠가 데이트는 물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내를 속이는 일은 미안하지만, 상대가 유부녀는 아니므로 저쪽 남자에 대한 미안함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좋게 말하면 로맨스, 나쁘게 말하면 불륜에 대한 위험 부담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우연히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고서 K교수는 매우 고무된 기분이었다.

 

며칠 후 K교수는 신문을 읽다가 경기도 이천군에서 도자기 축제를 다음 주에 시작한다고 소개하는 기사를 보았다. 매년 열리는 도자기 축제인데, 올해에는 특히 세계 각국의 도자기를 모아 대규모로 전시회를 한단다. 그날 밤, K교수는 늦은 시간에 미녀식당에 들렸다.

 

지난 번에 죽산에 데이트 가자는 제안은 거절당했지만, 실망하지 않고 오늘은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도자기 좋아하세요?”

도자기 꽃병에 장미가 꽂혀 있으면 일품이지요.”

조화는 어때요?”

저는 조화는 싫어요. 며칠 있다가 시들더라도 생화가 훨씬 낫지요. 생화는 색감도 다르고, 또 무엇보다도 향기가 있잖아요.”

다음 주부터 이천에서 도자기 축제를 연답니다. 구경 한 번 같이 갑시다.”

글쎄요...”

요즘 바쁘신가요?”

이천은 너무 멀어요. 저는 1시간 이상 차 타는 것은 지루해서 싫어요.”

 

, 정말 이 여자는 까다롭기도 하다. 1시간 넘게 차타는 것은 지루해서 싫다니, 그럼 경기도를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네. , 이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복병이다. 내심으로는 미스K를 잘 꼬드겨서 설악산이나 속리산에 한 번 같이 가보고 싶었는데, 쉽게 성사될 것 같지가 않다. K교수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러면, 스포츠는 무엇을 좋아 하세요?”

승마와 테니스를 좋아 하죠. 저는 음양으로 따져서 양 체질인가 봐요. 저는 활동적인 스포츠가 좋아요.”

골프는 어때요?”

대학 다닐 때에 배우기는 했는데, 골프는 지루한 게임이라서 필드에 자주 나가지는 않습니다.”

지루한 게임을 싫어한다면, 바둑은 당연히 싫어하겠네요.”

바둑을 아빠 어깨 너머로 배우기는 했는데, 자주 두지는 않아요.”

어쨌든 은경씨는 제가 지금까지 만난 여자 중에서 가장 다재다능하고 가장 까다로운 미녀입니다.”

호호호, 그렇게 생각하세요? 감사합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호호호.”

 

그날 밤, 두 번째 큐피드 화살도 과녁을 벗어났다. 그러나 K교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미녀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알 수 없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라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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