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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장편소설(43) - 장수노인 올드파 이야기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07.02|조회수269 목록 댓글 0

여자들도 모두 남자꿈을 먹고 사는 것 아닌가요? 하하하.” K교수가 역습을 했다.

글쎄요, 그건 아닐 거에요. 여자들은 아마도 예쁜 옷을 입고 싶다는 꿈을 먹고 살지 않을까요? 병상에 누운 80 살 할머니도 예쁜 옷을 선물하면 좋아할 거에요. 그런데 교수님은 당신입술 말고 어떤 술을 좋아하세요?”

저도 소주나 맥주보다는 좀 비싸서 그렇지 양주를 좋아합니다.”

양주 중에서도 어떤 브랜드?”

올드파라는 양주를 아세요? 할아버지 그림이 그려있는 양주 말이에요. 저는 올드파가 입맛에 맞아서 좋아합니다.”

네 알아요. 그 할아버지 그림이 루벤스라는 화가가 그렸다고 하죠.”

, 맞습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몇 살까지 살았는지 아세요?”

아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올드파 할아버지는 제가 환경공학개론을 강의하면서 대기오염 설명할 때에 소개하는 할아버지입니다.”

그러면서 K교수는 올드파에 얽힌 일화를 미스K에게 재미있게 설명하였다.

 

올드 파(OLD PARR)라는 양주 이름은 실존했던 인물의 이름이다. 스코틀랜드에서 부동산 투기를 해 오던 이 복노인은 80세에 처음 결혼, 두 아이를 낳고 122세에 상처하고 재혼 후 152세까지 살았다. 그는 105세 때에 그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 캐더린과 배가 맞아 사생아까지 낳았다. 이 노인장의 장수가 영국에 소문이 나 당시 국왕 찰스 1세가 1635년 봄에 올드 파를 런던에 초대했다. 그를 위해 금은 수실로 장식한 특별마차를 마련했고 그는 연도마다 환호를 받았다. 왕궁에서는 유명한 화가인 루벤스를 불러 초상화를 그리게 했으며 이 초상화가 현재도 양주 올드 파의 상표가 되고 있다. 런던에서 맛있는 요리에 와인을 마시며 호화스런 생활을 하게 했는데, 그만 몇 달 후에 급사를 하고 말았다.

 

흥미로운 것은 죽은 원인이다. 그가 죽었을 때에 국왕은 혈액순환론을 제창하여 유명한 외과의사 윌리암 하비에게 해부시켜 사인을 규명토록 했다. “모든 기관은 건강하여 아무 탈이 없었다. 다만 이제까지 마셔왔던 시골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없는 데다가, 석탄 먼지에 충격을 받아 죽었다.”는 것이 해부 결론이었다. 런던에만 나가지 않았더라면 올드 파는 더 장수할 수 있었으리라. 요즘 말로 하면 올드 파는 런던의 대기오염 때문에 죽었다고 볼 수 있다.

 

그날 밤 미녀식당의 베란다에서 두 사람은 하이트 맥주 4병을 마시며 즐겁고도 아쉬운 시간을 보내었다. 달빛에 홀리고 맥주에 취해 K교수가 대담한 행동을 시도했으나 결국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미스K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문밖에까지 나와서 교수님, 조심히 가세요. 오늘 좋은 정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날도 K교수는 밤 12시 넘어 귀가했다.

 

봄의 마지막 달인 5월도 가고 이제는 6월이 되었다. 기온은 점점 오르고 있었다. 여름이 시작되는가 보다. 그 날은 화요일이었는데,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자 교수들은 미녀식당에 가는 대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구내식당에서도 미스K가 화제가 되었다. 미스K가 도도하다느니, 눈가에 주름살이 보인다느니, 그녀의 남편이 어느 재벌회사 부사장이라느니, 온갖 이야기가 다 나왔다. 수많은 남자 교수들이 미스K를 보러 미녀식당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고 왔다고 한 마디씩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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