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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장편소설(46) - 무성생식과 양성생식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07.08|조회수223 목록 댓글 0

모든 생물이 양성생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개체가 세포분열에 의하여 둘로 나뉘면서 새로운 개체가 태어나는 방법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개체의 암수를 구별할 수가 없다. 암수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성은 하나이고 따라서 단성생식 또는 무성생식이라고 한다. 크기가 아주 작은 생물들은 단성생식을 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세균과 바이러스, 그리고 플랑크톤 등의 미생물들은 단성생식을 한다.

 

크기가 큰 생물들, 예를 들면 하늘의 새와 바다의 물고기 그리고 곤충과 양서류 포유류 등의 동물들 그리고 온갖 풀과 나무 등 식물들은 모두 양성생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양성생식이 시작되었을까? 이것은 지금도 여전히 생물학계에 남겨진 최대 난제 중의 하나이다. 불완전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학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양성생식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던 진화의 초기 단계, 즉 남조류가 나타났던 30억년 전부터 어류가 나타난 약 6억년 전까지 아주 오랫동안 생물은 단순하게 세포 분열에 의해서만 증식되었다. 무성생식 생물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죽음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여기에 한 개의 단세포 플랑크톤이 존재하고 이것이 둘로 분열되었다고 하자. 분열에 의해 만들어진 두 개의 세포는 원래의 세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와 완전히 똑같은 유전자를 복제하여 가지고 있다. 두 개의 세포는 유전자 차원에서는 완전하게 일치한다. 두 개의 세포가 분열하여 네 개로 늘어난다. 그러나 많아진 네 개는 여전히 똑같은 유전자를 복제하여 가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분열한다면 부모와 자식이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가 없으며 유전자로 보면 자식은 부모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죽음이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무성생식에는 위험성이 따른다. 세포 분열을 할 때 유전자를 잘못 복제하게 되면 한 번의 실수가 미미한 것이라도 자꾸자꾸 횟수를 거듭하는 동안에, 복사한 문서가 차차로 옅어지는 것처럼, 원본과는 크게 다른 것으로 되어 간다. 때로는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나타나 종족이 모두 멸종될 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한 외부 환경이 악화되었을 경우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모든 개체가 다 죽게 되는 최악의 사태가 나타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유전자를 반으로 나누어 암수가 보관하다가 서로 다른 암컷과 수컷이 만나서 결합하여 유전자를 합하게 되면 똑같은 자손이 태어나지 않는다. 때로는 불량한 자손이 태어날 수도 있지만 우량한 자손이 태어날 수도 있다. 불량한 자손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도태되고 우량한 자손은 환경에 잘 적응하여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양성생식은 무성생식에 비해서 자손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유리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모란 박사는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예쁜꼬마선충은 자웅동체인 개체와 수컷인 개체로 이루어져 있어서 양성생식과 무성생식을 모두 할 수 있는 특이한 생물이다. 실험에서 예쁜꼬마선충에게 박테리아성 기생균을 감염시켜 생존에 불리한 환경을 만들었더니, 양성생식을 하는 집단이 늘어났다. 반대로 기생균을 제거하여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더니 무성생식을 하는 집단이 늘어났다.

 

고등생물에 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생명체가 불리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사람은 왜 남녀로 나뉘어져 사랑을 할까? 하나의 생물종으로서 인류의 자손을 살아남게 하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전략이 암수 분리와 사랑이라는 것이 생물학자의 답변이다. 우리는 나를 위하여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고 자손을 위하여, 인류가 종족으로서 살아남기 위하여 사랑을 하는 것이다. 독일의 어느 철학자가 사랑은 자연이 인간을 속이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였는데, 아마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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