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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장편소설(56) - 피아노의 귀신 임동창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07.28|조회수194 목록 댓글 0

주변에서 보면 음악을 잘 하는 사람은 체육을 못하고, 체육을 잘하는 사람은 음악을 못한다. 그런데 타)교수는 음악과 체육을 동시에 잘하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특히 그는 달리기를 잘 했는데, 국악고등학교 다닐 때에 체육 선생님이 자네는 국악보다는 육상선수로 나가면 더 빨리 성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전력이 있어서인지 타)교수는 골프에 입문한 지 6개월 만에 싱글 수준의 골프 실력을 갖추었다고 소문이 났다.

 

S대학에는 교수들의 골프 모임이 있는데, 한 학기가 끝날 때 쯤에 총장의 아들이 참석하는 골프 모임을 가진다. 총장 아들은 고등학교 다닐 때에 농구부에 들어갔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고 남자가 보기에도 부러울 정도로 체격이 멋있었다. 총장 아들의 골프 실력은 싱글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확실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총장 아들은 남들이 평생 한번 하기도 어렵다는 홀인원을 한 라운드에서 2번이나 했다는 거짓말 같은 소문이 돌았었다.

 

어쩌다가 총장님이 고문 자격으로 교수 골프대회에 참석하면 그 날은 매우 즐거운 날이 된다. 총장님은 매번 큼직한 부상을 기부하기 때문에 교수들은 총장님이 참석하기를 은근히 바랬다. 교수 골프 대회에는 약 10(40) 정도가 참석하는데, 어느 땐가 총장님이 전날 기분 좋은 일이 있었는지, 모든 교수들의 골프 비용을 자기가 내겠다고 해서 교수들이 큰 박수를 친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 사립학교법에서는 사립대학의 소유가 세습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연세가 많으신 총장님의 아들은 S대학의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데, 말하자면 차기 권력이기 때문에 모든 교수들이 그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누가 기획실장과 한 팀이 되어 골프를 치느냐는 것은 교수들에게는 매우 궁금한 사항이 된다. 기획실장이 자기 팀으로 지명하는 사람은 그만큼 신임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기획실장은 항상 자기 팀에 타)교수를 지명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그때 그때 바뀐다고 한다. 그러므로 타)교수는 기획실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고 모든 교수들이 믿고 있었다. 타)교수는 기획실장과 함께 골프를 치면 나이는 비슷해도 극진히 상전으로 모신다고 한다. 타)교수는 높은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다시 말하면 처세술에 능한 사람이었다.

 

타)교수의 말씨가 고향 말씨가 아니어서 어느 날 물어보니 타)교수는 초등학교부터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 동안 대화 중에 타)교수에게서 서울 깍쟁이의 면모가 가끔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라온 환경은 한 사람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타)교수의 종교는 기독교인데, 타)교수는 대형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작은 동네 교회에 나간다고 한다. 교회가 작아서 타)수는 아직 40대인데도 교수라는 직업 때문에 장로로 임명받았다고 한다. K교수는 강남에 있는 대형 교회에 나가고 있었지만 부인 따라 교회 가는 주말 교인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K교수와 미녀식당에 같이 간 두 사람이 음대 교수여서 그날은 주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침 손님이 적었기 때문에 미스K도 합석하여 이야기에 끼어 들었다.

 

“K사장님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K교수가 물었다.

, 저는 코다이라고 폴란드 작곡가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코다이의 곡은 리드미컬한 것이 특징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폴란드의 민족음악가로서 폴란드 국민들의 영웅입니다.”

“K교수님은 어느 작곡가를 좋아 하세요?” 미스K가 물었다.

저는 임동창의 곡들을 좋아 합니다. 임동창이라고 피아노의 귀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지요. 작곡도 하고요. 원래는 피아노에서 시작하였지만 요즘은 국악에 빠져 있는 음악가입니다.”

이름은 들은 것 같아요.”

K교수는 모처럼 발언 기회를 잡아 자기가 알고 있는 임동창에 관하여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임동창은 어떤 사람일까? 빡빡머리에 소매 헤진 승복 비슷한 옷을 입고 열정적으로 미친 듯 피아노 치는 사람. 그에게 "예술이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술자리에서 누가 술을 권하면 ""하고 받아 마시는 이 예술이란다. ""하고 을 받아 마시는 그 마음이 예술이란다. 이 무슨 뚱단지 같은 선문답?

 

그의 이름 앞에는 많은 수식어들이 따라 다닌다. 문화예술인, 작곡가, 피아노의 귀신, 퓨전 음악가 등등.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는 그냥 임동창이라고 불러 달란다. 그래서 그의 호는 그냥이다. 그냥 임동창! 그는 클래식, 국악, 가요, , 퓨전, 크로스오버 등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천의무봉으로 자유롭게 음악세계를 넘나든다. 누가 "당신의 장르가 뭐요?"라고 물으면 "그냥 임동창의 음악"이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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