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불교 이야기 (4)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3.10.06|조회수236 목록 댓글 2

탐진치 - 2

 

   삼독의 두 번째인 진()은 성냄이다. 화를 내는 것이 인간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다. 혼자서 화를 내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진다. 둘이 있으면서 한 사람이 화를 내면 상대방은 불안해지며 마음이 편치 않다. 둘이 다투다가 화를 내면 폭력으로 이어지기 쉽다. 욕설이나 험한 말은 언어 폭력이며, 손찌검을 하거나 물건으로 때리면 법적으로 폭행죄가 성립된다. 침착하게 폭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은 결국 자기에게 피해를 주고, 남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화를 내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내면서 자기와 남을 괴롭게 한다.

   내 생각으로는 화를 잘 내는 것은 선천적이다. 선천적이기 때문에 잘 바뀌지 않는다. 아니 거의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이상할 정도로 화를 잘 내지 않는다. 그에 비해 아내는 이상할 정도로 화를 잘 낸다. 여기서 이상하다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뜻이지 비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나는 결혼 후 아내가 화를 낼 일도 아닌데 화를 내는 현상을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 왜 화를 내지? 이상하네.

   화를 다스리는 여러 가지 방법이 제안되어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화를 내기 전에 열까지 세어 보라, 심호흡을 세 번 하라, 자기의 화를 들여다보라, 예수님을 생각하라, 부처님을 생각하라 등등.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 스님이 쓴 라는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격한 감정이 일어날 때 안정된 자세로 앉아 숨을 내쉬며 배에 신경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호흡을 할 때 손을 배에 대고 호흡에 따라 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을 느낀다. 호흡을 가볍고 자연스럽게 하며 마음으로 호흡을 따라가면 된다. 이렇게 하면 차분함과 고요함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가지가지 방법들이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누구나 평소에는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화나게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억제가 안 된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나 내가 뒤늦게 깨달은 것은 아내 역시 화를 내지 않겠다고 매번 다짐을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 후 또 몇 년이 지나 나는 화 잘 내는 아내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화를 낸다는 것은 생리적인 작용이다. 오줌이 마려운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 다른 비유를 들자면 화학 반응이나 마찬가지이다. 화학 반응의 예로 에어백을 들 수 있다. 일정한 정도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면 에어백은 자동적으로 순간적으로 터진다. 화학 물질이 순간적으로 폭발하여 가스로 변하는 것이다. 에어백 터지는 것은 자연 현상으로서 예수님도 부처님도 막을 수 없다. 에어백 터지는 것을 탓하지 말자. 그저 화학 반응으로 이해하자.” 그 후 나는 아내가 갑자기 화를 내는 경우에는 속으로 이크, 에어백이 터졌군하고 생각만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섣불리 원인을 묻지 않는다. 화낼 일이 아니라고 설득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지나서 화가 가라앉기 만을 기다릴 뿐이다.

   화에 대해서 동양 문화와 서양 문화는 차이가 있다. 유교에서는 화를 내는 것을 수양의 부족이나 교양이 없다는 식으로 약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인 가치관으로 보면 교육이나 수련 등을 통하여 또는 단순히 참으면서 화를 억제하고 들어내지 않는 것을 좋게 보았다.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독특한 병이 화병이다. 전통적으로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가 화를 참기만 하다가 나타나는 병이다. 자식을 억울하게 잃은 부모가 죽은 자식만 계속 안타깝게 생각하다가 나타나기도 한다. 요즘 말로 해석하면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꾹 참고 묻어 두기만 해서 생기는 병이다. 달리 해석해 보면 화병은 자기 희생에서 생기는 병이다. 자기가 희생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해서 생기는 병이다. 지극히 이타적인 병이다. 그러나 이제는 화병이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제 참지 않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화병으로 죽을 만큼 희생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서양 문화에서는 화를 내는 것을 특별히 나쁜 것이라고 보지 않는 것 같다. 화를 낼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화를 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보는 것 같다. 언젠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인 낸시 여사가 쓴 자서전에 격노했다라는 표현이 20번도 넘게 나온다는 서평를 읽은 일이 있다.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서양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참거나 묻어 두지 않고 오히려 화를 내어 푸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내가 화를 내어 다른 사람이 정신적인 피해를 입는 것을 크게 염려하는 것 같지 않다. 화를 내는 것 자체를 비난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단지 화를 내어 기물을 부수거나 상대방을 때리거나 하면 문제 삼을 뿐이다.

   영국의 러셀은 20세기의 석학으로서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가 쓴 책 중에 <왜 나는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매우 도전적인 글을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그가 기독교인이 안 된 것은 성경에서 묘사하는 예수가 성인의 조건으로 볼 때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란다. 성경에 예수님은 여러 번 화를 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예수가 성전에서 폭리를 남기며 장사하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장면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예수께서는 성전 뜰 안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사고 팔고 하는 사람들을 쫓아내시며 환전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사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셨다.“ (마르코 11:15)

   다른 곳에서는 위선적인 바리새파 학자들에게 ()있을 진저, 이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욕설까지 퍼붓는다. 럿셀의 지적에 의하면 상대적으로 불경에는 부처님이 화를 냈다는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그런 점에서 인류의 스승으로서 결격 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성경을 읽은 기독교인이라면 쉽사리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예수님의 제자인 바울은 다음과 같이 사랑을 정의하였다.

사랑은 친절합니다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사랑은 자랑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욕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성을 내지 않습니다. 사랑은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고린도전서13:4-5)

   그러나 이것은 바울의 이야기이고, 러셀이 지적한 것은 예수님은 분명히 여러 번 화를 냈다는 것이다. 러셀에 의하면 예수님은 심지어는 무화과나무에게까지 화를 냈다고 지적한다.

예수께서는 시장하시던 참에 멀리서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시 그 나무에 열매가 있나 하여 가까이 가 보셨으나 잎사귀밖에 아무것도 없었다. 무화과 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그 나무를 향하여 이제부터 너는 영원히 열매를 맺지 못하여 아무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할 것이다라고 저주하셨다.” (마르코11:12-14)

   러셀이 지적하기를, 열매 맺는 계절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무화과나무를 저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우주 만물을 다스리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성경 공부를 하면서 예수님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여러 가지 주석을 읽어 보았지만 사실 무화과 나무를 저주하는 예수님의 행동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계속)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마중물 한방울 | 작성시간 13.10.06 화를 지나치게 억제하면 내 자신이 병들고, 화를 과도하게 발산하면 주위 사람이 시달립니다.
    우리 수원대 구성원들이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을 이뭐꼬님이 잘 지적해 주셨습니다.
    교무처장, 총장님이 자주 사용하는 "고운학원 가족"이라는 말에 비추어,
    어떤 식구는 화나 분노를 너무 혼자만 속으로 삭이고 있고,
    어떤 식구는 같은 가족에게 거침없이 그리고 일방적으로 화풀이를 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 작성자가을바람 | 작성시간 13.10.06 지금까지 매년 계약서에 사인할 때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미칠 정도로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꾹꾹 안으로만 누르고 참아 왔던 계약직 교수님들은 그 화를 풀어야 합니다. 걱정 말고 카페에 가입하시어 이곳에 글로 써서 화를 푸셔야 건강을 해치지 않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