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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불교 이야기 (6)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3.10.10|조회수233 목록 댓글 1

산은 산 물은 물 - 1

 

   나의 전공 분야는 환경공학 중에서 물, 그 중에서도 수질 관리이다. 물의 과학적인 측면은 내가 공부하는 분야이지만 물의 철학적인 의미 또한 나의 관심사이다. 그래서 노자의 도덕경8장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 또는 논어'옹야편'에 나오는 요산요수(樂山樂水)의 뜻을 찾아보기도 했고, ()은 물 수()변에 갈 거(), 즉 물이 가는 것이 법이라는 해석 등을 연구해 본 적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 남부 해안 지방에는 물을 숭배하는 물 종교 신자가 상당수 있다는 것을 조사해 본 적도 있다. 나는 신문이나 잡지 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물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보통 이상의 관심이 간다. 전공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돌아가신 성철 스님이 언젠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유명한 말씀을 하셨다, 나는 오랫동안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내가 교육 받은 대로 형식 논리를 따라 과학적으로 생각할 때 물은 물이란, =로서 아무것도 새로이 말해 주는 것이 없는 동의어의 반복일 뿐이다. 그러나 이 짧은 글귀에는 틀림없이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이 한 구절만 이해한다면 불교를 단번에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학자답게 이 구절에 대한 탐구를 과학적으로 시작하였다.

   20014월 경에 나는 인터넷 검색 엔진을 이용하여 유명한 절의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성철스님이 말씀하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귀절이 무슨 뜻이냐고 질문을 했는데, 설명을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몇 사람의 불자에게 물어 보았지만 어려운 대답만 들었지, 쉽게 설명하는 대답을 구하지 못하고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학생들에게 설명은 그 다음이고 우선 제가 그 뜻을 깨우치고 싶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쉬운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답변은 저의 이메일 주소로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심 합장.”

   여기서 오해 없기를 바란다. 나는 정식으로 받은 법명이 없지만, 나의 이메일 아이디가 muusim 즉 무심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모든 절에서 홈페이지를 잘 관리하기 때문에 한 달 이내에 대부분의 절에서 답장이 왔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한다.

 

RE: 산은 산 물은 물에 대해서

   님께서 문의하신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내용을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성철스님의 말씀으로 유명해진 글이긴 하지만 벌써부터 있었던 말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집착의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집착으로 인해 보이는 시각이란 본 마음에서 벗어나 보이는 것입니다. 그냥 긍정의 눈으로 본다면 산은 산이 됩니다. 그러나 부정의 부정을 더한 긍정이 된다면 어찌 그냥 긍정의 눈으로 본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어요. 어떠한 사물을 볼 때 부정의 부정을 더한 긍정의 눈으로 본다면 비유가 맞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글의 내용을 알음알이로 알려고 한다면 백년이 가도 알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수행을 통한 체험을 해야 제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님의 불교에 대한 관심이 인연이 되어 훌륭하신 스승이 되시길 바랍니다.

(읽어 보니 앞 부분은 알겠는데, 뒷 부분에서 부정의 부정을 더한 긍정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RE: 산은 산 물은 물에 대해서

   산천을 경계 삼아 공부하는 스님께 도가 무엇입니까? 진리가 무엇입니까? 부처님의 진실된 가르침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세상 사는 근본 이치를 물었을 때 나온 대답입니다. 근본을 묻는 말에 근본을 대답했으니 이 말에는 무궁무진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스님이 무슨 말을 아무리 장황하게 설명하더라도 우물안 개구리 식이고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임을 먼저 아시기 바랍니다.

   ‘산은 산이 말에는 초기 불교의 향기보다는 선불교의 향기, () 사상의 향기, 노장 사상의 향기, 신선 사상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그러니 답변이라기보다는 스님의 견해를 밝힙니다. 학생들에게 설명하거나 본인이 인식할 때에 근본 교리인 삼법인(三法印)을 염두에 두고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중생이 보는 산천 또는 인생과 부처가 보는 산천은 다릅니다. 부처가 보는 산과 물은 진리 그대로의 산과 물이지만 우리 중생이 보는 산과 물은 진리가 그대로 살아있는 산천이 아닙니다. 왜 일까요? 세상의 진리가 무상하고 무아인데 우리는 그 진리를 체득하지 못했기에 자신의 편견과 고정관념과 감정이 이입된 산과 물을 보고 있기 때문이지요. 즉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는데 자기 관점에 맞추어 본다는 말입니다. 삼법인이 제행무상 제법무아의 진리가 그대로 살아있는 경지가 열반적정이라 하여 있는 그대로의 세상입니다. 큰스님께서 말한 산은 산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전도몽상에서 벗어나면 당신이 보는 그대로가 진리의 세상이며 부처의 세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윤리도덕적인 가르침으로 승화시켜 본다면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친구를 대하라. 위선을 버려라. 가면을 벗어라. 벽을 허물어라. 눈높이를 맞추어라.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 나라. 세상을 바로 보라. 자신을 바로 보라,” 등등의 가르침을 내포한다고 봅니다.

(앞부분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뒷부분은 알 듯도 하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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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가을서리 | 작성시간 13.10.10 '산은 산 물은 물'에 대한 불가의 해설이 알듯 모를 듯, 아리송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 집니다. 이뭐꼬님 빨리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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