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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구도 이야기 (5)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3.11.01|조회수204 목록 댓글 0

예수원 방문기 - 5

 

   대천덕 신부님의 부인(제인 그레이 토리, 한국이름: 현재인)은 그림을 공부했는데 학창 시절 대학의 메이퀸이었다고 한다. 제인은 1940년 여름 미국 웨스트민스터 장로교회 청소년 모임에서 아쳐를 처음 만났는데, 제인의 기억에 아쳐는 매우 이상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아쳐는 기독교인이면서도 사회주의에 관심이 많았고 그가 종종 보내온 편지에는 제인과 함께 티베트로 건너가 천막촌 생활을 하면서 그곳 사람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다. 제인은 아쳐가 나의 반려자일까 고민했었는데, 하나님이 어느 날 정말 그를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화가로서의 꿈도 있었지만 아쳐와 함께 하는 삶이 더 소중하고 아름다울 것 같아서 아쳐와 결혼했다라고 말했다. 그들 부부는 결혼하고 한 번도 싸우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하는데, 예수원에서 두 사람이 같은 방을 쓰면서도 서로 바빠서 오후 4시 반 티타임에나 대화를 나눌 수가 있다고 한다.

   숙소인 석송관에 도착하여 이층 침실로 올라가 보니 군대 내무반 식으로 마루를 깔았고, 한쪽에 베개와 이불이 쌓여 있다. 베갯잇과 이불보에 베개와 이불을 넣어서 이틀간 사용할 침구를 만들고 한쪽에 가방을 놓았다. 재래식 수세 화장실이 있었으며 수도꼭지가 있기는 한데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쓰도록 되어 있었다.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와 이곳 저곳을 거닐었다. 채소를 자급하는 듯 채소밭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목공소도 보이고, 예수원 앞으로는 맑은 개울물이 흘렀다. 예수원 공동체 식구가 사는 건물 앞에는 빨래가 널려 있었다. 예수원 위쪽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가 보니 거기에도 채소밭이 있었고 그 위에는 기도하는 장소가 있었다. 산속도 도시처럼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단지 차량 소음 대신 매미소리, 온갖 새 소리가 등이 요란하지만 자연의 소리라서 듣기 싫은 소음은 아니다.

   조용히 혼자서 산책을 하다가 나사렛관으로 식사 시간에 맞춰 내려갔다. 거의 5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예수원에서 식사는 국 하나에 반찬 두 가지이다. 그날 저녁에는 무국과 김치와 어묵이 나왔다. 밥은 공기에 반쯤 담아 주는데 조와 보리, 그리고 쌀과 콩을 섞은 잡곡밥이었다. 예수원에서는 밥을 가득 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조금 부족하게 먹는 것이 포식하는 것보다 낫다는 이유에서이다. 예수원에서 살면 비만이 될 수가 없겠다. 고기가 나올 때가 있느냐고 옆 사람에게 살짝 물어보니 고기찌개나 두부가 나올 때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반찬이 두 가지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워낙 소찬이어서 식사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식사 후 7시 반에 오늘은 은사 예배가 있다고 광고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혼자서 가벼운 산책을 했다. 산골짜기라서 해가 일찍 떨어진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전원 주택에 살아서 시골 생활을 어느 정도 안다. 시골에 살다 보니, 하루에 두 번 좋은 시간대가 있다. 아침 동틀 무렵과 저녁 해질 무렵에 마당에 서 있으면 느낌이 좋다. 그 중에서도 해질 무렵을 나는 더 좋아한다. 낮이 물러가고 밤이 밀려오는 시간에는 밝음과 어두움이 서서히 교차된다. 밝음이 점점 사라지면서 어두움이 차츰 진해지는 시간에 잔디밭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사라지고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게 된다. 짧지만 자연과 내가 하나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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