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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구도 이야기 (6)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3.11.03|조회수151 목록 댓글 0

예수원 방문기 - 6

 

   7시 반에 은사 예배가 시작되었다. 식당과 예배실을 공용으로 쓰고 있었다. 앞쪽에는 커다란 나무 십자가를 걸어 놓았고 마루를 깐 바닥에 앉아서 예배를 시작하였다. 그날 집회에는 대천덕 신부님이 참석하셨다. 키가 크고 마른 몸집에 갸름한 얼굴, 머리카락은 모두 희었고 선하게 보이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신부님은 예배에 모처럼 참석하셨나 보다. 사회자가 설명하는데 신부님은 얼마 전 심장 수술을 받으셨는데, 수술 경과가 좋아서 예배에 참석하셨다고 한다. 현재 82세라는데 지팡이를 짚고 나오셨다. 사회자는 매우 젊은 청년이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공동체 식구들이 1주일씩 교대로 사회를 본다고 한다.

   예배가 시작되어 성공회 찬송가집 중에서 몇 곡을 불렀다. 내가 아는 찬송가이어서 쉽게 따라부를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서 국악 찬송가를 불렀다. 찬송가책 끝에 국악 찬송가 몇 곡이 수록되어 있다. 국악의 흥겨운 가락에 얹어서 찬송가를 부르기는 처음이어서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약간 슬픈 가사의 찬송가를 슬픈 국악 풍으로 불렀다. 나는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국악에 빠져들고 있던 터이라 국악 찬송가를 부르니 가사와 곡조가 가슴에 절절히 와 닿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국악 찬송가를 따라 부르시던 신부님이 앞으로 나오시더니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것이 아닌가? 그 춤은 농부들이 풍년가를 부르면서 저절로 흥이 나서 추는 그러한 춤이었다. 춤추는 신부님의 모습이 너무도 좋아 보였다. 사실 대천덕 신부님이 쓰신 책을 읽으면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한국적인 것을 모두 좋아하는 신부님은 왜 국악을 한국사람들이 소중히 하지 않는지 매우 안타까워하신다고 한다. 아마도 불교의 윤회설이 맞다면 신부님은 전생에 한국인이었음이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이어서 성경낭독과 성경해설이 있고 그날은 마침 특강이 있었다. 연사는 영화감독 출신의 40대 초반의 남자였고, 주제는 KAL기 격추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1980년대 초에 KAL 007기가 캄차카 반도 근처에서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으로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였다. 나도 그 사건을 뚜렷이 기억한다. 그때에 나는 미국의 뉴욕 주 시라큐스라는 작은 도시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때에 한국에서 유학 와서 2년간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려던 공무원이 있었다. 그 공무원이 마침 그 비행기를 예약했다가 하루 전에 긴급한 일로 예약을 취소하고 그 다음 비행기로 귀국해서 목숨을 건졌다.  그 사건은 유학생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당시에 어떤 기독교인은 그 공무원이 하느님의 보호하심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신념을 가지고 강력하게 주장하였었다. 그러나 나는 들어내 놓고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다음과 같이 자문해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가 취소한 자리를 뒤늦게 차지했다가 죽은 사람을 하느님은 왜 보호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 쉽게 해답을 낼 수는 없으며, 이 질문은 기독교 역사를 통하여 끝없이 논란이 되어 온 주제이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 들어가지 않겠다.

   어쨌든 그때에 비행기는 완전히 파괴되어 잔해만을 발견하였으며 탑승객은 전원 사망하였다고 보도되었다. 그런데 강연자는 비행기 승객 중에서 일부는 살아남았는데 러시아 수용소 캠프에서 아직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가 신념에 찬 목소리로 소개하는 KAL기 사건의 진상과 다음과 같았다.

   19837월에 소련 전투기가 KAL 007기를 격추하여 250명 정도가 실종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소련 전투기는 미사일을 두 발 쏘았는데, 첫 발은 빗나가고 두 번째가 날개 부분을 손상시켜 더 이상 날 수가 없었다. 여객기는 12분간 교신하며 날아가다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실제로, 여객기는 바다에 착륙하였고 승객들은 모두 구해진 후 중앙아시아의 수용소 캠프로 이동 되었다. 아이들은 강제로 모두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승객 중에 이브라임이라는 이스라엘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수용소에서 7년을 보내다가 이스라엘로 귀환했고, 그래서 KAL기의 진상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강연자가 설명하는 시나리오에 의하면 소련 당국은 작은 비행기를 끌고 가서 사고 현장 근처에서 폭파시킨 후 KAL기가 폭파되었다고 발표하였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서는 현장에서 수거한 시트 조각이 KAL기에 설치된 시트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소련 당국은 이러한 일을 저질렀을까? 그리고 미국의 정보당국에서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 그의 설명에 의하면 그 비행기에는 맥도날드라는 미국의 국회의원이 타고 있었다. 그 사실은 나도 기억한다. 죽은 국회의원의 성이 독특해서 기억이 나며 그의 부인이 한국의 정보당국과 전화로 인터뷰하는 장면이 미국의 TV에 보도되었다. 그때 그 부인은 소련의 정보당국이 자기의 남편을 죽이기 위해서 비행기를 격추시켰다는 주장을 한 것 같았다. 맥도날드 의원은 당시 미국 의회 군사위원회에서 영향력이 큰 헬름즈 상원의원을 15분 후에 앵커리지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두 사람은 미국과 소련 두 나라 모두에 불리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미국과 소련은 공동으로 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으며 누군가 나서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내가 듣기에는 설득력이 없는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예수원의 저녁 예배만 아니었다면 즉각 질문을 던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모두 열심히 듣고 있는데 괜한 질문을 하여서 분위기를 깨고 싶지가 않았다. 어쨌든 탐정소설 같은 이야기는 거의 1시간 반이나 이어졌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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