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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여행 이야기 (1)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3.12.23|조회수345 목록 댓글 0

 

회원 몇 분이서 권고를 하기도 하고,

그래서 "노느니 염불한다"고 연재를 계속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1997년에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지에 실었던 유럽 여행기를 현재에 맞게 약간 수정하여 소개하겠습니다. 

 

   제주도에서 19968월 환경영향평가학회에 의뢰한 제주도 친환경개발을 위한 환경지표 설정과제와 관련하여 학회 회원과 제주도 공무원 등 열 명은 1997210()부터 221()까지 12일간 영국과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를 방문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견학하는 기회를 가졌다. 나는 이번 출장에서 기록의 임무를 맡았는데, 모처럼의 해외출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록한 내용을 회원 여러분에게 지면을 통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본 여행은 제주도를 21세기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가고 싶은 관광지로서 개발하기 위하여서는 지금까지의 위락 중심의 관광지보다는 생태관광과 문화관광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관광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기획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관광전략을 수립하기 위하여 외국의 사례를 견학 조사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구체적으로 여행목적지는 문화관광지로서 영국의 런던과 이탈리아의 로마와 피렌체를 선정하였고, 생태관광지로서 스페인의 카나리아제도를 선정하였다. 이하에서는 답사 일정을 따라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겠다.

   정용 회장님을 단장으로 한 우리 일행 아홉 명(한 명은 이틀 후 마드리드에서 합류)은 대한항공에 몸과 짐을 싣고 210() 오후 240분에 김포공항을 이륙하였다. 나는 이번 여행을 즐겁고 유익한 여행으로 만들기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내 여행 가방 속에는 기본적인 여행용품 외에 형이상학적 준비물로서 세 권의 불교서적, 그리고 형이하학적 준비물로서 윷과 화투가 끼여 있었다. 나는 교회에 다니지만 최근에는 환경학자로서 불교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얼마 전에 정용 회장님은 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불교에서는 어떻게 설명하는가?”라고 나에게 화두를 하나 던지셨는데, 이번에 나름대로 해답을 구하기로 다짐했다. 또한 여행은 즐거워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실천하기 위하여 내 수첩에는 매일 매일 일행에게 들려줄 이른바 썰렁한 이야기들이 잔뜩 적혀 있었다. 썰렁한 이야기 하나만 예로 들면, 변강쇠와 옹녀가 가장 좋아하는 곤충 이름은? 답은 이글의 제일 끝에 소개한다.

   첫 기착지인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것은 열두 시간이 지나서 이미 어두워진 후였다. 환경교과서에서 언제나 인용되듯이 런던은 대기오염으로 유명하였다. 특히 1952년의 런던스모그사건에서는 5일 동안에 4천 명이 죽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대기정화법이 통과되었다. 조선일보에 명컬럼을 연재한 고 이규태 씨가 쓴 청산아 왜 그리 야위어만 가느냐라는 책에는 대기오염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올드 파(OLD PARR)’라는 양주가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부동산 투기를 해오던 이 복노인(福老人)80세에 처음 결혼, 두 아이를 낳고 122세에 상처하고 재혼 후 152세까지 살았다. 그는 105세 때에 그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 캐서린과 배가 맞아 사생아까지 낳았다. 이 노익장의 장수가 전 영국에 소문이 나자 당시의 국왕 찰스 1세가 1635년 봄에 올드 파를 런던에 초대했다. 그를 위해 금은 수실로 장식한 특별마차를 마련했고 그는 연도마다 환호를 받았다. 왕궁에서는 유명한 화가인 루벤스를 불러 초상화를 그리게 했으며 이 초상화가 현재도 양주 올드 파의 상표가 되고 있다. 런던에서 맛있는 요리에 와인을 마시며 호사스런 생활을 하게 했는데, 그만 몇 달 후에 급사를 하고 말았다. 재미있는 것은 죽은 원인이다. 그가 죽었을 때 국왕은 혈액순환론을 제창하여 유명한 외과의사 월리암 하비에게 해부시켜 사인을 규명토록 했다. “모든 기관은 건강하여 아무 탈이 없었다. 다만 이제까지 마셔왔던 시골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없는 데다가, 석탄 먼지에 충격을 받아 죽었다는 것이 해부 결론이었다. 런던에만 나가지 않았더라면 올드 파는 더 장수할 수 있었으리라.

   이러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런던의 집들은 왠지 우중충해보였으며 런던의 공기는 왠지 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집들 자체는 아담하였으며 현관 입구는 꽃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공항에서 대기하던 관광버스를 타고서 시내로 들어갔는데, 밤거리를 오가는 런던 신사들은 깔끔해 보였다. 우리 일행은 템즈 강변에 있는 브리타니아(Britania)호텔에 여장을 풀었는데, 여행사에서 미리 연락을 받고 한국 유학생이 현지 가이드로 따라나와서 모든 수속을 대신하였다. 우리들은 새끼오리들이 어미오리를 따르듯이 떨어지지 않고서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었다. 이러한 아기오리 노릇은 이후 스페인과 로마에서도 계속되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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