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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여행 이야기 (4)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3.12.29|조회수157 목록 댓글 0

   이튿날 (214, ) 새벽에 일어나 모처럼 조깅을 하였다. 어스름한 새벽의 미명에 파도가 밀려오는 흰 물결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찰삭거리는 파도소리에 보조를 맞추어 넓은 모래밭을 달리니 기분이 매우 상쾌하였다. 현대인은 건강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건강유지를 위해 여러가지 운동들을 하는데, 내 견해로는 조깅이야말로 가장 친환경적인 건강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운동화와 부지런함만 있으면 돈도 들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고, 더욱이 환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조깅과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한 토막, 작년 여름에 이번 과제와 관련하여 제주도에 내려갔다가 제주시 야외음악당 근처의 누드라는 이름의 다방에서 셋이서 차를 마셨다. 그런데 찻값을 서로 내려고 빨리 일어나다가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다) 그만 다리를 삐어 한달간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쩔둑거리며 학교에 출근하니 어느 직원이 알려준다. 수원대 사회교육원 옆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면 왼쪽의 허름한 양철지붕 집에 침 잘 놓는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고. 그래서 여든이 넘은 시골노인을 찾아가서 침을 서너 번 맞고 나았는데, 하루는 그 노인이 나에게 물었다. “당신이 대학교수라니까 묻겠는데, 김영삼 대통령이 매일 아침 조깅을 한다고 하지 않소? 그런데 그 조깅이라는 말이 아침 조()자는 알겠는데, 깅자는 무슨 깅자요?”

   아침식사는 호텔의 8층 식당에서 하였는데, 식당은 삼면이 유리로서 먼 바다와 해수욕장이 보이는 매우 전망이 좋은 위치에 있었다. 아침식사를 하더라도 좋은 풍경을 바라보면서 식사를 하면 더 맛있고 기분이 좋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처럼 멋진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돈이 좋기는 좋다고 말하니, “그러니까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그렇게 애쓰는 것이 아니냐고 누군가 말해서 일행은 모두 공감하며 웃었다.

   일정에 따라 근처에 있는 테네리페(Tenerife)섬을 답사하기로 하였다. 테네리페 섬은 그란카나리아에서 쾌속정으로 90분 정도 떨어진 화산섬인데, 면적은 200로서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크며, 인구는 70만이 살고 있다. 이 섬의 기후는 그란카나리아와 비슷하여 강우량이 적고 건조한 토양이라고 한다. 원래는 그란카나리아보다 먼저 휴양지로 개발되었으며, 스페인 역사에서 유명한 프랑코 총통이 권력을 잡기 전 이 섬의 수비대 사령관을 지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영국과 독일의 부자들이 겨울에 많이 찾는 휴양지라고 한다.

   쾌속정은 시속 80km로 달리는데, 배가 달리면 물에서 약간 뜨도록 설계하여 매우 편안하였다. 나는 망망한 대서양을 달리면서 때로는 하늘을 바라보고 때로는 바다를 바라보며 인도의 명상 철학자 라즈니쉬의 반야심경을 읽었다. 그 책에서는 불교의 기본사상인 공()을 여러 가지 비유로 설명을 하였다. 반야심경은 불교의 핵심 경전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리자(舍利子)에게 반야(般若), 즉 참된 지혜에 대해 설명한다. 사리자는 기독교의 베드로에 해당하는 부처님의 수제자이다. 반야심경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은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인데, 이 구절을 깨달으면 불교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색은 존재를 뜻하는데, 색은 공일 뿐이라는 지극히 간단명료한 구절이다. 라즈니쉬는 색과 공을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왜들 그렇게 쉬운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가라고 안타까워하면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색이 흰 파도라면, 공은 파도가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바다이다. 색이 구름이라면, 공은 구름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하늘이다. 그러므로 파도와 바다는 다르지 않고, 구름과 하늘은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구름은 모양이 있으므로 잘 보지만 모양이 없는 하늘은 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파도와 같은 인생만을 볼 뿐, 파도를 존재하게 하는 보다 더 큰 존재인 바다와 같은 공은 보지 못한다. 하늘 같고 바다같은 공이 보다 근원적이며 영원한 것이다.  공에서 색이 나오므로 이러한 공은 텅 비어 있는 공이 아니고 충만한 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늘에는 구름이 충만해 있고, 바다에는 파도가 충만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전에도 한 번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웬 구름잡는 소리정도로 밖에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제 인생의 중반을 넘어선 지금, 모든 일상의 잡무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과 바다를 바라 보며 라즈니쉬의 반야심경 책을 읽어보니 그렇구나 라고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라즈니쉬를 접어두고 섬의 동쪽 끝에 있는 산타크루스(Santa Cruz)항구에 도착하니 모이세스(Moises)라는 중년의 남자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친구는 나중에 알고 보니 나하고 동갑인데도 야외에서 생활을 해서인지 햇빛에 그을은 얼굴이 매우 건강하고 선량해 보였으며 유머 감각이 뛰어나서 매우 좋은 동반자가 되었다. 나는 금방 이 친구와 친해졌는데, 한번은 너는 이 섬의 원주민이냐 스페인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자기 조상은 4백 년 전부터 이 섬에 건너와 살았기 때문에 스페인 사람이 원주민이라고 우문현답식으로 대답을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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