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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여행 이야기 (5)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3.12.31|조회수194 목록 댓글 0

   우리는 작은 봉고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섬을 답사하였다. 조금 가다 보니 두 개의 큰 굴뚝이 보였다. 모이세스는 그것이 조력발전소의 굴뚝이라고 대답을 하였고 덧붙여서 간만의 차 1.5m를 이용하는 조력발전소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 5m 이상의 조차가 있어야 조력발전이 가능한데 아무래도 의문이 갔으나 모이세스하고 더 이상 토론을 해보아야 해결이 날 것 같지 않았다. 모이세스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 해안은 매우 청정하며 수온과 청정도를 기준으로 3등급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또한 부두에는 물위에 떠 있는 쓰레기를 흡입하여 제거하고 물을 깨끗하게 하는 처리시설이 있다고 한다.

   이 섬에는 곳곳에 해수욕장이 개발되어 있는데, 모래사장이 넓고 사구가 있어서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었다. 또한 관광지에 필요한 숙박시설을 건설하더라도 주변경관 및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해수욕장 근처에서 건물은 모두 5층 이하였으며 계단을 만들더라도 한쪽에는 평평한 경사길을 조금 남겨놓아 장애인까지도 고려하는 세심한 행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해수욕장 거리에는 여기 저기 예쁘게 색칠을 한 커다란 분리수거통이 놓여져 있었으며 쓰레기통 주변은 매우 깨끗하였다.

   이 섬에서는 해발 3718m의 피코드테이드(Pico de Teide)산이 관광명소로서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적인 생태보전지역이라고 한다. 산 정상에는 아직도 흰 눈이 쌓여 있었고, 그 아래 2250m 고도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으나 겨울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케이블카를 설치하면서 찬반논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찬성하는 측은 삼림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케이블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고, 반대하는 측은 새가 달아나고 나무가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결국 개발이론이 보존이론을 이기고 케이블카는 설치되었지만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하루에 최대 240명까지만 실어 나른다고 한다. 제주도처럼 한라산 정상부근을 보호하기 위해서 휴식년 제도가 더 좋은지, 아니면 이들처럼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하루의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것이 좋은지 한번 연구해 볼 만한 과제라고 생각되었다.

   해변에서는 모이세스의 표현대로 가난한 사람들이 짧은 옷을 입고 목욕하는 곳에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는데, 좁고 꾸불꾸불한 길을 따라 산을 오르자 산동네가 드문드문 나타나고 봄꽃이 만발하여 있었다. 일행은 경치 좋은 곳에서 쉬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도 그간 친해진 미스 최하고 살구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좁고 험한 산길을 따라 고도가 높아지면서 식생의 변화가 뚜렷했다. 한라산 정상으로 가까이 가면서 식생의 변화가 뚜렷한 것과 비슷했다. 케이블카 있는 곳까지 도착하여 눈덮인 정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이번 여행에서 제주환경센터에서 근무하시는 신상범 선생님은 사진을 가장 많이 찍으셨다. 원래 사진술에 조예가 깊은 분이라서 그런지, 그저 차가 섰다 하면 얼른 내려 차가 떠나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시며 사진을 찍으신다. 나중에 물어 보니 이번 여행 동안 36 컷짜리 필름 50통의 사진을 찍으셨다고 하니 겨우 24 컷짜리 3통 찍은 나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여행을 떠나면 남는 게 사진이라는 말을 명심하고 다음 여행에서부터는 좀 더 많은 사진을 찍겠다고 다짐해 본다.

   테네리페 섬에서 봉고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모이세스의 익살은 우리를 즐겁게 하였다. 우리는 스페인어를 못하므로 미스 최의 통역으로 대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모이세스에게 애인 있느냐고 물어보라고 하니 둘이나 된다는 대답이 전해진다. 그러면 못생긴 쪽 여자 하나를 오늘 밤 나에게 빌려달라고 하니 스페인 여자는 정열적인데, 너는 너무 말라서 안 된다는 대답이다. 나는 곤혹스러워하는 미스 최를 겨우 달래서 우리나라 속담에 마른 장작이 오래 탄다고 말해주니 그런 재미있는 속담이 있느냐고 깔깔 웃는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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