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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여행 이야기 (9)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1.10|조회수272 목록 댓글 1

   우리는 쉐라톤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였다. 우리는 그날 밤 정용 회장님 방에 모여 답사여행의 중간점검을 하고서, 맥주를 마시면서 여행의 지루함을 덜었다. 사실을 말하면 나는 여행 체질인지 집 떠난 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편한 점도 전혀 없고, 마누라도 보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고, 하루 하루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나의 아내는 나더러 역마살이 끼었다고 핀잔을 주는가 보다.

   다음 날(217, ) 우리는 버스로 한 시간 삼십 분을 달려 유명한 피사의 사탑을 보러 갔다. 근처의 경관은 멀리 높은 산이 보이고, 가까이에는 구릉지대 또는 평야가 펼쳐지는 모습이 우리나라 남부 지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는 여러 가지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한다. 가족을 중시하는 전통이며, 매운 음식, 가무를 즐기는 민족성, 자식을 끔직히 위하는 부모들의 사고방식, 정에 약해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힘든 풍토, 법이 있어도 잘 지키지 않는 시민들 등등 유럽국가에서 가장 우리나라와 비슷한 나라가 이탈리아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탈리아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는 결코 아니다. 이탈리아의 가죽과 패션산업은 세계 제일이며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제3위의 무기수출국이다.

   피사의 사탑은 갈릴레이가 낙체 실험을 한 장소로 유명하다. 그런데 황 가이드에게 들어보니 피사의 사탑은 완공 후에 기운 것이 아니고 건축 도중에 기울어져서 몇 년 동안 건축을 중단했다고 한다. 건물을 부수고 다시 건설할까 논의 하다가 그냥 두고서 나머지 층을 완성하기로 결정하여 현재의 사탑이 탄생하였다고 한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기울어진 정도가 매우 뚜렷하였는데, 기울어진 반대쪽에는 커다란 납덩어리를 몇 개 묶어 놓았다. 나는 납덩이 모습을 사진 찍었는데, 피사 사람들은 사탑이 더 기울거나 바로 서지 못하도록 온갖 연구를 다한다고 한다. 만일 사탑이 무너지거나 바로 서기라로 한다면 관광객은 더 이상 피사를 찾아오지 않을 것이므로 수긍이 가는 이야기였다.

   오후에는 고색 창연한 옛 도시인 피렌체 시가지를 견학하였다. 미켈란젤로 광장이 언덕 중간에 있어서 한 눈에 도시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유명한 다비드의 동상, 단테의 생가, 갈릴레이의 무덤, 그리고 그밖에 여러 가지 미술사의 걸작들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사실 이 방면에 큰 관심이 없어서 가이드의 설명만 듣는 정도였지 대단한 감흥은 없었다. 조숙한 단테가 아홉 살 때에 그의 구원의 연인이 된 아홉 살의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 정도만 귀에 들어왔다.

   그 다음 행선지는 로마인데 우리는 모처럼 피렌체 역에서 로마 역까지 기차를 탔다. 재미있는 것은 피렌체 역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요금이 500리라(우리돈 250)이고, 공무원인 듯한 여직원이 영수증까지 끊어주는 것이었다. 글쎄, 관광지에서 화장실 요금받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좋을지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관광객에게 별로 유쾌한 기분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제주도에서 화장실 요금을 받는다면 나는 반대하고 싶다.

   밤 기차를 탔는데 우리 좌석에 탄 네 명은 내가 가지고 온 화투로 동양화를 재미있게 즐기다 보니 어느 새 세 시간이 지나 로마 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대기하던 버스를 타고 홀리데이인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 호텔에는 구두를 닦아 주는 기계가 있고, 바지를 다려 주는 기계가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이 편리하게 갖춰진 좋은 호텔이었다. 이제 여행도 후반을 넘어서서 집 떠나니 고생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한 사람의 인생 행로를 보면 젊어서는 힘과 의욕이 넘쳐나고 새로운 사물에 대한 호기심도 왕성하다. 그러므로 여행도 젊을 때에 많이 다니는 것이 배우는 것도 많고 좋을 듯하다. 그런데 우리 세대만 해도 젊을 때에는 회사나 직장 일에 너무 매달려 여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또 부모님에게 재산을 물려받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개가 가난하여 여행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에 비하면 요즘 신세대는 배낭여행이라고 하여 미국과 유럽, 심지어는 인도, 아프리카까지 누비고 다니는 것을 보면 신세대가 부러울 때가 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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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뭐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1.10 수원시는 화장실의 메카입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심재덕 시장이 광교산 밑에 반딧불이 화장실을 만들고 깨끗한 화장실 보급운동을 벌였습니다. 전국의 화장실이 깨끗해진 것은 심재덕 시장의 공이 큽니다. 심시장은 나중에 세계화장실협회를 만들어서 전세계로 깨끗한 화장실 보급운동을 벌였습니다. 그 분은 수원시 파장동에 있는 자기의 2층집을 서양식 변기 모양으로 개조하였고, 유언을 남겨서 그 집을 화장실박물관으로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이 퇴근하면서 성대앞을 거쳐 1번 국도로 가기 직전의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조금 들어 가면 오른쪽에 해우재라는 이름의 화장실박물관이 있습니다. 한번 가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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