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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여행 이야기 (11)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1.14|조회수269 목록 댓글 0

   성베드로 대성당과 그밖에 로마의 아름다운 건축물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 본 사람은 잔소리가 될 것이고, 못 본 사람은 나중에 선입견 없이 보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한 가지, 관광할 때에 가이드의 중요성에 대해서 지적하고 싶다. 로마에서 우리와 동행한 황 가이드는 전공이 미술이라는 점도 작용했지만 자기의 직책에 대해서 긍지를 가지고 많은 공부를 한 사람이었다. 그는 하나의 건축물에 대해서 설명을 하더라도 표면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이면에 얽힌 정치, 사회, 문화적인 배경에 대해서도 매우 해박한 지식을 동원하여 재미있고 유익한 설명을 하였다. 예를 들면 성베르로 대성당의 웅장함과 아름다움 뒤에는 이탈리아가 약소국을 침략하여 얻은 전리품과 불공정 교역을 통하여 축적한 부가 있고, 또한 정치적인 권력을 휘두른 귀족과 종교적인 권력을 휘두른 교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덧붙이기를 아직도 유럽 땅의 1/3은 교황청 소유이며, 로마 교황청은 가장 땅 많은 지주이자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부동산업자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이 꽃피고 문화가 발전하려면 반드시 뒤에는 부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 부의 축적과정은 대개 선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가 역설하는 설득력있는 관점이었다. 사실 정용 회장님은 화란에서 공부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로마를 예닐곱 차례 관광하였지만, 이렇게 새로운 관점에서 뒤에 얽힌 숨겨진 일화를 풍부히 인용하는 설명은 처음 듣는다고 황 가이드를 칭찬하셨다. 제주도를 아시아 제일의 관광제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숙박시설, 도로, 상수도, 교통 등의 하드웨어의 건설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한 가이드를 선발하고 교육시키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오후에는 로마시에서 약간 떨어진 티볼리 정원을 보러 갔다. 티볼리 정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서 조경 분야 사람들은 꼭 가보고 싶어 한다는 곳인데, 당시 로마 정계의 실력자인 추기경의 정원이었다고 한다. 종교가 정치까지 지배했던 중세에서 추기경은 매우 권력있는 자리였는데, 야사를 읽어 보면 일부 주교들은 애인과 애까지 있었다고 하니 권력을 가지게 되면 종교인도 타락하기 쉬운가 보다. 일행 중에서도 김귀곤 교수님은 특별히 티볼리 정원에 관심이 많았다. 아마도 김 교수님은 이번 여행에서 두 번째로 사진을 많이 찍으셨을 것이다. 김 교수님은 쉴새 없이 사진을 찍고, 따로 시간을 내어 관계기관을 방문하고, 틈틈이 자료를 정리하고, 책을 구입하고, 아무튼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모처럼 가까이서 보니 환경영향평가의 대가답게 우리 후학들에게 많은 모범을 보여 주셨다. 안내 책자를 보면 티볼리 정원에 있는 수많은 분수들이 모두 자연유하식이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과연 자연유하식으로 어떻게 각각 높이를 달리하는 분수를 만들 수 있겠는가에 대해 논란을 벌였으나 전공자가 없어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백 명의 문외한보다는 한 사람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좋은 예였다.

   티볼리 정원에서 나오다가 조그만 성당을 발견하였는데, 문 옆에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의 조각이 있었다. 프란시스코는 가톨릭에서 매우 존경받는 12세기의 성인(聖人)인데, 특히 우리 같은 환경주의자와 인연이 깊다. 그는 원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는데, 어느 날 모든 것을 버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생활을 시작하여, 이탈리아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성인으로 불리운다. 그는 일생 동안 청빈을 가장 큰 덕목으로 실천하며 살았으며 그를 추앙하는 사람들이 모여 프란시스코회라는 수도회를 만들어 아직까지도 내려오고 있다. 프란시스코의 인기(?)는 이탈리아에서는 대단한가 보다. 베드로가 로마시의 수호성인인데 프란시스코는 이탈리아의 수호성인이라고 하니 말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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