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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조금만 더_ 상하이영화촬영소(上海影视乐园)

작성자창공|작성시간26.06.19|조회수13 목록 댓글 0

 

길가 가판대 위 음식들이 먹음직했다. 윤기가 흐르는 오리구이, 갓 튀겨낸 듯 노릇한 과자들과 뽀얀 만두. 너도 나도 카메라를 들이댔다. 사진 속 음식을 보니 금세 군침이 돌았다. 사실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간 순간 이미 알았다. 만두에는 온기가 없었고, 오리구이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만지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손끝을 슬쩍 대보면, 플라스틱이나 레진에 그럴듯한 색을 입힌 모형일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허기를 달래기는커녕 오히려 배고픔만 더하는 이미지.

상하이영화촬영소에는 오래된 상점과 사진관, 호텔이 거리를 이루고, 지금은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기차가 선로 위에 멈춰 서 있었다. 하지만 선로는 얼마 못 가 끊겨 있었다. 어디론가 떠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어디에도 닿지 못하는 가짜 기차. 진짜를 흉내 내는 것들은 때로 진짜보다 더 선명하게 마음을 건드린다.

친구가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안부를 물었고, 짧은 문자가 오갔다. 몇 번을 다시 읽었지만 믿기지 않았다. 친구는 음식을 삼키지 못해 병원에 입원했고, 영양제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거의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고. 나는 그의 야윈 얼굴을 그릴 수 없었다. 내가 아는 친구의 모습이 아니었다.

친구는 내가 망설이고 있을 때면 내 손목을 붙들고 “한번 해보자”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길이 없으면 길을 기다리는 대신 먼저 한 걸음 내디뎌 길을 만드는 사람. 내가 풀이 죽어 있을 때면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며 내가 그 어둠을 견딜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보다 건강하고 활력 있던 친구가 음식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아프다니. 나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장 전화를 걸려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 모든 말이 사실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친구가 있는 곳은 멀고, 내 일정표는 한 달치 약속이 빼곡했다. 나는 당장 달려가지 못하는 이유들을 헤아렸지만, 진짜 이유는 거리나 일정이 아니었다.

아직 내 머릿속에는 건강하고 활기찬 친구의 모습이 가득해서, 아픈 친구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조금 더 간직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본 얼굴, 함께 웃고 떠들던 식탁,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던 말들, 돌아서며 손을 흔들던 환한 웃음. 실제 친구는 매일 조금씩 변해 가는데, 나는 기억 속 친구만 오래 같은 표정으로 붙들고 있다.

아직 전화를 걸지 못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문자를 주고받는다. 비겁하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내 기억 속에서 환한 친구를 조금만 더 보존하고 싶다. 그럼 친구가 금세 나아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 줄 것만 같다.

가짜 음식이 허기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처럼, 이미지 속 친구도 지금의 친구를 대신할 수 없다. 내가 간직하고 싶은 이미지가 깨질 것을 알면서도, 언젠가는 친구의 진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여윈 손을 붙잡아야 한다. 사랑은 기억 속 가장 환한 얼굴을 지키는 게 아니라, 달라진 얼굴 앞에서도 달아나지 않는 일일 테니까.
그럼에도 아직은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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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사랑법 38] 아직은 조금만 더_ 상하이영화촬영소(上海影视乐园)
윤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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