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의 지능과 인간의 성품 |
손흥민 선수나 오타니 선수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을 보면 우리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그들은 단지 실력이 뛰어나서만이 아니라, 인성까지 훌륭하기에 더 큰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 과거에는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그 위에 '어떤 사람인가'가 함께 평가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실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존경과 신뢰가 존재하고, 그 중심에는 결국 인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성과 중심의 시대를 지나, 관계와 신뢰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AI) 시대로 진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AI는 인간만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글쓰기, 분석, 창작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정교한 문장과 논리적 답변을 만들어내는 기술 앞에서 우리는 놀라움을 느끼는 동시에,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 과거에는 노력과 시간이 만들어낸 능력이 차별화의 핵심이었다면, 이제 그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지식과 정보는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재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질문 방향도 달라진다. "누가 더 잘하는가"에서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가"로 말이다. 지식과 기술이 평준화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배려할 줄 아는 사람, 공동체를 존중하는 사람을 찾는다. 결국 인성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협업과 리더십, 그리고 장기적인 관계 형성의 핵심 요소가 된다. 특히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능력보다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를 먼저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AI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인성의 가치가 저절로 높아질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여전히 많은 조직이 단기적 성과 중심으로 움직이며, 결과만 좋다면 과정의 결함은 묵인되기도 한다. 인성이 부족하다고 해서 곧바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제재할 방법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AI는 점점 더 인간적인 언어와 태도를 모방하며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모습'까지 흉내 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짜 인성과 가식적인 태도를 구분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으며, 겉으로 드러나는 친절과 내면의 진실성 사이의 간극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조직은 단기적 성과를 넘어 협력과 신뢰를 만들어내는 인재를 인정하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하며, 개인 또한 눈앞의 효율보다 장기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특히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더가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보상하느냐에 따라 조직 전체의 문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삶에서 오래 남는 것은 성취의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의 기억이다. 힘들 때 건네받은 따뜻한 말 한마디,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 그리고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던 경험들이 쌓여 한 사람의 깊이를 만들고, 그 깊이가 곧 인성이 된다. 그 인성은 다시 새로운 관계를 맺어주며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결국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AI 시대를 위기가 아닌 하나의 기회로 본다. 기술이 더 빠르고 정교해질수록, 오히려 우리는 더 인간적인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다. 능력으로 경쟁하는 시대를 지나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를 배려하고 신뢰를 쌓으며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기술의 발전은 인간다움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배경이 될 것이다. 결국 AI 시대에 인간다움과 인성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것이 실제로 의미 있는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우리 각자의 성찰과 선택에 달려 있다. 백용욱 KAIST 경영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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