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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소유

작성자창공|작성시간26.06.13|조회수15 목록 댓글 0

   처음부터 내가 금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은 금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봐도 금은방으로 달려가 금을 사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금은방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금을 어떻게 사야 하는지도 몰랐다. 당연히 사본 적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매일 금을 생각했다. 잠들기 전에도 금을 생각하고 일어나서도 금을 생각했다.
 
  발단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수년 전 변변치 않은 글로 에세이 문학상을 받았다. 특정 직업군만 지원할 자격이 있었어도 언제나 수상은 과분한 일이었다. 게다가 진짜 순금 메달을 대상과 은상 두 번이나 받았다. 덕분에 이전까지는 관심이 없던 금 시세를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받은 메달은 대략 직장인 한 달 월급을 상회했다. 역시 수상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금메달은 자랑스럽게 책상 위에 놓였다.
 
  그 뒤로 금 시세가 뉴스에 보도될 때마다 뿌듯했다. 금 소유자로서 자산이 증가하는 경험이었다. 고가의 물건도 없고 소유욕도 없던 내게 유일한 귀중품은 이 금메달뿐이었다. 어머니가 고가의 물건은 숨겨두어야 한다고 충고한 덕분에 슬그머니 책상 위에서 내려갔을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이사를 하게 되었다. 문득 금메달이 궁금해져서 만년필 함을 뒤져보았지만 없었다. 분명 숨겼다고 기억하는 마지막 장소였다.
 
  사태를 파악해 보았다. 나는 십일 년 동안 한집에 살았고 육 년 넘게 금메달을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무게가 어느 정도였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잊어버렸다. 홀연 모든 일을 멈추고 금 찾기에 돌입했다. 서재를 뒤졌지만 나오지 않았다. 드레스룸을 뒤졌지만 나오지 않았다. 거실과 주방을 뒤졌지만 나오지 않았다. 창고나 서랍을 몽땅 열었지만 나오지 않았다. 침실이나 화장실에는 숨길 자리조차 없었다. 그제야 인터넷 기사를 뒤져서 내가 가진 금의 무게와 시세를 정확히 찾아보았다. 금 시세는 그동안 다섯 배 올랐고 대략 중형차를 살 수 있는 금액이 되어 있었다.
 
  나는 불행해졌다. 온통 금 생각뿐이었다.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금을 생각했다. 나는 금을 소유하고 있지만 막상 내 것이 아니었다. 도저히 어떻게 숨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집 밖에서도 금을 생각하다가 돌아와 다시 뒤져도 없었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철학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과연 소유란 무엇인가. 나는 금을 가지고 있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이사를 하지 않았다면 영영 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실존을 확인하려고 함으로써 소유를 박탈당했다. 게다가 그 실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걸 녹이거나 매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므로 나는 심정적으로 금메달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게 철학으로 위안 삼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었다. 이삿날까지 찾지 못하면 금은 더 이상 내 소유가 아니었다. 그런데 누군가 가져갈 이유가 없었다. 도둑이 든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엄연히 금은 안 보였다. 문득 삼 년 전 창틀을 공사하면서 베란다에 둔 낡은 옷장을 버렸는데, 왜인지 그 옷장 안에 숨겨둔 것 같았다. 괜히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하소연을 했다. 괜한 충고 때문에 금을 잃어버리지 않았냐고 했다. 당연히 불효자나 할 말이었다. 어머니에게 혼나며 나는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집 앞 목공소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당시 공사할 때 도움을 주셨던 분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할아버지는 온화하고 다정하게 답해주셨다. 상식적으로 베란다에 금을 숨겼을 리가 없다. 또 옷장은 현장에서 분해해서 버렸기 때문에 금을 발견하지 못할 리도 없다. 금은 집안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수상이 영광스러웠다는 사실은 변치 않을 것이며, 금을 찾을 때까지 기도해 주시겠다고 했다.
 
  순간 마음이 풀렸고 이성도 되찾았다. 논리적이고 감정까지 보듬는 말이었다. 소유욕이 없다면서 물질에 연연하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심지어 기도까지 해 주신다니 뭐든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도 나는 여유를 찾았다.
 
  이윽고 불효자를 위해 어머니가 찾아왔다. 그야말로 금맥을 발굴하러 오셨다고 했다. 영악한 아들이라 철저히 찾아야 한다며 팔을 걷어붙인 어머니는 열네 시간 만에 금메달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천사백 페이지 두께의 <마의 산> 뒤편에 있었다. 결국 이 소동은 내가 그 책을 뽑아보지 않으리라는 것을 완벽하게 알고 있었던 과거의 내 작품으로, 또 물질과 소유에 대해 일깨우는 교훈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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