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유다 임금 헤로데 시대”(루카 1,5)를 이야기합니다. 유다 역사가 요세푸스는 헤로데를 광기와 폭력의 왕으로 소개합니다. 고통스러운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뜻밖의 일이 일어납니다. 성전에 향 연기가 가득한 가운데 등장한 사제 즈카르야의 일입니다.
아비야 조에 속한 사제 가문, 제비뽑기로 맡게 된 분향의 직무. 즈카르야에게 이는 오래된 율법의 관행이었고 익숙하고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삶 깊숙이 새겨진 상처가 있었습니다. 즈카르야와 엘리사벳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나이가 많았기에 아이가 없는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적 희망은 사라진 채 즈카르야는 익숙한 그의 삶을 버텨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절망과 한계 앞에 천사가 나타납니다. 다니엘에게 나타났던 가브리엘 천사, 마지막 시대를 알렸던 천사입니다. 이제 우리는 ‘유다 임금 헤로데 시대’를 다시 읽게 됩니다. 그 시대는 역사의 마지막, 종말의 시작입니다.
절망을 넘어 태어나는 아이, 요한은 마지막 시대의 ‘기쁨’이 됩니다. 요한은 수많은 예언자가 알렸던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기쁜 소식을 앞서 알리게 될 것이고 하느님께 많은 사람을 인도할 것입니다.
늙은 부부의 삶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구원의 역사를 한데 모아 보여 줍니다. 기도하고 기다리며, 침묵 속에서 애원하는 우리의 삶도 헛되지 않습니다. 구원은 거대한 권력의 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향 연기 곁에서 올리는 한 사람의 기도를 통하여 자라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 그 한복판에서 길을 열어 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기도는 공허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는 반드시 그분의 시간 안에서 응답을 얻습니다.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