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번역스크립트

귀향에서의 사건

작성자EXTRA|작성시간23.02.11|조회수1,217 목록 댓글 6

 

 

 

"어머니, 잠깐 나갔다 올게요."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왔다. 본가와 주변의 경치는 그리 바뀌지 않았기에 옛날 기억이 떠올라 산책에 나섰다.



"나도 딱히 바뀐 게 없구만..."



갖가지 추억을 떠올리며 터벅터벅 걸었다. 그러고 보니, 거기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어릴적에 이런저런 것으로부터 도망치려 비밀 기지를 만든 적이 있다. 역시 옛날 일이니, 이젠 남아 있지 않겠지.



==================================================

(이하 댓글의 요청에 따라 윗부분을 클래식하게(?) 번역해 보았습니다. 이게 오히려 더 어렵네요)



"엄마, 잠시 나와 갈 거야."



오랜만의 귀향.

실가와 주변의 경색은 그다지 변함이 없었다.

산보를 나간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옛날 일이 떠올라서였던 것이다.



"나도 바뀌지 않았던 것이었다..."



색색의 일을 생각나며 토보토보 걷는다.

...그래 아니, 거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의 무렵 색이 있는 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만들었던 비밀기지.

유석에 옛날 일이다. 더이상 없게 되었을 것일까.

==================================================



"어차피 시간도 있고 하니 가 볼까?"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산속에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정도로 자그만 굴이 하나 있었다. 그곳을 발견한 나는 여러 물건들을 가져다두고 학교가 끝나면 거기로 가 놀곤 했었다.



"...아직 남아 있네."



기억 속의 장소에 굴이 있었다. 하지만 입구를 함석판 같은 것으로 막아 놓았다. 누가 막았을까? 굴로 다가가자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혹시 뱀이라도 있을까 싶어 살그머니 다가가 그저 올려 두었을 뿐인 함석판을 살짝 들췄다.



"데..."

"아..."



그곳에는 실장석 모녀가 있었다.



"데...데...데... 데에에에에에에에엑!!"

"우와!"



갑자기 실장석이 큰 소리를 질러 깜짝 놀랐다.



"데에! 데스! 데데스!!"



어미처럼 보이는 큰 실장석이 자그마한 새끼들을 자기 몸 뒤로 숨겼다.



"데쟈아아아아아아!! 뎃샤아아아아아!!"

"아, 얌마, 잠깐만 기다려 봐...어디, 찾았다."



지금은 실장 링갈이 휴대폰 어플로도 나온다. 링갈을 찾아 구동시켰다.



"아아, 미안하구나. 딱히 위협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데...? 학대파가 아니었던데스...?"



테에에에에...테치...

어미 실장석 뒤에서 자실장들이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본다.



"그게 말야, 어릴적에 내가 여기를 비밀기지로 썼거든.. 설마 그 뒤에 너희가 살고 있을 줄은 몰랐지."

"...그런데스? 와타시타치는 수많은 일을 겪고 여기를 집으로 한데스."



이야기를 들어 봤더니, 근처 공원에서 구제가 벌어지는 바람에 목숨만 건져 도망친 모양이다. 산에 들어온 뒤 우연히 이곳을 발견해 보금자리로 삼았다고 한다.



"미안한데스... 닌겐상의 집인 걸 모르고 산 데스..."

"마마, 아타치타치 여기서 못 사는테치?"

"여기 따뜻했던테치...밖은 추워추워서 싫은테치."



그렇게 말하며 우는 자실장들을 달랜 친실장은 자실장들에게 짐을 꾸리라고 말하고는 자신도 짐을 챙기려 했다.



"아, 아니, 잠깐만 기다려. 딱히 나가라는 건 아닌데 말이야."

"데...? 하지만 여긴 닌겐상의 집 아닌데스...?"



나는 어째서 여기 왔는지의 경위를 이야기했다. 얘기를 들은 친실장도 자실장도 눈을 빛냈다.



"그럼 나가지 않아도 되는테치?!"

"오네챠, 됐다테치! 잘된테치!!"

"닌겐상, 고마운데스! 정말로 고마운데스!"



몇 번이고 도게자하는 친과 뒤에서 덩실거리는 자실장들. 하나, 둘, 셋... 여섯 마리? 아니, 안쪽에 뭔가...



"갑자기 방해해서 미안해. 사과삼아 이걸 줄게."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고는 봉지를 뜯어 실장석들에게 넘겼다.



"마마, 악취는 없고 달달한 좋은 냄새가 나는테치!"

"텟츄~~웅!! 이런 거 처음 먹어보는테츄!"

"데스... 받아도 되는데스?"

"물론. 받으렴."



건넨 과자는 포키다.

자실장들은 처음으로 맛보는 단맛에 앞다퉈 모여들었다.



"오마에타치, 아껴 먹어야 하는데스!"

"하하, 괜찮아 괜찮아. 너도 먹으려무나."



실장석들은 달콤한 맛과 과자 부분의 맛에 혀를 내두르고 귀를 위아래로 파닥이며 기뻐했다.



"...저 뒤에 있는 녀석에게도 줘도 되겠지?"

"데?"



나는 뒤쪽에 있는 자실장이 신경쓰였다. 아까부터 흠칫흠칫 우리를 보면서 저실장을 돌보고 있었다.



"...그 자는 다친 자라서 괜찮은데스."

"아니지, 다쳤으니까 더 체력이 필요하잖아? 자, 먹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저실장을 돌보는 자실장에게 포키 몇 개를 건넸다.



"...아타치는 괜찮은테치... 오네챠들에게 줬으면 하는테치."

"무슨 소리야. 넌 다쳤잖아. 받으라니까."



살짝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눈이 적응되고 나니 자실장의 몸 여러 군데에 상처가 보였다. 옷도 여기저기 찢어져 알몸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포키를 부러트려 한 입 크기로 먹기 쉽게 만들어 먹여 주었다.



"자아, 어떠니?"

"...맛있는테츙, 닌겐상은 상냥한테치..."

"오네챠, 부러운레후! 우지챠도 먹고 싶은레후!"



자실장이 돌보던 저실장에게도 과자쪼가리를 먹였다.



"우지챠, 맛있는테치?"

"맛있는레후! 이런 거 처음 먹어보는레후!"



저실장은 똥을 질질 흘리며 감격한 듯했다. 그런데 왠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자 친실장과 자실장들이 과자를 먹다 멈춘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미안해."



나는 굴 입구로 물러났다.



"괜찮은데스. 그보다는 닌겐상에게 답례로 자들의 노래와 춤을 보여주고 싶은데스!"

"""테치! 지금까지 배운 노래와 춤을 열심히 하는테츄!"""

"대단한데. 그런 것도 할 수 있어?"



자실장들은 줄지어 서서 준비를 시작했다.



텟~승~♪ 텟~츙♪ 테치테치텟~츙♪ 텟츙♪ 텟츙♪

※스테이크, 스시, 맛있는 것들 정말 좋은텟~츙♪

언제까지나 놀면서 행복하게 사는텟~츙♪



뭐랄까, 엄청나게 복에 겨운 듯한 노래였다. ...우라시마 타로도 저랬으려나 등등의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자실장들은 비장의 노래와 춤을 마쳤다(아이들 학예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야, 대단하네. 이런 걸 보여주다니."



그렇게 말하고 박수를 치자 친과 자실장들은 눈을 빛내며 기뻐했다.



"오마에타치 정말 잘 한데스! 닌겐상에게 칭찬받은데스!"

"마마, 해낸테츄!"

"닌겐상이 메로메로된테츄♪"



...아니, 메로메로된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 그러고 보니... 너 '사육실장' 아니니?"



나는 친실장에게 목걸이가 걸려 있는 걸 알아차렸다.



"이것은... 와타시는 버려진데스... 공원에서의 생활은 정말 힘들었던데스... 이 자들은 그때 낳아서 열심히 기른데스..."

"그랬구나..."



친실장의 말이 끝나자 자실장들이 달려와 마마와 일제히 얼싸안았다. 군데군데 얼룩과 핏자국이 보였다. 정말 고생했던 모양이구나...



문득 밖이 슬슬 어두워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슬슬 돌아가야겠네."

"이제 가는테치?"

"닌겐상, 좀 더 놀고 싶은테치."

"코라! 투정부리는 자는 분충인데스! 닌겐상을 곤란하게 하면 안되는데스!"



나는 자들을 혼내는 친실장을 말리고는 손을 흔들어 준 뒤 굴을 나서다 안쪽에 있는 다쳤다는 자실장과 눈이 마주쳤다. 손을 흔들어 보이자 자실장도 기뻐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내일 보자."



그러자 실장석 가족은 기쁜 듯 모두 밖까지 따라나와 나를 배웅했다. 걷다가 뒤돌아보았더니 아직도 모두 손을 흔들며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실장석들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음날



나는 어제와 같은 오후 무렵에 실장석 친자의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먹이와 장난감도 샀다. 집의 입구에는 실장석 가족이 총출동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닝겐상, 오늘은 뭐 하고 노는테치?"

"놀아 주는 테치, 놀아 주는 테치!"



자실장들이 내 발치에서 뛰놀았다. 그때 자실장 한 마리가 내 신발에 똥을 발랐다.



"텟츄~~~웅♪♪"

"데데데데!! 무슨 짓인데스!"



친실장이 그 자실장의 머리를 때리고는 나를 곁눈질했다.



"미미미... 미안한데스... 이 자는 흥분하면 운치를 갖고 노는데스..."

"테에에.. 미안한테치..."

"하하, 흥분할 정도였니? 뭐 괜찮아. 그래도 다음번에는 주의하렴. 자. 선물이야."



내가 내미는 선물을 보자 실장석 친자는 광희난무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난생 처음 보는 과자와 장난감이니 당연하리라. 내가 봉지를 열자 언제쯤이려나 하며 기다리는 친자들의 뒤로 어제의 자실장이 눈에 들어왔다.



...? 어제보다 더 다친 거 같은데?



"저기, 저 아이 상처가 늘지 않았어? 그리고 왠지 어제보다 더 지저분해진 거 같은데..."



다친 것 말고도 똥도 묻었고... 옷도 어제보다 더 찢어졌는데...



"니, 닌겐상! 그 자는 어제 닌겐상을 따라가다가 다른 들실장, 그래, 들실장에게 습격당한데스!"

"어? 뭐라고?"

"그, 그런테치. 다른 커다란 오바상들 무서웠던테치..."



나는 실장석들의 설명을 들으며 그 자실장에게 다가갔다.



"...괜찮니? 아팠겠구나..."

"......괜찮은테치. 익숙한테치..."

"익숙하다니...습격당한 거잖아?"



가까이서 찬찬히 살펴보니 상처가 정말 아파 보였다. 이곳에도 아직 그런 놈들이 나오는 건가. 나는 편의점에서 산 실장석용 치료제를 꺼냈다.



"조금 아프겠지만 참아 봐."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치료제를 상처에 발랐다.

테에에! 테치이이...

상처에 약을 바르고는 붕대도 간단히 감아 줬다.



"이거면 될 거야. 아프게 해서 미안해."

"...닌겐상, 고마운테츄. 상냥한테치... 마치..."



자실장이 말을 잇기 전에 친실장이 고함쳤다.



"뎃스!! 닌겐상! 그보다 새로운 노래와 춤을 가르쳤으니 꼭 보셨으면 하는데스!!"

""""테츄~~~웅♪♪♪""""



뒤를 돌아보았더니 입 주변에 과자 부스러기를 잔뜩 묻힌 자실장들이 또 줄지어 서 있었다.



......



"그럼 또 내일 올게."

"고마운데스! ...닌겐상, 실은 부탁이 있는데스..."

"응? 뭔데?"

"저...저기데스... 와타시타치, 닌겐상이 좋은데스. 그러니 길러 줬으면 하는데스..."

"텟츄...닌겐상 상냥한테치, 부탁하는테치..."



...그렇구만.



"...좋아. 내일 다시 여기서 만나서 그떄..."

"데스! 혼또데스?!"

"해낸테치! 마마! 아타치타치 길러실장이 된 테치!"

"그 전에 말이야, 엿차."

"데?"



나는 친의 목걸이를 다시 들여다봤다.

...미도리...구나.



"그럼, 미도리. 내일 같은 시간에 또 올게."

"닌겐상, 기다리겠는데스!"



나는 어제처럼 굴 속의 자실장에게 손을 흔들었다. 자실장도 미약하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제처럼 온가족이 총출동해 돌아가는 나를 배웅했다.





그 다음날.

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편의점에 들러 확인한 뒤에 물건들을 샀다.



그리고 약속보다 이르게 기지로 향했다. 기지에 조용히 접근해 이어폰을 낀 뒤, 평소대로 앱을 구동했다. 기지 안에 딱 들어가 있을 실장석 친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ㄴ겐이 제대로 속아넘어간데스우."

"마마! 아타치타치 '명배우'테치?"

"그런데스! 와타시를 닮아 아름답고 연기력이 출중한 자들인데스우!"



기지 옆까지 눈치채이지 않고 접근하니 웃음소리도 들렸다.



"공원에서 뛰쳐나왔을 때는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잘 풀린데스우."

"이제 아타치타치 오늘부터 꿈에 그리던 길러실장인테치♪"



"그 바보닝겐은 이미 노예인테치. 운치를 제대로 발라 줬던테치♪"

"오마에도 잘 한데스♪ 데프프프프..."



과연. 똥을 문질러 댄 건 역시 그런 의미였구만.

....그렇다면.



"테프프프, 그 노예닝겐이 오마에를 조금 귀여워한다고 헛바람 들지 마는테치."

"테치! 아픈테치... 오네챠 이제 그만 때리는테치..."

"혼또테치! 오마에는 예전부터 노예였던테치! 분수를 알라는테치!"

"오마에가 노예닝겐에게 이것저것 받는 게 정말 아까왔던테치. 이렇게 이렇게 해버리는테치!"

"그만두는테치! 그만 때리는테치이!!"



"오마에타치 적당히 해 두는데스. 그 노예가 오기 전까지는 이 녀석은 어떻게든 하는데스."

"테에에에...싫은테치이...지금까지 계속 말 잘 들었던테치."

"시끄러운데스! 노예가 혓바닥이 긴데스! 오마에는 어차피 그 바보같은 '사육'의 자인데스우♪"

"...마마를 욕하지 말아주는테치..."

"시끄러운테치! 마마 말씀에 토 달지 말라는테츄!"

"테짓! 테츄..."



"데퍄퍄퍄! 오마에는 '이용가치'가 있기에 살려뒀지만 이젠 끝인데스~ 이제 노예닝겐을 잡았으니 쓸모없는데스~웅♪"

"마마, 이 녀석 이제 어떡하는테치?"

"그거야 당연한데스~♪ 이 녀석의 바보 마마랑 다른 자들처럼 맛있게 만드는데스~♪"

"테에에...그만두는테치...죽고 싶지 않은테치..."



확!!



거기까지 들은 나는 문을 걷어찼다.



"데"

""""테""""



상처투성이 자실장을 둘러싸고 있던 친실장과 자실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제히 나를 바라본다.



일순간.



"데데데데데데데데데데데... 닝겐상, 오, 오늘은 평소보다 이른데스. 안녕하신데스!"

""""""테테..테츄우~웅~♪""""""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걸 쉽사리 알 수 있었다.



"너희 말야. 나한테 거짓말을 했더군."

"데?! ...거짓말한 적 없는데스! 진짜데스!!"

"그...그런테치! 아타치타치는 결백하고 순진한 자들인테츄~웅♪"



진땀을 주룩주룩 흘리는 게 눈에 빤히 보였다. 한가운데 있는 그 자실장을 바라보았다. 어제보다도 상처가 더 늘었고, 걸친 넝마조각에 똥칠이 되어 있었다. ......예전의 괴롭던 기억이 한번에 되살아났다.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이냐?"

"데! 와, 와타시타치는 아무짓도 안 한데스! 귀엽고 아름다운 친자데스웅♪"



"그럼 말야, '미도리'. 하나 묻겠다. 네 목걸이는 뭐냐?"

"데...?"



나는 목걸이를 가리켰다. '미도리'는 목걸이를 들어올려 머리를 기울였다.



"이, 이건 주인님께 받은 소중한..."

"거짓말. 거기 적힌 건 전화번호와 인식번호다."

"...데...?"

"편의점에서 봤다구. 조금 전에 진짜 '미도리'를 찾으려는 전단이 붙었다. 애초에, 이 근처에서 들실장에게 습격당했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미도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편의점에 붙어 있던 애완동물 탐색 전단을 바라봤다.



"너 아까 그랬잖아? '바보같은 사육'이라고. 저 자실장의 진짜 마마겠지? 네가 잡아먹고 목걸이도 뺏었고?"

"데... 데데데데..."



실장석은 덜덜 떨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오마에타치! 도망치는데스!"



고함을 치고는 도망치려는 친실장과 자실장들. 하지만...



"어이쿠!"



털썩!



"데에에에?!"

"테치이?!"

"마마! 도망칠 수 없는테치!"

"너희 말야, 까먹은 거냐? 여긴 원래 내 비밀기지였다고."



나는 가져온 손전등을 켜 위에 놓았다. 비밀기지는 내가 쓰던 그대로였는데, 긴급용으로 셔터(그것도 주워 온 함석판이지만)를 내릴 수 있게 만들어 뒀었다.



"원래는 위급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 뒀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울부짖으며 구멍 속에서 도망다니는 자실장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의 친실장.



"자, 똥벌레."

"데...데에에..."

"너에게 거짓말했던 것을 사과해야겠다."

"데..데스...♪"



일순간 친의 표정에 웃음이 가득찼다. 이 상황이 실은 거짓말로 장난치는 것이었다고 상상한 걸까.



"나도 학대파야."



친도 자도 그 자리에 얼어붙더니 동시에 빵콘했다.



........................



"그럼, 이 자실장은 내가 데려가 볼까."



입구에 가져온 간이 의자를 펴고 앉았다. 그리고 상처입은 자실장의 붕대를 벗기며 분충 친자를 노려보았다.



"데에에에... 용서해 주시는데스..."

"테치이이...아타치타치는 나쁘지 않은테치..."



제멋대로 혀를 놀리는 분충들. 이 녀석들의 처분은 이미 정해 뒀다.



"어이, 분충 친실장."

"하...하이데스."

"이 아이의 자매는 몇 마리였냐?"



나는 무릎 위에서 붕대를 새로 감아주고 있는 자실장을 내려다봤다.



"와, 와타시의 자들과 같은데스. 여섯 마리였던데스..."

"그렇구만. 그럼 장녀, 앞으로 나와라."

"테에에...마마...살려주는테치..."



겁에 질린 장녀를 밀어내는 분충. 장녀는 눈물과 똥을 흘리며 내 앞에 강제로 섰다. 마치 사형집행대에 선 듯한 기분이겠지.



"어이. 미도리의 자를 처음에 어떻게 처분했나?"



침묵...

나는 가져오긴 했지만 더는 사용하진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을 꺼내들었다.



쿵!



"데에...!!!!"

""""""테에에에에에!!!""""""



분충들은 다시 눈물을 쏟으며 그 자리에 똥을 흘린다.

공원에서 자랐다면 잘 알고 있을, 학대파의 상징이라 할 만한 빠루다.



"데...자, 잡아먹은데스..."

"그렇군. 잡아먹었구나. 알겠다."



빠루로 장녀를 들어올려 분충 앞에 내밀었다.



"그럼 같은 걸 해라."

"데, 스... 데에에에?!"



분충 앞으로 장녀를 밀어놓았다.



"데, 안되는데스우! 장녀는 머리가 좋고 현명하고..."

"안 하면 너를 죽일 건데 그래도 되냐?"



다시 침묵.



"마마! 그만두는테치! 살려주는테치! 노예 닝겐 따위는 날려버리는테치!"



똥을 질질 흘리며 울부짖는 장녀. 분충은 결심을 한 듯하더니...



"테치이이이이!! 아픈테치!! 그만두는테치!! 이 멍청이이이!!!"



분충은 눈물을 흘리면서 울부짖는 장녀의 하반신부터 물어뜯었다. 날뛰면서 입 안에 들어가더니 안쪽에서 파킨 소리가 들리며 장녀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다른 자실장들은 공포에 질려 똥을 한가득 지리고는 그 자리에서 울부짖는다. 분충은 눈물을 흘리며 억지로 여러 번 씹어 장녀였던 것을 삼켰다.



"머...먹은데스... 이제 용서해 주기를 바라는데스우..."

"무슨 헛소리야."



나는 빠루로 친의 따귀를 때렸다.



"데벡!"

"너는 '미도리'가 빌어도 그만두지 않았겠지?"



뺨을 감싸쥐고 벌벌 떠는 똥벌레. 나는 그 분충에게 빠루를 겨누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럼 다음, 다음엔 어떻게 했나?"

"...다음으로는 밟아 죽인데스..."



거기까지 들은 나는 분충 차녀를 빠루로 집어들었다. 빠루 끝에 옷이 걸린 차녀는 공중에서 날뛰었다.



"멈추는테치!! 죽고 싶지 않은테치!!! 죽기 싫은테치이이이이이이이!!!!"



마구잡이로 울부짖는 차녀를 친의 발밑에 떨궜다.



"테쟈!"

"자, 똑같이 해라."

"데...데에에에..."



분충은 용서해 주기를 바라는 듯 나를 향해 얼굴을 돌렸지만, 내 표정을 보고는 똥을 쏟았다. 차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분충은 결심한 듯 차녀를 밟는다.



"차녀짱, 미안한데스우..."

"마마! 싫은테치이!!!!! 아직은 죽기 싫은테치이!!"



친실장은 조금씩 힘을 줬다.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와 차녀의 울음이 기지를 꽉 채웠다. 다른 자실장들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귀를 틀어막고 웅크렸다. 그러던 와중에,



뿌직!



자그마한 파열음이 나고는 차녀의 목소리가 멎었다. 분층은 오로롱 하고 울부짖었다. 장녀 때와는 달리 형체가 남아서 확인할 수 있었기에 더욱 무서운 모양이었다. 울고 있는 분충의 배를 빠루로 찔렀다.



"데겍! 데붓! 데봇! 데보에..."

"쉴 틈이 어디 있냐. 다음은 어떻게 했냐?"



토사물을 쏟는 분충의 뒤에서 도망치려는 녀석이 빤히 보인다. 이 녀석이 3녀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빠루로 잡아 올렸다. 공중에서 똥을 흘리며 날뛰면서 울부짖는 3녀.



"이 좁은 굴 속에서 도망칠 장소가 있겠냐."

"그만두는테치! 아직 아타치는 행복을 전혀 느껴 보지 못한테츙! 놓으라는테치!"

"...그러고 보니 넌 나한테 똥을 바른 녀석이군."

"테! 테테테테테..."



와들와들 떠는 3녀.



"생각이 바뀌었다. 너는 내가 죽여 주마."

"테에?! 테에에에! 살려주는테치! 구해주는테치!!"



3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공포로 물든다. 3녀는 분충을 바라보더니 똥닝겐을 해치우고 빨리 자기를 구해 달라며 아우성친다.



"데스우우... 닌겐상, 부탁하는데스. 살려주는데스우..."

"안되겠는걸. 난 학대파라서."



도게자하는 분충의 머리를 밟고는 발끝으로 분충의 고개를 쳐올렸다.



"잘 봐 두라구. 이 녀석이 어떻게 죽는지를."

"죽기 싫은테츄! 사,살려, 구해주는테츄!!!!!"



피눈물을 흘리며 날뛰는 3녀. 하지만 친실장은 바라보며 눈물만 흘릴 뿐 옴짝달싹할 수 없다.



나는 3녀의 오른팔을 잘게 뜯어냈다. 3녀는 엄청나게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다. 다음에는 왼팔, 다음에는 오른다리, 마지막으로 왼다리.



"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테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한결같이 울려 퍼지는 커다란 절규. 좋은 울음소리가 아닌가. 그리고는 서서히, 서서히 3녀를 쥐어짰다.



"그럼 다음은 모가지구나. 뭔가 남길 말은 있냐?"

"테베...테에...테지... 미, 미아,ㄴ한테츄... 부탁하...는..테치...죽기...싫...은테츄..."

"그렇구만."



테븃.



모가지를 돌려 떼어내자 피를 토하더니 움직임이 멎었다. 떨어진 모가지와 몸통을 그러모은 분충이 펑펑 울고 있었다.



"똥벌레야. 이게 인과응보라는 거다. 너희들한테는 어려운 말이라 잘 모르겠지만."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장녀어어! 차녀어어! 3녀어어어어!!!"

"그럼 다음이구만."



자실장들을 향해 몸을 돌리자 자실장들이 움찔거렸다. 이미 기가 질려 도망치려는 의욕도 사라진 것이었다. 아까보다는 뒤로 숨었지만 덜덜 떨며 나를 바라보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웅크리고 땅만 바라보는 녀석도 있었다.



"똥벌레, 세 마리 남았다. 다음엔 어떻게 죽였지?"

"데...데에에...데스우...우, 운치를..."

"똥을 어떻게 했다는 건데. 빨리 말해."



빠루로 대가리를 살짝 찌르자 부들부들 떨며 분층이 털어놓았다.



"두 마리는 우, 운치를 강제로 먹여 주주주주...죽인...데데데데스우...."



너무 덜덜 떠는 바람에 이까지 덜덜 떠느라 말도 제대로 못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상관없다.



"좋아. 분충, 어서 해라."



분충은 나를 바라보았지만, 받아치듯이 쏘아보았다. 그러자 분충은 덜덜 떨면서도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그만둬테치! 귀여운 아타치한테! 그만두는테치!!"

"마마! 멈추는테츄! 아직 죽기 싫은테치!!"



말 없이 천천히 두 마리를 향하는 분충.

이미 다리에 힘이 빠진 자실장은 팔을 써서 뒤로 슬금슬금 물러날 수밖에 없다. 분명 저것들이 4녀와 5녀일 것이다.



아직도 울부짖고 있는 4녀를 먼저 붙잡는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엥! 그만두는테츄! 운치 먹기 싫은테치!!"



4녀를 붙잡은 분충이 빤스를 내린다. 그리고 자기가 빵콘한 똥을 4녀의 입에 천천히 밀어넣는다.



"데쥬!! 모벳!! 쥬! 지이이!!"



울면서도 천천히 시간을 들여 똥을 4녀의 입 안에 밀어넣는 분충. 다음은 자기 차례라는 것을 알고 있는 5녀도 4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지 뒤로 물러나면서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마치 밥을 씹어 넘기듯이...



그러다 4녀는 질식했는지 움직임이 멎었다. 4녀의 죽음을 확인한 분충이 일어나 5녀를 보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옷이 엉망진창이 될 정도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분명 그만 용서해 달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하라니까."

"...데...스..."



작게 대답한 분층은 5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테에에엥! 이리 오지 마는테치! 저리 가는테치!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는테츄!!!"



필사적인 외침도 헛되이 붙잡힌 5녀. 손발을 파닥거리며 저항해 봤지만,



"쥬벳!"



분층은 빤쓰 속의 것을 5녀의 입 안에 넣었다.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최후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듯 보였다.



날뛰던 5녀도 돌을 긁히는 듯한 소리가 나는 순간, 움직임이 멎었다. 그리고 천천히 똥벌레가 일어서더니....



"데에에엥! 데에에엥! 이젠 싫은데스! 귀여운 자들을 죽이고 싶지 않은데스우!!!"



무너지듯 쓰러져 울부짖었다. 6녀도 그 모습을 보며 마찬가지로 울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 너는 이 자실장의 어미를 봐줬나? 자들을 봐줬어?"

"데에에엥! 그래봤자 어쩌란 말인데스... 오로롱! 오로롱!"



여전히 웃음이 나오는 울음소리다. ...그렇구만.



"좋아, 알았다. 그럼 6녀는 이 자리에서 살려 보마."

"...데! 진짜인데스?"

"테츄! 테츄-웅♪"



정말 알기 쉬운 녀석들이다. 나는 6녀를 빠루로 잡았다.



"데! 6녀! 죽이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은데스?!"

"테에에에! 마마! 마마!!!"



나는 선물하려 가져왔던 실장푸드 병에 든 것들을 바닥에 뿌렸다.



"데... 데에...?"



그리고 병 속에 6녀를 넣고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빠루로 마개에 구멍을 냈다.



"테에에! 밥인테치! 맛있는테츙♪"



병 속에 남은 푸드를 먹으며 신바람이 난 6녀. 방금 전까지 자매들이 죽임을 당했는데도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뭐, 그게 최후의 만찬이다. 마음껏 즐겨 보려무나.



"그럼... 그럼 이제 끝인데스우...?"

"그래."

"!! 정말 고마운데스우...!"

"뭔 헛소리야?"

"데?"



나는 빠루를 분충의 면상 앞에 들이댔다.



"아직 네가 남았잖아?"

"데...데에에...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



병 속에서 푸드에 흠뻑 빠진 6녀를 내려두고는 분충에게로 향했다.



"일단 옷을 벗어라."

"데스?! 뎃스~웅♪"



나는 빠루 끝으로 얼굴을 찔렀다. 분충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역겨운 상상은 집어쳐. 빨리 벗어라."

"데베베베베...데스우..."



옷을 벗는 게 싫은지 미적거리자 나는 빠루로 배를 찔렀다.



"빨랑 하라니까. 가만 보니 네 옷도 아니구만."

"...그런데스... '미도리'의 옷인데스..."



살짝 지저분해서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평범한 옷과는 디자인이 다르다. ...옷까지 뺏은 거냐. 설마 다른 자실장들도 그랬던 거 아냐?



옷을 다 벗은 분충을 정좌시켰다. 다시 빠루로 오른쪽 뺨을 갈겼다.



"데벳! 데데데데데..."

"아파할 틈 없다. 다음은 스스로 머리를 뽑아. 앞 뒤 전부."

"데에?!!!"



놀라는 분충. 뭐, 머리카락은 소중히 했을 테니까. 놀라는 것도 당연하려나. 분충은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머, 머리카락은 소중한데스... 무, 무리데스우..."



다시 울음짓는 분충.



"역시 똥벌레구만. 새끼보다 머리카락이 더 소중하냐?"

"...자식도 머리도 똑같이 소중한데스!! 오마에가! 오마에가 죽어 버린데스!!!!"

"그렇구만. 근데 그래서 어쩌라고?"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스우우우우우우우우우!!"



분충이 나를 향해 달렸다. 손에는 뭔가를 쥐고 있었다. 하지만.



팅!



"데스?!"



빠루가 울렸다. 분충이 손에 쥐었던 것은 녹슨 못이었다.



"뭐, 쫒겨난 분충들은 대체로 항상 같은 패턴이더라."

"데..데데...마마의 마마로부터 물려져 내려온 우리 집안의 보검이... 데에에에..."



그런 녹슨 못 따위가 보물이라는 거냐. 최후의 수단이 막혀 얼타는 사이에 보도인지 뭔지를 빠루로 분충의 대가리에 박았다.



"데쥬! 데지이이...데즈즈..."



분퉁은 통증에 비척비척 일어섰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데다가 아까부터 빠루로 두들겨 맞아 온몸이 엉망진창이었다.



"빨리 해."

"데스...데에..데스...! 데스우우우우우우우우!!!"



분충은 커다랗게 외치며 앞머리를 손에 쥐더니



"데쟈아아아아아!!!!"



단번에 머리카락을 뽑아냈다.



"다음은 뒷머리다."

"데스?! .........데에에에에!!!!!"



분충은 눈을 꾹 감더니 뒷머리도 뽑아냈다.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면서 분충은 제자리에 서 있었다.



"좋아. 잘 했다."

"그럼... 그럼 이제 용서해 주는데스...?"



낯빛이 펴지기 시작한 분충의 얼굴을



부웅

데벳!



빠루로 다시 절망에 떨어트렸다.



"...용서해 주는데스...미안한데스...다시는 그런 짓 하지 않겠는데스..."

벌벌 떨며 다시금 도게자하면서 용서를 구해 보지만, 처분은 이미 정해 뒀다.



"안 돼. 네 처형은 기정사실이야."

"데데데데데...데에에에데스우우우우........."



분충의 목을 노끈으로 죄고는 빠루로 두들겨팼다. 똥벌레는 다시 나가떨어졌다. 그러고 있자니 아까의 자실장이 눈을 떴다.



"테...테에? 닌...겐상테치...?"

"일어났구나. 안녕. 몸은 괜찮니?"



그러자 자실장은 자기 몸을 움직여 보았다.



"아직 아프지만 괜찮은테치! 닌겐상이 발라 준 약은 대단한테치!"

"그래, 잘 됐다. 넌 이 녀석한테 노예로 잡혀 있었지?"



그렇게 말하자 자실장은 구멍을 두리번거리다 마지막으로 분충에 눈이 닿았다.



"...? 테치...? 무서운 오네챠들은 없는테치...?"

"이제 괜찮아. 내가 무서운 언니들은 없앴단다."



그러자 자실장은 나를 바라보며 눈물지었다.



"...정말인테치? 이제 아픈 일 아픈 일 안 당하는테치? 운치 안 먹이는테치...?"

"물론. 정말이야. 이제 안심하렴."



자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내게 뛰어들어 울음을 터트렸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무서웠던테치! 무서웠던테치이!"



자실장의 말에 따르면 산보하던 마마가 붙잡히고 다른 자매들이 인질이 되어 옷을 뺏기고는 머리카락도 뽑힌 뒤 두들겨맞아 마마가 죽었다고 한다. 다른 자매들도 노예가 되어 죽임당해 자기가 마지막으로 남았다고 했다.



"...닌겐상, 도와줬으면 하는테치..."

"응? 뭐야, 다 구한 게 아니었나..."

"저기인테츄... 아타치의 마지막 이모토챠인 우지챠가 있는테츄..."



깊숙히 가리키는 곳을 보자 똥벌레들의 운치굴이 있었다.



"어이, 분충."

"! 하, 하이데스!"

"빨리 이 아이의 여동성을 꺼내 와라. 그리고 네가 뽑은 머리카락으로 똥을 싹싹 닦아 내."



내가 지시한 대로 분충은 황급히 운치굴에 손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이, 이거인데스..."

"레후? 오네챠! 드디어 나온레후!"

"이모토챠! 다행인테치!"



울면서 껴안고는 재회를 기뻐하는 두 마리.

저실장도 자매가 한 마리씩 돌보고 있었던 모양인데, 이녀석들이 비상식용으로 가둬 놨을 것이다.



"닌겐상은 카미사마같은데츄! 고마운테치..."

"레후...우지챠, 어서 프니프니받고 싶은레후..."



감동의 재회를 기뻐하는 두 마리에서 눈을 떼고 분충을 바라보았다.



"그렇구만... 똥벌레."



아래를 내려다보자 벌벌 떨면서 똥을 싸지른다.



"생각이 바뀌었다. 너는 공원으로 돌려보내겠어."

"데?! 그..그것만은 싫은데스! 살려주는데스!"

"자, 가자고."



싫어하는 똥벌레에게 건 밧줄을 잡아당기고는 병 안에서 푸드를 탐식하는 6녀는 가방 안에 넣었다. 그리고 구출한 자실장과 우지챠는 손에 올린 채 공원으로 향했다.



.....................



공원에 도착하자 실장석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공원을 둘러보고는 어플을 실행했다.



"미안하지만, 여기 리더가 누구냐?"



그렇게 말하자 실장석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실장석 한 마리가 내게 걸어왔다.



"와타시가 이곳의 책임석인데스. 닌겐상은 무슨 일이신데스?"

"아, 너냐. 이 새끼 모르냐?"

"데데!! 이 녀석!! 어디 있었던데스!!"



사실 내 본가 동네는 이미 대부분의 실장석이 들실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장석들은 공원 구석에 있는 오두막집 같은 건물에 살고 있다.



일시적으로 분충이 늘어났던 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과 공존하려는 커뮤니티를 만든 들분충들이 주민들과 협력한 것이다. 덕분에 분충은 사라졌다고 해도 될 만큼 쫒아냈고, 공존을 시도했던 남은 들실장들은 청소나 농사를 도우며 이 지역에 산다. 말하자면 지역실장이라고 불러도 되는 셈이다. 이들은 주민들을 도우면서 밥을 받고 집을 얻은 것이다.



그러니 이런 분충이 나오는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 덕분에 안심하고 사육실장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놈들은 도시에서 왔다고 설치던 똥벌레들인데스! 닌겐상, 잘 잡아오신데스. 감사드리는데스."

"아냐아냐, 괜찮아. 그보다 말야, 이놈들 사육실장을 건드렸거든."

"데...데에에에에?!"



드물게도 가끔 도시에서 온 사람에게 버려지거나 잃어버리면서 들실장이 되는 놈들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의 분충은 좀처럼 없지만...도시에서처럼 사는 들실장은 여기서는 도태당한다. 그리고 이 커뮤니티의 최대 금기는 사람이 가진 물건이나 '사육'에 손을 대는 일이다.



"그러니, 이 녀석의 처분은 맡길게."

"...알겠는데스. 이런 분충은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벌을 주겠는데스."

"데에에에...! 살려주는데스! 용서해 주는데스우우우..."



용서해 줬다가는 공원이 아니라 산으로 도망쳤을 것이다. 그래서 이 커뮤니티는 분충은 용서하지 않는다. 봐줬다가는 이 공존 생활이 붕괴해 버릴 테니까.



"그리고, 이 녀석도야."



나는 가방에서 병을 꺼내 실장푸드를 즐기다 황홀에 빠져 똥을 지리며 잠든 6녀를 건넸다.



"딱 보면 알겠는데스. 저 분충의 자인데스..."

"미안하지만, 이 녀석도 부탁할게."

"당연한데스! '사육'의 자나 닌겐상에게 폐를 끼친 엄청난 멍청이들인데스! 이 자는 병째로 파묻어서 운치굴로 삼아 주겠는데스우!"



병과 분충을 끌며 실장석들은 건물로 향했다.



"어이, 빨리 걷는데스!"

"요, 용서해 주는데스우우우! 부탁인데스우우...!"



똥벌레 친자는 다른 실장석들에게 끌려갔다. 과연 24시간 잠잘 틈도 없이 일하는 노예가 될까, 아니면 스트레스 해소용 놀잇감이 될까.



"우리도 사라진 저놈들을 찾아다녔던데스. 덕분에 산데스! 감사드리는데스!"



꾸벅 절하고는 무리와 함께 떠나는 리더 실장석.



"정말이지 지금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구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자실장이 말을 걸어 왔다.



"닌겐상... 이제부터 아타치타치는 어떻게 되는테치...?"

"아, 그래. 그건 말야..."



...........



연휴가 끝나거, 나는 귀경하는 신칸센 안에 있다.

그 일 뒤, '미도리'를 찾던 집으로 자실장들을 돌려주러 갔었지만...



전단을 붙였던 사람은 집을 비웠고, 어디로 이사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벽보는 편의점이 철거하는 걸 잊었던 걸까... 미도리 친자를 찾지 못하고 계속 기억이 떠올라 견디기 힘들어서였으려나. 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모토챠! 보는테치! 엄청나게 빠른테츄!"

"대단한레후! 우지챠 흥분해 버린레후!"



결국 이 두 마리는 내가 데리고 살게 됐다. ...그때 그 광경을 보고 분노한 이유는, 나도 어릴적에 왕따를 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아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모습은 싫은 기억을 모두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학대파라는 건 좀 과장이려나. 한때 이 지역은 분충 사냥에 필사적이었으니 어떻게 보자면 주민 모두가 학대파라고 할 수 있으니까.



"닝겐상, 보는테치! 엄청 빠른테치!"



상처도 거의 나았고, 새 옷도 받은 두 마리는 이동장 안에서 엄청 소란을 피우고 있다. 분명 외로웠던 싱글의 삶도 떠들썩해지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



"데벳! 데짓! 데갸아아아아!"



분충의 절규가 울렸다.



"아직인데스! 닝겐상들에게도 폐를 끼친 오마에는 계속 이렇게 되는데스!"



실장석이 목소리를 높였다. 분충의 말로는 분충들이 반란을 일으킬 것에 대비해 대항하는 훈련 상대(샌드백)이었다. 하지만 위석을 뽑아 뒀기에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다.



"미...미안한데스우우.. 용서해주는데걋!"

"계속하는데스! 다음데스!"



분충은 기둥에 묶인 채 봉으로 온몸을 찔리고 있었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만두는테치! 이제 운치는 먹기 싫은테츄!!"

"오마에는 대단한데스~. 운치를 제대로 싸는데스~"

"아타치 제대로 싸는테치! 더 더 열심히 하는테치!"



자실장 훈련용 변기가 된 6녀. 벌써 며칠째 다른 실장석의 똥만 먹었다. 먹지 않는다면 질식사할 것이고, 다른 먹이도 없다. 6녀도 위석을 뽑혀 죽을 수도 없을 것이다.



"말 안 듣는 자는 저렇게 되는데스."

"...그건 싫은테치...무서운테치..."

"괜찮은데스. 오마에는 현명한 자데스. 마마와 모두들 닌겐상의 말을 잘 듣는데스~"



"도와주는테치이이이이! 마마!!! 마마!!!"



땅속에 묻힌 병 안에서 6녀의 절규가 울린다. 이들 친자는 커뮤니티를 위협하는 터부를 깨트린 까닭에 평생을 자기들이 저질렀던 것처럼 노예로서 살아갈 것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ajk321 | 작성시간 23.02.13 개인적으론 분충이 저리 쉽게 굴종하는게 아니라 끝까지 분충 스탠스로 갔어도 좋았을 데스
  • 작성자jisr | 작성시간 23.02.15 재밌게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반영구콘페이토 | 작성시간 23.02.20 존나게 재미잇는데승
  • 작성자하루야카 | 작성시간 23.03.07 전래동화 보는거 같네 ㅋㅋㅋㅋ
  • 작성자사육닝겐 | 작성시간 23.12.26 아마아마한 스크인데스웅~♡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