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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크립트/ 장편

길을 걷는 실장석 (10)

작성자weaio|작성시간17.08.03|조회수4,483 목록 댓글 5


장녀(자실장): 4녀와 적대.

차녀(자실장): 임신함.

3(자실장): 9녀를 밟았었음.

4(자실장): 장녀와 적대.

5(엄지)

5녀의 구더기

6(엄지): 여자에 의해 감전사.

6녀의 구더기: 7녀에게 입양됨.

7(엄지): 6녀의 구더기를 입양함

7녀의 구더기: 여자에 의해 폭사.

8(엄지)

8녀의 구더기

9(엄지): 3녀에게 밟혔었음.

9녀의 구더기

 

 

찐득하게 마른 토사물을 얼굴에 범벅한 채 깨어난 그린이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것은 6녀의 시체였다. 기겁을 하며 튀어 일어난 그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침한 지하실, 사방을 둘러 싼 유리벽, 건너편 수조에서 머리만 수면 위로 내놓은 채 불편한 자세로 졸고 있는 아이들. 잠들기 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주인에게 애원도 호소도, 거래도 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6녀의 시체는 벌써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어째서인데스? 어째서 주인님은 이런 슬픈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데스?‘

주인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그린의 마음에 점점 자라나고 있었다.

 

안녕! 그새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네?”

때마침 지하실 문을 열고 여자가 등장했다. 방 안의 공기는 전날보다도 훨씬 고약해져 있었다. 여자는 코를 싸쥐고 전날처럼 창문을 열고는, 서랍을 열어 뭔가를 확인하더니 다시 닫았다.

오수가 아직도 찰랑찰랑한 수조 안에서는 팅팅 불은 새끼들이 힘없이 치이치이 울고 있었다. 완전히 풀어진 실장푸드, , 시체 조각이 한데 섞여 끔찍한 냄새를 풍겼다. 여자는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묵직한 수조를 기울여 안에 있던 물을 바닥에 버렸다. 물은 바닥에 뚫린 배수구를 통해 빨려 내려가고, 드디어 몸을 누일 수 있게 된 자실장들이 수조 바닥에 털썩 드러누웠다.

배고픈테치... ... 테에...” “배가 꼬륵꼬륵레치...” “어제 준 맛없는 푸드라도 주시는레치...”

저런, 그러게 줬을 때 먹었어야지. 걱정 마, 오늘은 특별히 고기를 줄 테니까.”

고기테치?” “스시레치? 스테이크레치?”

눈을 반짝이며 기대하는 아이들의 앞에 썩어가기 시작한 6녀의 시체가 툭 떨어졌다.

, 고기!”

이건, 이건 6녀인레챠!” “6녀는 고기가 아닌테치!” “심한레치! 레에엥!”

먹기 싫으면 말던가.”

여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린의 수조에는 고급 푸드를 한 움큼 넣어 주었다.

, 먹어. 너는 특별히 오늘도 고급 실장푸드다.”

 

왜인데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푸드를 그대로 맞으며 그린은 여자를 노려보았다.

“6녀는 아무 잘못도 없는 착한 아이였던데스. 구더기는 아무 것도 몰랐던데스. 잘못이 있었어도 잘 타이르면 분명 고쳤을 것인데스. 그런데 왜 아이들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인데스?”

 

차갑게 말하는 그린을 보고 여자는 냉소적으로 입 꼬리를 올렸다.

그래, 이유가 있기는 있지.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짧게 본다면, 지금 네가 계속 내게 꼬치꼬치 토를 달고 있기 때문이지. 길게 본다면 너를 훈육하기 위해서고, 더 길게 본다면,”

여자는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맞붙였다.

결국 다 돈 때문이야, . 세상 일이 다 그렇지.”

고작 돈 때문에 주인님은 죄 없는 아이들을 그렇게 죽인데스까!”

고함을 지른 그린은 표정을 싹 바꾸고 애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데스, 주인님. 제발 지금이라도 상냥한 주인님으로 돌아와 주시는데스. 예전처럼 다시 행복하게 함께 사는데스.”

아니, 아니지. ‘고작돈이라니.”

여자는 검지를 흔들며 말했다.

돈보다 좋은 건 없어. 돈은 곧 행복이라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나는 돈이 필요해. 너라면 행복을 추구하는 내 마음을 이해하겠지, 길실장?”

아닌데스! 귀여운 와타시와 자들이 곧 주인님의 행복인데스! 그리고 와타시의 이름은 길실쨩이 아니라 그린쨩인...”

애처롭게 항변하던 그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길실장? 익숙한 말인데...

얕게 묻어둔 기억은 어렵지 않게 돌아왔다. 1년 전, 그린은 길실장이었다. 고향을 나왔고, 아랫마을을 발견했고, 공원의 비밀을 밝혀냈고, 구제에서 살아남았고, 학대파의 손을 벗어나 산실장이 되었었다.

하지만 그린은 그 기억을 꽁꽁 묻어 왔었다. 너무나 단단히 묻어 둔 나머지 자기 자신조차 잊고 살아 왔을 정도였다. 아이들에게도, 주인에게도 그린은 자신의 과거를 한 번도 밝힌 적이 없었다.

그런데 주인은 그린이 길실장이었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아니, 주인은 길실장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말문이 막힌 그린을 응시하며 여자가 눈도 깜빡 않고 술술 말했다.

길실장. 길을 떠도는 실장석. 누구보다도 강하고 영리한 자. 지식을 모으고 전하는 전령. 새로운 마을을 세우는 개척자. 너희 길실장은 다른 마을을 찾아서,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행복을 찾아서 고향을 떠나지. 하지만 최근 십여 년 사이에 길실장은 명맥이 끊겼어. 그리고 넌 보나마나 그 명맥을 다시 이으라는 장로의 말을 듣고 마을을 나왔겠지. 내 말이 맞아, 아니야?”

전부 사실이었다. 말문이 막힌 그린의 입이 딱 벌어졌다.

어느 새 새끼들도 여자와 그린을 바라보며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를 설명하려면, 먼저 네 의문 중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해. 바로 길실장이 사라진 이유에 대한 것이지.”

그리고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린이 상상도 못 했던 비밀이었다.

 

30여 년 전 린갈이 발명되고 찾아온 수 년 간의 사육실장 붐. 그 막바지에서 사육실장 업계는 위기에 몰려 있었다. 수요는 점차 잦아들었고, 음지의 학대파에게 몰래 공급하는 물량만으로는 크게 벌여 놓은 사업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건실해 보이던 업체들도 벌써 줄도산을 이어가는 가운데, 업계는 고급화 전략의 길을 택했다.

당시 사육실장 대부분은 개선의 여지가 없는 분충이었지만 편차에 따라 그나마 덜한 개체들도 가뭄에 콩 나듯이 눈에 띄었다. 훈육사들은 엄격히 선별한 개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번식시키고, 다시 선별하는 과정을 통해 영리한 사육실장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사육실장은 더 이상 주인에게 똥을 던지지도 않았고, 식탐을 과하게 부리지도 않았고, 주인의 비위를 맞출 줄도 알게 되었다. 때마침 개발된 PDA형 린갈 또한 제 2의 실장석 붐을 견인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제껏 보지 못한 사육실장에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점점 더 높은 수준의 사육실장을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개량을 계속할수록 실장석의 수준은 한계에 이르렀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발전은 점차 더뎌져 0으로 수렴할 지경이었다. 이미 고소득층 소비자는 현존하는 최고의 사육실장보다 아득히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었다. 누구든지 이 한계를 타파하기만 한다면 막대한 부를 거머쥐리란 것이 자명했다.

훈육사들은 자연으로 눈을 돌렸다.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하다면 수십만 년 간 자연이 솎아낸 실장석 중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중에 판매되는 특등급의 사육실장은 웬만한 산실장을 능가하고 있었지만, 지칠 줄 모르는 훈육사들은 더 뛰어난 실장석을 찾아 산과 들을 이 잡듯 뒤졌다.

몇 년이 지나고, 한 사육실장이 조용히 박람회에 출품되었다. 신체적 능력, 지능, 충성심, 모든 면에서 실장석의 수준을 완전히 뛰어넘은 꿈의 사육실장이었다. 그 실장석이 얼마에 팔렸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구매자가 백지 수표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그 실장석의 비결이 밝혀지기까지 또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 극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정보가 공유되었어. 너도 눈치 챘겠지만, 그 실장석은 길실장이었다.”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지. 대체 그 조그만 가슴에 얼마만큼의 자존심이 들어 찬 건지, 아무리 훈육해도 너희들은 도통 말을 듣지 않았거든. 인간이 너희에게서 원하는 무한한 충성을 새겨 넣는데 성공한 길실장은 평균 500마리 당 한 마리.”

여자는 손을 쫙 펼치며 말했다.

상상이나 가니? 평범한 사람은 평생 구경도 못 하는 길실장이 500마리나 투입되어야 최고급 사육실장 하나가 탄생한다는 것이 말이야. 게다가 너희 길실장은 번식시켜서 양산하지도 못 해. 실장석의 번식은 돌연변이로 진행되는데, 이미 완벽하게 태어난 원판이 돌연변이 되어 봐야 열화품일 뿐이니까.”

그래서 길실장이 모두...”

맞아. 일반인들은 몰랐지만, 그 때 너희 몸값은 훈육사들 사이에서는 정말 천정부지의 고가였어. 알 만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눈이 벌게져서 길실장을 보이는 대로 잡아들이고 사들였거든. , 정말 열정적인 시대였지.”

여자는 입술을 핥으며 손을 비볐다.

그런데 그렇게 잡아들이다 보니까 언제부터인가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고. 그 때가 10년 전, 딱 내가 이쪽 바닥에 뛰어 들었을 때야. 참 아깝지,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다면 한 탕 더 크게 벌었을 텐데. 아무튼 그 이후로 길실장은 정말 가끔씩 발견되는 것 말고는 명맥이 끊겼고, 길실장이 안 잡히니 최고급 사육실장도 생산이 멈췄어. 프리미엄 제품군이 견인하던 사육실장 시장도 자연스럽게 결딴이 나 버렸고. 그게 다야.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이르게 된 거지. !”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그린은 정신이 멍해졌다. 길실장이 사라진 것은 인간 때문이었다. 여자가 자신을 길러온 것 또한 철저히 계획된 일이었다.

그린은 오래 전 만났던 공원 우두머리의 말을 문득 떠올렸다.

길실장이 끊긴 후 마을을 나선 건 실장석이 세상에 우리 둘뿐인 건 절대 아닌데스.’

과연 우두머리의 말이 맞았다. 길실장이 끊긴 이후에도 다른 마을들은 길실장을 내보냈었다. 다만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하나 둘 인간에게 잡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을 뿐이다. 아무리 길실장을 배출해도 응답받지 못하던 마을들은 하나 둘 문을 닫아걸었고, 결국 그린에게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 주인님!” 그린은 외쳤다. 여자는 새끼들의 수조에 손을 뻗고 있었다.

와타시가 최고급 사육실장이 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데스까?”

그러면 새 주인이 너를 사 갈 거야. 걱정 마, 사육실장 시장은 망했어도 나한테는 항상 고객이 줄을 서니까. 나 말고 최고급 사육실장을 훈육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거든.

새 주인에게 가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스?”

네가 내 집에서 즐기던 삶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겠지?”

자들도 함께 살 수 있는데스까?”

여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히 보이네. 주인이 허락한다면야 가능하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 넌 아직...”와타시는 준비된데스!”

그린은 가슴을 팡팡 치며 빽 외쳤다.

와타시는 충성을 다하겠는데스! 와타시는 이미 어엿한 최고급 사육실장인데스! 그러니 와타시를 빨리 새 주인님께 보내는데스! 그리고 사육실장이 될 와타시의 자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마는데스!”

그래, 그렇다면 네 충성의 증거로 지금 네 자를 모조리 죽여라.”

?”

 

수조 안에서는 아이들이 웃기지 마는레치! 마마는 절대 와타시를 아프게 하지 않는테치!’ 하며 조잘조잘 항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무한한 충성을 바치겠다며? 지금 망설이는거니?”

, 데뎃, 그딴 것 하지 않아도 와타시는 이미 최고급 사육실장인데샤!”

시간이 아깝군.”

혀를 쯧 차며 그린의 수조에 고개를 바짝 기울인 여자는 웃음기를 거두고 나직하게 말했다.

잘 들어. 네가 준비되었는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한다. 너는 네가 어떤 상태에까지 이르러야 하는지 몰라. 그걸 생각할 자아가 남아 있다면 아직 넌 완성되지 않은 거다. 왜 너의 자들을 죽이는지 물었었지? 난 네 안에 절망의 씨앗을 심는다. 그 씨앗은 움트고 자라서 결국 너를 송두리째 먹어 치울 거야. 마지막 남은 너의 조각이 사라지는 날, 너는 내 말의 의미를 알게 될 거다.”

여자는 몇 초 뜸을 들이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걱정 마. 넌 반드시 그렇게 될 거니까. 길실장이 사육실장이 될 확률은 0.2%라고 내가 말했었지?”

씩 웃으며 여자는 덧붙였다.

내가 훈육한 길실장들은 100%였단다.”

 

식은땀을 흘리는 그린을 뒤로 하고 여자는 뚜벅 뚜벅 걸어가더니, 번개처럼 수조에 손을 뻗어 9녀와 구더기를 낚아챘다.

, , 거짓말레치? 살려주는레치! 닌겐에게 살해당하는레치! 마마!”

바짝 마른 구더기도 가녀린 비명을 지른다.

레삐이! 싫은레후! 마마의 프니프니 한 번이라도 다시 받고 죽고픈레후!”

테에엥! 9녀챠! 구더기챠!”

“9녀챠가 잡혀가는레치, 마마! 뭐라도 하는레치!”

구더기를 단단히 끌어안은 채, 9녀는 여자의 손에 붙들려 지하실 문으로 잡혀갔다., 그리고 걱정 마.”

문을 닫기 직전, 싱긋 웃으며 여자가 말했다.

더 이상 너의 자식 아무도 내 손에아픔 당하지는 않을 테니까.”

닌게에에엔!”

닫히는 문을 향해 그린이 소리 질렀다.

 

 

다들 들은테치? 우리는 모두 여기서 죽는테치.”

4녀가 비웃음을 흘리며 자매들을 선동했다.

“9녀챠가 또 잡혀간테치. 죽는 게 뻔한테치. 마마를 보는테치! 깨끗한 물에, 아마아마한 푸드에 화장실까지 있는테치. 하지만 우리에게는 무엇테치? 6녀의 시체테치! 우리는 마마를 사육실장으로 만들기 위한 재료일 뿐인테치.”

장녀를 째려보며 4녀는 또박또박 말하고는 침을 퉤 뱉었다. 다른 자매들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싫은레치! 죽는 건 싫은레치!”

와타치는 죽으면 안 되는테치! 자들에게 행복한 삶을 주어야 하는테치!”

레에엥! 레에엥!”

장녀는 4녀의 눈길을 애써 피하며 망부석처럼 우두커니 웅크렸다. 4녀도 콧방귀를 뀌며 구석을 향해 돌아누웠다.

 

레햐? 오네챠? 오네챠의 냄새가 나는 레후!”

한 편, 7녀의 품에 안겨 있던 6녀의 구더기가 코를 킁킁대더니, 7녀의 품을 벗어나 6녀의 시체를 향해 열심히 기어갔다.

오네챠! 오네챠! 돌아온레후! 믿었던레후!”

구더기챠! 그건 6녀차가... 6녀차가 아닌레치! 돌아오는레치!”

아닌레후! 이건 우지챠의 오네챠가 맞는레후! 오네챠, 우지챠의 오네챠와 우지챠 사이를 갈라 놓으려는레후? 교활한레후!”

...”

구더기의 비난이 비수가 되어 7녀의 가슴에 꽂혔다. 구더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꼬물꼬물 기어가, 6녀의 시체에 볼을 부비고 핥고 꼬리를 파닥파닥 흔들며 온 몸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레치잇...”

7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6녀의 시체와 구더기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친실장에게 있어 엄지는 아무래도 자실장보다 우선도가 낮다. 풍족한 때는 똑같이 소중한 아이지만, 자원이 부족할 때에는 역시 자실장을 먼저 챙긴다. 위급한 때가 닥친다면 자실장을 지키기 위해서 엄지 정도는 몇 마리고 희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은 엄지가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도록 압박하고, 이는 구더기에 대한 병적인 집착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구더기를 잃었다가 겨우 6녀의 구더기를 입양했던 7녀는 지금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타치가 저런 시체보다도 못한레치...?’

7녀는 이빨을 꽉 깨물었다.

 

오들오들 떨며, 9녀는 구더기를 꽉 끌어안았다. 엄두도 못 낼만큼 높던 계단을 인간은 뚜벅뚜벅 걸어 올라간다. 찰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9녀는 한 번도 와 보지 못했던 여자의 방에 도착했다.

아타치는 이제 살해당하는레치? 얼마나 아픈레치? 구더기쨩은 어떻게 되는레치? 아타치가 죽으면 구더기쨩이 무서워할지도 모르는레치. 구더기쨩은 고통 없이 죽게 해 달라고 부탁해 보는레치? 하지만 닌겐상이 일부러 거꾸로 하면 어떻게 하는레치?’

괜찮니?”

온갖 끔찍한 죽음을 상상하던 엄지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눈물범벅인 얼굴을 살며시 들어올렸다.

저런, 많이 놀랐나 보구나.”

, 레에?”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 보았지만 꿈이 아니었다. 주인님은 예전의 친절한 모습으로 자신을 부드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배고프지? 목마르진 않니? 아니, 일단 옷부터 갈아입을까? 원하는건 뭐든지 들어 줄게. 우리 불쌍한 9...”

? ? ?”

 

잠시 후, 9녀는 깨끗이 목욕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채로 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대형 콘페이토를 껴안고 열심히 핥고 있었다. 옆에서는 주인님의 절묘한 프니프니에 쾌락의 극치를 맛본 구더기가 포동포동해진 배를 볼록 내민 채 코를 골고 있다. 앞이마를 살살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에 9녀는 완전히 무장해제되었다.

감사한레치, 주인님. 레에엥... 아타치 너무 무서웠던레치... 하지만 상냥한 주인님으로 돌아와줄 줄 믿고 기다렸던레치...”

설움이 북받친 9녀가 콘페이토를 핥다 말고 울음을 터뜨렸다.

고맙긴... 내가 고맙지. 끝까지 살아남아줘서 말이야.”

그런레치. 레에엥... 아타치는 너무 슬퍼서 파킨할것만 같았던레체...”

아니, 그거 말고.”

여자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몰랐어? 3녀가 너를 죽이려 하고 있었던 걸?”

...?”

 

여자는 끈질기게 속삭이며 9녀를 세뇌했다.

아닌레치. 오네챠가 그럴 리가 없는레치.”

정말이라니까? 내가 왜 이런 거짓말을 하겠니?”

아닌레치. 주인님이 착각하신레치.”

정말 그럴까? 잘 생각해봐. 3녀가 그동안 너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9녀는 닿지 않는 짤막한 팔로 귀를 막으려고 애썼다. 여자는 엄지의 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3녀는 너를 짓밟았어. 과연 그게 우연이었을까?”

우연인...레치.”

그것도 정말로 죽일 작정으로 있는 힘껏 짓밟았잖아. 그 때 많이 아팠지?”

, 아타치는 기억나지 않는레치.”

잘 생각해봐. 아팠잖아? 아파서 몸부림치며 울었잖아?”

“...”

너무 아파서 엄마를 부르며 불렀잖아?”

아팠......레츄...”

그것 봐. 그리고 나서 다른 자매들이 너를 걱정할 때 3녀는 뭘 하고 있었지? 구석에서 혼자 고소해 하며 키득키득 웃었어.”

오네챠가...아타치를...”나는 너를 구해 준 사람이야. 3녀는 너를 밟은 사람이고, 나는 그 때도, 지금도 항상 너를 구해줬지.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

3녀가 9녀를 밟았었던 것은 여자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연을 기회로 활용하는 능력이 바로 훈육사의 자질이다.

그리고 또 의심 가는 건 없어? 기억을 잘 더듬어 봐.”

, 있는레츄.”

그래. 뭔지 말해보렴.”

어젯밤 3녀가 아타치를... 물에 빠트린레치...”

정말? 그 때 3녀는 어떤 표정이었는지 말해줄래?”

“...웃고 있었던레치.”

9녀의 기억은 벌써 입맛에 맞춰 왜곡되었다.

이런데도 내 말을 못 믿겠니?”

 

9녀는 팔을 툭 떨어뜨렸다. 여자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심해. 3녀는 너를 죽이려고 했어. 나는 널 구해준 거야. 생각할 시간을 좀 더 줄게.”

9녀는 방문을 닫고 나가려는 여자를 불렀다.

, 주인님... 그리고 의심 가는 게 또 있는레치.”

정말? 뭔데?”

9녀는 잠들어 있는 구더기를 흘겨보며 주인의 귀에 속닥속닥 속삭였다.

의심은 들불과 같아 한번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법이다. 구더기가 9녀를 욕했을 때 남긴 상처는, 응어리가 되어 9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가 검은 꽃으로 피어났다. 어느 새 9녀의 기억 속에서, 구더기는 3녀와 작당하고 9녀를 죽이려 한 악당이 되어 있었다.

9녀의 하소연을 들은 여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정말 세상에 믿을 구석 하나 없구나. 이건 어때? 내게 계획이 있는데...”

여자는 9녀의 귀에 속삭이자, 9녀의 입꼬리는 사악한 미소로 조금씩 일그러졌다.

 

 

여자는 하루 종일 돌아오지 않았다. 이틀째 쫄쫄 굶은 새끼들은 배고파 기절할 지경이었다. 바닥에 조금 고여 있던 물은 이미 모조리 핥아먹었다.

구석에 밀어놓아진 6녀의 시체는 벌써 속에서부터 썩기 시작해 피부는 군데군데 검게 변색되고 온 구멍에서 썩은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악취가 수조를 메웠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목까지 물이 차오르던 전날 밤에 비하면 훨씬 쾌적한 환경임은 틀림없었다. 새끼들은 주린 배를 애써 외면하며 바닥에 웅크리고 잠을 청했다. 전날의 조합대로 5녀는 장녀의 품에, 7녀는 차녀의 품에, 8녀는 4녀의 품에. , 6녀의 구더기는 7녀 대신 아직도 6녀의 시체에 매달려 잇다. 9녀와 떨어진 3녀는 홀로 ‘9녀짱...’하고 중얼거리며 쓸쓸히 잠들었다.

 

부둥켜안은 장녀와 5녀가 속닥인다.

오네챠... 무서운레치. 아타치도 결, 결국 살해당하는레츄?”

걱정 마는테치. 이건 주인님의 시험인테치. 와타시는 반드시 버틸 테니 5녀쨩은 와타시만 믿고 기다리는테치. 와타시가 꼭 세레브 테치카가 되어서 죽은 이모토챠도 살려내고 다들 행복하게 돌아가는테치.”

알겠는레츄. 오네챠만 믿는레치!”

당연한테치. 하지만 4녀는 분충이니 조심하는테치. 주인님께 대드는 못된 분충인테츄. 언젠가 와타치가 가만두지 않는테치.”

, 알겠는레치...”

 

한 편 맞은편 귀퉁이에 자리를 잡은 4녀와 8녀도 비슷한 작당을 하고 있다.

반드시 여기서 탈출해야 하는테치. 똥닌겐은 우리 모두를 죽일 작정일테치.”

레히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테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녀를 제거하는 것인테치. 똥장녀는 이미 닌겐의 앞잡이인테치. 우리가 도망치지 못하게 막을 것이 분명한테치. 그 때가 오면 8녀챠는 꼭 와타시를 돕는테치.”알겠는레치. 레에에...”

 

전날보다 한 층 더 격렬해진 꼬르륵 소리와 함께 두 번째 밤이 찾아들었다. 8녀의 구더기는 어째선지 늦게까지 정신이 말똥말똥했다.

레후... 너무 배고픈레후. 목도 마른레후.”

프니프니를 받고 싶었지만 아무리 칭얼거려도 피곤에 찌든 8녀는 일어날 기미조차 없었다. 할 수 없이 구더기는 맨 바닥에 엎드려 몸을 굴리며 임시로 프니프니했다. 텅 빈 배에서는 물똥 대신 실방귀만 새어나온다. 잠시 후 진이 빠진 구더기는 바닥에 쭉 드러누웠다.

딱딱한레후. 힘든레후.”

주위의 오네챠들은 전부 구겨진 양말처럼 뭉쳐져 코를 골고 있다. 6녀의 시체에서 풍기는 죽음의 냄새가 구더기의 코를 찔렀다.

우지챠도 손 쭉쭉 발 쭉쭉 해서 오네챠와 잔뜩잔뜩 놀고 싶었던레후. 하지만 우지챠는 지금 핀치레후. 당장은 아니지만 곧인레후. 우지챠도 알 수 있는레후.”

애늙은이마냥 한숨을 쉬던 구더기는 수조의 유리벽 너머를 내다보았다. 그날 밤은 보름이었다. 보름달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조그만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달빛이 방 안을 은은하게 메웠다.

달님 빛이 예쁜레후... ? 레쿳, 케훗. 답답한 레후?”

구더기가 기침을 몇 번 토하더니 콧구멍에서 별안간 연녹색의 실이 자꾸자꾸 뿜어져 나왔다. 구더기는 본능에 따라 몸을 굴리며 실을 감았다. 고치가 된 구더기는 8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오네챠, 잘 자는레후. 구더기도... 자는.........”

 

8녀의 구더기가 고치가 된 뒤 얼마 후, 7녀가 번쩍 눈을 떴다.

레챠-! 분해서 도저히 잘 수가 없는레치!’

차녀의 품에서 꼬물꼬물 빠져 나온 7녀는 코를 찌르는 악취도 못 느끼고 6녀의 시체 앞으로 다가갔다. 점점 흉측해지는 6녀의 물컹물컹한 뱃살 위에는 피골이 상접한 6녀의 구더기가 얼굴을 폭 파묻은 채 새근새근 숨을 내쉬고 있었다.

구더기쨩은 이딴 분충의 시체 따위가 뭐가 그리 좋다는레츄!“

7녀는 썩어가는 6녀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물컹한 살이 터지며 사방으로 시체 썩은 물이 찍 하고 튄다.

오네챠 좋은레후... 코휴... 다른 오네챠는 싫은레후. 구더기는 오네챠뿐인레후...”

구더기가 잠꼬대하며 돌아눕는다. 7녀는 속이 뒤집어졌다.

이딴, 이딴 분충 따위! 와타치가 더 훌륭한 오네챠인레치! 말도 안 되는레치! 계속계속 안아주고 프니프니도 해 준 레치! 뭐가 더 부족한 거냐는레챠!’

7녀는 6녀의 시체를 몇 번 더 걷어차고는 씩씩대며 차녀에게로 돌아갔다. 곧 마마가 될 차녀는 뱃속의 구더기쨩들 때문에 점점 더 뚱뚱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차녀 오네챠는 구더기쨩을 낳을 수 있어 부러운레치. 아타치는 마마는커녕 오네챠도 못 되는레...?’

중얼대던 7녀의 머리에 묘안이 떠올랐다.

 

 

 

다음 날, 맹렬하게 울어대는 배꼽시계에 힘없이 깨어난 8녀는 눈을 뜨자마자 구더기를 찾았다.

구더기쨩? 구더기쨩?”

구더기가 있던 자리에는 구더기의 얼굴을 내놓은 고치가 놓여 있었다.

레에에! 구더기쨩이 고치가 된 레치! 오네챠! 구더기 좀 보는레치!”

흥분에 팔을 휘휘 저으며 자매들을 불렀지만 자매들은 침울한 분위기로 무언가를 둘러싼 채 8녀의 부름을 무시했다.

뭐인레치! 뭐가 대수기에 구더기쨩이 고치가 된 중대 사건도 무시하냐는레치!”

볼을 뿡뿡 부풀리며 다가간 8녀는 눈앞의 광경을 목도하고 금세 비명을 질렀다. 턱이 빠지고 목이 터진 채 질식해 죽은 7녀의 입 밖에 구더기의 꼬리가 삐져나와 있었다.

 

뭐인데스? 왜 그러는데스?”

심상찮은 분위기에 그린이 펄쩍펄쩍 뛰며 건너편 수조의 광경을 확인하려고 애썼다. 자실장들이 물러나자 드러난 참사에 그린은 경악에 목소리조차도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엄지가 구더기를 삼키려고 했다.

그린도, 자실장들도 내린 결론은 동일했다.

동족식.

끔찍한 글자가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새끼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자실장과 눈이 마주친 엄지들이 떨며 뒷걸음질 쳤다. 텅 비어 빵콘조차 되지 않는 팬티에서 마른 방귀가 피식피식 새어 나왔다. 7녀의 시체를 본 자실장들은 비로소 자신이 엄지를 잡아먹을 수도 있음을, 엄지는 자실장이 자신을 잡아먹을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어색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를 깨려는 듯 장녀가 외쳤다.

“7... 7녀는 분충이었던테치. 벌을 받은 것인테치. 배고프다고 구더기를 먹다니, 정말 상상도 못 할 만큼의 분충인테치!”

그런테치.” 4녀가 비웃으며 말했다. “‘분충이었던테츄네.”

, ‘분충인테치.” 장녀가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와타시가 아는 그 분충처럼테치카? 테프프프.”

물론인테치. 분충을 오마에보다 잘 아는 자는 없는테치.”

장녀와 4녀가 신경질을 벌이는 사이, 세상에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세 엄지는 구더기를 안고 자실장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자기들끼리 모였다.

레에엥! 레에엥! 7녀쨩, 왜 그랬던테챠!” “치에엥! 나가고 싶은레치! 이젠 싫은레치!”

 

그린은 소리 높여 울었다. 자식들이 하나 둘씩 죽는다. 6녀와 구더기의 뒤를 이어 9녀와 구더기도 잡혀갔다. 7녀는 아끼던 구더기를 잡아먹다가 둘 다 죽었다. 남은 아이들은 쫄쫄 굶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토록 사이좋던 자매들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금이 가 버렸다.

그린의 가슴 속에서 쩌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그건 그린의 착각이었다. 그린의 위석은 이미 옛날 옛적에 적출 당했으니까.

 

한 편, 장녀의 마음속에서도 불신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왜 테치?’

장녀는 생각했다.

와타치의 시련이라지만, 이모토챠들은 왜인테치? 혹시 정말로 우리는 재료인테치? 와타치마저도 살해당하는테치?’

장녀는 고민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4녀의 말이 맞는 것 같이 느껴졌다.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기 시작하자 장녀의 마음에는 점차 절망이 깃들었다.

그래서 장녀의 위석은 쉬운 길을 택했다.

그럴 리 없는테치. 마마가 사육실장이니 어쩌고 하는 말도 다 주인님이 와타치를 떠 보려는 것인테치. 선택받은 와타치는 그런 데 절대 속지 않는 테챠!’

행복회로 비슷한 논리를 가동하며, 장녀는 주인에 대한 의심을 더 큰 믿음으로 덮어 버렸다. 모든 것은 믿음으로 정당화되고, 믿음으로 보상받는다.

반쯤 미친 듯한 장녀의 눈이 광기로 빛났다.

 

! 레챳! 챠아앗!”

잘 먹고 잘 잔 9녀는 순식간에 포동포동한 모습을 되찾았다. 건강해진 9녀는 기합을 지르며 바늘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대련 상대인 실장석 인형에 바늘을 찌르던 9녀는 뿌듯하게 땀방울을 훔치며 주인이 건넨 물을 받아 마셨다.

이야, 열심인데?”

그런레츄! 아타치는 꼭 3녀 분충에게 복수하는레치!”

말을 마치고 9녀는 1초라도 아깝다는 듯 다시 바늘을 휘둘렀다.

프니프니도 잘 못 하면서 쓸데없는 재주만 부리는 오네챠레후. 닌겐상, 어제처럼 극상의 프니프니를 부탁하는레후.”

구더기는 하품을 흘리며 9녀를 비웃었다. 여자는 웃으며 구더기의 배를 면봉으로 살살 눌러 주었다. 레뺘 레뺘 탄성을 지르며 얼굴을 붉게 상기시키는 구더기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9녀는 훈련에 매진했다.

똥구더기, 각오하는레치. 아타치의 바늘에 케밥이 되었을 땐 후회해도 이미 늦는레치.’

바늘을 쥔 9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차녀는 첫날 이후 입을 연 적도, 구석을 벗어난 적도 그다지 없었다. 새끼들에게 갈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활동을 줄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차녀는 자매들 중 가장 야위어 있었다.

텟테로게~ 텟테로게~

행복한 세상~ 친절한 주인님~

스시~ 스테이크~ 콘페이토~‘

태교의 노래를 중얼거릴수록 굶주림은 더욱 심해져 간다. 스시, 스테이크, 콘페이토... 제 태교에 제가 취한 차녀는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뱃속의 태실장들이 배고프다고 꿈틀거린다. 구석에 밀어놓은 7녀와 구더기의 시체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굶주림을 채우다 죽은 7녀는 죽는 순간에 행복했을까?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던 차녀는 화들짝 놀라 눈을 꼭 감고 배를 쓰다듬으며 노래를 계속했다.

 

 

시간은 당밀처럼 끈적하게 흘러 해가 다시 저물 때가 되었다. 배고픔에 지쳐 시체처럼 너부러진 새끼들 중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 것은 고치를 튼 채 잠든 구더기 하나뿐이다.

갑자기 힘겨운 신음을 토해내며 차녀가 천천히 일어났다. 적록의 멍한 눈알들이 차녀 쪽을 향한다. 차녀는 비틀대며 시체가 놓인 구석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차녀의 의도를 눈치 챈 새끼들이 웅성이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말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안되는데스! 안되는데스!”

피눈물을 흘리며 그린이 수조 벽을 두드렸다.

자매인데스! 자매를 먹으면 다메데스!”

똥마마는 닥치는테챠!”

무릎을 꿇고 7녀의 시체를 입에 가져가려던 차녀가 사납게 외쳤다.

마마는 닌겐이 준 푸드를 배부르게 먹었으니 모르는테치! 마마, 맛있었던테치? 우리가 쪼르륵 쪼르륵 굶는 동안 먹었던 푸드는 맛있었던테치?”

...”

입가에 푸드 가루가 묻은 그린이 흠칫했다.

마마는 6녀한테 부끄럽지도 않은테치? 마마의 푸드의 대가로 6녀와 9녀가 죽은테치! 그러고도 잘도 푸드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테챠? 마마는 6녀를, 9녀를 먹은테챠!‘

, 아닌데스!”

아니긴 뭐가 아닌테치! 실컷 먹어놓고 배가 부르니 우리보고는 이대로 계속 굶으라는테치? 웃기지 말란테챠! 와타치도 배고픈테치! 와타치 뱃속의 아가들을 위해서도 와타치는 먹어야 하는테치!”

, 데에... ...”

말을 잇지 못하는 그린을 외면하고, 눈물범벅이 된 차녀는 7녀의 시체를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7녀쨩, 미안한테치. 미안한테치. 테에엥...”

떨리는 입을 크게 벌린 차녀는 7녀의 다리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차갑게 식은 고기가 감칠맛을 퍼트리며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갔다. 뱃속의 아이들이 즐겁게 꿈틀거린다.

“7녀쨩, 미안한테치. 하지만 너무 맛있는테치. 7녀쨩 맛있는테...... 테에엥...”

차녀는 연신 7녀의 다리를 베어 물었다. 오도독 쩝쩝거리는 끔찍한 소리가 수조 안에 퍼진다.

 

, 와타치도 주는테치!”

안절부절못하던 장녀가 벌떡 일어나 차녀에게 달려들었다.

안 되는테치! 와타치는 뱃속의 아가들 몫까지 먹어야 하는테챠!”

상관 없는테치! 와타치도 먹어야 사는테챠!”

장녀와 차녀는 7녀의 양 다리를 잡아당기며 싸우기 시작했다. 4녀와 3녀도 가세해 7녀의 두 팔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뿌드득 소리와 함께 7녀의 몸뚱이가 넷으로 조각났다. 참다못한 엄지들이 자신의 몫도 요구하며 앞으로 나섰다.

아타치도 조금만 주는레치!” “구더기도 먹여야 하는레챠!”

테샤아!”

7녀의 고기를 양 손으로 움켜쥐고 탐욕스럽게 뜯어먹던 자실장들이 귀기 서린 눈으로 위협했다. 겁에 질린 엄지들은 썩어 물크러지기 시작한 6녀의 시체로 눈을 돌렸다.

, 아닌레치. 오네챠들은 7녀 먹는레치. 아타치는 6녀 먹는레츄...”

옹기종기 모여든 엄지들은 헛구역질을 해 가며 6녀의 썩은 시체를 떼어 먹기 시작했다. 끔찍한 맛이었지만, 썩은 맛 가운데 조금 남아 있는 고기 맛이 엄지의 이성을 붙들던 무언가를 탁 끊어버렸다.맛있는레치! 맛있는레치!” “고기레치! 맛난레치!”

폭신폭신한레히! 맛있는레후우~”

테챱... 테챱...”

엄지들은 떼어낸 6녀의 살을 양 손에 들고 번갈아 입에 넣는다. 구더기들은 말 그대로 구더기처럼 6녀의 뱃살에 얼굴을 묻고 꼬리를 흔들며 파먹어 들어갔다. 가스로 팽팽했던 복부에 구멍이 뚫리자 피시식 하고 썩은 가스가 새어 나오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얼굴에 귀신처럼 피칠갑을 한 자실장들은 아작아작 소리를 내며 7녀와 구더기의 남은 시체를 탐식한다.

안 되는데스. 안 되는데스. 오마에들은 자매인데스. 자매를 먹으면 다메데스...”

무력하게 중얼거리는 그린의 눈에서 까만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무슨 짓인레챠앗!”

실장석들은 익숙한 목소리가 나는 방향을 화들짝 돌아보았다. 어느 새 여자가 방에 들어와 있었다. 여자가 책상에 내려놓은 것은, 세상에. 죽은 줄 알았던 9녀와 구더기였다. 게다가 삐쩍 마른 다른 자매와 달리 통통한데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있었다.

“9녀챠! 무사한테치! 다행레치!”

뜯어먹던 것을 집어던지고 달려간 3녀가 수조 벽을 치며 반갑게 외쳤다. 3녀의 손에서 떨어진 구더기의 머리가 데구르르 굴렀다. 9녀의 눈에는 영락없이 3녀가 구더기를 잡아먹고 있던 형상이다. 9녀의 눈에 불길이 확 일었다.

“3... 역시, 역시 분충이었던레챠?”

? 테에에! , 아닌테치! 이건, 이건... 테에엥! 테에엥!”

피 묻은 손과 9녀를 번갈아 보던 3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한테치! 구더기 먹어서 미안한테치! 하지만 너무 배고팠던테치!”

역시 3녀는 아타치를 죽이려고 한 레치. 아타치도 저렇게 죽여서 잡아먹으려는 속셈이었던레챠

9녀는 바늘을 움켜쥐며 중얼거렸다. 오해를 풀기는 이미 늦어 버렸다.

“3, 우는 척한다고 아타치가 속아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레치? 오마에의 흉계를 아타치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레치?”

,,,?”

시치미 떼지 마는레챠! 귀여운 아타치를 시샘해서 죽이려고 했잖은레치! 여기 이 똥구더기와 작당해서 말인레치!”

, 테에에?”

노성을 지르며 9녀는 구더기를 바늘로 푹 찔렀다.

레삐잇!”

연약한 구더기의 몸에 바늘이 몇 번이고 찔러 들어간다. 레후거리며 돌아다니다 날벼락을 맞은 구더기는 비명을 지르며 전력으로 도망갔다.

레뺘! 레히이! 아픈레후! 뾰족뾰족 이야레후! 오네챠가 미친레후! 살려주는레후우!”

레프프! 레프프! 더 아파하는레치! 더 비명 지르는레치!”

3녀는 수조 벽을 두드리며 울부짖었다.

“9녀쨩! 그만두는테치! 구더기가 아파하는테치!”

“3, 왜 그렇게 구더기를 아끼는레치? 역시 구더기와 한패였던레치?”

대체 무슨 말인테챠! 자매를 아프게 하면 이야테치!”

레픗, 그런레치? 잡아먹는건 되고, 아프게 하면 안되는테치?”

테에! ...테에엥! 테에엥!”

반박할 말을 잊은 3녀는 무너져 앉아 양 눈을 가리고 서럽게 울었다. 9녀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구더기를 마구 차고 찔렀다.

레삐이! 레뺘아! 오네챠, 용서해 주는레후! 오네챠가 최고레후! 오네챠의 프니프니가 최고레후! 그러니 아야아야 그만 하고 프니프니 해 주는레후!”

처절하게 고통 받던 구더기는 몸을 동글게 말고 머리를 꼬리 밑에 감춘 채 9녀에게 애원했다. 하지만 가녀린 호소는 멈출 수 없는 폭력의 쾌감에 눈을 뜬 9녀의 가학성을 부채질 할 뿐이었다.

치프프, 아픈레치? 아픈레치?”

아픈레후! 아픈 레후우!”

그럼 더 애원해 보는레치! 부탁해 보는레치! 하지만 늦은레치! 소용 없는레치!”

, 레레...레후웅~ 렛후~~ 구더기는 사랑스러운 구더기인레후~ 오네챠는 구더기를 프니프니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레후~”

최후의 수단으로 구더기는 말랑말랑한 배를 내보이며 작은 돌기를 뻗어 아첨했다. 하지만 9녀는 일그러진 웃음을 띠며, 바늘로 구더기의 가슴을 푹 찌르고는 아래로 쭉 잡아당겼다. 철제 테이블에 바늘이 긁히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부드러운 고기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 구더기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경련했다. 바늘이 끝에 이르며 구더기의 몸을 가슴부터 꼬리까지 두 갈래로 나누었다. 사람 인 자 모양으로 갈라진 구더기의 두 끝이 산낙지의 다리처럼 힘없이 움직인다.

단면에서 흘러나오는 내장과 새빨간 피와 대량의 똥. 거기 섞여 구더기의 조그만 위석이 흥건해진 바닥으로 빠져나왔다.

레후...구더기의 소중한 돌......주워주는 레후...”

작은 돌기를 필사적으로 뻗는 구더기. 9녀는 구더기의 돌을 주워 눈앞에 보여 주었다.

오네챠 고마운레후... 믿었던 레후... 오네챠 정말로 좋은...”

파킨 소리와 함께 구더기는 머리를 툭 떨구고 움직임을 멈췄다. 구더기의 소중한 작은 돌은 엄지의 손에 의해 부서져 모래처럼 되었다.

 

데스으! 데스으으!”

까만 눈물을 연신 흘리며 그린이 날뛰었다.

, 죽인레치! 정말로 죽여버린레치! 9녀쨩이 우지챠를 죽인레치!”

레챠아! 레챠아아!”

테에엥! 테에엥! 왜인레치! 9녀챠, 구더기를 왜 죽인레치!”

수조 안의 소란에도 굴하지 않고, 구더기의 시체를 짓밟고 선 9녀는 바늘을 치켜들고 당당히 외쳤다.

분충은 죽은레치! 다음은 오마에 차례인레치, 3! 나오는레치, 비겁한 녀석! 나와서 심판을 받는레치!”

, 동생이 너를 부르네. 나와서 맞이해 주자.”

, 테에에! 테에에?”

눈 깜짝할 사이에 3녀는 여자의 손에 집어 들려 수조 밖으로 나와 있었다.

, 네가 고대하던 순간이야, 9. 정의를 실현해. 운명을 손에 넣는거야!”

레챠아아!”

눈을 번쩍이며, 9녀는 바늘을 세우고 3녀를 향해 돌격했다. 기세에 눌린 3녀가 이리저리 도망 다닌다.

! 테에! 테에에! 9, 9, 9녀챠! 진정하는테치!”

비겁하게 달아나지 마는레치! 지옥에나 떨어져라레챠!”

3녀의 뒤를 쫓던 9녀는 몸을 날려 3녀의 다리를 찔렀다. 3녀가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죽는레치! 죽는레치! 죽는레치!”

쓰러진 3녀를 9녀가 마구 찔렀다. 웅크린 채 고통스러워하는 3녀의 등, 엉덩이, 다리에 구멍이 송송 뚫리고 피가 샘솟는다.

테챠아아!”

벌집이 되어가던 3녀가 팔을 몸을 돌려 반격했다.

레펙-!”

엉겁결에 휘두른 팔에 맞은 9녀가 저만치 날아갔다. 쓰러진 9녀의 모습에 3녀가 비명을 지르며 9녀에게 달려갔다.

“9녀챠!”

정통으로 얻어맞은 9녀는 피를 토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3녀에게 밟혔던 그 때와 꼭 같다. 밀려드는 죄책감에 3녀가 털썩 주저앉아 흐느꼈다.

테에엥! 테에에엥!”

 

“3녀챠, 조심하는데스!”

그린의 외침에 화들짝 놀란 3녀의 가슴에 별안간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가슴팍에서 기다란 바늘이 튀어나와 있다. 그 끝을 눈으로 좇으니 회심의 미소를 띤 채 두 손으로 바늘을 찔러넣는 9녀의 모습이 보였다.

“9.........”

두 눈에서 빛이 사그라지며, 3녀는 9녀를 향해 손을 뻗은 채 주춤주춤 뒷걸음질쳤다. 바늘을 꼭 쥔 9녀가 3녀를 끈질기게 쫓아가며 바늘을 더욱 깊숙히 박아넣었다.

치프프! 치프프!”

“9...... ...?”

탁자 끄트머리까지 닿은 3녀가 마지막 단말마를 중얼대며 아래로 떨어졌다. 사색이 된 그린의 귓가에 3녀의 시체가 철퍽 뭉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체? 레치이이! 츄아악!”

불행히도, 끔찍한 운명을 맞은 것은 3녀만이 아니었다. 살해의 희열에 바늘을 꽉 움켜쥐고 있던 9녀도 함께였다. 바늘을 몸통 앞에서 쭉 뻗은 형세로 떨어지던 9녀는 바닥에 부딪히며 낙하의 관성에 그대로 꿰뚫렸다.

츄아아! 치에엑! 끼이! 끼이이!”

시야 너머에서 한참 동안 고통과 발버둥의 소리가 들려오더니 끝내 멎었다. 방 안에는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테챠아! 테챠아악!”

4녀가 수조를 두드리며 고함을 질렀다.

여기는 지옥인테치! 여기 계속 있다간 틀림없이 죽는테치! 닌겐, 와타치를 내보내는테치! 다들 여기서 나가는테치!”

여자는 그저 비웃음을 흘리며 4녀를 쳐다보았다.

뭘 웃고 있냐테치! 똥닌겐! 가만두지 않는테챠! 쳐부수는테치! 죽여버리는테치! 독라로 만들어버리겠는테체악!”

진정하는테치! 저건 주인님이 아니라 9녀가 저지른 짓인테치! 9녀가 분충이었기 때문이지 주인님의 잘못이 아닌테치!”

눈치 없게도 장녀가 끼어들었다. 수조를 두드리던 4녀가 괴성을 지르며 장녀에게 달려들었다.

치고받고 싸우던 끝에 장녀가 점점 밀리기 시작하자 여자가 개입했다.

, . 그만, 그만.”

여자는 4녀에게 딱밤을 먹이고 장녀를 수조에서 끄집어냈다.

어딜 데려가는테치! 저 녀석은 오늘 내 손에 죽는테치!”

길길이 날뛰는 4녀의 고함은 여자가 수조 뚜껑을 덮자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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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들이 고기를 먹다 말고 벽으로 몰려간테치. 9녀가 돌아왔다는테치? 상관없는테치. 이 틈에 얼른 고기나 더 먹는테치. 6녀 고기는 썩어서 못 먹는테치. 7녀와 구더기가 맛좋은테치. 있을 때 빨리 먹어두는테치.

테에, 배불러진테치. 7녀는 맛있었던테치. 구더기도 맛있었던테치. 뭐라고테치? 3녀와 9녀와 구더기가 죽은테치? 그럼 빨리 넣어주는테치. 고기를 더 먹는테치. 뱃속의 자들도 기뻐하는테치. 텟테로게~ 텟테로게~

장녀와 4녀가 또 싸우는테치. 정말 소란스러워서 못 봐주겠는테치. 둘 중 아무나 콱 죽어버렸으면 좋은테치. 그러면 뱃속의 아이들에게 먹일 것이 더 느는테치.

닌겐이 장녀를 데려간테치. 고기가 더 늘 것 같은 예감인테치.

테치? 닌겐이 장녀를 쓰다듬는테치. 혹시 장녀는 풀려나는테치? 어째서테치! 홀몸이 아닌 와타치가 먼저 풀려나야 옳은테치!

닌겐은 장녀에게 계속 속삭이며 이쪽을 가리키는테치. ? 와타치를 가리키는거였던테치? 장녀와 눈이 마주친테치. 장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테치. 무슨 말이 오가고 있는테치?

닌겐은 와타치를 계속 가리키는테치. 장녀의 눈빛이 이상한테치. 텅 빈 것 같은테치. 괴로운 표정을 짓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테치.

닌겐이 수조 뚜껑을 연테치.

테치? 와타치를 부른테치. 와타치 차례인테치? 와타치도 나가는테치? 닌겐이 와타치를 꺼내는테치! 정말로 나가는테치! 잘된테치~ 테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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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녀 분충 죽여버리는테챠! 주인님을 모욕하는 자는 혼쭐이 나는테치!

주인님인테치! 주인님이 똥분충을 멋지게 한 방에 때려눕힌테치. 잘된테치. 역시 주인님은 와타치 편인테치!

테치? 와타치를 내보내주시는테치? 와타치의 시련도 끝인테치? 테에엥! 테엥! 정말 힘들었던테치! 하지만 주인님을 믿고 버틴테치!

아직 끝이 아닌테치? 마지막 시련테치... 알겠는테치. 아무리 힘들어도 와타치는 주인님을 위해 반드시 이겨내는테치. 맡겨만 주시는테츄!

...? 뭐라고 하신...테치? , 농담하시는테츄! , 테텟...

이야테치. 그건 안 되는테치. 와타치가 어떻게 차녀쨩을... 싫은테츄! 그건 못 하는테치! 차라리 다른 걸 시키시는테치!

테에엥! 부탁드리는테치! 그건 도저히 못 하는테츄! 용서해 주시는테치!

, 아닌테치. 와타치는 주인님을 믿는테치.

그런...테치...

...테츄...

주인님을... 위해서 테츄...

테치...

테치카처럼...말인테치...

...

...

알겠는테치...

하겠는 테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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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들이 자매의 시체를 먹은데스.

9녀는 구더기를 죽이고 3녀와 같이 죽어버린데스.

장녀와 4녀가 또 싸우는데스.

모두 정말 착한 자였던데스. 서로 아끼고 위해주는 자매였던데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어버린데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이었던데스? 자들을 낳지 말았어야 하는데스? 닌겐의 집에 온 것부터인데스?

이제는 모르겠는데스.

닌겐이 장녀를 꺼내는데스. 장녀에게 닌겐이 명령을 내리는데스.

? 지금 뭐라는...데스?

안되는데스! 안되는데스! 싫다고 하는데스! 장녀! 안되는데스! 오마에들은 자매인데스!

설득당하지 마는데스! 닌겐의 말은 거짓말인데스! 듣지 마는데스, 장녀! 장녀!

마마, 걱정 마는테치. 주인님의 명령인테치.”

아닌데스!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스! 9녀처럼 되지 마는데스!

고개 돌리지 마는데스! 와타시의 말을 듣는데스! 마마의 말을 듣는데스, 장녀!

닌겐! 무슨 작정인데샤! 뚜껑 닫지 마는데스! 장녀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스! 뚜껑 닫지 마는데스! 닫지 마는데샤!

닌게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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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수조에서 차녀를 꺼내 흉측하게 생긴 장치에 결박했다. 간단한 구조다. 위에는 실장석을 구속하는 족쇄가 달려 있고, 밑에는 자실장 크기에 맞는 손잡이가 달린 파쇄기가 놓여 있다. 누가 보아도 그 용도는 자명하다.

자신의 운명을 깨달은 차녀가 마구 날뛴다. 하지만 사지에 머리까지 결박당한 상태에서는 몸통만 움찔거리는 정도가 고작이다.

여자는 차녀의 입에 개구기를 끼우고 장녀에게 면도칼을 건네주었다.

시작하렴.”

텅 빈 미소를 지으며 장녀는 주춤주춤 차녀에게 다가간다.

걱정 마는테치, 이모토챠. 주인님의 명령인테치.”

차녀의 눈 위에 면도칼을 가져다 대며 장녀가 속삭였다.

금방 끝나는테치.”

 

드르륵

텟테레~ 레후? 레뺘아아!”

드르륵

텟테레~ 레삐! 찌이이이!”

드르륵

차녀챠, 피가 멈춘테치. 다시 흘려 주겠는테치.”

드르륵

레뺘! 삐이! 삐이삐이!”

벌레 주스인테치, 차녀챠. 마시고 힘내서 잔뜩 더 낳는테치.”

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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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기계가 돌아가는테치.

와타치의 아이가 태어나는테치.

부서지는테치.

와타치의 입으로 다시 들어오는테치.

다시 태어나는테치.

다시 부서지는테치.

귀여운 와타치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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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차녀가 파킨하고 나서야 멎었다. 장녀는 초점 잃은 눈으로 차녀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었다.

 

잘했어, 장녀.”

테치.”

넌 이제 세레브 테치카야.”

테치.”

여기서 나가고 싶니, 아니면 계속 있고 싶니?”

테치.”

그래, 그럼 수조로 돌아가.”

테치.”

 

여자는 장녀를 수조 안으로 던져 넣었다. 4녀가 울음을 삼키며 장녀의 뺨을 때렸다.

왜인테치?”

왜 차녀챠의 아이들을 죽인테치?”

왜 챠녀차를 죽인테치?”

그렇게까지 해야 했던테치? 뭐가 그렇게 중요했던테치?”

“4녀챠.” 장녀가 엷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그만 끝내는테치.”

장녀는 면도칼을 크게 휘둘렀다. 얼굴에 칼자국이 난 4녀가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뒤로 기어 달아나는 4녀 앞에 여자가 송곳을 떨어뜨려 주었다. 여자가 속삭였다. 이제 끝이야. 끝낼 시간이야. 여자와 송곳과 장녀를 번갈아 쳐다보던 4녀는, 송곳을 주워들고 장녀에게 돌진했다.

 

장녀와 4녀는 맹렬히 싸웠다. 조그만 몸뚱이는 칼자국과 바람구멍이 무수했다. 장녀 편에 선 5녀와, 4녀 편에 선 8녀도 함께 싸웠다. 장녀는 4녀의 팔을 베었다. 4녀는 장녀의 다리를 찔렀다. 장녀가 8녀 위로 넘어졌다. 8녀의 머리가 찌부러졌다. 쓰러진 장녀에게 4녀가 송곳을 내질렀다. 장녀의 앞을 5녀가 가로막았다. 5녀는 꼴딱꼴딱 소리를 내더니 죽었다. 장녀는 4녀의 송곳을 빼앗아 던져버렸다. 장녀는 4녀의 목을 졸랐다. 발버둥 치던 4녀의 몸부림이 점차 잦아든다.

숨이 꺼지기 직전, 4녀는 가족의 환상을 보았다. 사이좋은 열네 자매와 마마, 그리고 주인님의 환상이었다. 장녀와 4녀는 서로의 머리를 빗어 주며 즐겁게 재잘대고 있었다.

4녀는 죽었다.

 

장녀는 힘겹게 일어섰다. 생명의 불꽃이 꺼져 가고 있었다. 너무 졸리다. 배가 고프다. 이대로면 장녀는 죽을 것이다. 장녀는 고치를 튼 8녀의 구더기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5녀의 구더기가 장녀의 발에 밟혔다. 구더기는 죽었다. 장녀는 눈치 채지도 못했다. 장녀는 고치를 이빨로 찢었다. 걸쭉한 액체가 흘러 나왔다. 장녀는 영양이 가득한 즙을 모조리 빨아 먹었다. 장녀는 쓰러져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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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david | 작성시간 17.08.03 돌작살 장면은 통근의 이중주 오마주인데스까
  • 작성자구르메아줌마 | 작성시간 17.08.04 인간에게 반항하던 4녀 분충 드디어 죽은데스! 최근 본 것 중에 가장 명작인데스
  • 작성자우유이야기 | 작성시간 17.08.05 3녀! 나와라 비겁한 녀석! 나와서 심판을 받는 레챠!!
  • 답댓글 작성자쿼리쉬 | 작성시간 18.04.05 오마에가 앗은 목숨에 무릎 꿇고 빌게 될 것인레챠앗!!!!
  • 작성자레후인레후 | 작성시간 17.08.08 홀몸이 아니라 홑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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