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있어 오늘은 굉장히 즐거운 날이었다.
상쾌한 바람, 자신의 강아지 정이,
정이를 귀엽게 봐주는 사람들,
연락처를 교환한 여성 견주까지.
기분이 좀 풀렸으니 치치년에게 별사탕이라도 줄까, 하며 집에 들어선 남자는 굉장한, 코가 썩어버릴 것만 같은 악취를 맡았다.
"윽!!! 뭐야 이거!!"
거의 음식물쓰레기가 썩는 듯한,
동물 사체가 부패하는 듯한,
그런 어마무시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정아!! 이리와"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정이였다.
개의 후각은 인간의 몇십배에서 몇천, 몇만배까지 발달해있다.
인간인 자신이 맡아도 이렇게나 고약하고 머리가 아파오는데, 강아지인 정이가 맡았을 때의 결과는 도무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집 앞마당에 간식을 던져줘 주의를 끌고 끈을 묶은 뒤 집 안에 들어갔다.
집안에 들어서자 냄새는 더욱 심각해졌다.
"으으윽... 대체 이게 뭔 일이야..."
그 순간 남자는 악취의 근원지를 찾은듯 했다.
그도 그럴게, 집안을 돌아다니다 치치년을 넣어둔 방쪽에서 악취가 심해졌으니까.
남자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방에 들어갔다.
아뿔싸.
바닥은 초록색 똥으로 가득 뒤덮여 있었고, 향기로운 물티슈 냄새와 똥이 부패하며 내는 악취가 뒤섞여 남자의 코를 강타하고 있었다.
이 사태의 원흉인 치치년은...
"자네?"
잔다.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팬티를 똥으로 부풀린채 곯아 떨어졌다.
남자는 너무나 황당해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테에... 이게 무슨 냄새인 테... 자, 작은 주인님?!!"
남자는 눈에 핏줄이 가득 섰다.
이미 머릿속은 이 벌레년을 찢어죽일 38가지 방법으로 가득찼다.
거열형, 화형, 사지절단, 단두대,
익사, 낙사, 압사,....
아니지. 이유라도 들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이 벌레년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자, 작은 주인님...
운치 지리신 테츄? 있을 수 없는 고약함 테챳!!! 고결하지 못하게 이게 무슨 일인 테챠!!!!"
뚝.
남자는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즉시 손을 들어 녀석을 낚아채려 한 그때.
브주우우웅ㅡ
"...전화? 누구..."
누나년의 전화였다.
일단 진정해야 했다.
누나년은 저번에 몰래 이새끼를 두고 간것도 모자라 내 전화를 씹기까지 했다.
지금은 이 벌레년을 조질 때가 아니라 누나년에게 따져야 할 때다.
"...야. 저번에 내 전화 왜 씹었냐?"
"얘는, 누나가 먼 외국에서 일하는 중인데 괜찮냐든가 안부는 안 물어보니?"
"좆지랄 하지말고. 그리고, 나 돈 내놔. 200만원쯤."
"갑자기 뭔 200만원이야... 치치는? 잘있어?"
"그 치치년이 똥 싸질러놓은걸 치우지도 않고 부패하게 놔둬서 내 집 전체가 똥냄새로 가득찼거든? 이거 냄새 빼는데 들어갈 돈이랑 내 정신적 피해보상 200만원."
"그건 니 잘못 아니니? 니가 잘 공부하고 똥은 제때 치워줬어야지. 치치가 원래 엄청 청결한 앤데 말이야."
"지랄하네. 아니 씨발, 야!! 내가 맡고 싶어서 맡았냐고!!! 니가 씨발 문따고 들어와서 저 똥벌레 쳐 넣었잖아!!!!!!!!@!!!!!!"
"아이씨 귀야, 그리고 나 문따고 들어간거 아니거든? 비밀번호는 승태가 알려줬어."
"아이씨발... 보나마나 엄마가 주신 반찬 갖다줘야하니까 비밀번호 알려달라고 꼬드겼겠지?"
승태는 내가 초딩일 때부터 함께 다녔던 친구다.
공부도 착실히 해서 법대까지 간 친구인데, 하필이면 대가리가 똥으로 가득찬 누나년을 좋아한다.
"하 이씹...심지어 승태까지 속여먹어? 넌 돌아오면 진짜 존나 팰거야 이 썅년아..."
"누나한테 말하는 뽄새봐라, 암튼 30만원 보낼테니까 그거로 알아서 처리해~"
"30...? 야 장난하냐 야!!!!!"
뚝.
남자는 펄펄 끓어오르는 머리를 식히며 치치년을 내려다봤다.
그제서야 사고가 냉정하게 돌아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누나년의 애완동물.
죽여버린다면 누나년은 지랄발광을 할 테고, 아버지는 마지못해 나에게 뭔가 하실거다.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며 치치를 들어올려 화장실 세면대에 갖다놨다.
"야. 니 목욕 세번해라. 옷도 깨끗이 빨고."
"테... 작은 주인님, 와타치는 이런 허접한 욕조에서는 못 씻는테츄."
"씻으라고."
"그치만 테치..."
"...."
남자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치치의 옷을 모두 벗기고 씻길 준비를 했다.
치치는 "알몸인 테치? 부끄러운 테쮸우..." 등등 듣기만 해도 학대욕구가 끌어오르는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었지만, 남자는 빨리 방을 청소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에 서둘러 씻기고 있었다.
"...응?"
남자는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이새끼, 뭔가 커지지 않았나?"
10cm정도쯤 되던 치치가 15cm정도가 된 것이다.
'참 빨리도 크는구만...쯧.'
남자는 비누로 치치의 구석구석을 씻기고 옷도 손빨래를 해서 말렸다.
그러고는 방의 똥들을 모두 봉투에 묶어서 버리고, 바닥을 박박 문질러 닦고, 방향제를 수십번이나 뿌렸다.
장장 3시간의 청소 끝에 집은 드디어 제 모습을 갖췄다.
"하... 졸리네 진짜... 아! 정이!"
남자는 그제서야 정이가 떠올랐다.
"정아!... 아, 자고 있었구나."
남자는 자고 있는 정이를 살포시 안아들고는 고민에 빠졌다.
'정이를 어디에 맡기지? 아직 냄새가 안빠져서 집에 들일 순 없는데... 그렇다고 집 밖에서 재울 수도 없고.'
남자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승태였다.
"어, 무슨 일이야?"
"나 잠깐 너네 집 좀 가도 되냐?"
"되긴 한데... 왜?"
"정이 좀 이틀정도만 맡아줘라."
"엥? 왜? 너 어디가냐?"
"그게..."
남자는 누나와 치치의 일을 전부 설명했다.
"헉... 미안하다야."
"괜찮아, 일단 정이 사료랑 장난감 같은거 몇개 들고 너네 집으로 갈게."
"응, 알았어."
남자는 전화를 끊고 정이의 용품들을 챙겼다.
그리고 치치에게 가서 아주, 무섭게 당부했다.
"나 어디 좀 갔다올테니. 얌전히.
아무것도 하지말고 있어라."
"테... 알겠는테치..."
남자는 더이상 화낼 힘도 없다는 듯이 집을 나섰다.
"작은 주인님이 피곤해보이시는 테치... 정이챠가 못 살게 군 것이 분명한 테치네...
와타치가 사랑의 보양식이라도 준비해두고 싶지만, 이 울타리 씨를 넘어갈 수가 없는, 테...테에...?"
무슨 일일까.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까마득하던 울타리가, 좀 낮아보였다.
성장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아서 급격하게 성장한 치치는 거의 중실장에 맞먹는 크기가 되어있었다.
"이정도면... 테츄?"
치치는 변기를 끌고 와서 울타리 앞에 세워뒀다.
"얼추... 될 거 같은 테치!"
변기를 밟고 올라가니 울타리의 꼭대기 너머를 볼 수 있게 됐다.
"테... 조금만 더 크면... 나갈 수 있을거 같은 테치...
그렇게 된다면... 작은 주인님의 마라액이 묻은 휴지로 사랑의 자를 낳아서 작은 주인님과의 결혼에 골인할 수 있는테치...테프픗!
그러기 위해선..."
치치는 남자가 담은 푸드를 가득 먹으며 머릿속으로 자신과 남자의 흑발의 자들을 생각했다.
치치의 분충짓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었다...
아직 분충성 개화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