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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크립트/ 장편

[학대/연재중]상속 - 1부

작성자장실장|작성시간23.08.03|조회수370 목록 댓글 3

 

 

상속 1부

 

 

사랑하는 첫째 아들아, 직접 말하지 못하고 글로 내 마음을 전하는 날 용서해다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전해줄 내용이 있단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전에 동물이다. 문명의 역사는 고작 수 천년이지만, 인류의 역사는 수 십만년이 훌쩍 넘지. 제아무리 깔끔한 옷을 입고 예의를 차린다 해도 수 십만년동안 야생에서 길러진 본능은 이미 깊게 박혀있단다.

 

내가 판사봉 좀 두들겨 보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단다. 누구나 처음 맛본 쾌락을 다시 느끼기 위해 애쓴다는거다. 마약중독자가 첫 마약을 잊지 못해서 마약을 하고, 연쇄살인마가 첫 살인을 잊지 못해 살인을 계속하는 것처럼. 나 역시 어렸을 적 실장석 한 마리가 기억난단다. 어렸을 때, 그러니까 국민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실장석 한 마리를 두둘겨 팬적이있었어. 각목으로, 주먹으로, 발길질로 녀석의 온몸에 피멍이 들고 뼈(가 있었는지 몰랐지만)가 골절될 때까지 구타했단다. 쿼쿼한 냄새나는 옷을 벙어리 손으로 벅벅 긁고, 지혜 따윈 없는 양눈을 부라리며 언청이 입으로 데데 거리는 놈을 죽사발 내줬지. 난 실장석의 목소리가 정말 크다는걸 그때 처음 알았지. 그래 처음으로 깨달았단다. 녀석의 실장석의 쿠쿠한 피냄새, 고통에 찬 비명, 붉게물든 초록색 옷..... 나는 학대에 눈을 뜬거란다.

 

학대했던 당시엔 아무 생각없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자 나는 내 본능을 두려워했었다. 고통엔 찬 울부짖음, 무고한 피를 갈구하는 내가 너무 무서웠지. 사실 뭐가 무서웠는지도 몰랐단다. 내가 인간이 아닌 괴물인걸 인정하는 것? 아니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것? 어느 것이 나의 두려움인지 지금와서는 잘 모르겠단다.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책을 탐닉했지. 옛 성현들의 지혜라면 철학, 종교, 윤리 가리는 것 없이 모조리 읽었지. 무수히 많은 책을 읽고 끊임없이 고뇌한 결과,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더구나. 나는 가학에서 쾌락을 찾는다는걸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결심했다. 내가 살기 위해선 누군가에게 고통을 가해야한다, 하지만 무고한 자들에겐 하진 않을 것이다, 라고.

 

나는 그렇게 판사가 됬다. 죄질이 약한자, 증거가 부족한자는 누가 뭐라든 자비롭게 판결했고, 죄질이 악한자, 증거가 명확한자들은 누가 뭐라든 무자비한 판결을 내렸지. 엄격한 진행은 법원내에서도, 동료 판사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고, 곧 나는 승진을 앞두게 되었다.

 

혹시 군에 재입대하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느냐? 나는 본적이 있단다, 그것도 많이. 6.25에서 빨갱이와 싸우고 제대한 사람중에서 한적하거나 복작복작한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군에 들어가는걸 본적이 있지. 그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가지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긴박한 상황 따윈 없는 생활은 그들을 우울하게 만들었지. 군대가 그들의 천성이었던 거야! 나 역시 승진을 앞두고 비슷한 상황을 겪었지. 사회적 명성이 올라갈수록 나의 본성을 만 족시키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지. 내 판결 한번에 울고 웃을 인간들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났었지만, 내가 철 들기도전에 엄숙하게 결심했던 나의 맹세가 그걸 가로 막았단다. 결국 나는 음산한 본성과 철혈의 이성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한 상태로 우울속에 빠져들어간거야! 아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그 순간, 나는 어렸을 적이 떠올랐지. 그토록 오랜 시절이 지나갔건만 그때가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지. 음산한 본능이 어린 시절 추억을 꺼내 내 이성에게 보여주었고 그 냉혹한 강철조차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지. 내 고통을 끝내기위해 둘이 손을 잡은 것이다.

 

그 길로 나는 승진을 포기했지. 뿐만 아니라 판사로서의 정력과 열정을 줄이고 돈을 버는데 집중했지 ( 물론 합법적으로! 그리고 판사일을 덜 했다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판사들보다도 열심히했다고 자부한단다! ). 내 동료들, 아내, 그리고 너희들까지 왜 그렇게 했는지 알지 못했을거다. 어쨌든 법복을 벗기전까지 최대한 돈을 긁어모았지.

 

 은퇴하고 나선 나는 인생의 마지막을 본성에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내 재산을 털어 무인도를 사고 그곳을 실장석들의 지옥이자 가학의 궁전을 건설했다. 뻔뻔하게 탁아하는 놈들, 공원에서 어린이들을 공격했던 녀석들,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 놈들을 엄선해서 모조리 섬에 끌고갔지. 그리고 그에 합당한 판결을 내리고 고문했단다.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똥벌레들을 데려오고 고문하기를 반복했지. 수천 마리 정도는 가뿐이 넘어설거 같구나. 고문 내용을 자랑하고 싶지만 여기에 다 쓰진 못 할거다.

 

 첫째야, 너에게 따로 유언장을 준비했는지, 왜 외딴섬을 상속했는지 궁금헸겠지. 네가 어렸을 적에 실장석을 깔깔대며 학대하다가 나에게 엄청나게 혼났던더 기억하니? 나는 너에게 괴롭히는걸로 즐기는게 아니야!라고 야단치면서 회초리를 휘둘렀지. 이제 와서 변명하지만 난 너의 눈에서 나와 같을 것을 보았단다. 나는 너가 너의 가학적 본능에 삼켜질까 두려웠단다. 미안하다...정말 미안하다....

 

그렇기에 지금의 너에게 나와 같은 갈등을 겪겠지. 그것만큼은 내가 도와줄수 있을 것 같단다.

 

 이 섬과 실장석들을 네게 넘긴다. 만약 네가 본능을 제치고 사회적 부와 명성을 얻고 싶다면 이 유언장을 불태우고 섬을 처분해라. 하지만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이 편지를 끝까지 읽으렴. 내가 이 편지를 쓰기전 학대파 관리인에게 부탁했으니 네가 인수 할때까지 그곳을 관리해 줄거다. 그러니 어서 가라!,그 벌레 새끼들을 고문하고 너 본성을 만족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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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흐르는 한줄기 눈물과 함께 편지를 내려놓았다. 아! 아버지!. 짦은 탄식과 함께 마음속에 응어리졌던 뭔가가 씻겨나가는 듯했다. 이제야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이다. 아버지, 그래서 그런 눈으로 저를 보셨군요. 아버지, 그래서 저에게 유독 엄하게 대하신 거군요. 아버지, 정말 대단할걸 꿍 쳐두고 계셨군요.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실장석을 몰래 학대 할려고 가족까지 다 제껴두고 섬까지 산단 말인가!

 

피곤하다. 장례식,상주,유품 정리,재산 분할 등등... 어떻게 처리했는지조차 모르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새로운 활력이 솟아오른다. 똥벌레 새끼들 수천마리와 고립된 섬!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나가다 못해 하하하 웃음까지 나온다. 그래, 나 역시 아버지처럼 살리라.

 

“데스우....”

“테치...”

 

 

남자의 지나치게 엄격한 규칙들과 무자비한 체벌로 학대당해 온몸에 흉터가 생긴 수조 속 실장석 일가. 남자가 마지막 가면까지 벗어던지고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보고 운치를 지렸다.

 

 

 

 

 

 

 

 

 

 

 

1) 2부에서부터 본격적인 학대 탐방이 시작됩니다.

 

2)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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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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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카악카악카카루 | 작성시간 23.08.04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학대
  • 작성자코로리캅카스룰렛 | 작성시간 23.08.04 완전 흥미진진하다
  • 작성자강푸르 | 작성시간 23.08.07 몰입감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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