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 이후로 다시 어두컴컴한 방. 갑자기 켜진 불빛에 다섯 마리의 실장석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데에? 여기는 어디인 데스?"
"시끄러운 데스. 아가리 여물라는 데스..."
"오마에는 누구인 데스?"
"오마에보다는 더 세레브한 사육실장인 데스."
"다들 분충소리하지 말라는 데... 데에?"
깨어난 실장석들이 서로를 확인하던 중, 갑자기 옆의 TV가 켜지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신가, 실장석들이여. 너희들은 태어나서부터 주인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지.
그리고 그 탓인가... 너희들은 하나같이 너무 이기적인 분충이 되어버렸지. 이제, 너희들이 여태까지 유지하던 분충적인 사고방식을 버릴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겠다. 오늘, 너희 다섯 분충은 생존을 위해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양충 사육실장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우선 이 방에서 주어진 시간은 20분..."
"어이! 똥닌겐! 와타시를 풀어달라는 데스! 세레브한 사육실장인 와타시를 납치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줄 것인..."
'키이이이이익!!!'
"데갸아아악!"
도중 한 실장석이 말을 끊자, 방에서 실장석들의 정신을 쏙 빼놓을 금속음이 울려퍼졌고, 다시 TV 속의 사람이 말을 이어갔다.
"말 끊지 말도록... 너희가 여기서 탈출하거나 구조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포기하도록."
"오마에가 괜히 나서는 바람에 와타시타치만 괜히 고통받게 된 데스!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조용히 하라는 데스!"
"데에에..."
"아무튼, 이 방에서 20분내로 게임을 마치고 다음 방으로 넘어가지 못하면 코로리 가스로 전부 죽을 것이다. 각 방마다 제한 시간은 다르겠지만 모든 방을 무사히 통과한 실장석들은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
"그래서... 닌겐상은 와타시타치랑 뭘 하고 싶은 데스?"
"난 너희랑 게임을 하나 하고 싶을 뿐이다. 보면 알겠지만 너희들은 지금 목줄로 연결되어 있지."
그 말처럼 실장석들은 서로 목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데에? 이게 뭐인 데스!?"
"사육실장용이라고 하기에는 좀 촌스러운 것 같은... 아무것도 아닌 데스."
"그 목줄은 하나의 줄로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가 먼저 나가면 나머지가 뒤로 당겨지지.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열쇠는..."
"저 열쇠씨만 있다면 탈출할 수 있는 데스!"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마리의 실장석이 먼저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와 함께 다른 실장석들이 뒤로 당겨지고 타이머가 켜졌다.
"덱!"
"저 똥벌레가 미쳐버린 데스!"
'타이머도 켜져버린 데스... 타이머의 숫자는 5분... 5분이 지나면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데스..."
"멈추라는 데스!"
"데겍! 똥벌레가 방해하지 말라는 데스!"
결국 실장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먼저 열쇠를 얻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기 시작했다. 도중 싸움도 벌어졌다.
"데그으윽! 데휴우... 먼저 나가는 데스!"
"해낸 데스! 탈출한 데스!"
"데그으으으...! 데샤아! 겨우 풀려난 데스!"
"데엣! 와타시도 탈출한 데스! 남은건 오마에 뿐인 데스!"
"데... 데에에... 더는 무리인... 데에에... 살려달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장석들은 여차저차해서 열쇠를 얻어 목줄을 풀어 탈출을 했지만 한 마리만큼은 탈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타이머가 다 된 순간, 마지막 한 마리의 목줄이 이어진 벽이 열리고 줄이 갑자기 당겨졌다.
"데샤아아아아! 데... 데겍... 덱... 데에에..."
'파킨!'
탈출하지 못한 실장석은 그대로 등 뒤의 구덩이 쪽으로 끌려갔고,
목을 매달아 자살하는 사람처럼 목줄을 잡고 버둥거렸지만 결국은 팔다리를 늘어뜨린 시체가 되어버렸다.
"데에에... 죽어버리고 만 데스..."
'덜컹!'
"문씨가 열린 데스! 분명 탈출구일 것인 데스!"
동료의 죽음을 보던 실장석들은 강철로 된 문이 열린 것을 확인하고 그대로 문 너머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