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실장석에 관해 아시나요?
아차, 제가 괜한걸 물었네요.
제 이야기를 듣고계신 분들이라면 모를리가 없겠죠?
실장석은 일본에서는 짓소우세키, 한국에서는 흔히 참피라고 칭합니다.
일본의 로젠사에서 1999년에 처음으로 출시된 실장석은 생명공학의 푸른장미, 인간과 가장 닮은 생물 등 여러 타이틀을 달고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답니다.
요 가증스럽고 어여쁜 요물에게 여러 사람들은 매료되었고,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게 되었지요.
실장석을 학대하는 것에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대다수는 말동무를 겸할 수 있는 애완동물로 인기가 높았지요.
그런데 여러분은 그걸 아시나요?
애완용 개나 고양이는 품종이니 족보니 하는 기준에 따라 몇 천만원씩 하는 개체도 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이런 애완동물을 부자들에게 팔아서 수익을 얻는 업자들도 당연히 존재한답니다.
실장석이 애완동물로 길러지기 시작하면서 업자들은 자연스레 '부자들의 허영심을 위한 값비싼 실장석'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장석은 유전적으로 모두 동일한 개체였어요. 그래서 개나 고양이에게 있는 '품종'이라 불리는 개체의 고유특성을 보기 힘들었답니다.
그 왜, 불독의 주름진 얼굴이나 페르시안 고양이의 푸른 눈 같은 것 말이에요.
부자들에게 팔아먹으려면 ‘뭔가’ 다른 요소가 필요했기 때문에 고민하던 업자들은 한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일반적인 실장석이라면 콘페이토만 보면 앞뒤 어미 자식 안가리고 달려들기 마련이에요.
펫샵에서 팔리는 훈련받은 실장석이라고 해봐야 콘페이토 앞에서 5분가량 참을 수 있는 게 고작이구요.
그런데 만약
스테이크와 스시를 앞에두고도 식사시간까지 고고하게 참을 줄 알며
테이블 매너를 지키고
식사 때 마다 '주인사마, 오늘도 식사를 주셔서 감사한데스' 라고 할 수 있는 개체는 어떨까요?
더 나아가
자신보다 못한 자에게 겸손하며
자신보다 우월한 자를 질투하지 않으며
언제나 주변 사람의 기분을 생각해주는 ‘인성’과 ‘도덕성’을 갖춘 실장석은 어떨까요?
이거라면 남들과는 다른 애완동물을 가지고 싶다는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딱 좋겠네요.
그래서 업자들은 실장석을 뛰어넘는 실장석. 부유층들을 위한 실장석. 통칭 '세레브 실장'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세레브 실장을 만들기 위해서 업자들이 제일 먼저 한 생각은 '교육'이었어요.
실장석들은 말도 통하겠다, 까짓거 여러분들에게 하는 것처럼 교육을 시키면 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업자들은 교사들을 고용하여 실장석들을 교육시키고자 하였어요.
이러한 시도는 ‘실장학교’라는 이름으로 잠깐 매스컴의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실패, 그것도 처절한 실패로 끝났어요.
처음에는 인간 아이들을 가르치던 것처럼 가르치던 교사들도 실장석들의 분충성에 질려버렸고, 결국 매를 들었지만 매질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어요.
분충성에 체벌을 가하면 뭐하나요, 실장석은 교사의 지시에 따를 두뇌가 없는걸요.
바위에 채찍질을 한다고 바위가 말을 하겠어요?
한마디로 분충성을 떠나서 실장석의 지능은 인간에 비해 매우 뒤떨어졌기 때문에 세레브 실장만들기 1차 프로젝트는 교사들의 눈물 섞인 사직서, 혈압약들의 매출증가로 끝났답니다.
1차 프로젝트가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실장석의 지능을 무시한 대가였어요. 실장석의 지능은 후하게 봐줘서 말할 줄 안다는 걸 제외하면 개나 돌고래보다 크게 나을게 없는 정도랍니다.
그런데 제가 말한 인성과 도덕성은 인간에게조차 고등한 사고이지요.
한마디로 실장석의 저열한 머리에 인성과 도덕성을 심는 것은 물고기를 걷게하거나 고양이를 날게 하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이었단 뜻이에요.
하지만 여러분. 만약 여러분이 부자들의 돈을 털어먹자고 생각했다면, 이정도에 굴복해서는 안된답니다.
돈이 된다면 물고기에게 다리를 달고 고양이를 날게하는게 우리 인간의 저력 아니겠어요?
교사들을 고용한 업자들의 1차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2차시도에서는 달랐어요. 본격적이었죠.
업자들은 동물학자, 교육학자, 그리고 학대사들을 모아서 밤새도록 토론하게 하였습니다.
‘어떻게하면 세레브 실장을 만들 수 있는가’하는 주제로 말이지요. 그래서 나온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불가능하다.’
인간의 상당수에게도 결여된 인성과 도덕성이라는 개념을 실장석이 습득하는 것은 무리다, 라는 것이 결론이었어요.
하지만 그래서 이 사업이 불가능한가? 라는 질문에는 좀 다르게 대답했어요.
'세레브 실장은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세레브 실장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라고요.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여러분은 파블로프의 개 이야기를 아시나요?
파블로프의 개는 아주 간단한 훈련을 통해서 '종소리를 듣는 것'으로 '침을 흘리게' 되었어요.
개가 밥생각을 하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종소리=침'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다는 것이에요.
이 등식을 실장석에게 적용시켜 볼까요.
여기에 인성과 도덕성을 갖춘, ‘진짜 세레브 실장'이 있습니다.
이 실장석은 인성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주인에게 무한한 충성심을 가지며 식사 때마다 감사인사를, 주인의 말은 무엇이든 복종하지요.
그리고 여기에는 세레브 실장처럼 보이는 ‘가짜 세레브 실장'이 있습니다.
이 실장석은 인성이나 도덕성 따위는 없습니다.
그런 것을 가르치는 건 무리였잖아요?
하지만 훈련을 통해 '식사시간'에는 '감사인사'
'명령' 에는 '복종'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행동에 불과했어요. 주인? 충성? ‘가짜 세레브 실장’들은 그런 것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았답니다. 그냥 채찍과 당근으로 머릿속에 '식사시간엔 감사인사를 해야한다.' '명령에는 복종한다.'라는 행동을 쑤셔박은 것에 불과하거든요.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식사시간에 감사인사를 하면 콘페이토를, 하지 않으면 학대를 함으로써 생각없이 반사적으로 ‘식사시간’에는 ‘감사인사’를 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이건 차라리 우리가 뜨거운 물체에 손을 대면 손을 떼는 것에 가까워요.
그러니까 세레브 실장들의 행동은 '행동'이라기 보다는 '반사', '반응'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는 이런 것을 '조건반사'라고 부르기로 해요)
하지만 실장석이 행동을 하건 반응을 하건 겉으로 보기엔 똑같잖아요? 어쨌든 분명히 감사인사와 복종을 하고 있으니.
인간 입맛에 맞게만 행동한다면 이게 조건반사인지 인성과 도덕성에 기초한 사고의 결과인지 알게 뭐겠어요?
그러니까 ‘세레브 실장처럼 보이게 할 수 는 있다’라는 의미는 이거였어요.
실장석이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채찍과 당근으로 수십, 수백가지의 조건반사를 몸에 익히게하면 ‘진짜 세레브 실장’처럼 보이는 ‘가짜 세레브 실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업자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걱정이 약간은 들었지만
1. 설령 프로젝트가 망해도 훈련을 거친 실장석은 펫숍에 고가에 납품할 수 있다.
2. 성공만하면 투자금의 몇 배씩 뽑아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라는 이유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토론에 참여한 교육학자, 동물학자, 학대사들을 본격적으로 ‘조련사’라는 이름으로 고용하였어요. 실장석은 교육이 불가능하다, 라는 경멸의 의미를 담아서요.
대외적으로 프로젝트의 이름은 ‘세레브 실장 프로젝트’이였어요.
하지만 자신들이 만드는 것이 ‘진짜 세레브 실장’이 아님을 알고있는 업자들과 ‘조련사’들은 자조의 의미를 담아서 이렇게 불렀어요.
‘짭피’라고.
그럼 조련사들이 어떻게 가짜 세레브 실장...그러니까 ‘짭피’를 어떻게 조련하는지 한 번 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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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 예정대로라면 여기서 "짭피들을 조교하는 장면" 그러니까 40번 실장을 지지고 볶는 장면으로 이어졌을 예정이었지만 여기서 문득 복종과 침묵, 40번 실장 스크의 결말이 생각나서 바꿔봤습니다.
2. 하지만 여기서 생각한 설정 몇몇은 제 스크에 그대로 계승되었지요. '계속된 육체 훈육을 통한 세레브 실장 만들기'와 '금수저들을 위한 고가의 실장석'이라는 형태로요.
3. 41번 실장에 관해서 스크립트를 계속 쓰는 중이니 조금...아니 좀 오래 기다려 주세요....ㅠㅠ
4.폐기된 글이지만, 무엇이라도 좋으니 개선하면 좋겠다, 라는 것이 보이면 댓글을 달아주시면 저에게 큰 도움과 힘이 됩니다. 무엇이라도 기꺼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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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퍼 작성시간 17.01.29 실장석에게 도덕과 예절을 주입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보이는 것처럼 만들뿐이다라는 부분이 인상깊은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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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참피하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7.01.29 원래 그 내용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적인 것 과 도덕적인 것 처럼 보이는 것은 무슨 차이인가?"를 전달하고 싶었지만
결국 좀 더 극적인 내용으로 바꾼 데스웅.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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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참피하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7.01.29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라기 보다는 '돈이 되느냐 안되느냐' 시장가치에 가까운 것입니다.
저 사람들은 참피의 생명체적인 가치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습니다.
단지 감정적인 훈육보다는 기계적인 조교가 더 효과가 있기에 그걸 선택했을 뿐입니다. 단지 그것 뿐이지요. -
작성자쿼리쉬 작성시간 18.07.07 설정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