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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크립트/ 단편

저승에 간 실장석

작성자몹딕|작성시간17.05.29|조회수4,310 목록 댓글 30





데샤아아아아아아-!! 용서 못하는데스! 똥닌겐!! 저주하는데스! 반드시 죽여주는데스!!”

 

  이곳은 삼도천 너머 저승.

  수많은 망자들의 대열이 줄지어 앞을 향해 가는 틈에, 한 마리의 성체실장이 섞여 있다.

  

  아마도 생전에 학대라도 당하다 온걸까, 옷 여기저기가 찢겨지고 몸은 곳곳이 부어오른 것이 영 좋지 않은 몰골의 실장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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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예 차사님. 어이, 들어가라.”

 

  저승 한켠에 있는 고대 중국풍의 으리으리한 기와 건물 안에서, 한 팔을 턱에 괸 남자 하나가 무료함이 묻어나는 말투로 다음 심판대상을 불러낸다. 이곳은 죽은 실장석들이 생전의 행적에 대해 심판받고 어떤 처분을 받게 될지 결정되는 곳이다. 어마어마한 번식력을 가진 인공생물 실장석이 지구상에서 급속도로 수를 불려가게 됨에 따라, 인간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는 것만도 버거워하고 있던 염라대왕이 더 이상의 업무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고위 저승사자 하나를 지목해 실장석에 대한 심판을 맡긴 것이다. 그에 따라 저승에 온 실장석들은 중간부터 인간들의 대열과 따로 떨어져서 이쪽을 향해 오게 된다.

 

어이구, 이거 몰골을 보니 곱게 죽진 못한 녀석이군. 보나마나 시덥잖은 짓 하다 인간에게 맞아죽은 녀석이겠지.”

 

, 아닌데샤!! 와타시는 억울한데스!! 와타시,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지옥에 떨어질 똥닌겐에게 일방적으로 죽게 된데스! 이대로는 억울해서 눈을 감을 수 없는 데샤-!!”

 

그래그래, 여기 온 애들은 다 그렇게 말해. 지가 얼마나 잘못했는지는 상관없이.”

 

데기기기기깃! 똥닌게에에엔!! 아니라고 하지 않은데샤! 왜 말을 못 알아.”

 

아 거 시끄럽네. 재생해.”

 

  심판을 맡은 차사가 턱짓으로 신호를 주자 한쪽에 공손하게 서 있던 보조 저승사자가 리모컨처럼 생긴 장치를 누른다. 판결대상의 생애를 다시 재생시켜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실장석과 저승사자들의 눈 앞에 정교한 홀로그램 영상이 떠오른다.

 

, 와타시의 빛나는 실생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샤?”

 

, 앞부분 판결에 필요없어. 빠른재생해서 뒤로 돌려.”

 

예 차사님.”

 

그래 거기, 거기! 속도 다시 낮춰. 여기부터 본다.”

 

  판결 담당 차사가 속도를 낮추게 한 부분은 눈앞의 성체실장이 자들을 데리고 한 남자에게 다가가는 부분이다. 성체실장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가 재생되어 나온다.

 



데프프프프픗, 오마에는 왜 이런 대낮부터 이런 공원에서 하릴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는 데스웅?”

 

똥닌겐은 백수인테치? 잉여인간인 테치?”

 

테프프, 영리한 와타치는 알겠는테치! 분명 암컷닌겐에게 차이고 궁상떨고 있는게 분명한테치!”

 

데프픗, 듣고 보니 딱 그런 모양새인데스웅. 똥닌겐! 뭘 그리 궁상떨고 있는데스? 그래 봤자 어차피 보잘것없고 세레브하지도 않은 닌겐 암컷일 뿐인데스. 그러지 말고 와타시의 얘기나 들어보는데스. 똥닌겐이 와타시들을 데려가서 노예로서 잘 섬긴다면, ! 별히 와타시의 총구로 천국에 보내주는 것을 한번 생각해볼 수도 있는데스.”

 

아 씨발것들이. 존말할 때 그냥 가라? ?”

 

, 데기이이이익! ! 별히 관대하고 세레브한 와타시가 그런 말도 안되는 좋은 제안을 했더니, 지금 와타시에게 욕을 한 것인데스? 이건 결코 용납될.”

 

꺼지라고 씨발새끼들아!!”

 

  청년의 일갈에 화들짝 놀란 실장석들이 혼비백산한 얼굴로 뒤로 몇걸음이나 물러나 기색을 살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성체실장의 얼굴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붉으락푸르락 해지고 있다. 자신처럼 위대하고 세레브한 실장석이 고작 닌겐의 고함 따위에 겁먹고 물러났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오른 것이다.

 

어이 똥닌겐! 지금 감히 고귀한 와타시와 자들에게 소리를 지른데스?! 정신나간데스? 겁대가리를 상실한데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성체실장이 삿대질을 해가며 청년에게 욕을 하지만, 뭔가를 고뇌하는 모습의 청년은 고개를 숙이고 양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미동도 없다. 자존심이 상해 제정신을 잃을 지경이 된 성체실장이 팬티를 내리고 수북한 녹색 운치를 한손에 집어.

 

 


역시는 역시구만. 하나도 예상을 벗어난 게 없어. 야 재생멈춰.”

 

데갸아아아앗! 왜 멈추는데스? 여기서부터 와타시가 저 똥닌겐의 부당한 폭력에 무참히 살해당하고 마는데스! 가장 중요한 증거부분인데스!!”

 

얌마, 딱봐도 니가 그냥 가서 어그로끌다 뒤진거구만 보긴 뭘봐? 그러게 누가 힘들어하는 사람한테 가서 어그로 끌래?”

 

데기잇!! 무슨말을 하는데스! 와타시 아무 잘못 없는데스! 저런 똥닌겐이 고귀하고 세레브한 와타시들을 모셔야 하는 것은 우주의 상! ! 아닌데스? 모든 잘못은 똥닌겐에게 있는 데스우우!!”

 

응 개소리는 됐고어디보자너는 분충짓하다 뒤졌으니까 150포인트다. 그럼 기존 포인트랑 합산을 해서 다음 환생가능 구간을 확인해보면! 구더기나 기형실장밖에 안될 것 같은데?”

 

또옹니인게에에에에엔!! 알아들을 수 없는 말 그만하고 와타시의 말을 듣는데샤아!!”

 

이게 어디서 큰소리야?”

 

  유들유들하게 대응하던 차사도 계속되는 실장석의 폭언에 기분이 안좋아졌는지 책상에 올려져 있던 상아봉을 집어 실장석의 머리통을 내려치기 시작한다.

 

얌마, 여기가 너네 골판지 안방이야? 이게 죄짓고 죽어서 저승에 왔으면 잘못한줄을 알아야지 어디서 큰소리야? 너 여기서 죽고싶을만큼 맞아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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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후, 상아봉으로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은 실장석은 바닥에 엎드려서 힘겹게 흐느껴 울고 있고 차사는 어느정도 분이 가라앉았는지 숨을 고르고 있다.

 

하여간에! 이놈 데려가서 빨리 집행하고 다음 들여보내.”

 

, 잠시만 기다리는 데스우.”

 

  통증으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실장석이 간신히 고개를 들어 차사를 올려다본다.

 

와타시잘못하지 않은데스. 하지만 설령 잘못했다고 해도, 그저 말 몇마디 하고 똥좀 던졌을 뿐인데스. 그게 죽을때까지 두들겨 맞고, 자들까지 모두 죽을만큼 큰 죄인데스? 그런데스?”

 

으으.”

 

  차사가 이 자식이 왜 갑자기 맞는말을 하고 난리야?’ 하는 표정을 짓고 실장석을 내려다본다. 하기야, 잘못은 백번 실장석이 먼저 했다 하더라도 말좀 잘못했다고 맞아죽는건 심한 감이 없잖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차사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심사숙고에 들어가자 옆에서 법전을 들고 서 있던 보조사자 하나가 말을 건다.

 

차사님, 규정에 의하면 이 경우에는.”

 

으으야 나도 알아, 안다고! 얌마, 참피.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야? 뭘 어쨌으면 좋겠는데?”

 

복수! 피의 복수를 할것인데스! 와타시와 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똥닌겐에게, 똑같이 복수하는데스!!”

 

이봐이봐. 좋은 말 할 때 그만둬라. 네가 남에게 복수하려고 하면 남도 너에게 복수하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런 허울좋은 말은 필요없는데스!! 고작 그런 이유로 복수를 포기하면 와타시와 자들의 혼이 어떻게 안식을 찾을 수 있겠는데스?!”

 

이자식, 진짜 그렇게 나올거냐? 무슨일이 있어도 복수를 해야겠다 이거지?”

 

그런데스!!”

 

좋다. 나중에 후회하지나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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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 차사와 보조사자들은 실장석을 데리고 어딘가로 와 있다. 차사가 눈으로 신호를 주자 보조사자들이 실장석을 잡아눕혀 바닥에 설치된 형틀에 묶기 시작한다.

 

, 무슨짓을 하는데스?! 와타시의 복수를 허락해주기로 한게 아닌데스? 왜 이런.”

 

그게 말이지.”

 

  차사가 담배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내물고 먼 곳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사실, 여기 와서 너처럼 억울하게 죽었으니 복수해야겠다고 하는 애들이 한둘이 아니야. , 실장석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그래. 그런데 말야, 복수하고 싶다고 해서 귀신들이 다 가서 생령들을 해치게 냅두면 어떻게 되겠어?”

 

그런 거 와타시가 알 바 아닌데스!! 어서 이걸 풀고 와타시가 똥닌겐에게 복수하게 해주는데스!”

 

오해하지 마. 너가 복수 못하게 한단 말은 안했으니까. 하지만 말야, 그 전에 네가 남에게 진 빚부터 갚고 가야겠지?”

 

?……? 무슨 말을 하는데스?‘

 

직접 보는게 이해가 빠르려나. .”

 

  차사가 손으로 가리킨 쪽을 본 성체실장이 놀란 눈을 하고 쳐다본다. 수천마리는 족히 되어 보이는 개미떼가 무리지어 형틀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 이게 무슨일인데스? 웬 개미들이 저렇게.”

 

네가 생전에 잡아먹었던 개미 3,672마리다.”

 

데뎃? 와타시가먹은 개미들?”

 

, 그래서 아까 하던 말을 계속하자면 말이지. 우린 너처럼 복수하겠다는 녀석이 나오면 먼저 다른 녀석들에게 받을 복수를 다 받고 가게 해. 그게 규칙이야. 남에게 해를 입은 원한을 풀고 싶다면, 자기가 남에게 해를 입힌 응보를 먼저 풀고 가야 하는거지.”

 

,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스.”

 

그니까 지금부터 니가 잡아먹은 저 개미들이 니 살을 다 파먹고 복수할거고, 개미 다음엔 사마귀, 거미 등등너한테 볼 일이 있는 분들이 다 한번씩 와서 복수를 하실거란 얘기지.”


, 그게 무슨 개소리인데스!! 와타시는 그런 말은 하나도 못 들은데갹!!”

 

  어느새 빠른 속도로 형틀을 둘러싼 개미들이 형구 위로 기어올라와 물어뜯기 시작하자 실장석이 비명을 지른다. 그 모습을 보며 차사가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말한다.

 

, 남에게 해를 입힐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 자기가 당하는 경우도 생각했어야지. 그럼 난 좀 있다 다시 온다. 잘 참아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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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분 정도 후, 몇 건의 판결을 마치고 다시 실장석을 보러 돌아온 차사 앞에 놓인 것은 몸 곳곳을 개미떼에게 파먹혀 붉은 살점을 드러낸 채로 보기에도 흉한 모습이 되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실장석이었다. 처음 10분에서 15분 정도는 저승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지만, 이제는 비명지를 힘도 없는지 개미떼에게 물어뜯기며 때때로 고통으로 몸을 움찔움찔 떨고 있을 뿐이다.

 

어이, 견딜만하냐?”

 

아픈데스괴로운데스언제까지 참아야 하는데스? 개미 다음에 사마귀 다음에 거미, 그리고 끝인데스?”

 

무슨 소리야? 차례가 그렇단거지 너가 잡아먹은게 그것들만 있는게 아니잖아? 그리고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종족당 한번이 아니라 한 마리당 한번이야. 다 먹히면 염라님의 권능으로 몸이 재생돼서 개미떼에게 뜯혀먹히길 3,672번 반복하면 되는 거란다.”

 

, 그럴 수는 없는데스! 와타시의, 와타시의 마음이 부서져 버리는데스!”

 

얌마, 그럼 참피주제에 인간한테 복수하는게 쉬울 줄 알았냐?”

 

이건말도 안되는데스. 어떻게 이런 것을 버티는데스? 정말로 이렇게 해서 인간한테 복수한 실장이 있긴 한데스?”

 

, 그 사례들이 저기 있지.”

 

  실장석의 눈이 차사가 가리킨 벽 쪽을 향한다. 그곳에는 두 성체실장의 영정사진이 위쪽에 나란히 걸려 있었다.

 

, 복수한다고 설치는 놈은 엄청 많았는데, 실제로 다 마치고 하고 간 애들은 딱 저거 둘이야.”

 

, 정말로 저 실장들은 이걸 다 버틴데스?”

 

, 한놈은 사육실장이라서 평생 먹은게 푸드밖에 없기 때문에 뭐 복수당할 일이 없었고, 다른 한놈은 정말 FM으로 다 버틴 다음에 복수하러 갔다. 정말대단한 놈이었어. 나머진 다 중간에 포기!”

 

  개미떼에게 산채로 잡아먹히며 지옥의 고통을 맛보고 있는 실장석의 양 눈에서 적록의 짙은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자신은 왜 이런 괴로움을 겪고 있는걸까. 불처럼 타오르던 복수심도 이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음 속에 남은 것은 그저, 이 끝없는 고통을 그만 끝내고 싶다는 갈망 뿐이다. 이내 실장석은 눈물을 흘리며 차사에게 애원하기 시작한다. 






작가의 말 : 실장석 따위가 인간에게 복수할 수 있는 세상 그런거는 저승에까지 찾아봐도 있을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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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뿌다다닷 | 작성시간 17.05.29 스크 추가 기대기대레후
  • 작성자글리코 | 작성시간 17.05.29 데후후 추가 스크 기대하는데스♥
  • 작성자블레이드 | 작성시간 17.05.29 머 실장석 영혼이 복수를 하는걸 허락을 해준다 해도 능력을 준게 아니라서 아무런 영향도 못주고, 오히려 혼자서 열나게 삽질 하게 되는게 사르륵 펼쳐 지는군요.
    2마리도 과정을 거치고 갔다고만 했지 복수는 과연?
  • 작성자데챠아아아아 | 작성시간 17.05.30 데프프픗 꼴 좋은 데스웅
  • 작성자레후인레후 | 작성시간 17.06.11 쩐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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