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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크립트/ 단편

학대보다 더 치명적인 사랑-중편

작성자독라굴|작성시간17.06.12|조회수1,589 목록 댓글 17


제니의 곁에는 혜영이라는 학업 보조원이 항상 따라다녔다. 그녀는 제니가 소속된 영재센터의 연구원으로 제니의 등하교와 강의실 이동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러나 영재센터의 원장이 당부한대로, 그녀는 그 외의 일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가령 학생들이 대놓고 제니를 둘러싸고 조롱하는 경우가 그랬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괄약근 조절도 못 해서 똥이나 싸는 종족이 우리랑 같은 강의실에 앉아있다니.”

뭐가 영재센터고 뭐가 천재 실장이야? 다 그냥 정부 지원 받아먹으려는 수작이지.”

제니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강의를 들어나갔다. 1학년 수업들은 대개 동기들끼리 뭉쳐서 듣기 때문에 매시간 같은 일이 벌어졌다. 혜영도 처음에는 냉정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봤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학생들의 행동에 며칠 지나지 않아 분통을 터뜨렸다.

저 개 같은 놈들! 애를 이렇게나 못 살게 굴다니. 제니야, 너무 힘들면 원장님한테 말해. 학교 못 다니겠다고.”

괜찮은 레치. 괜히 걱정하시는 레치. 대회에서는 이것보다 더 심한 소리를 들어본 레치.”

제니가 그렇게 의연한 모습을 보이니 연구원도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그녀가 완전 외톨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철웅 만은 주변의 시선과 상관없이 제니를 반겨주었다.

안녕하세요, 제니 양, 그리고 혜영 씨.”

철웅은 언제나 강의실에 들어서면 둘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철웅의 멋진 외모와 세련된 매너는 곤두서있던 혜영의 신경을 가라앉혀주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제니는 그를 볼 때마다 냉담한 얼굴로 고개만 까닥여보였다. 혜영은 그런 제니가 안타까웠다.

제니야,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을 일부러 밀어낼 필요는 없어. 네가 어떤 마음인지는 알지만…….”

그런 게 아닌 레치.”

제니가 입을 앙다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이니?”

그러나 제니는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조용히 칠판만 응시했다. 곧 교수가 들어와서 강의가 시작되었고, 혜영도 멀찍이 교실 뒤로 물러났다. 철웅은 제니 옆에 앉았다.

어지간히 미움 받고 있나보네요. 제가.”

…….”

첫 날에 반말한 것 때문에 그런 건가요? 그럼 제가 사과를 한 번 더…….”

차철웅. 28. 한국대학교 경제학부 09학번. 그리고…….”

제니가 엄지실장용 키보드를 탁탁 두드렸다. 화면에 철웅의 사진이 뜨면서 그의 학사기록부가 주르륵 나열되었다.

“2013년에서 2015년까지 실장석 학대파 동아리 회장을 지낸 레치.”

철웅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런 기록을 일개 학생이 마음대로 열람할 수 있던가? 하지만 철웅은 곧 그녀가 뛰어난 프로그래머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해킹 실력도 상당한 모양이었다.

와타시는 생명을 우습게 보는 인간 말종과 나눌 말이 없는 레치.”

철웅은 수업 끝날 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인사를 건네는 혜영을 무시하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



봐봐. 쉽지 않지? 그래도 좀 실망이네. 고작 2주 만에 백기를 들 줄은 몰랐는데.”

작전 상 후퇴일 뿐이야! 저렇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대에게는 무슨 소리를 해도 안 통해! 제기랄! 그래! 지금까지 만난 벌레들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포기한 건 아니야.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네 일을 처리해서 정보라도 먼저 받는 게 좋겠다 싶은 거지.”

오빠답지 않게 변명이 긴데?”

시끄러. 어서 흑발에 대한 자료나 내놔.”

은호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주었다. 유치원에서 복사해온 흑발실장의 프로파일이었다. 파일 안에는 지금까지 흑발실장이 해온 학습활동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런 게 쓸모가 있어?”

유치원에서의 학습활동이라고 해봤자, ‘나의 꿈을 써 봐요.’제일 행복했던 순간을 그려봐요.’ 정도였다. 그런데 철웅은 그런 작은 요소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살펴봤다.

기본이야. 기본. 이런 걸로 벌레의 성격이나 취향을 알아낼 수 있지.”

대단한데. 차라리 오빠가 유치원 선생을 하는 게 낫겠어.”

철웅은 모든 자료를 꼼꼼히 검토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그럴듯한 시나리오 몇 개가 세워졌다.

유치원에서 야외활동 언제 나가?”

야외활동? , 보자. 다음 주에 어린이 대공원을 가기로 했어.”

좋아. 이렇게 하자고.”

철웅이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



어린이 대공원은 서울시의 철저한 관리 덕분에 들실장이 살지 않는 서울의 몇 안 되는 공원 중 하나였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거나 사육실장을 기르는 사람들이 나들이 장소로 자주 찾았다.

, 햇님 유치원 친구들 손 들어보세요.”

모두 모인 테치!”

어서 들어가는 테치!”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선생님이 출석 체크 좀 하고요.”

노란색 유치원 실장복을 입은 자실장들이 공원 입구에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어린이 대공원에서는 흔한 풍경이었다. 은호는 아이들이 모두 온 것을 확인하고는 깃발을 들고 앞장섰다.

, 모두들 노래를 부르면서 들어가요!”

텟테로케, 텟테로케, 세상에는 행복한 일이 많은 테치! 상냥한 마마가 좋은 테치! 아마아마한 콘페이토는 맛있는 테치! 착하게 말 잘 듣는 자가 되는 테치! 테치! 테테치! 테치! 테테치!”

노랫소리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작아졌다. 공원에 들어선 자실장들이 풍경에 넋을 뺏겼기 때문이다. 은호는 호수 앞에 도착해서 잠시 자실장들을 쉬게 했다.

테에에! 분수가 엄청 큰 테치! 호수에 고래 상이 살고 있는 게 분명한 테치!”

장미 상들로 가득한 꽃밭인 테치! 사진 찍고 싶은 테치!”

솜사탕인 테치! 주인님이 준 용돈으로 사 먹는 테치!”

은호는 아이들의 주의가 산만한 틈을 타서 흑발실장을 불렀다.

, 마리야.”

왜 부르신 거예요, 선생님?”

내가 미처 가이드북을 못 챙겨서 그런데, 네가 가서 좀 받아와주겠니? 저기 입구에 안내소 보이지? 저기 가면 돼. 네가 다른 친구들보다 키도 커서 빨리 갔다 올 수 있어서 부탁하는 거야.”

마리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원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은호는 그녀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며 자실장들에게 말했다.

, 그럼 우리 동물원을 한 번 가볼까요?”

응 테치! 신나는 테치!”

와타시는 기린 씨의 목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싶은 테치!”

그리고 그들은 떠났다.

 


...



, 어떻게 된 거예요? 다들 어디 간 거예요?”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온 마리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봤으나 친구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 전화를 해보는 거예요.”

마리의 가방에는 휴대폰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가방을 매고 있지 않았다. 아까 선생님이 심부름을 시킬 때, 무겁다고 맡아둔다고 가져갔기 때문이다. 마리는 이제야 자신이 미아가 됐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으에에엥. 어디 간 거예요. 선생님. 으에에엥.”

철웅이 등장한 것은 그때였다. 그는 우는 마리에게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 혹시 햇님 유치원에서 왔니?”

으에엥……으흑, , 어떻게 안 거예요?”

내가 아까 네 친구들을 봤거든.”

으흑, , 혹시 어디로 갔는지 아는 거예요?”

. 알지. 넌 길을 잃은 모양이구나.”

그런 거예요.”

철웅은 잠시 고민하는 척 하더니 손뼉을 짝 쳤다.

좋아. 즐거운 소풍날 이렇게 혼자 덩그러니 있으면 얼마나 슬픈 일이니? 같이 가자. 함께 찾아줄게.”

, 정말인 거예요?”

그럼. 물론이지. , 갈까?”

철웅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낯선 사람에게 스킨십을 허용한다는 것에 마리는 바싹 몸을 웅크렸지만, 철웅이 따뜻한 미소로 돌아보자 이내 힘이 풀려버렸다. 철웅의 수려한 외모와 친절한 말투를 접한 마리는 긴장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철웅은 마리를 데리고 일부러 공원을 빙빙 돌았다. 소풍 일정표를 꿰고 있었기에 철웅은 유치원 사람들과 마주칠만한 장소를 피해 다닐 수 있었다. 철웅은 그녀의 취향을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그녀가 좋아할만한 전시관을 골라 다녔다. 마리는 철웅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어느새 선생님과 친구들을 찾는다는 원래의 목적은 잊어버렸다.

손이 안 닿지? , 이리 와봐.”

철웅이 마리의 몸을 들어 올려, 그녀가 천장에 매달린 행성 모형을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그는 마리의 총구에 지나가듯 숨결을 불어넣었다.

, 으에엣!”

? 왜 그러니?”

철웅이 시치미를 뚝 데며 말했다.

, 아닌 거예요. , 어서 내려주는 거예요.”

마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철웅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배고프지 않니? 내가 점심 사줄까?”

철웅은 호숫가에 있는 벤치에 그녀를 앉혀두고, 커다란 초코 아이스크림 파르페를 사왔다.

이런.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사 와 버렸네. 너에게 묻지도 않고.”

저도 초코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거예요! , 바닐라 칩도 뿌린 거예요?”

. 나는 무조건 이렇게 해서 먹어.”

신기한 거예요. 저도 그런 거예요.”

철웅은 마리의 프로파일을 읽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알고 있었다. 마리는 둘의 취향이 이렇게 많이 겹치는 것에 신기해했다.

철웅 상은 별자리를 정말 많이 아는 거예요.”

별 보는 게 내 취미니까.”

저도 그런 거예요. 저도 아빠랑 같이 자주 별 보러 다니는 거예요.”

신기하네. 우리 둘이 천생연분이 아닐까?”

에에엣? , 으으, , 마리는……, 그게.”

마리가 얼굴을 붉히며 허둥댔다.

, 내가 괜한 소리를 했네. 마리 같이 예쁜 흑발실장이 나 같은 평범한 인간을 좋아할 리 없지.”

, 아닌 거예요! 철웅 상은 멋진 거예요. 키도 크고, 잘 생겼고, , 친절한 거예요.”

마리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 않아?”

? , 어떻게 안 거예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의 표정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 알아.”

, 에엣? , 좋아하는……, 그런……. , 하지만 저는 그런 거 잘 모르겠는 거예요. , 아빠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리는 아빠와 결혼하고 싶다는 자신의 은밀한 소망을 철웅에게 털어놓았다. 철웅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혹시 아빠한테 말은 했니?”

, 아닌 거예요. , 이상한 아이로 보일 거예요. 철웅 상과 선생님한테만 말한 거예요.”

,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이상하지 않은 것 같은데?”

, 정말인 거예요?”

그럼. 다만 문제는 아빠가 널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거지. 아빠 입장에서 넌 그냥 딸이니까. 부인으로 생각하지 않잖아.”

, 그런 거예요.”

네가 좀 더 여성적 매력을 길러야 해. 아빠를 유혹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런 건 유치원에서 안 가르쳐주는 거예요.”

내가 가르쳐줄게.”

, 철웅 상이? , 하지만 어떻게 만나서 가르쳐주는 거예요? 이제 곧 가봐야 할 시간인 거예요.”

네 연락처를 가르쳐 줘. 서로 시간을 맞춰 보면 되잖아.”

정말 고마운 거예요!”

철웅과 마리는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철웅은 그녀를 은호에게 데려다줬다.

 


...



철웅은 여동생과 집에서 맥주 캔을 까며 그녀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줬다.

대박! 하루 만에 벌써 관계가 거기까지 진척됐어?”

말했잖아. 이 정도는 껌이라고.”

헤헤, 이런데도 그 엄지는 안 되는 걸 보니. 역시 천재 실장은 천재 실장인가 봐?”

천재 실장? .”

철웅은 다 마신 맥주 캔을 멀리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말했다.

시나리오는 있어.”

아앗, 던지면 어떻게 해! 바닥에 맥주 국물이 다 떨어졌잖아.”

…….”

 


...



제니는 등교하면서 오늘 들을 강의들을 떠올려보았다. 예습 복습한 강의 내용을 조용히 암송했다. 그녀의 학교생활은 무미건조했다. 계속 집과 학교를 왔다 갔다 하며 공부하는 것 밖에 없었다. 이제 곧 있으면 축제라 학교가 시끌벅적한데도, 그녀의 주변은 조용했다. 모두들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 했다.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까지도.

물론 철웅 한 사람은 예외였다. 그는 저번에 제니에게 면박들은 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언제나 밝게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죠, 제니 양?]

나쁜 학대파인 레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레치.”

제니는 철웅에 관해 주변 여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멋있다. 잘생겼다. 제니가 보기에 그런 걸로 다른 인격체를 평가한다는 건 너무 천박했다. 겉모습으로 차별을 받아온 자신의 경험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지도 몰랐다.

제니야, 오늘은 좀 일찍 출발해야겠어.”

혜영 상, 무슨 일인 레치?”

학내 실장석 애호파 동아리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하더라.”

제니같이 유명한 실장석이 학교에 들어왔으니, 애호파들이 직접 만나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제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



인터뷰는 금방 끝났다. 대회 우승을 한 뒤로 자주 겪어본 일이라 제니는 질문에 막힘없이 술술 대답했다. 동아리 회장은 수업을 들으러 가는 제니를 따라가면서 학교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별 일 없는 레치.”

제니는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자신을 무시하는 인간들도 싫지만, 동정적인 태도로 법석 떠는 인간들은 더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혹시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접근하거나 그런 건 없겠죠?”

이상한 사람이 뭐인 레치?”

학대파 말이에요. 부끄럽지만 우리 학교에는 학대파 동아리도 있거든요. 제니 양에게 괜히 시비 거는 건 아닐까 해서요.”

제니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녀가 지난 몇 주 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에 대해서였다.

차철웅이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 레치?”

차철웅? 학대파 동아리 회장을 했던 그 사람이요? 그 분은 졸업 했을 텐데요.”

복수전공한다고 우리 과에 들어온 레치.”

아하, 그렇군요. 하하, 그 분이라면 별 걱정 안 해도 되요.”

동아리 회장의 대답에 제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인 레치?”

크흠,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그는 원래 애호파 동아리 사람이었어요.”

동아리 회장은 비밀스런 옛 이야기라도 꺼내듯 목소리를 깔았다.

유명했지요. 차에 치이려는 실장석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거나, 매주 주말에 들실장 무료급식소에 참여한다거나.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공원에서 죄 없는 독라 가족이 린치를 당하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그리고 그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죠. 무려 100마리의 들실장이 그의 손에 죽었습니다.”

동아리 회장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시 애호파 동아리의 회장은 극단적인 실장권주의자였어요. 그는 철웅 선배를 학대파로 규정짓고, 지금까지 그가 참가했던 모든 행사기록, 모든 선행들을 말소했죠. 그리고는 학교에 그가 질 나쁜 학대파라는 소문을 퍼뜨렸어요. 다들 그걸 믿었고요모두들 철웅 선배를 따돌렸어요.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죠. 저는 아무런 힘도 없는 새내기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선배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얼마나 고독했을지…….”

제니는 자신도 모르게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모두에게 배척받는다는 기분. 그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거였던 레치? 그래서 그는…….’

[하하, 안녕하세요, 제니 양.]

[날씨 좋죠? 우리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요?]

[학교생활 힘들지는 않아요?]

[혹시 뭔가 부탁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제니는 목구멍까지 뭔가 울컥 차올랐다.

그래서 저는 선배가 학대파 동아리에 들어갔다고 들었을 때,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들 밖에 선배를 받아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렇다고 선배가 학대파 동아리에 들어가서 사람이 바뀐 건 아니에요. 아니, 오히려 선배가 동아리를 바꿨죠. 개념애호 분충학대. 선배가 회장이었던 시절의 학대파 동아리는 그랬어요.”

 


...



제니는 강의실에 일찍 도착했다.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한국대 애호파 동아리의 기록을 찾아보았다. 과연 철웅은 한때 애호파 동아리 소속이 맞았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모든 기록이 말소당하고 퇴출당했다.

그리고 제니는 학대파 동아리의 과거 기록도 살펴보았다. 갤러리에 동아리 활동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행복한 표정으로 철웅과 껴안고 있는 실장석의 사진들이 많았다. 물론 그에 못지않게 학대 사진들도 많았다. 동영상을 하나 재생해보니, 꽥꽥 고함을 지르며 자기는 철웅의 신부라는 둥 전형적인 분충 짓을 해대는 벌레들이었다.

끼이익.

강의실 문이 열렸다. 철웅이 들어왔다. 그는 제니의 냉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그렇듯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제니 양. 주말 잘 보냈어요?”

제니는 재빨리 모든 창을 닫았다. 그리고 목이 메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인사를 했다.

, 와타시는 자, 잘 지낸 레치.”

어어? 드디어 제 인사를 받아주는군요.”

철웅이 가방을 풀며 그녀의 옆에 앉았다. 제니는 이제까지처럼 그를 모른 척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동안 무시해서 미안했던 레치.”

괜찮아요.”

철웅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저도 그랬던 적이 있어서 이해할 수 있어요.”

그는 크다. 그는 따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넓다.

제니가 미소를 지었다. 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니, 지난 몇 년 간 처음 있는 일이야.”

뒤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혜영이 눈물을 훔쳤다.

 


...



, 잘 됐어요?”

그래. 네 덕분이다.”

아나, 오글거려서 죽는 줄 알았네. 씨이, 진짜.”

미안, 미안.”

, 됐어요. 뭐래도 저는 형의 제자잖아요.”

제자는 무슨.”

왜요? 제자 맞죠. 형한테 실장석 꼬시는 기술 전수받았잖아요.”

애호파 동아리의 회장은 그냥 애호파가 아니었다. 애호를 넘어 몸까지 탐하는 실장석 사랑의 극단, 바로 직스파였다. 철웅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어설프게 실장석 강간이나 하고 다니던 애송이였다. 그런 그에게 기술을 가르쳐 준 게 철웅이었다.

그런데 그런 스토리가 먹힐까요?”

먹혀. 내가 보니까 그 엄지는 컴퓨터를 끼고 살더군. 무슨 정보가 있으면 컴퓨터로 검색하고 봐. 그녀가 컴퓨터로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은 뻔 해. 내가 애호파에서 기록이 말소당하고 쫓겨났다는 것부터 해서…….”

그때 형이 왜 쫓겨났었죠?”

동아리 회장의 사육실장을 타락시켰지.”

아하하, 맞다. 그랬죠. 킥킥, 회장이 자는데 침대에 침입해 회장의 물건을 총구에 쑤셔 넣었다고 했죠?”

학대파 쪽의 기록을 찾아봐도 볼 수 있는 건 옛날 사진들뿐이지. 내가 실장석을 애호하는 사진들. 그리고 분충을 가지고 놀던 사진들. , 동영상도 있던가?”

하하, 대박이네요. 혹시 기회가 되면 그 엄지의 최후도 좀 녹화해주세요. 천재라고 떠받던 애가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네요.”

그래. 어쨌든 고맙다. 애호파 동아리 회장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어. 네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야.”

철웅은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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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아직까지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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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그녀 | 작성시간 17.06.13 동감.
  • 작성자노예주 | 작성시간 17.06.13 참피는 신안가서 소금굽고 주인은 고깃배타고 태평양에서 그물치다 모두 뼛골빠져 죽는 엔딩 써주십쇼
  • 작성자노른자 | 작성시간 17.06.13 오오 흥미진진한 테치~~
  • 작성자메리메리 | 작성시간 17.06.13 제니는 실장 주제에 너무 건방진데스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데스!!!! 흑발 제니 모두 올렸다 내려치기로 처참하게 학대당하는 걸 보여주는데스!!! 모든 게 들통날 뻔했던 철웅은 운 좋게 넘어가고 애호파인 척 다음 희생양을 만나면서 끝났으면 좋겠는데스!!!
  • 작성자똥닝게에엔 | 작성시간 18.07.15 직스동아리라니..현실로 치면 수간동아리..구에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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