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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낚시.txt

작성자오리무종|작성시간15.11.04|조회수10,022 목록 댓글 21

천고마비의 계절.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곡식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풍성한 수확의 때를 기다린다.

후타바 시의 강변 또한 결실의 계절 이후에 다가올 가을을 준비한다. 푹 익은 온갖 열매들에 무거워진 식목들은

시원한 가을바람에 흔들린다. 비록 농사와 관련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풍성한 느낌에 거부감을 가지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이 풍성하고 행복한 계절은 제1의 해충, 녹색 바퀴벌레, 아니 바퀴벌레를 갈색 실장석로 만들어버린 지구의

기생충 실장석에게도 공평하게 찾아왔다. 쓸모없는 쓰레기들에게도 가을을 누릴 행복은 있다. 적어도 지금은.

 

여기저기에서 평소보다 더 뚱뚱하게 살집이 오른 실장석들이 더욱 늘어난 자들을 거느리고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풍부한 먹이 덕분에 약한 자들을 데리고 맘껏 돌아다닐 수 있었다. 동족으로부터 사냥당할 위협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실장석들은 심지어 자들끼리만 돌아다니도록 허락하기도 한다.

 

공원과 강변은 새끼 실장석들의 각양각색의 울음소리로 가득 차 시끄러웠다. 하지만 굳이 옷을 더럽히면서까지

실장석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평범한 일반인들은 그저 얼굴을 찌푸리고 갈 길을 갈 뿐이다.

 

새끼 실장석들은 봄과 여름 내내 좁은 골판지 상자 안에서 웅크리고만 있어야 했다. 어쩌다 놀이를 허락받아도,

집 주변에서 어미의 눈길이 닿는 곳에서 조용히 노는 것이 가능했었다. 다른 실장석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지

않는 주의 깊은 어미들의 계산이었지만, 새끼들이 어미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풍성한 가을이 온 이상, 그 걱정은 당분간 하지 않아도 좋다. 새끼들은 지금,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자유를

만끽하며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새로운 곳을 탐험한다.

 

한편, 평범한 가정집의 거실 유리창에는 십 수 마리의 크고 작은 실장석들이 일렬로 늘어서 창밖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집의 사육실장 미도리와 그 자들은 적록색 눈빛을 호기심으로 잔뜩 물들이며 정신없이 ‘자유로운’

들실장들을 동경하며 바라본다.

 

사육실장으로 ‘생산된’ 미도리는 한 번도 바깥세상을 구경해본 적이 없다. 자신을 낳아준 마마와 인사를 하기도

전에 펫샵으로 팔린 후, 몇 일 지나기도 전에 지금의 주인에게 팔려온 것이다. 공장에선 출산석의 입은 막아버려

실장석 특유의 낙관적인 태교를 차단하고, 세뇌에 가깝게 프로그램 된 노래를 24시간 틀어준다. 내용은 대부분

인간에 대한 절대적 복종과 무한한 신뢰를 주입하는 노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된 미도리에게 인간이란, 절대적 빛이요 진리여, 절대복종의 대상이다. 따라서 미도리는

쓸데없는 요구를 하지 않았고, 지시사항에 대한 실수는 하여도 절대 무시는 하지 않는 완벽한 사육실장이다.

 

이 점이 공장제 실장석들의 가장 뛰어난 장점이다. 덕분에 초심자들도 귀찮은 훈육과정 없이 가볍게 실장석을

사육할 수 있게 되어 실장산업은 나날이 확장을 해나가고 있다.

 

허나...이렇게 철저히 생산된 공장제 실장석도 근본적 욕구는 막지 못했다. 바로 자를 가지는 것. 이것은 태교의

문제가 아닌 생물적 본능으로서 그 어떤 조작을 가해도 그것만은 억누르지 못했다. 미도리의 주인도 미도리의

간청에 못 이겨 결국 자를 갖도록 허락해 준 것이다. 미도리는 육아를 철저히 책임지겠다고 큰 소리 쳤으나,

그녀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미도리가 받은 세뇌는 자신에게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 따라서 태어날 자들은 본질적으로, 거리의 들실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폭력적 방법에 의해 태어났지만 정작 본인은 폭력을 모르는 미도리가 육아를 제대로

할 리가 없었다. 결국 버릇을 고칠 수 있는 시기를 전부 놓친 그녀의 자들은 “실장석답게” 되었다.

 

 

‘부러운 테치....’

 

자실장 한 마리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녀석은 유리창에 얼굴을 가까이 대다 못해 아예 압착시켰다.

A자 입에서 질질 흘러내리는 침으로 창문은 엉망이 된다. 다른 자매들도 들실장의 움직임에 따라 고개를

움직이거나, 혼자만의 상상에 들떠서 이따금씩 팔짝팔짝 뛰며 창문을 두들긴다.

 

‘밖의 세상은 정말 멋진 테치.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표정인 테치....’

 

새끼들과 마찬가지로 정신없이 들실장을 구경하고 있던 미도리는 투덜거리는 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타이른다.

 

‘이곳도 즐거운 일이 잔뜩잔뜩인 데스. 엄한 것을 생각하기보단 지금에 감사하는 데스’

‘하지만 너무 좁은 테치. 알록달록한 나뭇잎들을 마음대로 갖고 놀고 싶은 테치. 왜 와타시들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테치?’

‘밖에 나가고 싶은 테치! 항상 갇혀 사는 테치!’

‘실장푸드도 지겨운 테치! 밖에 나가면 맛난 것이 잔뜩잔뜩인데 왜 못 나가는 테치?’

 

한 녀석이 내지른 말에 다른 녀석들도 테치테치거리며 거든다. 평소 쌓여있던 불만들이 일제히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물론 불만거리라 해봐야, 들실장 입장에선 상상도 못할 정도로 황송한 것이지만...

 

‘왜 마마는 항상 닝겐에게 굽신거리는 테치?’

‘데에...그건...주인님에겐 항상 최고의 예를 갖추...’

‘지겨운 테치! 닝겐이 와타시에게 헌신하는 것은 당연한데 왜 굽신거려야 하는 테치!’

‘맞는 테치! 밥도 항상 똑같은 것만 내놓는 게으른 녀석인 테치!’

 

자들의 언쟁은 점점 불온한 기운을 더해갔다. 폭력으로 점철된 ‘진짜 실장석식 훈육’을 받아본 적도 본적도 없는

미도리는 그저 데에...거리며 입을 뻐금거릴 뿐이다.

 

‘진정하는 데스...주인님에게 그런 언동은 안 되는 데스...’

‘텟! 싫은 테치! 와타시들은 밖에서 놀고 싶은 테치!’

‘그런 테치!’

‘무능한 똥마마인 테치!’

 

자실장들은 급기야 어미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내뱉는다. 조그마한 우레탄 보디로 된 발을 바닥에 콩콩

굴려대며 화를 내고, 미도리의 다리에 매달려 콩닥콩닥 때려대기도 한다. 완연한 반역의 기운에도 불구하고

미도리는 오히려 본인이 울먹이며 애원한다.

 

‘그만두는 데스...자자 좋은 자인 데스 좋은 자인 데스’

 

미도리는 자들을 달래기 위해 손을 내밀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뎃!’

 

미도리는 갑작스런 통증에 놀라 빵콘을 하며 넘어진다. 순백의 팬티는 순식간에 녹색 똥으로 불룩해졌고,

그 상태로 마룻바닥에 넘어지는 바람에 팬티 사이로 똥이 쭉 짜내어 진다. 말끔하던 마룻바닥은 녹색 똥으로

엉망이 된다.

 

‘치프프프프...똥마마가 똥을 지린 테치’

‘저런 똥마마에게 나온 것이 수치인 테치...치프프프’

 

멍청한 표정으로 똥범벅의 하반신과 마룻바닥을 번갈아 살피는 미도리. 머리가 상황을 따라가질 못 하고 있다.

자신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자가 손을 깨물어 버렸다. 게다가 성대하게 빵콘을 한 것도 모자라 마룻바닥까지

더럽혔다. 배신당한 충격과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미도리는 그만 울음을 터트린다.

 

‘데에에에엥....데에에에에엥.....’

 

미도리는 주저앉은 상태에서 똥을 계속 쏟아낸다. 불룩해진 팬티가 위아래로 꿀렁거리며 옷 사이 틈새로 똥이

흘러나온다. 미도리의 자들은 자신들의 어미의 한심한 꼴을 비웃는다. 눈은 초승달모양을 하고, 입으로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비웃는다. 그것도 모자라 자실장들은 팬티를 내리고 똥을 싸서 어미에게 집어던진다.

 

‘똥마마에게는 똥이 어울리는 테치~’

‘한심한 꼴인 테치. 와타시의 똥이나 먹는 테치’

 

대담해진 녀석들은 아예 미도리의 길게 흘러내리는 머릿카락에 똥을 치적치적 발라대기 시작한다. 미도리의 울음

소리는 한 옥타브 더 높아지고, 팬티는 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하아....미도리 넌 너무 무르다니깐...”

 

남성은 허리에 두 손을 올리고 고개를 휘휘 젓는다. 안방에 있던 남자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주인님...! 주인님....데에에엥....’

 

자신의 절대적 보호자인 남자를 본 미도리는 갓난아기마냥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하고 더 크게 울어재낀다.

안아달라는 듯이 앉은 상태에서 두 손을 활짝 벌리고 앉은 상태에서 엉덩이를 폴짝폴짝 들어올린다....덕분에

팬티에 막혀있는 똥들은 찰박찰박거리며 주변에 더욱 퍼져나간다.

 

청소할 생각에 정신이 아찔해진 남자는 미도리를 들어올린다. 똥이 묻지 않게 팔을 길게 뻗어 잡은 다음

신속히 화장실로 달려간다. 물 온도를 따듯하게 맞춘 남자는 미도리의 옷을 벗기고 살살 씻겨주기 시작한다.

따듯한 물에 좀 안정이 된 미도리는 훌쩍거리며 토로한다.

 

‘히끅....자들은....나쁜 것이...히끅...아닌...착한...히끅...’

‘무슨 말인지 알았다’

 

심한 딸꾹질 때문에 미도리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남자는 알아듣는다.

 

‘확실히...내가 너희들을 너무 집안에만 두는 것 맞는 것 같아’

‘아닌....끅끅...주인님은 훌륭한...히끅...’

‘그래서 그런데 밖으로 놀러가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정말인 데스?’

 

남자의 제안에 놀란 미도리의 딸꾹질을 멈추었다.

 

‘그래. 지금 당장 가자. 가을소풍을 가는 거야’

‘주..주인님...데에에엥!! 주인님 너무 좋은 데스...!’

 

미도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남자의 다리를 껴안고 얼굴을 비빈다. 그런 미도리를 떼어내고 남자는 화장실을

나선다.

 

‘옷은 빨았으니 대충 입어라. 가는 길에 마를거야. ’

‘젯슨♪’

 

젖은 옷을 펴기 위해 애를 쓰는 미도리를 뒤로 하고 남자는 거실로 들어간다.

 

자실장들이 창문에 늘어서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있다. 투실투실한 궁둥이를 움찔거리며 폴짝폴짝 뛰는 것이 퍽

귀엽다고 생각하며 남자는 자실장들을 부른다.

 

‘자~얘들아 잠시 여기 좀 봐줄래?’

 

한두 마리만이 힐끔 돌아보고 다시 열심히 창문 밖을 구경한다. 이런 도를 넘은 무시에도 남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실장들에게 다가가 상냥하게 말을 잇는다.

 

‘오늘 우린 소풍을 갈 거란다’

 

마치 떼를 쓰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준다고 한 것과 같은 즉각적 효과를 낸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거나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던 자실장들은 우뚝 동작을 멈추더니 남자에게 달려온다.

 

‘소풍테치? 밖으로 나가는 테치?’

‘강변으로 갈 거야. 모두 준비해’

‘텟츄우우우♪ 정말인 테치! 밖으로 나가는 테치!’

 

자실장들은 흥분에 날뛰며 손을 맞잡고 폴짝폴짝 뛰거나 두 손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어떤 놈들은 흥분해서

똥을 질질 싸댔다. 남자는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바닥을 닦을 뿐이었다.

 

일단 준비하라고는 시켰으나 실장석들이 준비할 거라곤 딱히 없다. 있다 해도 들뜬 자실장들이 제대로 챙길 일도 만무하겠지만. 다만 몸을 다 닦고 나온 미도리에게 콘페이토가 든 파우치를 들려줬다. 울음을 그친 미도리는 열심히

아이들을 정렬시키려고 애를 썼지만 무리였다. 흥분도가 맥스에 달해 곧 있을 소풍에 들뜬 자실장들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

 

한편, 남자는 누군가와 통화를 마치고 가방에 낚시도구를 챙겨 넣었다. 실장석을 산책시키는 데 낚시도구를 챙긴

다는 것은 굉장히 이상한 일이지만, 곧 있을 소풍에 잔뜩 들뜬 자실장들은 그저 굼뜬 남자의 행동에 화가 날

뿐이다.

 

‘닝겐! 너무 느린 테치!’

‘테에에엣! 빨리! 빨리 나가는 테치!’

‘너희들...진정하는 데스...주인님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데스...’

‘자 그럼 가자!’

 

미도리들에게 있어 문이란 항상 닫혀 있는 곳. 항상 갇혀만 있는 이 지긋지긋한 일상도 끝이다. 꿈만 꿔왔던

문 너머의 세계. 그저 남자만이 항상 열고 닫을 수 있었던 바로 그 문이 처음으로 미도리들을 위해 열린다.

 

‘테햐아...♥’

 

자실장들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문이 열리는 것을 두 손 쥐고 지켜본다. 문이 열리자, 자실장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일제히 뛰쳐나간다.

 

‘자유인 테치! 자유!’

‘테츄아아! 오네챠! 나뭇잎인 테치!’

‘알록달록 이쁜테치!’

 

마당에는 낙엽이 살포시 쌓여있고, 들꽃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하늘은 청명하고 기온도 적당히 선선하여 소풍에

최적의 온도다. 자실장들은 마당에 나온 것만으로 온 세상의 행복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한다. 나뭇잎을 하늘에

뿌리며 풀밭에 몸을 깊게 담구고, 음정도 안 맞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들꽃을 꺾어 품에 안는다.

 

‘멀리 가지는 않는 데스...’

 

미도리는 조심스럽게 염려의 말을 외쳐보지만 별로 소용없다. 게다가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도 바깥세상의 매력에

정신을 빼앗겼다. 싱그러운 풀내음. 선선한 바람, 살갗이 직접 쬐는 따스한 햇살...이런 천국을 코앞에 두고도

그 간 누리지 못 했던 사실에 억울함까지 느낀다.

 

‘다들 너무 좋아하는데? 진작 데리고 나올걸 그랬구나.

‘데뎃..! 괜찮은 데스! 요구하지 않는 데스!’

‘그렇게 식겁할 필요 없어. 가자 오늘은 여기보다 더 멋진 곳을 갈 거야’

 

엄격한 훈육 때문인가 미도리는 필요이상으로 “폐를 끼친다”는 행위를 경계한다. 남자는 미도리를 안심시키고

대문을 열어 붙잡고, 마당에 있는 자실장들을 부른다.

 

‘여기보다 훨씬 좋은 곳이 있다고? 모두 안 따라오면 여기에 놓고 간다?’

 

‘여기보다 훨씬 좋은 곳’이란 말에 자실장들은 남자와 미도리 일행을 따라오기 시작한다. 마지막 자실장이 나온

것을 확인한 남자는 대문을 닫고 이동하기 시작한다.



외곽에 위치한 주택가의 도로는 비포장도로가 대부분. 가운데 사람이 다니는 길을 빼곤 양 옆으로 잡초들이

무성히 나있다. 자실장들은 손을 뻗어 길가의 풀들을 쓰다듬으며 저마다 신나게 떠들어 댄다.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가 가까워지면 눈이 휘둥그레져 그것을 구경한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저 앞에 앞서가고 있는

남자일행을 허둥지둥 따라간다.

 

미도리는 너무 앞서가거나 뒤처지는 자들을 남자 근처에 두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본인도 바깥세상 구경에

여념이 없다. 방금 전엔 온갖 물건을 진열해 놓은 상점 앞에서 멍청히 입을 벌리고 구경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미도리는 옆에서 같이 정신을 놓고 있던 차녀를 붙잡고 헐레벌떡 남자와 보조를 맞춘다.

 

‘주인님...기다리는 데스....’

 

남자는 발걸음을 늦추지 않는다. 미도리는 숨이 가파질 때까지 뛰어서 간신히 남자와 보조를 맞출 수 있었다.

자신의 주인이 뭔가 서두르는 것 같았다. 아니...뭔가 배려를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실장들이 뒤에 늦춰지는

것을 신경도 쓰지 않고, 기다려 달라 외쳐도 싱긋 웃기만 할 뿐 전혀 속도를 줄여주지 않는다.

 

‘테헤....힘든 테치...’

‘치이...도대체 멋진 곳은 언제 나오는 테치? 아까부터 다 똑같은 느낌인 테치’

 

단조로운 시골 주택가 풍경에 금방 질려버린 자실장들은 투정을 시작한다. 호기심과 신선함의 유효기간은 드디어

바닥났고, 실장석 본래의 형편없는 자제력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아예 주저앉아버리는 녀석도 생기기 시작한다.

 

‘테치이...힘든 테치. 쉬는 테치’

 

남자는 자실장을 힐끗 쳐다본다. 남자의 시선을 받은 자실장은 [쉬어가자]라는 눈빛을 보내지만 남자는

고개를 돌리고 계속 걷는다.

 

‘테에에에에에??’

 

당연히 자신을 위해 기다려 줄 것이라고 생각한 자실장은 자신의 예상이 빗나간 것에 크게 놀란다. 이렇게

귀여운 와타시의 다리가 통통 부었는데 어째서? 더욱 당황한 것은 미도리였다. 미도리는 남자와 주저앉은

자실장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며 발을 굴린다.

 

‘9녀짱 어서 가는 데스. 주인님이 멀어지는 데스’

‘닝겐! 쉬어가는 테치! 아니면 와타시를 들고가는 테치!’

‘데에에...9녀짱. 어서 일어나는 데스’

‘치이이이이...건방진 테치! 닝겐!’

 

남자의 발걸음은 변화가 없다. 주변에서 타박타박 걷는 자실장들은 한번씩 9녀를 비웃으며 지나갈 뿐 거들어

주지 않는다.

 

‘일단 마마가 안아주는 데스’

‘텟츙~♪ 폭신폭신한 테치~♪’

‘주인님만 따라잡으면 그때부턴 혼자서 걷는 데스’

‘텟츙~텟츙~’

 

미도리의 걱정 어린 충고를 전혀 듣지 않고, 기분 좋게 다리를 흔들어대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9녀. 자를 안고

있는데다 왠지 모르게 빠른 주인의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선 숨이 찰 지경까지 힘을 내야만 했다. 미도리는

남자를 완전히 따라잡자 숨을 몰아 내쉬며 9녀를 내려놓는다.

 

‘9녀짱 이젠 스스로 걷는 데스요?’

‘테치이이이! 테치이이이이!! 계속 안아주는 테치!’

‘데에...9녀짱 만 안아주고 갈 수는 없는 데스...스스로 걸어야 하는 데스...’

‘싫은 테치! 싫은 테치!!!!’

‘저길 보는 데스~주인님이 멀어지는 데스. 마마는 가는 데스? 어서 따라오지 않으면 외톨이인 데스?’

 

미도리는 9녀가 생각을 바꿔 따라오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버리고 가는 척 포즈를 취한다. 일부러 등을 돌리고

앞서 걸어 나가지만, 9녀는 도로에 주저앉아, 아예 팔짱을 껴버린다. 누군가 안아주기 전까지는 꼼짝도 하지

않을 기세다.

 

‘9녀짱 외톨이인 데스~마마와 주인님 먼저 가는 데스~?’

 

9녀는 여전히 팔짱을 끼고 미도리를 조용히 노려볼 뿐이다. 보다 못한 미도리는 9녀를 데려오려고 움직이는

순간,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니야 미도리. 걷기 싫은 아이는 굳이 끌고 올 필요 없어.’

‘데에...그래도 9녀짱에게도 멋진 곳을 보여주고 싶었던 데스...’

‘미도리는 착하구나’

 

남자는 웃으며 미도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남자의 따듯한 손길에 기분이 좋아진 미도리는 눈이 절로 스르륵

감기며 데푸푸푸...하는 낮은 웃음소리를 낸다.

 

‘걱정마 9녀짱은 우리가 돌아올 때도 그 자리에 있을 거야. 아니면 알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확실히 그런 데스’

 

공장에서 생산되어, 남자의 집안에서만 자라온 미도리는 방금 전 대화가 얼마나 얼토당토않은지 전혀 알지 못한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주인의 말은 이 세상의 유일한 빛이요, 진리다. 그렇게 일행은 9녀를

남겨두고 계속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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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뒤에 남겨진 9녀. 어느 정도 버티고 있으면 마마 혹은 남자가 달려와 자신을 안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자신이 삐쳤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일부러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실은, 실눈을 뜨고 반응을

관찰하고 있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나가는 남자와 마마를 본 9녀는 불안해졌다. 마마는 계속 뒤를 돌아보며 주인에게

손짓을 하지만 주인은 그 손짓을 무시하고 계속 걷는다. 여기에 더욱 오기가 생긴 9녀는 눈을 질끈 감고

그대로 버틴다. 그러기를 몇 분...살짝 눈을 떠본다.

 

‘테에...? 마마? 마마!’

 

앞서가는 일행은 어느새 저 멀리에 있다. 이래서는 삐진 척을 관두고 쫒아가지도 못 할 정도이다. 아예 낙오된

9녀는 마마와 남자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팔다리를 휘두르며 욕설을 내뱉는다.

 

‘똥마마! 똥닝겐! 어차피 아무짝에 필요도 없는 하인이었던 테치! 바보같은 녀석들은 버려버리는 테치!’

 

한참을 날뛰던 9녀는 지쳐 가로수에 기대어 앉는다.

 

‘흥! 어차피 내쫒으려고 한 것들인 테치! 오늘부터 집을 조용히 쓸 수 있는 테치’

 

멋대로 집주인인 남자를 ‘자신의 집’에서 추방시킨 9녀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한다. 슬슬 배가 고파온다.

집에 도착하면 평소 하루 1알밖에 못 먹는 콘페이토를 잔뜩잔뜩 먹어치우는 거다. 귀찮은 남자도 사라졌으니

맘껏 똥을 싸고 그리고 또 맘껏 먹는 것이다. 자신만의 망상에 빠진 녀석은 치프프프하고 웃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오늘부터 맘껏맘껏 콘페이토인 테츄~♪ 똥도 맘껏맘껏 싸는 텟츄~♪’

‘건방진 하인놈이 차지하고 있던 폭신폭신도 와타시의 것인 텟츄웅♪’

 

노래를 부르며 뛰는 것은 좀 숨이 찬지, 9녀는 코로만 흥얼거리며 타박타박 말없이 걷는다. 올 때와 달리,

주변 풍경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녀석에게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가도 가도 도무지

집은 나오지 않고, 아까부터 몇 개의 갈림길을 지나온 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자신 기준으로 직진만을 하고 있던 9녀는 더욱 집에서 멀어지고만 있다. 한참을 더 걸었지만 당연히 집이

나올 리 없다. 점점 피로가 누적되는 9녀의 코에선 신나는 흥얼거림은 어느새 사라지고, 지친 콧김만 새어나온다.

 

‘테헤....여기는 어디인 테치이....왜 집이 안 나오는 테치....’

 

뭔가 아까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광경에 9녀는 점점 겁이 나기 시작한다.

 

‘흥! 그래도 한번 내쫓은 하인들은 절대 다시 안 부르는 테츄!’

 

호기롭게 외쳐보지만, 여전히 경치는 낯설고 발은 아프다.

 

‘테히이...쉬는 테치이...’

 

9녀는 흙길 위에 폴싹 주저앉는다. 바람에 피어오른 먼지에 잠시 콜록거리는 9녀는 주변을 살피며 다리를 닦아낼

만한 것을 찾는다. 다행히 주변에는 잡초들이 잔뜩 나있어 별로 오래 찾을 필요는 없었다. 9녀는 잡초 중 적당한

것을 찾아내 뜯는다. 힘이 빠진 상태라, 줄기가 아닌 잎의 절반이 찢어져 조금 맘에 안 들었지만 그냥 쓰기로 한다.

 

통통 부어오른 발 때문에 신발을 벗는 것이 쉽지가 않다. 양손으로 잡아당겨 신발을 벗고, 9녀는 발을 깨끗이 닦기

시작한다. 실장석은 기본적으로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생물. 천성적으로 찝찝한 것을 의외로 싫어하는 생물이다.

발이 깨끗해지자 9녀는 얼굴과 몸을 나뭇잎으로 문질러 닦는다.

 

‘치이...이상한 냄새테치’

 

자신의 발냄새가 섞인 진한 풀냄새에 얼굴을 찌푸리곤, 나뭇잎을 집어던진다. 그 순간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까악’

‘테히이이이익!!!’

 

비명과 함께 뒤를 돌아본다. 아무것도 없다. 주변을 살피지만 확실하게 없다. 하지만 왠지 어디선가 자신을 노리는

눈길을 느끼는 9녀의 온 몸은 간질거린다. 잔뜩 올라 온 소름을 쓸어내리며 9녀는 황급히 자리를 뜨기로 결심한다.

 

신발을 신으려고 하지만 몸이 잔뜩 긴장한 탓에 계속 손이 미끄러진다. 그 순간 뒤에서 또 소리가 들렸다.

 

‘까악’

 

이번엔 더욱 가까워졌다. 9녀는 유심히 주변을 살펴보지만 주말의 주택가는 고요할 뿐이다. 하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겁에 질린 9녀는 발을 신발에 쑤셔 넣으려 하지만 서두를수록 계속 일이

어긋난다.

 

‘텟! 테헤에?’

 

억지로 쑤셔 넣다가 엄지발가락이 그만 뒤로 접혀버렸다. 기괴한 각도로 틀어져 버린 발가락을 본 9녀는 잠시

멍하게 있더니 울음을 터트린다.

 

‘테에에에엥!! 마마!! 발가락이 이상한 테츄우우!!! 아픈 테치이이이이!! 마마!!!’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닝겐사아아앙!! 발가락이 아픈 테츄우! 아픈 것을 멈추게 해주는 테치!! 닝겐상! 닝겐상!!’

 

주어를 바꾼다 해도 대답이 있을 리가 없다. 서둘러 자리에서 멀리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울어 보채는

일에 집중을 해버린다.

 

‘까악’

‘텟!’

 

뒤로 전해지는 오싹한 기운. 자신의 전신을 감싸는 거대한 그림자. 자실장은 울음을 그치고 천천히 돌아 본다.

그 곳엔...까마귀가 있었다. 전신이 새카만 깃털로 뒤덮인 까마귀는 자실장 입장에선 그야말로 거대괴수. 까마귀는

부리를 딱딱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녀석의 실장석 사냥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녀석은 뭔가

다르다. 보통의 실장석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혼비백산하며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하지만 이 녀석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아니...자신을 처음 보는 것인가?

 

‘테이...테이...무...무슨 일인 테치?’

 

손아귀의 힘이 풀려 들고 있던 신발이 바닥에 톡 떨어진다. 가랑이 사이로 뭔가 따듯하고 물컹한 물체가 번져오는

느낌이 든다. 팬티는 크게 부풀어 오르고, 치마 또한 같이 말려 올라간다. 팬티를 가득고도 똥은 멈추지 않아

다리의 틈사이로 세어나온다. 허벅지에 따듯한 점액질 물체가 번져가는 느낌을 받으며 9녀는 까마귀를 올려본다.

 

최대한 당당히 대처했다고 생각했지만, 9녀는 성대하게 빵콘을 해버린 것이다. 거기에 이빨은 딱딱소리를 내며

부딪치고 있어 북을 쳐도 될 정도였다. 까마귀는 불쾌한 냄새에 콧김을 쉭 내뿜는다. 냄새를 내쫒으려는지

녀석은 9녀를 조준하고, 날개짓을 시작한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치이이이이잇!!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검정색 괴물이 더 거대해지며 활개를 치자 9녀의 공포감은 극에 달한다. 주변에 피어오른 모래와 자갈이

눈에 튀어,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도망을 친다. 하지만 다리가 풀려 계속 주저앉았다 서투르게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간신히 일어서는 것에 성공한다.

 

‘테치이이이!!! 싫은 테치!!!! 싫은 테치이이이이!!! 마마!!! 마마!!! 닝겐상!!! 닝겐상!!!!!!!’

 

괴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힘껏 발을 딛은 순간 9녀는 격통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골절된 발가락으로

뛰려고 한 것이 원인이다. 뼈가 틀어진 곳으로 전신의 무게를 받아내려는 통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이

전해진다. 9녀는 발가락을 붙잡고 뒹둘며 비명을 지른다.

 

‘츄아아아아아앗!! 발가락이!! 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엥!!!!’

 

하지만 까마귀에겐 찬스. 성큼 다가온다. 냄새가 역한 것이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최근 몇 일 간 영 사냥운이 좋지

않았던 탓에 별 수가 없다. 결심을 굳힌 까마귀는 그대로 9녀의 왼팔을 콕 하고 찍어 떼어내 삼킨다.

 

9녀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왼팔이 있던 곳을 만져본다. 하지만 현실은 분명하다. 왼팔은 통채로 사라졋고, 그

부위로 피가 퐁퐁 쏟아지고 있다. 충격에 힉힉거리며 가픈 숨을 내몰아 쉬는 9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계속

도주를 시도하기로 결심한다. 두 손을 더듬거려 일어서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힘차게 발을 내딛지만...

 

‘테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 치이이이이잇!!!!’

 

굳혀진 의지와 상관없이 골절된 발가락은 너무나 아프다. 도저히 뛸 수가 없다. 조금만 무리를 줘도 그 지경이다.

쫒아온 까마귀는 9녀의 멀쩡한 오른쪽 다리마저 부리로 찍어 뜯어낸다.

 

‘치이....테에엣?? 테츄아아아아아아아!! 안 돼는 테치! 안 돼는 테치!! 괴물씨 안 돼는 테치!!!!!!!’

 

하지만 까마귀가 실장석의 말을 들을 리가 없다. 꼴에 다리라고 질긴지, 몇 번씩이나 잡아당긴다.

 

‘츄아아아아아앗!! 테에에에엥! 싫은 테치! 그만 두는 테치이이이!!! 마마!!!’

 

결국 뜯어낸 다리는 몇 번씩 질겅거린 탓에 살점이 너덜너덜해졌다. 까마귀가 다리를 삼키는 사이, 9녀는 두 팔로

기어가기 시작한다. 상처부위가 쓸리고, 바닥의 모래알갱이들이 몸에 박히면서 고통을 주지만, 생존본능에 따라

기고 또 긴다. 한 10cm 이동했을까, 까마귀는 다시 9녀에게 쫒아온다. 조금씩 도망가는 9녀를 억센 발톱으로

단단히 붙잡고 몸통을 뜯어먹기 시작한다. 먼저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복부 중앙을 부리로 꼭 집는다. 9녀는

남은 팔로 까마귀의 부리를 두들기며 저항하지만, 식사는 계속 된다.

 

까마귀는 날카로운 부리로 9녀의 배에 구멍을 뚫어버린 후 그대로 쭉 뱃가죽을 찢어버린다. 9녀는 쇼크로 인해

거품을 물고, 남은 팔다리는 제멋대로 움찔거리며 뒤틀린다. 까마귀가 부리로 따끈한 내장 사이를 뒤질 때 마다

9녀의 팔다리는 경직되고, 머리를 위아래로 쿵쿵 찍어댄다. 마침내 분대를 찾아낸 까마귀는 그것을 거칠게 뜯어서

옆으로 발라낸다. 분대는 똥이 가득 차 있어 별로 선호하는 부위가 아니다. 작업을 마친 까마귀는 기분 좋은 듯

까악하고 울더니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가사상태에 빠진 9녀의 입에는 더 이상 비명소리조차 멈췄다.

 

식사를 마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간 까마귀 뒤에는 한때 9녀였던 것의 잔해만이 남아있다. 찢겨진 옷 조각, 바닥을

더럽힌 적록색 체액. 그리고 덩그렁이 남겨진 9녀의 머리통에는 두 눈구멍이 빈 채로 가족들이 사라진 방향을

억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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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꾼 남자는 발걸음을 조금 늦추었고, 덕분에 9녀 다음 낙오실장은 발생하지 않았다. 타박타박 걷는

자실장들의 얼굴에는 벌써 웃음기가 사라졌다. 미도리는 계속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남자와 뒤쪽을 번갈아

힐끔거린다. 남자는 미도리의 심정을 알고 있지만 더 이상 대꾸해주지 않는다.

 

‘테치이이...언제 도착하는 테치’

‘이제 됐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테치’

 

여전히 남자는 묵묵부답. 뭔가 말이 통해야 반항도 하고 욕도 하는 것인데 아예 대답이 없으면 뭘 할 수가 없다.

게다가 혼자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미도리는 의기소침해진 자들을 다독인다.

 

‘자자 주인님은 생각이 많으셔서 그런 데스~힘들면 마마가 손잡아 주는 데스?’

 

잔뜩 입이 튀어나온 자실장들의 손을 붙잡고 애써 분위기를 띄워 보려하지만 자실장들은 너무 지쳐있다. 미도리는

조심스럽게 주인에게 말을 걸어본다.

 

‘저기...주인님...자들이 너무 지쳐버린 데스...조금만 쉬어가면 안 되는 데스?’

 

남자는 미도리를 무시하고 계속 밀어 붙이려고 한 순간, 벤치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신발에 들어간 돌맹이도

거슬리던 참이었다.

 

‘그럴까’

‘감사한 데스!’

‘테에...마마가 의외인 테치...’

 

의외로 미도리 말을 흔쾌히 들어주는 남자의 모습에, 자실장들은 평소 무시하던 마마를 조금 올려다보게 됬다.

실은 전혀 관계없었지만. 남자는 그냥 돌맹이가 거슬렸을 뿐이다. 남자가 신발을 벗고 돌맹이를 찾는 동안

자실장들은 그대로 누워 잠을 자기 시작한다. 미도리는 분주히 둘아 다니며 칭얼거리는 자들의 신발을 벗겨서

주물러 준다. 돌맹이를 털어낸 남자는 미도리들을 관찰한다. 꼴을 보니 당장은 무리인 것 같다. 조금 더 쉬도록

해주기로 마음먹고, 벤치에 드러눕는다.

 

‘마마...목마른 테치....’

‘조금만 가면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는 데스~ 조금만 참는 데스’

‘싫은 테치. 지금 마시고 싶은 테치!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엥!!’

‘와타시도 목마른 테치!!! 물!! 물을 주는 테치!!!!!’

‘데에...데에...’

 

막무가내로 울어 보채는 자실장들 가운데서 미도리는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남자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며 애처롭게 쳐다보지만 남자는 열심히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미도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순간 미도리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음수대였다.

 

‘자자 물인 데스~’

‘테치?’

 

미도리가 음수대를 가리키자 자실장들은 일제히 울음을 그치고 미도리가 가리킨 방향을 본다.

 

‘물! 물인 테치!’

‘물물물!’

‘마마! 물을 주는 테치! 물물!’

 

자실장들의 열렬한 호응에 미도리는 의무감을 불태우며 음수대 앞으로 섰으나...음수대의 높이는 1m. 성체인

미도리에게도 버거운 높이다.

 

‘데에....’

 

음수대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미도리였다.

 

‘마마는 바보인 테치? 저걸 밟고 올라가면 되는 테치!’

 

4녀가 가리킨 곳에는 쓰레기통이 있었다. 과연 그 주변에는 미도리가 밟고 올라갈 만한 과자박스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의외의 조언에 미도리는 4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준다.

 

‘멋진 데스! 역시 4녀는 현명한 데스~’

‘치프프프프...치프프프프’

 

미도리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쌓는다. 어느 정도 되었다 싶자, 조심스럽게 상자를 밟고 올라간다. 투실투실하게

살이 오른 성체 사육실장의 무게에 과자박스 받침대는 심하게 휘청거린다.

 

‘데스우...데스.....데에...’

 

안 그래도 불균형한 신체균형에, 불안정한 받침대까지 더해져, 미도리는 정말 위태롭게 음수대에 오른다. 쓰러지는

것 같다가 결국 음수대를 붙잡고, 음수버튼을 누른다. 시원한 물줄기가 허공을 가르며 낙하한다. 물줄기는 작은

폭포를 이루며 사방 데에 물을 튀기며 길바닥을 적신다. 미도리가 쓰러지지 않게 박스를 잡고 있던 자실장들은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모두 물웅덩이로 달려가 벌컥벌컥 물을 들이킨다.

 

‘테츄우~♪’

‘꿀꺽꿀꺽꿀꺽 텟츙♪’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위태롭게 쌓은 과자상자들이 여기저기 우그러지며 미도리가 균형을 잡는 것이 더욱 어려워

지기 시작했다. 미도리는 팔을 휘저으며 마치 곡예를 하듯 균형을 잡아보려 하지만 서 있는 것조차 위태로워 진다.

 

‘데에...데에.....오마에들 상자를 붙잡아 주는 데스!’

‘츄츄~♪’

‘텟츄우~♪’

 

미도리의 절박한 외침을 비웃으며 자실장들은 여전히 물을 들이킨다. 심지어는 입에 물을 머금고 미도리에게

뱉어댄다. 자실장들은 자신들의 위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있지만 그것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다급해진 미도리는 자신이 다치더라도 자들을 대피시키는 것을 선택하고, 다시 외친다.

 

‘모두 비키는 데스! 위험한 데스! 비키는 데스!!!’

‘싫은 테치! 이 물은 와타시의 물인 테치! 똥마마는 오지마는 테치!’

‘치프프프프...아무리 졸라도 물은 절대 줄 수 없는 테츙♪’

‘아닌 데스! 아닌 데스!! 모두 다치는 데스!!! 어서 그곳에서 떨어지는 데스!!’

 

미도리의 다급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자실장들은 어미를 바보취급을 하며 비웃는다. 미도리의 결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장석의 엉터리 균형감각은 더 이상 버티는데 실패한다. 미끄러진 미도리는 자실장들 위로 쓰러진다.

 

중앙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던 11녀와 13녀가 미도리의 몸 밑에 깔린다. 두 자실장은 그대로 곤죽이 돼버렸고

마치 치약을 밟은 것처럼 내장과 체액이 쭉 튀어나왔다. 주변에서 웅덩이를 참방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던

자실장들은 방금 전만 해도 같이 놀고 있던 자매들의 핏물을 뒤집어 쓴다.

 

‘텟테♪ 텟테레...? 테에??’

 

자실장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어안이 벙벙하다. 마치 스너프 필름의 한 장면처럼 떠들며 웃고 있던 얼굴에

그대로 자매들의 핏물이 뿌려졌다. 마마는 엎어져 바둥거리고 있고, 가운데서 춤을 추며 놀고 있던 11녀와 13녀는

보이지 않는다.

 

‘테에?? 11녀짱? 13녀짱...?’

‘오네챠...? 오네챠 어디있는 테치!’

 

아무리 불러도 죽은 자실장은 말이 없는 법. 아직도 머리가 멍멍한 미도리는 멍청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린다.

 

‘데이이...괜찮은 데스? 모두 다 있는 데스?’

‘마마...11녀장...13녀짱...’

‘데에?’

 

엉거주춤 일어나 앉은 친실장은 자실장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본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앞부분을 내려다

본다. 자신의 옷에 핏물과 가죽조각들이 찐득거리며 붙어있었다. 친실장은 핏물로 변해버린 웅덩이와 자신의

옷을 번갈아 쳐다보며 멍청한 머리를 열심히 굴리기 시작한다. 11녀와 13녀가 보이지 않는다. 방금 전 쓰러지면서

뭔가를 깔아뭉개, 터트렸다. 친실장이 앞치마를 톡톡 털자 뼛조각과 눈알이 질척한 소리를 내며 투툭 떨어진다.

 

‘데이.....데에......아닌 데스...아닌 데스....’

‘마마가 죽인 테치! 마마가 동생짱을 죽인 테치!!’

‘테에에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테에에에에엥...싫은 테치...싫은 테치!!’

‘아닌 데스. 마마가 그렇지 않는 데스...11녀장! 13녀짱! 어서 나오는 데스!’

‘테에에에에에에엥!!!’

 

자실장들은 친실장을 에워싸 두들긴다. 자실장들에게 둘러싸인 친실장은 어쩔 줄 몰라하며 더 이상 없는 11녀와

13녀를 부르며 두리번거린다.

 

‘11녀짱! 13녀짜아아앙!!’

‘미도리. 11녀와 13녀는 니가 깔아뭉겠어’

‘데뎃!’

 

남자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간신히 말한다.

 

‘니가 쓰러진 곳을 보라고. 그 얼룩은 11녀와 13녀야. 니가 그 둘을 깔아뭉갰다고’

‘데에에엣!!!’

‘니가 그 둘 위로 엎어져서 깔아 뭉갠거잖아. 덕분에 둘은 비명도 못 지르고 저렇게 찌부가 됐네’

‘데이...데이......오로로로롱...! 오로로롱...!! 오로로로로롱!’

 

미도리는 핏물 웅덩이 위에 주저앉아 절규한다. 자신의 자식들을 자신이 깔아 뭉겠다는 사실에 미도리는 죄책감으로

죽고 싶은 심정이다. 진정한 슬픔에서 우러나온다는 울음소리를 내며 절규하는 미도리지만, 그것을 보는 남자는

웃겨 죽겟다는 표정이다.

 

한참을 울었을까. 자실장과 미도리 둘 다 지쳐버렸다. 모녀들은 이따금씩 딸꾹질을 하며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실컷 구경을 마친 남자는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고 다시 실장석들을 재촉한다.

 

‘자 다시 출발해야지’

 

미도리와 자실장들은 이젠 애초 산책의 목적을 잊은 지 오래다. 미도리는 남자의 명령에 복종하기 위해, 자실장들은

뒤에 남겨지지 않기 위해, 자리를 털고 따라나선다. 더 이상 아무도 재잘거리지 않고, 아무도 웃지 않는다. 그저

침울하게 고개를 숙이고 타박타박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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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다아~!’

‘데에에에...’

‘츄아아아아....’

 

일행이 도착한 곳은 강변.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불그스름한 노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강변에 나 있는

갈대와 억새풀은 주황색 노을빛을 머금고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며 운치를 더해준다. 그리고 그 밑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 물은 깨끗하여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하다. 그 동안 좁은 방 안에서만 살던 미도리와 자실장들은

입을 쩍 벌리고 구경한다. 벌어진 입에서는 진득한 침이 줄줄 흘러나와 앞치마를 적시는 것도 모르고 쳐다보던

녀석들은 3녀가 내닫으며 내질러대는 소리에 현실로 돌아온다.

 

‘테츄우우우~♪’

 

3녀는 갈대숲으로 뛰어 들어가 팔다리를 휘저으며 뒹군다. 뒤를 이어 다른 자매들도 자신들이 제일 맘에 드는

곳으로 뛰어가 맘껏 뛰놀기 시작한다. 고요한 강변은 순식간에 자실장들이 내질러대는 탄성으로 시끄러워진다.

 

‘멀리는 가지 않는 데스. 근처에서 노는 데스’

‘괜찮아 미도리. 어차피 놀러온거 맘껏 놀게 해줘야지.’

‘데이...그래도...’

‘너도 가서 놀아’

‘데뎃? 와...와타시는 자들을 살펴봐야할 의무가 있는 데스...’

‘그러지 말고...자’

 

남자는 옆에 버려져 있던 마분지를 집어 그 위에 미도리를 앉힌다. 미도리는 남자의 의도를 몰라 고개를 갸웃거린다.

 

‘꼭 붙잡아. 아래로 밀어줄게’

‘데에...! 데에 무서운 데스!’

‘괜찮아 잡아줄게. 슈웅~’

‘데에에에에에엣!!’

    

 

미도리가 올라탄 종이썰매는 언덕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두려움과 흥분이 뒤섞인 미도리는 묘한 쾌감에 환호성을

내지른다.

 

‘테텟! 마마만 좋은 걸 타는 테치! 와타시도 태워주는 테치!’

‘자자 사이좋게 나눠 타는 데스~주인님에게 폐는 끼치는 것이 아닌 데스’

‘괜찮아. 자자 여기 하나 더 있다’

 

남자는 사람 좋게 웃으며 마분지를 한 개 더 가져와 자실장을 그 위에 앉힌다. 그리고 미도리도 쓰다듬어 준다.

 

‘데프프프프...주인님 너무 좋아하는 데스!’

‘와타시도 닝겐상을 잔뜩~자아안뜩 좋아하는 테치!’

 

남자는 싱긋 웃고 두 마리를 밀어준다. 다시 탄성을 내지르며 미끄러져 내려가는 두 모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 뒤로 다른 남자가 접근한다.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의 친구다.

 

‘왔냐’

‘어 왜이리 늦었어?’

‘중간에 지들끼리 몸개그 하는 거 보느라 늦었지 ㅋㅋㅋㅋ’

‘야 그래도 진짜 많네. 몇 마리야 이거?’

‘몰라 안 세어봤어. 어차피 죽을 놈들 뭣 하러 세어봐? 나 그래서 밥줄 때도 그냥 봉지채 확 쏟아 붓고 알아서

먹으라고 냅둬‘

‘무책임하네’

 

남자는 키득거리며 가방을 뒤져 챙겨온 낚시도구를 꺼내어, 친구에게 건네준다.

 

‘자 여기. 제대로 돌려줘’

‘어 땡큐. 바로 가게? 같이 하지?’

‘아니 됐어~지금 너무 졸려. 집에 가서 바로 잘 거야’

‘잘가’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만 휘휘 내젓고 그대로 골목길로 사라졌다.

 

‘데스. 데스..데스...주인님~한 번 더 밀어주시는 데스!’

 

밑에서 올라온 미도리는 마분지를 내밀지만, 그 자리에 있던 주인은 어디로 갔는지 없다. 미도리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주인을 찾는다. 하지만 주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주인님~주인님~이상한 데스? 닝겐상 혹시 주인님을 보지 못한 데스?’

 

미도리는 근처에서 낚시대를 조립하고 있던 인간에게 다가가 묻는다. 낯선 남자는 싱긋 웃으며 미도리를 내려다본다.

 

적록색 오드아이. 멍청한 표정. 다물어지지 않는 입. 꼬질꼬질한 앞치마. 그리고...자신의 바짓자락을 잡고 있는

더러운 손.

 

‘손 치워’

‘데스?’

 

말을 못 알아먹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미도리. 낯선 남자는 두 번 말하지 않았다. 사육주였던 남자와 달리 더 이상

‘올리기용’ 연극은 필요도 없다. 남자의 친구는 그대로 미도리의 배를 걷어차 언덕 밑으로 날린다.

 

‘데뎃! 뎃! 뎃! 데갸아아아악! 뎃! 뎃! 뎃!’

 

부딪치고 튕기며 굴러 떨어지는 미도리. 뒤에 따라 올라오고 있던 자실장은 자신 옆으로 굴러떨어지는 미도리를

멍청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낯선 남자는 낚시대를 뒤에 들쳐 매고 비탈길을 내려간다. 못 박은 듯 서있는 자실장은 발자국 소리에 반응하여

고개를 돌려 남자의 친구를 올려본다.

 

‘닝겐상은 누구인 테치?’

 

남자의 친구의 대답은 발길질. 조그맣고 연약한 자실장은 비명도 지르지 못 하고 피분수를 뿌리며 허공에 날아올라

포물선을 그린다. 자실장은 미도리가 굴러떨어진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낙하한다. 그 자리에서 고개를 휘휘

저으며 제정신을 차리려는 미도리 옆으로 자실장의 몸에 추락한다.

 

[철푸덕!]

 

자실장은 질척한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나, 미도리의 전신에 뿌려진다. 미도리의 두 눈은 공포로 잔뜩 커진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대체 왜 자신의 사랑스러운 자가 날아와 산산조각이 난 것이지? 도저히 이해할

수 가 없다. 그렇게 허둥대는 중 방금 전 자신을 걷어찼던 낯선 남자가 낚시대를 들고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오로로롱....오로로롱.....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데스...어째서인 데스...’

 

전신의 털이 곤두선다. 아까부터 숨 쉬는 것조차 곤란할 정도로 전해지는 살기.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나 자신의 새끼들의 안전이다. 저 남자는 뭔가 위험하다고 자신의 본능이 외치고 있다. 어서 자들을 부른

후 주인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모두....데갹! 데에에엣!!’

 

미도리가 자실장들을 부르기 위해 입을 연 순간, 격통에 숨이 턱하고 막힌다. 뭔가 거대한 쇠꼬챙이가 발목에 박힌

느낌이다. 미도리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머리를 부딪친다. 자신의 발에서 씹히는 느낌이 든다. 아래를 본 미도리는

그대로 굳어버린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괴물이 자신의 다리를 물어뜯고 있다. 마치 거대한 바위에서 팔다리가 솟은 듯이 생긴 괴물이

미도리의 발목을 꽉 물고 세차게 흔든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악!!! 데게에에엑! 데겍!!!!’

 

우직거리며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진다. 게다가 맨정신은 온전히 붙어있어, 이 모든 것을 강제로 지켜봐야만 하는

심리적 충격은 더 했다.

 

그 때 미도리를 구해준 것은 남자의 친구였다. 천천히 다가온 친구는 괴물을 옆구리를 세게 걷어찬다. 괴물은 못

믿을 정도로 빠르게 팔다리와 머리를 껍질 안으로 대피시킨다. 고통에서 해방된 미도리는 욱신거리는 다리를 부둥켜

잡고 남자의 친구에게 감사를 표한다.

 

‘감사한 데스! 감사한 데스!’

 

역시나 친절한 인간이다. 모든 인간은 친절하다. 위석에 세뇌과정을 거쳐 정도로 제조된 미도리는, 방금 전에 얻어

맞은 것도 금새 잊고, 자신을 구원해준 낮선 인간에게 거듭 머리를 조아린다. 이런 일련의 소동에 흩어져 있던

자실장들이 모두 모여든다.

 

‘마마...피가 나는 테치’

‘아파보이는 테치!’

 

평소 버릇없고 막무가내지만 그래도 가족 간의 애정은 있는 녀석들이다. 미도리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자실장들의

볼을 쓰다듬어 주며 애써 웃어 보인다.

 

‘마마는 괜찮은 데스~ 여기 있는 닝겐상이 마마를 구해준 데스’

‘테에! 거대한 테치. 마마 여기 돌맹이 같은 건 뭐인 테치?’

‘가까이 가지 마는 데스! 그건 아주 무시무시한 괴물인 데스’

‘텟!’

 

거북이를 건드려보던 자실장은 어미의 경고에 겁을 집어먹는다. 그리고 어미의 품에 안겨 볼을 부비며 어리광을

부려본다. 기분좋게 웃으며 품속을 파고드는 자실장들을 쓰다듬어 주는 미도리. 하지만 남자의 친구는 이 가족애에

그렇게 감명 받은 눈치가 아니다. 그는 거북이를 강물로 차 넣은 후 낚싯줄로 매듭을 만든다.

 

자신을 키워주는 남자 이외 인간을 처음 보는 자실장들은 호기심에 눈을 빛내며 남자의 발등을 톡톡 건드리며

말을 건다. 마치 구중궁궐에서만 자란 공주님이 따로 없는 이 자실장들은 온 세상이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텟츙~♪ 딱딱한 테치♪’

‘오네챠 여기로 올라와보는 테치’

‘텟츄우~미끌미끌 텟치♪’

 

몇 마리의 자실장들이 남자의 구두에 얼굴을 비비거나 그 위에서 콩콩거리며 키득댄다. 남자는 그저 매듭을

완성시키고, 허리를 굽힌다. 갑작스러운 남자의 행동에 미도리는 흠칫하며 남자를 쳐다보며 묻는다.

 

‘무슨 일인 데스?’

 

남자는 대답을 하지 않고, 대신 낚싯줄을 친실장의 허리에 빙빙 감는다. 미도리는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며,

남자가 하는 대로 몸을 내맡긴다. 단단히 매듭을 맺기 위해 꽉 잡아당기자 줄이 미도리의 배를 파고든다. 불편함을

느낀 미도리는 줄을 늘리기 위해 이리저리 만져보지만 소용이 없다.



 

‘닝겐상 너무 조이는 데스. 다시 풀어주시는 데스’

‘츄츄♪’

 

그러거나 말거나 매듭을 단단히 마무리한 후 힘차게 낚싯대를 앞으로 휘두른다. 낚시줄에 묶인 미도리는 남자의

억센 힘에 휘둘려 공중에 붕 뜬다. 땅바닥에 붙어서만 살아가는 실장생 최초로 허공에 날아오른 미도리는 공포에

휩싸여 똥을 지린다. 부르르륵하며 총배설구를 통해 배설하는 쾌감과 동시에 밀려오는 패닉.

 

‘데에에에에엑!! 데게에에에에엑!!!’

‘테에에에엣!! 마마!! 마마를 내려주는 테치!’

‘똥닝겐! 똥닝겐!! 테..? 테에에에엣!’

 

자실장들은 피눈물을 뿌려대며 허공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미도리를 따라 다닌다. 남자가 오른쪽으로 낚시대를

휘두르면 자실장들도 일제히 오른쪽으로 달려가 울어대고, 왼쪽으로 휘두르면 왼쪽으로 몰려간다. 남자의 구두에

얼굴을 비비던 녀석들은 온 힘을 다해 남자의 구두를 깨물고 주먹을 휘둘러보지만 자신들 몸만 상할 뿐 남자는

시선 한 번 주지도 않는다.

 

또 한 차례 회전하는 미도리. 그 아래로는 오열하는 자실장들이 어미에게 닿기 위해 팔을 벌리고, 까치발을 든다.

낚싯줄은 배의 살을 파고들어 핏물을 잔뜩 머금었다. 미도리는 한번 휘둘릴 때마다 핏물과 토사물을 뱉어낸다.

 

‘데게에엑! 데게겍!!’

‘테에에에엥! 잘못한 테치! 잘못한 테치!! 그만 마마를 풀어주는 테치!’

‘와타시들은 착한 자인테치! 착한 자에게는 상을 주는 테치!! 이제 그만두는 테치!’

‘테에에에에.....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남자는 미도리의 비명소리에 히죽거리며, 낚시대를 이리저리 휘두른다. 똥이 가득 차 무거워진 미도리의 팬티는

점점 흘러내린다. 허벅지 사이로는 따뜻한 똥국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 순간 뭔가가 미도리의 왼발을

꽉 붙잡는다. 방금 전 거북이와 다르게 이번엔 뾰족한 것으로 깊게 찌르는 느낌이다.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인 붉은 색 괴물이다. 괴물의 날카로운 집게발은 미도리의 왼발을 관통했다. 배 쪽의 고통을

잊을 정도로 강렬한 새로운 고통. 소리 없이 갑자기 등장한 괴물의 출현에 미도리와 자실장 모두가 놀랐다. 미도리의

밑을 따라다니며 울던 자실장들도 너무나 놀라 전부 우뚝 서서 붉은색 괴물을 응시한다. 두려움이 한계치를

초과했는지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자실장들.

 

괴물은 집게발을 꽉 물고 미도리를 끌어내린다. 남자는 최대한 버텨보려고 하지만 힘이 어찌나 센지 조금씩

끌려 내려간다. 한편, 두 괴물의 싸움에 미도리는 파킨사를 하지 않은 것이 용할 정도다. 다리는 세로로 찢어

지고 있고, 낚싯줄은 배를 깊게 파고든다.

 

‘데게겍...데겍!! 끄으으윽...끅끄!’

 

입에는 거품과 함께 알아듣지 못할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인지 모르겠다.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미도리는 주인을 떠올린다. 자신의 주인님. 친절하신 주인님. 언젠가 꼭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나의 주인님.

 

고통이 극에 달한 미도리는 행복회로에 잠식된다. 행복회로 속의 자신은 분홍색 리본이 달린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

앞으로는 길게 복도가 나있고, 그 복도 끝에 서 있는 사람은...주인님이다. 남자가 미도리를 돌아보며 싱긋 웃자,

미도리도 손을 흔들며 남자에게 달려간다. 남자의 품에 안기는 것과 동시에 뭔가 강한 충격에, 현실세계로 돌아온다.

 

‘덱!’


 

낚싯줄이 끊어진 것이다. 애초 제대로 된 낚싯줄은 아니었지만 가재가 워낙 공격적으로 물고 늘어져 남자 쪽에서

놔버렸다. 바닥에 무기력하게 자빠져서 팔다리를 M자 모양으로 만들고 있는 미도리 위로 가재가 공격해 온다.

지속적으로 시달려 체력이 방전된 미도리는 거친 숨만 내쉴 뿐 별 다른 방어의 행동을 취할 수가 없었다.

 

‘데...! 데데!!! 주인님!! 주인님 살려주시는 데스!! 주인님!!’

 

가재는, 있지도 않은 남자를 찾아대는 미도리를 짓밟으며 그녀의 몸 위로 거칠게 올라간다. 잔뜩 부풀어 오른

팬티는 가재의 거친 껍질에 나있는 가시에 이리저리 찢겨서 녹색 내용물을 바닥에 흘린다.

 

‘데덱! 저리 가는 데스! 젝!!’

 

절박하게 왼손을 휘둘러보지만, 오히려 가재의 화만 돋운다. 활발한 반응에 흥분한 가재는 집게발로 미도리의 왼팔을

꾹 붙잡는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악!! 데갸아아아악!!!’

‘마마!! 놓는 테치!! 괴물! 괴물!!!’

 

가재는 수수깡 부러뜨리듯 미도리의 왼팔을 뜯어낸다. 뜯긴 부위에선 피가 솟구치며 주위에 모여든 자실장들 머리를

적신다.

 

어미를 지키기 위해 몰려든 자실장들의 용기는 여기까지였다. 자신들의 마마가 팔다리에 피를 뿜는 장면에서

자실장들은 모든 용기를 잃어버리고 여기저기 도주하기 시작한다.

 

‘엇! 안 돼지~’

 

낯선 남자는 어디선가 주워온 종이박스를 들고, 사방대로 도주하는 자실장의 뒤를 쫒는다. 자실장들은 남자가 손을

내밀자 순순히 몸을 내맡긴다. 아직도 절대적으로 ‘인간은 우릴 해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자실장들이다. 실제로

이 낯선 남자는 아직 자실장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진 않았고, 뭐든지 의존하려 드는 자실장들의 어린 생각에, 남자는

구원자로 비춰졌다.

 

‘닝겐상! 마마를 구해주시는 테치! 마마가 아픈 테치!’

 

박스 안을 가득 채운 자실장들이 울먹거리며 애원하는 이 모습을 애호파들이 봤다면 정신없이 사진을 찍기 바빳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낄낄거리며 비웃기만 할 뿐 이다.

 

‘닝겐상! 부탁드리는 테치! 앞으로는 착한 자로 있는 테치!’

‘반찬 투정도 하지 않는 테치! 제발 그만 두는 테치!’

‘왁!’

‘테챠아아앗!’

 

돌아온 것은 대답이 아닌 고함. 갑작스런 굉음에 빵콘을 하며 자빠진다. 점점 모든 상황에 지쳐가는 자실장들은

자기비관에 빠진다. 이상한 하루다. 남겨진 9녀는 어떻게 된지 모르고, 11녀와 13녀는 마마의 배에 깔려죽고 마마는

괴물에게 아픈 일을 당하고 있다. 자실장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주인 남자를 찾는다.

 

‘테끅.....주인님....끅끅....테에에엥.....’

‘집으로 데려다 주는 테치....주인님....주인님....’

‘주인님이 보고 싶은 테치이이.....테에엥...테에엥...’

 

처음으로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쓰며 남자를 찾는 자실장들. 하지만 그 친절한 주인님은 더 이상 없다. 자신들 주위엔

오직 마마를 덮치고 있는 붉은색 괴물과 이상한 느낌의 인간.

 

가재가 미도리의 몸을 이리저리 찔러대는 통에 껍질 사이에 머리카락이 낀다.

 

‘덱! 덱덱!! 머리는 안 돼는 데스!’

 

미도리의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는 가재는 껍질 사이의 이물감에 몸을 비틀거나 잡아 뺐고, 이에 머리카락은 뭉텅이씩 뽑혀나간다.

 

[뿌드드득...뿌득!]

‘안 돼는 데스! 데...!’

[뿌득!]

 

풍성하고 고운 결의 머리카락은 미도리의 자랑이었다. 자실장 시절부터 주인님이 직접 샴푸로 감겨주고, 빗으로

빗어주던 자신의 보물이 거칠게 뽑혔다. 필사의 저항도 무색하게 미도리의 머릿카락은 모조리 뽑혀, 그 밑에 숨기던

흉한 두상을 노출시킨다.

 

‘제발...그만 두는 데스! 주인님....죄송한 데스 주인님....오로로롱....오로롱’

 

미도리는 머리카락을 잃었다는 충격보다 주인님의 은혜를 저버렸다는 죄책감에 더 괴롭다. 그렇게 아껴해 주던

머리를 잃어버렸다. 더 이상 주인님의 사랑도 받을 수 없다. 자신에게 남은 것은 없다.

 

아니. 남아있다. 단 하나. 이 세상에 하나 남은 보물. 귀여운 자들이 남아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자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면 주인님은 기뻐하며 다시 받아주실 것이다. 머리카락을 잃은 것 정도는 그냥 넘어가실 것이다.

이렇게나 귀여운 자를 싫어하는 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그 누구도.

 

목표가 생긴 미도리는 마지막 힘을 짜내 가재를 밀쳐낸다. 갑작스런 반격에 가재는 옆으로 굴러 넘어진다. 비로소

몸이 자유로워진 미도리는 이를 악물고 기어간다. 일어서는 것은 고사하고 엎드려 기어가는 것도 아프다. 몸 여기

저기에 난 상처에서는 피가 흐러고, 온 몸의 근육과 신경이 비명을 질러대지만 미도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반드시 자들을 안고 주인님과 와타시의 집으로 돌아가는 거다. 주인님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흑발의 자를 더욱더욱

많이 낳아, 행복하게 사는 거다. 미도리는 종이박스 안에서 들려오는 자들의 울음소리를 향해 꾸준히 기어간다.

 

‘와타시의 사랑스런 자들!’

 

마침내 자신의 사랑스러운 자실장들과 재회한 미도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상자 안으로 팔을 뻗자 자실장들은

테치테치거리며 안겨 볼을 부빈다.

 

‘마마...! 왜 이리 늦은 테치! 테에에에에에엥!’

‘무서웠던 테치! 무서웠던 테치!’

‘마마의 머리가...! 머리가....테에에에에에엥!!’

 

‘괜찮은 데스...마마는 무사한 데스. 오마에들도 전부 무사했으면 다행인 데스...’

‘아파보이는 테치. 마마 어서 집으로 가는 테치! 더 이상 밥투정 안 하는 테치. 운치도 제대로 화장실에 싸는 테치’

 

울먹이며 자신을 걱정해주는 자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미도리는 희미하게 웃음 짓는다. 역시 자를 갖는 것은

행복의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미도리는 모른다. 자를 낳은 것이 이 모든 일의 발단이란 사실을.

 

행복한 모녀의 해후도 잠시, 종이상자 위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5녀가 뭔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친다.

 

‘마마! 저기를 보는 테치!’

‘괴물 테치이이이이이이!!!!!’

 

5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본 미도리는 숨이 멎을 듯 놀란다. 붉은 색 괴물이 줄에 묶여 공중에 매달려 있다. 문제는

괴물이 자신들 방향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데겍!!! 꺼지는 데스! 꺼지는 데스!! 데샤아아아악! 데샤아아악!!’

 

자식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어미가 된 미도리는 붉은 색 괴물의 앞을 막고 위협을 한다. 옷은 모조리 찢겨져 나가서

상처투성이의 알몸만 남았고, 머리털은 모조리 뽑혀 보기 흉한 두상을 드러내고 있다. 거기에 왼팔은 잘려나갔지,

왼발은 걸레짝이다.

 

하지만 미도리는 결사항전을 시도한다. 자신의 마지막 남은 희망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건다. 비록 죽더라도

저 괴물을 최대한 지치게 만들어 자실장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일념 하에 버틸 생각이다.

 

‘오마에들! 모두 도망가는 데스! 어서!’

‘하지만...하지만....’

‘마마는 걱정하지 않는 데스!’

‘그게 아니라 벽이 너무 높은 테치!’

 

사각거리며 상자의 벽을 긁어보지만 손끝조차 닿지 않는 상자벽. 쓰러진 자매를 밟고 올라가 힘껏 점프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밑에 깔린 자매의 비명 뿐. 괴물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거리를 좁힌다. 낚싯대를 잡고 있는 남자는

간단히 낚싯대를 들어올려서 미도리의 머리 위로 가재를 우회시킨다. 미도리는 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손을 뻗어

보지만 닿지 않는다.

 

절박해진 미도리는 남자를 향해 도게자를 취하며 애원한다.

 

‘부탁인 데스! 자들만큼은 해치지 않는 데스! 와타시의 마지막 희망인 데스! 자들 마저 없으면 주인님께 영영

버림받는 데스!‘

‘난 몰랑ㅋ’

‘제발인 데스! 어째서인 데스! 와타시의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데스! 왜 사랑을 해주지 않는 데스?’

‘모른다니깐ㅋ’

 

가재는 종이상자와 거리를 점점 좁힌다. 박스 안에 즐비한 자실장을 보고 가재는 다시 흥분상태에 돌입하여

집게발을 휘저으며 사냥을 준비한다. 종이박스 내부는 아비규환이다. 모두 반대쪽 벽에 몰려들어 쓰러진 자매의

머리를 밟고 기어오르려 하거나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고 밖에 있을 마마를 찾으며 절규한다.

 

 

자실장들은 이제 완전히 가까워진 괴물의 모습을 또렷이 관찰할 수 있다. 움찔거리는 껍질, 혐오스럽게 달그닥

거리는 여러 개의 다리, 그리고 사냥을 위해 크게 벌린 끔찍한 집게발.

 

천성적으로 심약하고 겁이 많은 12녀는 그 혐오스러운 모습에 정신줄이 끊어진다.

 

‘테...테에....! 테치이이이!! 싫은 테치 싫은 테치 싫은 테치 싫은 테치 싫은 테치 싫은 테치!!!!’

[파킨!]

 

그리고 그대로 파킨사 해버린다.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자매들의 발에 이리저리 차이는 12녀의 시신은 몸속의

잔변을 쏟아내며 무심하게 짓밟힌다.



그 다음 희생자는 3녀였다. 행복회로에 빠진 3녀는 허공에 아첨을 하던 녀석이다.

 

‘텟츙♪ 역시 주인님이 최고인 텟츙♪ 테에에에? 이렇게 콘페이토를 잔뜩 주시면 다 못 먹는 테츄우♪’

‘테엣...? 주인님 거칠어서 부끄러운 테치. 와타시, 이대로 주인님의 흑발의 자를 잔뜩잔뜩...테에? 테챠아아아앗!’

 

억센 집게발이 배를 짓누르자 그제야 현실세계로 돌아온다. 어느새 상자 안에 들어와 있는 가재를 발견한 자실장들은

더욱 미친 듯이 도망가기 시작했으나 좁은 종이상자 안에선 뛰어봐야 벼룩.

 

‘치프프프프 멍청한 놈인 테치...오네챠는 똥벌레라서 죽은 테치.’

‘싫은 테치 싫은 테치 싫은 테치’

 

5녀는 고통스러워하는 3녀를 조롱한다. 반대쪽 모서리로 도망간 4녀는 뭉툭한 손 끝이 뜨거워지도록 상자를

긁어댄다. 팬티는 불룩해져서 아예 바닥에 닿았고, 두 눈에는 이 불합리에 대한 억울함으로 피눈물이 흘러내린다.

 

‘테흐흑....테에.....무서운 테치....테이...마마...주인님...’

‘괜찮은 테치 8녀짱 괜찮은 테치. 오네챠가 지켜주는 테치’

‘차녀 오네챠. 집에 가고 싶은 테치 이제 다 싫은 테치. 뭔가 이상한 테치...테에에엥....’

‘모든 건 괜찮아 지는 테치. 마마와 주인님이 오셔서 다 해결해주실 것인 테치’

 

겁쟁이 8녀는 다리가 풀려 도망치는 것을 시도조차 하지 못 한다. 그저 풀려버린 다리 사이로 머리를 숙이고 울 뿐.

사려깊은 차녀는 언니답게 8녀를 감싸 안고 진정시켜준다. 조금만 기다리면 주인님이 와서 괴물을 물리쳐줄 것이라

확신하며 힘을 낸다. 한 번 더 8녀를 안아주려는 순간, 집게발이 내려와 차녀의 목을 낚아채 들어올린다.

 

‘케...케켁....큭...켁......테끅...!’

 

차녀는 집게발을 주먹을 때리고 발을 굴리며 괴로워하지만 가재의 억센 집게발은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다. 자매들

중 가장 화장실 교육이 우수했던 차녀의 총구에서 변이 쏟아져 내린다. 팬티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을 넘어도 계속

쏟아져 내린다. 결국 변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 팬티는 결국 밑에 웅크리고 있던 8녀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고통도 잠시 차녀의 가녀린 목은 찢어졌고, 흥미를 잃은 가재는 차녀의 시신을 내던진다. 목의 가죽이 가느다랗게

붙어있어 머리가 덜렁거리는 차녀의 시신은 똥을 뒤집어 쓴 8녀 앞으로 떨어진다.

 

‘테에....오네챠....오네....’

[파킨!]

 

8녀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파킨사 해버린다. 가재는 아직도 숨이 붙어있는 12녀를 찢어버리고, 집게발을

휘두르며 닥치는 대로 붙잡고 찢어버린다. 아직도 벽을 뚫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에 사로잡혀 벽을 긁어대던

10녀는 집게발에 머리가 관통 당했다. 서로 부둥켜안고 울던 6녀와 7녀는 나란히 두 동강이 났다. 두 자매는

그래도 얼마동안 살아남아 자신들의 하반신을 찾아내 붙이려 했지만 흘러나온 내장이 다른 자매들의 내장과 마구

뒤섞여 실타래처럼 되버렸다. 두 녀석은 다급하게 서로의 내장을 잡아당기다 나란해 죽어버렸다.

 

여전히 죽어나간 자매를 비웃던 5녀 또한 집게발에 붙잡혔다.

 

‘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테츄.....테츄아아아아아앗!!!’

‘안 돼는 데스!!’

 

미도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종이벽을 넘어 박스 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미도리는 손에 잡히는 대로

품에 안아보지만 모두 움직이지 않는 시체였다. 잘려나간 팔다리와 목은 어느 것이 누구 것인지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가재는 흥분을 하여 미도리를 향해 집게발을 거세게 휘두른다. 그 때 미도리의 눈에 움직이는 자가 들어왔다. 장녀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장녀! 자신의 희망! 미도리는 경이로운 힘으로 가재를 밀치고 장녀를 감싸 안는다. 다행이다 아직

살아있다. 희망이 있다.

 

‘장녀짱. 괜찮은 데스. 마마인 데스. 괜찮은 데스 괜찮은 데스.’

‘마...마...?’

‘그런 데스~마마인 데스~ 이제 같이 집으로 가는 데스요~’

‘집....집에 가서 콘페이토를 잔뜩잔뜩 먹는 테치....’

‘주인님에게 부탁해 잔뜩잔뜩 내오는 데스~’

‘폭신한 주인님의 침대에서 자는 테치...리본이 잔뜩 달린 드레스를 입고...들실장들을 비웃고 싶었던 테치...’

 

‘그럼 데스~모두 하는 데스. 마마랑 집으로 돌아가면 주인님이 기뻐하시며 모두 들어주실 것인 데스~’

‘더 갖고 싶은 건 없는 데스? 주인님에게 부탁해서 모두 들어주는 데스~’

‘따듯한 물에 거품목욕도 하고...몸에는 향수를 뿌리고...하루 종일 공놀이를 하는 데스~

‘어떤 데스? 장녀? 장녀 대답해보는 데스~’

 

미도리는 반응이 없는 장녀의 몸을 흔들어보지만 반응이 없다. 장녀의 두 눈은 회색으로 변했고, 혓바닥은 흉하게

늘어져 있다.

 

‘장녀~대답하는 데스....제발...대답하는 데스....’

 

아무리 거세게 흔들어도 장녀의 몸은 힘없이 흔들릴 뿐이다.

 

‘오로로롱...오로로롱....오로로로로롱!!’

 

남자는 가재를 물속에 던져넣고 줄을 끊어버린다. 아직도 집게발에 물린 채 살아있던 5녀의 비명소리와 함께

가재는 물살을 타고 멀리 떠내려간다.

 

‘오로로로로로롱!! 오로로로로로로로롱!!!!!’

 

장녀를 내려놓은 미도리는 다른 자들의 시체를 번갈아 안아 올리며 절규한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래도 관심 없다.

자신이 어지른 쓰레기를 버리고, 낚싯대를 접어 가방에 넣을 뿐이다.

 

‘오로로롱.....오로로로롱......왜 인 데스...왜 인 데스....도데체 왜.....주인님....’

 

짐정리가 대충 끝난 남자는 손을 허리에 올리고 미도리 앞에 선다.

 

‘이게 억울해? 불합리해?’

‘와타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스! 저 자들은 아무런 죄가 없는 데스.....주인님이 보고 싶은 데스..주인님...’

 

서럽게 주인을 찾는 미도리를 본 남자는 키득거린다. 옆에 쓰레기통에 반쯤 박혀있던 방망이를 꺼내서 몇 번

시험삼아 휘둘러본다.

 

‘너희 똥벌레들의 처분은 내가 맡아서 말이야’

‘데에...? 무슨 소리인 데스?’

‘니들을 팔아넘긴건 니 주인이라고. 뭐 사실 부탁한 건 나였지만...어쨋든! 니 주인은 니놈한테 질린 상태였어.

거기에 새끼까지 잔뜩 싸지르니 얼마나 성가셨겠냐?‘

 

미도리는 충격에 몸을 떨며 계속 듣는다.

 

‘니 주인하고 자주 얘기하는데, 니놈이 성체가 된 다음부턴 재미가 없다고 하드라. 귀엽지도 않은게 쓸데없이

쳐먹기만 하고....거기에 심지어 인간을 상대로 이상한 감정이나 품어대기까지 하고. 거기에 완전히 정이 떨어진

거지...‘

‘말도 안 되는 데스...주인님은 와타시를 가장 아껴주는 분인 데스...그런...’

‘사실 그래도 키운 정은 있어서 계속 키울려고 했는데! 니놈이 새끼를 싸지른 것이 아주 결정타였지. 그딴 쓰레기를

집안에 풀어뒀다며 아주 엄청 화내던 거 봤었어야 했는데. 아주 보기만 해도 역겨워서 오늘까지 간신히 참은거야‘

 

자신의 사랑스런 자들이...쓰레기...? 역겨워....? 자신의 비장의 무기이자 희망인 자들이 가장 역겨웠다고?

미도리가 알던 세계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처분하겠다고 나섯고, 니 주인은 아주 기뻐하면서 건네준거야. 니들은 버.려.졌.어. 아무도 니들같은

역겨운 똥쓰레기를 바라지 않아. 거기에 인간 상대로 뭐? 흑발의 자? 미쳤냐? 게다가 그걸 믿어?‘

 

미도리의 두 눈에는 시커먼 눈물이 흘러내린다.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이 파괴당한 실장석들이 흘린다는 흑색눈물.

마음 깊은 곳에서 긁어내리는 진짜 절규의 눈물. 비명도 절규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는 시큰둥하다. 정리가 다 끝났으니 이제 집에 갈 생각이다. 조금 있으면 자신이 즐겨보는 TV프로가

시작할 시간이다. 오늘 즐길 분은 다 즐겼다. 더 이상은 민폐다. 남자는 들고 있던 방망이를 들어, 미도리의

머리를 박살낸다.

 

[으직!]

 

그것으로 울음은 그쳤다. 남자는 강물에 상자를 톡톡 털어놓는다. 길게 늘어진 창자와 잘린 팔다리, 그리고 두 눈에

시커먼 눈물줄기가 흐르는 미도리의 사체는 차가운 강물 속으로 버려진다. 미도리 모녀들의 모든 흔적은 약간의

물거품만을 일으키곤 사라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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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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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악 | 작성시간 15.11.06 ㅇㅂ
  • 작성자왕쿠타오 | 작성시간 15.11.0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캬 시발 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성자Ijyb | 작성시간 15.11.20 굿
  • 작성자미도링 | 작성시간 17.05.21 사이다 아마아마데스웅
  • 작성자배르크 | 작성시간 18.12.12 띵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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