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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크립트/ 단편

[학대][관찰]아름다운 보석(납치 탁아)

작성자우마콘|작성시간20.05.28|조회수5,696 목록 댓글 26

본 스크립트는 전편인 '해님씨와 바람씨'에서 이어지는 데스우.
(https://m.cafe.daum.net/sweetjissouseki/dZSt/8067)


아름다운 보석(납치탁아)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10월이 되면서 두루마리 공원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산책로에는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줄지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길가에 떨어져 있는 노오란 은행 나무 열매들은 그 특유의 구수한 내음을 풍기며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공원 한켠에 위치한 꽃사슴 무리의 뿔은 곧 있을 짝짓기를 위한 싸움을 대비하는 듯 곧고 단단하게 자라났다.
공원의 중심지인 분수대 주변은 소풍을 나온 사람들로 매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리고 평소보다 시끌벅적해진 공원 안에서 들실장들은 곧 찾아올 겨울을 대비해 보존식 수집과 추자 솎아내기, 즉 겨울나기 준비로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언덕에 위치한 벚나무 군락지, 그 외진 철조망 뒤편의 수풀 속에 골판지를 숨긴 이 친실장 일가 또한 마찬가지로 보존식 모으기에 여념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자들은 마마에게서 떨어지지 않도록 잘 따라오는 데스."

친실장은 이제 거의 중실장에 가까워져 가는 장녀와 차녀가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준 뒤 안전지대인 철조망 안쪽에서 조심스럽게 바깥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주변을 주의깊게 살펴보니 닝겐들이나 까악씨는 커녕 동족들마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큰 위험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날씨도 선선하고 바람도 잔잔한 것이 오늘이 자들에게 바깥 세상을 보여주고 가르침을 주기에 적기인 것은 확실하다.

역시 더 이상은 가르침을 미룰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쉰 친실장은 곧 굳게 마음을 먹은 듯 자들과 함께 자그마한 구멍이 나있는 낮은 철조망 틈새 사이로 빠져나갔다.

"테에에......!!"

철조망 바깥 쪽 우거진 수풀 사이를 헤치고 나가 마침내 벚나무 산책로에 도달한 자실장들은 오랜만에 보는 바깥 풍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살랑살랑 흩날리며 내려오는 단풍들이 기분좋은 바람과 함께 자신들을 반겨준다.
정면을 바라보니 붉게 물든 벚나무 산책로가 넓게 펼쳐져 있다.
닝겐들이 잘 다듬고 정리해놓은 산책로를 작은 냇가와 수로가 각각 왼쪽과 오른쪽을 감싸면서 흐르고 있다.
그 수로의 흐름이 끊겨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 한 구석에는 막 출산을 시작한 듯 두 눈을 붉게 물들인 성체실장이 주변을 경계하며 총구를 수로로 향한채 힘을 주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곧 텟테레하는 소리와 함께 추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나온 자실장은 성체실장에게 점막을 핥아져 다른 자매들이 나오는 것을 성체실장의 옆에 서서 테치테치 거리며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째 자가 성체실장의 총구에서 빠져나오려는 그 순간

"오마에들! 정신 차리는 데스우!!"

장녀와 차녀는 갑자기 들려온 큰 소리에 깜짝 놀라 테햣하는 소리와 함께 펄떡 뛰어올랐다.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자 평소보다 한껏 눈매가 날카로워진 마마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퍽!퍽!!
테챠아아앗!!!

자들이 추자의 출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해서 바라보자 조금 화가 난 친실장은 장녀와 차녀의 머리를 한 대씩 쥐어박고는 평소와 다르게 엄격히 자들을 꾸짖었다.

"장녀와 차녀는 잘 듣는 데스!! 여기는 안전한 곳이 아닌 데스!!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골판지 하우스 주변과는 다른 데스우!!! 이곳에서 마마는 오마에들을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는 데스우!!! 자칫하면 일가실각이란 말인 데샤아아앗!!!"

"마마!! 잘못한 테치!! 용서해주는 테치!!!!"

"죄송한 테치!! 오랜만에 보는 바깥 세상이라 방심한 테치!! 앞으로는 마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실장이 되는 테치!!!!"

처음보는 마마의 분노한 모습에 장녀와 차녀는 어쩔 줄을 몰라하며 허둥대기 시작했다.

마마가 이렇게나 무서운 존재였단 말인가?

상냥했던 마마가 평소와는 다르게 인상을 험악하게 찡그리자 잔뜩 겁을 먹은 자실장들의 두 눈에는 색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고, 마음이 약해진 듯한 친실장은 평소와 같은 상냥한 목소리로 자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마도 자들을 혼내고 싶지 않은 데스. 자들을 혼낼 때마다 마마의 위석도 타들어가는 듯이 아픈 데스. 그래도 어쩔 수 없단 말인 데스!!"

자신도 자들을 혼내고 싶지 않다.
자들에게 행복한 세상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세상 모든 친의 마음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세상은 상냥하지 않다.
자신의 마음이 약해져 자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면 장녀와 차녀도 저번 여름, 태풍으로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3녀와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리라.

"가능한 이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던 데스..."

친실장은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 자들에게 요즘 들어 자신이 왜 이렇게 엄격하게 가르치고 있는 건지 그 이유 두 가지 중 첫번째를 말하기 시작했다.

"자들은 놀라지 말고 듣는 데스. 이 공원은 요즘 학대파들이 잔뜩 돌아다니고 있는 데스."

"테...테햐아아앗?!!!!"

뷰리릿!

학대파란 말을 들은 장녀는 본능에 새겨진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빵콘했고 차녀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마..마마아! 학대파가 온 테치?! 무서운 테챠아아앗!!!!!"

"장녀! 장녀!!! 진정하는 데스우!!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정말로 학대파가 올 수도 있는 데스우!!!"

"테...테끕!!"

학대파가 온다는 말에 장녀는 비명이 새어나오려는 입을 두손으로 틀어막고는 불안한듯이 부들부들 떨면서 친실장을 바라보았다.
친실장은 그런 장녀를 어루달래며 장녀의 비명을 듣고서 주변에서 위험요소들이 다가오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친실장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가며 경계를 했지만 기우였는지 방금 전부터 출산 중인 동족을 제외하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학대파나 분충들이 장녀의 비명을 듣지는 못한 모양이다.

"정말 다행인 데스우...장녀챠! 앞으로는 함부로 소리지르면 안되는 데스! 조심하는 데스우!!"

한 숨 돌린 친실장은 자들을 진정시키며 계속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장녀는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았는지 두손을 입가에서 떨어뜨리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고, 차녀는 제정신을 차린 듯 다소곳한 자세로 가만히 서서 친실장의 말을 경청했다.

"다시 한 번 말하는 데스우. 마마는 얼마전에 보존식을 찾던 도중 무서운 막대기씨를 든 학대파를 발견한 데스. 그 학대파는 자신에게 탁아한 동족을 찾아내서 일가실각 시키고 있었던 데스. 그 때는 그저 어리석은 동족이 합당한 벌을 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데스. 그런데 그 날부터 갑작스럽게 학대파가 늘기 시작하더니 두 밤 전에는 반대편 소나무 쪽에 사는 일가들을 전멸 시켜 버린데스!"

"테에에...마마. 어째서 닝겐상들은 와타치타치에게 이런 심한 일을 하는 테치?"

"좋은 질문인 데스, 차녀."

친실장은 핵심을 짚어낸 차녀를 잘했다며 쓰다듬었다.

"며칠 전 지나가던 동족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이 공원에 탁아를 하는 분충들이 늘어난 모양인 데스우."

친실장이 말하는 것처럼 두루마리 공원에는 요즘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바로 분충들의 탁아에 대한 소문이었다.
재작년 겨울의 구제작업 이후로 탁아 행위를 찾아볼 수 없게된 두루마리 공원이지만 요즘 들어 어째서인지 갑작스럽게 늘어난 탁아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었다.
이렇게만 들으면 단순히 늘어난 탁아로 인해 화가 난 주민들이 탁아한 분충들을 찾아내어 일가실각 시킬 뿐인 별거 아닌 내용에 불과하겠지만 이 소문의 이상한 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탁아한 일가들이 탁아시킨 자들을 찾으러 오지 않을뿐더러, 탁아된 자실장을 데리고 직접 찾아가보니 자신들의 탁아 행위를 부정했다는 것이었다.

"마마가 보았던 일가의 오바상도 울면서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했던 데스우. 골판지가 날아가고 자들이 슬픈 일을 당해도 모르는 일이라고 울부짖기만 한 데스우.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인 데스우. 아무래도 이 공원에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듯 한 데스우.."

친실장은 모르는 일이겠지만 사실 이 소문에는 한 가지 더 수상한 점이 있었다.
바로 탁아된 자실장의 위석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 탓에 사람들은 위석을 이용해 번역 기능을 수행하는 린갈로는 자실장에게서 아무런 단서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 탁아를 당한 학대파에게서 여름의 태풍을 이겨내지 못한 들벌레들 중 똑똑한 분충들이 입을 줄이기 위해 솎아내기식 탁아를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정설인 것인 마냥 여겨지고 있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날을 잡아 공원에 구제업자를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꺼냈지만, 이 공원에 사는 들실장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하루이틀의 구제로 해결하기에는 공원의 크기가 너무 방대하다는 점과 일부 분충들의 탁아 행위만으로 공원을 구제하기에는 명분이 떨어진다는 애호파와 애오파들의 항변으로 그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 덕분에 탁아 분충들을 구제한다는 명분을 얻은 학대파들이 이곳저곳에서 찾아와 탁아 일가들은 물론 구석진 곳에 있는 죄없는 들실장들에게도 구제를 빙자한 학대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마마! 혹시라도 학대파 닝겐상들에게 잡히면 와타치타치는 어떻게 하면 좋은 테치?"

차녀는 최악의 경우를 상상했는지 식은 땀을 흘리며 친실장에게 질문했다.
친실장은 그 말을 듣고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는지 손뼉을 탁 쳤다.

"장녀와 차녀는 잘 듣는 데스우. 마마가 짧은 이야기를 하나 해주는 데스우."

"테치! 마마의 옛날 이야기 시간인 테치!"

"테에? 여기서 옛날이야기를 해주시는 테치? 오늘은 보존식이나 아마아마를 찾으러 가지 않아도 되는 테츄?"

"걱정마는 데스, 차녀. 정말 짧은 이야기인 데스."

친실장은 걱정말라는 듯이 말하고는 적당히 자신들을 가려줄 수 있을만큼 거다란 수풀들 사이에 몸을 숨기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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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 데스?! 어째서 와타시는 이렇게 불행한 데수까?!!!!!!!!!!"

덩치가 큰 한 마리의 성체실장이 공원 한복판에서 울부짖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지나가다가 깜짝 놀란 들실장 한 마리는 그 성체실장은 본 뒤 고개를 끄덕이고는 똑같은 한 마디 내뱉으며 자신의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또 저 미친 실장인 데스우.

"똥노예에에에!!!!!!! 대체 어디로 간 데수까?! 세상에서 가장 세레브한 와타시가 부르고 있는 데스우!! 들리다면 당장 운치굴에 머리박아 사죄하라는 데스웃!!!!! 그리고 아와아와랑 최고급 스테이크를 대령하라는 데샤아아앗!!!!!!!"

이 성체실장은 원사육실장 미도리, 즉 주인에게 버려진 실장석이었다.
사육실장의 증표인 목걸이를 빼앗기고 이 공원에 홀로 버려진 후 동족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골판지에 들어가 자실장들을 잡아먹으며 근근이 그 질긴 명줄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이 분충행각이 동족들에게 걸리지 않아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꼬리가 길면 언젠가는 밟히는 법.
곧 미도리의 악행이 동족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했다.
그렇게 되면 미도리는 지금까지 저지른 행동에 대한 대가를 온 몸으로 받게 되리라.

그러나 그런 미도리에게도 행운이 아직 남아있던 것이었을까?
미도리가 언제나처럼 하늘과 세상을 원망하며 울부짖으려는 그 때 그 남자는 찾아왔다.

"잠시 나와 이야기하지 않겠니?"

살가운 얼굴로 미도리를 찾아온 그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토시아키라고 칭했다.
토시아키는 미도리에게 자신이 이전의 주인 대신 미도리의 노예가 되겠다고 말하며 미도리에 대하여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에 한치의 의심도 없이 데프프거리며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미도리는 토시아키의 옷에 투분하여 노예로 인정하며 자신을 노예의 집으로 데려갈 것을 명했다.
앞으로 찾아올 위기를 상상하지도 못한 채.

토시아키의 손에 타고 집에 도착한 미도리는 대뜸 화를 내며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어휘력을 동원하여 당장 세레브한 대접을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미도리의 바램과는 달리 토시아키는 불길한 웃음을 지으며 세레브 하우스가 아닌 지하실로 데려가는 것이 아닌가?
얼마지나지 않아 지하실에 도착한 미도리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동족들이 차마 눈뜨고 봐줄 수 없을만큼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동족식을 하던 분충 개체인 미도리조차 바라보기 힘들 수준이었다.

미도리가 동족들의 시체 중 그나마 가장 멀쩡한 벽에 사지가 못으로 박제되어 있는 시체를 바라보았다.
양 팔과 다리가 얇게 저밀어져 그릇에 놓여 뼈밖에 남지 않은 독라의 모습은 정말이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그 시체에서 시선을 돌리려던 미도리는 이어진 상황에 다시 그곳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 시체가 부들부들 떨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데...데에...와타시..실생...자들...어째서.."

곧이어 시체의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미도리는 경악하며 자신의 착각을 깨달았다.
미도리가 시체라고 생각했던 그 실장석은 아직 살아있었던 것이었다!
그 끔찍한 상황에 할 말을 잃은 미도리는 망부석 마냥 몸이 굳은 채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자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낸 원흉인 학대파 토시아키는 미도리에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이 분충은 말이지, 우리 집 창문을 깨고 들어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든 녀석이란다. 그런데 말이야. 이 녀석에게 그 죄를 묻고자 값비싼 위석 활성제를 먹여가면서 학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위석이 버티지를 못하는 듯 하더라."

토시아키는 미도리에게 처음 말을 걸었을 때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노란 액체가 담긴 병안에 있는 검은 위석을 보여주었다.
미도리는 그 미소에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섬뜩함을 느꼈다.

"동족을 많이 잡아먹은 분충은 몸집이 커지고 위석의 품질이 좋아지지. 난 너가 그런 분충이란 것을 보자마자 깨달았단다."

토시아키의 웃음은 곧이어 차가운 냉소로 바뀌었다.

"그래서 말인데, 네 위석을 받아가도 되겠니? 다른 실장석의 위석을 갈아먹이면 그 실장석의 위석이 단단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난 말이야, 이 분충 새끼를 이렇게 쉽게 보낼 수 없어."

"데갸아아아악!!!!!!"

미도리는 비명을 지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남자의 손바닥에서 뛰쳐올라 지하실의 통로를 향해 뛰어갔다.
그렇지만 그래봤자 결국에는 실장석.
열 걸음도 채 되지 않아 토시아키의 손에 뒷머리를 붙들린 미도리는 패닉에 빠져 빵콘을 하고는 여기저기 투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토시아키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미도리를 작업대에 올려놓고는 네무리를 찾기 시작했다.

토시아키가 위석을 빼낼 준비를 하는 동안 미도리의 머리는 평소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떡해야 한단 말인가!
어떻게 해야 이 똥닝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고민을 하던 미도리의 머리를 한 가지 번뜩이는 꾀가 번개치듯이 강타하고 지나갔다.
토시아키가 미도리에게 네무리를 뿌리려는 그 순간 미도리는 사력을 다해 목소리를 내질렀다.

"와타시에겐 지금 돌씨가 없는 데스우!!!!!!!"

토시아키의 손이 멈추었다.
미도리는 그것을 보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똥닝겐! 잠시 와타시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데스. 와타시에게는 지금 돌씨가 없는 데스! 공원에 살던 골판지에 놓고 온 데스!! 그러니 와타시의 몸을 뒤져도 돌씨는 나오지 않을 것인 데샤아아앗!!!!!!"

완벽했다.
너무나도 완벽한 꾀이지 않은가?
똥닝겐의 손은 멈춰서 움직이지 않은지 오래이다.
공원에 도착하기만 하면 도망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적당히 널려있는 골판지 하나를 골라 다른 동족들 사이에 섞여들어가면 아무리 똥닝겐이라도 자신을 잡지 못할 터이다!

"데프프프프. 어떤 데스우, 똥닝겐! 와타시의 선견지명에 놀란 데스우? 와타시의 돌씨를 얻고 싶다면 공원으로 와타시를 모셔가라는 데스! 아마아마도! 스테이크도! 아와아와도! 돌씨를 가지고 싶다면 모조리 대령하라는 데샤아아앗!!!!!!"

토시아키는 그 말을 듣고는 옆에 놓아둔 장치를 들어 다시 한 번 확인하더니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도리는 갑작스런 토시아키의 폭소에 당황하였다.

어째서지?
어째서 똥닝겐이 웃고 있는 거지?
이 똥닝겐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단 말인가?!

화가 난 미도리는 토시아키를 향해 투분하기 위해 계속된 빵콘으로 부풀어오른 속옷 속으로 자신의 손을 집어넣었다.
이미 돌아가버린 행복회로로 인하여 방금 전까지의 공포는 잊어버린지 오래였고 토시아키는 미도리에게 단순한 똥노예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노예로서의 본분을 자각시켜주기 위해 운치를 토시아키의 안면 한복판에 던져넣으려던 그 순간, 토시아키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분무기에서 향긋한 네무리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데...데스우? 어째서 갑자기 졸린..데...데에....."

네무리 향에 취하여 잠에 빠져버린 미도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크큭...이런 멍청한 녀석!"

미도리가 잠에 빠진 후에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토시아키는 위석탐지기로 위석을 찾아낸 후 현란한 손놀림으로 커터칼을 이용해 미도리의 뒷목을 가르더니 순식간에 위석을 적출해냈다.

"역시 있었구만, 이 거짓말쟁이 분충 놈!"

평소였다면 거짓말을 한 분충을 쉽게 보내줄 토시아키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박한 상황이었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토시아키는 망치로 미도리의 위석을 내리쳤고, 그 충격으로 인해 미도리는 데벳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한 번 펄쩍 뛰어오르고는 게거품을 물더니 눈 색이 탁해지며 죽음을 맞이했다.
토시아키는 그런 미도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채 산산조각난 위석을 다시 끌어모아 망치로 가루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 완벽히 가루가 되버린 위석을 영양제에 골고루 섞은 토시아키는 그 영양제를 가택에 침입한 독라 분충의 입에 털어넣었다.
그러자 넝마가 되어 뼈밖에 남지 않았던 분충의 팔과 다리에서 새살이 돋아났고 노란 활성제 속의 검은 위석은 그 녹빛을 조금 되찾고 검녹색이 되어있었다.
자신의 몸이 재생해나가는 것을 본 독라는 데에엥거리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어째서...돌씨가 파킨하지 않은 데스우? 닝겐상. 제발 와타시를 죽여주시는 데스우...더 이상은 고통받기 싫은 데스우...오로롱!오로롱!"

"그럴 수는 없지. 넌 네 죄값을 아직 치루지 못했단다. 너가 나의 행복을 보상해주는 그 날까지 난 널 놓아주지 않을거야."

토시아키는 완벽히 재생한 독라의 몸을 보고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지금까지 독라가 보아온 남자의 표정 중에서 가장 행복해보였고, 동시에 가장 잔혹해보였다.

"그러니까 우리 독라 친구! 나랑 영원히 함께하자! 고통으로! 절망으로! 즐겁고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내보자!!"

데..데갸아아아아아아아악!!!!!!!!!!!!!!!!

그날 토시아키의 집에서는 절망과 고통에 가득찬 독라의 절규가 메아리가 되어 날이 밝을 때까지 비명이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 여기서 문제.
어째서 토시아키는 미도리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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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의 마마는 닝겐상들이 와타시타치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돌씨가 필요하다고 한 데스우. 다시 말해 미도리 오바상의 돌씨가 없다는 거짓말은 학대파 닝겐상과 소통이 가능한 시점에서 거짓말이란 것이 들통난 것인 데스우."

"테에에..."

친실장은 마지막 의문에 대한 해답을 내면서 이야기를 끝맺었다.
친실장은 슬쩍 자들을 바라보았다.
장녀는 아까부터 입을 벌린 채로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 끔찍한 일화에 전율하며 정신줄을 놓아버린 듯 했다.

"마마! 와타치 아직 궁금한게 있는 테치!"

차녀는 아직 궁금증이 남은 듯 친실장을 향해 의문을 표해왔다.
그러자 친실장은 그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듯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와타치는 학대파 닝겐상들과 만났을 때 어떡하면 좋은지 여쭤 본 테치! 그런데 이번 이야기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테치!"

"차녀챠..."

친실장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 말할 해답은 자실장들에게는 큰 충격을 주겠지만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친실장은 마음을 다잡은 뒤 자실장들을 향해 잔혹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파킨하는 데스."

"테..테에...?"

"다시 한 번 말하는 데스. 파킨하는 데스. 닝겐상에게 잡힌 순간부터 와타시타치 같은 들실장들에게는 희망따위 없는데스. 돌씨가 몸을 떠나 슬픈 일을 당하기 전에 돌씨에게 부탁하는 데스. 돌씨가 파킨하면 적어도 그 다음의 고통은 없을 것인 데스."

장녀와 차녀의 얼굴이 충격으로 새파랗게 물들었다.
친실장은 그런 자들을 보며 자신이 자실장이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자들, 마마도 어릴 적에 마마의 마마에게서 이야기를 듣고는 꽤나 충격을 받은 데스. 자들의 기분은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데스."

친실장의 마마는 이 이야기가 브리더상에게 훈육받던 시절 인간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들려주던 수 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라고 말했었다.


이것은 닝겐상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와타시타치의 처지를 잘 알려주는 닝겐상들의 경고인 데스.
사녀챠.
사녀챠는 이제 곧 어엿한 중실장인 데스.
절대로 마마의 가르침과 닝겐상의 무서움을 잊지말고 반드시 공원에서 살아남는 데스!


마마는 그렇게 말하고 얼마뒤에 학대파 닝겐상에게서 자들을 지키기 위해 미끼가 되었다가 잡혀, 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독라가 되었다.
그 학대파는 마마에게 자신이 가하는 학대에도 울지 않는다면 자들을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학대파에게 자신의 팔이 찢겨나가도, 다리가 뭉개져도, 머리카락과 옷이 산산조각나도 마마는 자들을 위해서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가르침을 증명하듯 학대파가 돌씨를 꺼내려고 하자 망설임없이 파킨하여 그 짧고도 파란만장했던 실생을 마감하였다.
그리고 친실장은 마마의 목숨을 대가로 풀려나 마마가 없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지금 이곳에 있다.

마마의 목숨으로 학대파에게서 벗어나 연명한 이 실생.
자신은 자들에게 인간들의 무서움을 각인시켜야할 의무가 있다.
자신의 마마가 자신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자신도 자들을 가르치고 지킬 것이다.

"장녀도, 차녀도, 이제는 닝겐상들의 무서움을 잘 이해했으리라 생각한 데스우. 그러니..."

마마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 데스우?

그렇게 말하려던 친실장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비명에 놀라 자들을 향해 다급히 외쳤다.

"데갸아아아아스!!!!!"

"자들은 빨리 숨는 데슷!!!"

샤샷!

방금 전의 이야기로 잔뜩 겁을 먹은 자실장들은 수풀 사이로 일말의 고민도 없이 빠르게 몸을 내던졌다.
친실장도 자실장들이 수풀사이로 몸을 숨기는 것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몸을 은신했다.

높게 자라오는 수풀들 사이로 비명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방금전까지 수로 끝에서 추자를 출산 중이던 일가가 학대파에게 발각되어 슬픈 일을 당하고 있었다.

"햣하! 이자식들!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를 똥으로 더럽히다니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학대파로 보이는 인간이 이미 피투성이인 성체실장을 향해 빠루를 이리저리 돌리며 위협했다.
이미 산책로 바닥과 빠루가 배설물과 피로 얼룩이져 있는 것이 추자들 중 몇 마리는 이미 콘페이토 별로 떠난 것이 분명했다.

"데에엥!데에엥! 닝겐상!! 제발 살려주시는 데스우!! 자들을 전부 바치는 데스우!! 그러니 제발 와타시만큼은 살려주는 데스우!!!"

"무슨 헛소리인 테츄카, 똥마마아아앗!!!! 닝겐상!!! 안되는 테치!!! 아타치, 아직 아가 실장인 테치!!! 아직 사랑받아야 할 나이란 말인 테치!!! 아마아마도 못 먹어보고 이렇게 죽을 수는 없는 테...테챠아아아앗!!"

테벡!

태어나자마자 친실장에게 배신당한 자실장은 그렇게 단 1시간의 실생도 살아보지 못한 채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 짧은 생을 마감했다.

"마마!! 마마아!!! 살려주는 레챠아아앗!!!!!!"

아무래도 이번에는 엄지가 선택된 듯 하다.
엄지가 고래고래 비명을 질러보지만 학대파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뽁!뽁!

익숙한 손놀림, 마치 예술품을 다루는 듯한 섬세한 손길이 닿을 때마다 엄지의 머리카락이 한올 한올 뽑혀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머리카락을 모두 뽑혀 대머리가 되어버린 엄지는 곧 이어 옷가지가 하나하나 벗겨져 독라가 되었고, 결국에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파킨했다.

"어째서인 데스우...? 와타시는 대체 무엇을 잘못한 데스우?"

성체실장은 색눈물을 흘리며 학대파 앞에 주저앉았다.
이미 몸도 마음도 꺾여 저항할 생각조차 않는 듯 했다.

"글쎄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혐오스러운 너희들의 죄목을 하나하나 읊자면 끝이 없겠지만, 가장 큰 죄는 내 눈에 띄었다는 것 아닐까?"

데벳!

학대파는 그런 성체실장의 머리를 빠루로 적당히 내리쳐 기절시킨 후 자실장 시체와 함께 자루에 담아 어깨에 들쳐매고는 즐거운 듯이 휘파람을 불며 다음 타겟을 찾아 산책로를 떠나갔다.

학대파가 떠난 이후 조심스럽게 수풀 속에서 나온 친실장은 한숨을 내쉬며 당장의 큰 위험이 떠나갔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다음 문제가 찾아오는 법이라 하던가.
친실장은 아까부터 느껴지는 시선의 주인에게 내뱉듯이 말했다.

"빨리 나오는 데스. 아까부터 보고있던 건 다 알고 있는 데스우."

"데프프프, 역시 들켰던 데스. 너무 노려보지는 마는 데스우, 오바상."

친실장은 재빠르게 자신의 뒤로 자들을 숨기고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분홍색 실장복을 입은 덩치 큰 실장석이 벚나무 뒤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얼마전부터 자신에게 엉겨붙어오는 이 정체모를 실장석.
바로 얼마전에 공원에 버려진 이 원사육실장, 에메랄드가 자들을 엄격하게 교육하고 있는 이유 중 두 번째였다.

"오마에...이번엔 대체 무슨 일인 데스? 공원 지리라면 저번에 한 번 알려준 데스!"

"오바상, 오늘은 자들과 함께 나온 데스? 너무 경계하지는 마는 데스. 자들이 겁을 먹을 것인 데스우."

차녀는 친실장의 뒤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어 에메랄드를 쳐다보았다.

정말이지 기분 나쁜 웃음이다.
들실장인 차녀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에메랄드의 미소에는 어째서인지 알 수 없는 꺼림칙함이 잔뜩 묻어나오고 있었다.
특히 눈.
오른쪽 눈만을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고 고개를 돌려 왼팔로 살짝 그 눈동자를 가리는 그 행동거지가 차녀에게 본능에 가까운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정말 좋겠는 데스. 와타시는 한 쪽 눈씨를 적출당하고 석녀가 되었는데 오바상은 자들을 가지고 있는 데스우. 정말로 부러운 데스우."

"말 돌리지 마는 데스. 용건만 말하는 데스."

친실장이 잔뜩 경계하며 말하자 에메랄드는 자신이 졌다는 듯이 두손을 들었다.

"별 일 아닌데스. 그저 친한 이웃상을 만나 반가움의 표시를 한 것인 데스. 오바상이 불편해하니 와타시는 이만 가보는 데스."

또 만나는 데스
데프프프

그렇게 요상한 미소를 지은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에메랄드는 떠나갔다.

마지막 불청객까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친실장은 그제서야 자들을 데리고 오늘의 목표인 보존식 구별법을 가르치기 위해 산책로 가장자리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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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친실장과 자들은 녹초가 되어 벚나무 산책로까지 돌아왔다.
점점 해가 기울어지기 시작하는 것이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한 친실장은 장녀와 차녀를 철조망 안쪽으로 보내고는 자신도 그 안으로 지친 몸을 이끌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모은 데스우"

친실장은 다시 한 번 오늘의 결과물을 확인하고는 기분 좋게 미소지었다.

"모두 자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인 데스. 분명 장녀와 차녀는 독립해도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인 데스!"

칭찬을 들은 자실장들은 기분 좋은 듯이 테츄웅하고 소리를 내고는 친실장의 품에 안겨들었다.
역시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 이 자들은 아직 독립하기에는 한참 먼듯하다.
자들의 어리광을 한껏 받아준 친실장은 오늘의 마지막 교육인 운치굴 만들기를 하기 위해서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실습을 하기로 하였다.

"차녀! 마마는 장녀와 함께 저번의 건너편 벚나무에서 기다리는 데스. 혼자서 필요한 도구를 들고 와보는 데스."

"하이 테치!"

옛날의 자실장 크기였다면 도구를 가져오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었겠지만 장녀와 차녀는 이제 중실장과 크게 다를바 없는 덩치를 가지고 있다.
분명 이 정도는 머리좋은 차녀라면 쉽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친실장은 차녀에게 도구를 골판지에서 꺼내오도록 시킨뒤 장녀와 함께 골판지에서 50m정도 떨어진 벚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친실장에게 도구를 가져올 것을 명령받은 차녀는 중간에 마마와 헤어져 골판지를 향해 걸어갔고, 잠시 뒤에 4녀와 5녀가 기다리고 있을 골판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엄지챠, 우지챠, 오네챠가 온 테치!"

차녀는 평소처럼 4녀와 5녀가 자신을 반겨줄 것이라 생각하며 골판지의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기다리던 반응은 오지 않자 차녀는 머리위에 물음표를 띄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4녀챠?"

차녀는 곧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차녀가 4녀와 5녀를 찾기 위해 골판지 내부를 둘러보자 골판지 구석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잠을 자고있는 5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4녀는 보이지 않았다.

"4녀챠!!!!!"

차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4녀를 다급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우지챠! 우지챠!! 일어나보는 테치!!"

차녀는 우선 5녀를 뒤흔들어 깨우기로 하였다.

"레후웅? 오네챠가 온 레후?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그게 중요한게 아닌 테치! 우지챠! 엄지챠를 보지 못한 테치?"

"레훗!! 그런 똥오네챠 따위 와타치는 모르는 레후! 프니프니도 안해주고 아야아야만 하는 나쁜 오네챠인 레후!"

5녀는 그렇게 말하며 차녀를 향해 프니프니를 해달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세레브 오바상의 프니프니는 좀 괜찮았던 레후! 극상의 프니프니였던 레후웅!"

"세레브 오바상인 테치?!"

차녀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골판지 밖으로 나가 인간이 왔다간 흔적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예상했던 대로 인간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차녀는 곧 다른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어젯밤에 잠시 내린 비 때문인 것일까.
우지챠가 말한 세레브 오바상과 어린 자실장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녀의 머릿속을 거대한 불안감이 채워가기 시작했다.
오늘 집에서 보존식을 모으기 위해 떠나던 길에서 마주친 그 꺼림칙한 오바상의 미소가 차녀의 뇌리를 스쳐갔다.

"레후! 역시 오네챠는 나쁜 오네챠인 레후! 우지챠를 버려두고 세레브 오바상과 단 둘이서 떠난 레후! 분명 프니프니를 독점할 생각인게 틀림없는 레후우!"

5녀의 마지막 한 마디를 결정타로 차녀의 얼굴은 핏기가 빠져 새파랗게 질렸다.

빨리 4녀를 찾아야한다!

하지만 차녀는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안절부절 움직이지 못하기만 했다.

마마를 불러야하는가?
하지만 그러다가 도착했을 때 이미 상황이 끝나있으면 어떡한단 말인가?
마마가 온다고 해서 이길 수 있으리란 보장은?
그렇다면 지금 혼자서라도 쫒아가야 하는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차녀는 이내 식은 땀을 흘리더니 결심한 듯 발자국과 4녀의 잔향을 쫓아 4녀를 찾아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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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녀가 골판지로 돌아오기 조금 전.
골판지 하우스에서는 4녀가 언제나처럼 5녀에게 프니프니를 해주고 있었다.

"우지챠..와타치 너무 힘든 레츄..조금만 쉬면 안되는 레치?"

"싫은 레후! 오네챠의 프니프니는 기분 좋은 레후!"

엄지 실장인 4녀는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자 일반적인 자실장과 거의 비슷한 크기까지 자라있었다.
구더기 5녀는 덩치가 옛날보다 많이 커져있었지만 아직은 우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레에에...."

요즘 4녀는 자칫하면 파킨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구더기 5녀였다.
막 태어났던 시절에는 5녀의 크기가 아직 작았기에 편하게 프니프니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덩치가 너무 커져버린 탓에 제대로 된 프니프니를 하고 나면 기진맥진하여 쓰러질 것 같았다.
4녀는 어서빨리 5녀가 우화하여 프니프니에서 벗어나기를 바랬지만 5녀는 그런 4녀의 바램과는 다르게 덩치가 나날이 불어나기만 할 뿐이었다.
가을이 되어서도 상황이 변하지 않자, 4녀는 절망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구더기의 프니프니만 하고 살아왔다.
이제 슬슬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는가?
자신은 이제 곧 자실장이 될텐데 그때가 되어서도 이렇게 골판지에만 갇혀서 프니프니만 하고 살아야한단 말인가?

"이제 싫은 레치...."

"레후? 오네챠, 프니프니가 멈춘 레후? 프니프니후!"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프니

"이젠 지겨운 레챠아아아아앗!!!!!!!!!!!!!!!!!"

계속된 프니프니와 좁은 골판지에 갇혀사는 삶에 진절머리가 난 4녀는 결국 폭발했다.

"레뺘아아앗!!"

영문도 알지 못한 채 내던져진 5녀는 화가 나서 4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악귀가 들린 듯한 4녀의 험악한 얼굴에 곧 겁에 질리고는 구석으로 가서 몸을 둥글게 말기 시작했다.

"어째서인 레치? 와타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는 레치?! 와타치의 행복은 대체 어디로 간 레챠아아앗!!!"

한껏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위석을 파고드는 화는 가라앉을 생각이 없는지 점점 더 커져가기만 했다.
이제 눈에 보이는게 없어진 4녀는 뒷 일을 생각하지 않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고자 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골판지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얼굴이 새파래지며 물건을 집어던지려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설마 마마가 벌써 돌아온 것인가?!

4녀가 식겁한 표정으로 고개만 돌려 골판지 문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상상했던 것보다도 더 무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처음보는 성체실장이 기분 나쁜 웃음을 띄우며 골판지에 침입한 것이었다!

"레...레츄웅~?"

너무나도 당황한 4녀는 아첨하기 말라는 마마의 가르침도 잊고서 본능적으로 처음보는 오바상에게 금기를 범하고 말았다.
4녀는 자신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성체실장은 웃는 얼굴 그대로 4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레..레챠아아앗!!! 마마아아아아!!!!!!"

"데프프프, 소란 떨지 마는 데스. 와타시는 오마에를 해치지 않는 데스."

"레에에?"

4녀는 골판지에 침입한 성체실장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마마보다 커다란 몸집.
움직이지 않는 한 쪽 눈.
그리고, 마마에게서 말로만 들어본 분홍색 실장복!

"레엣? 오바상은 혹시 사육실장인 레츄?"

"데프프프, 이제야 와타시의 세레브한 자태가 보이는 데스? 이젠 말이 좀 통할 것 같은 데스."

"레치! 대단한 레치! 세레브한 오바상인 레치!"

4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당연히 골판지에 침입한 이 실장석, 에메랄드는 사육실장이 아니다.

사육실장이라기에는 몸 여기저기서 뚝뚝 떨어지는 땟국물,
손질이라고는 전혀 안되어 있는 뒷머리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사육실장의 증표인 목걸이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육 실장복 자체를 처음보는 4녀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사육실장의 증표인 것 마냥 보였고 이것은 에메랄드에 대해서 경계를 풀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레치? 그런데 세레브 오바상은 와타치타치의 집에는 무슨 일인 레츄카?"

이제 에메랄드가 세레브 실장임을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 4녀가 순수한 의문을 품었다.

도대체 사육실장이 어째서 이런 허름한 골판지에 온단 말인가?

"와타시는 지나가던 도중 오마에의 절규를 들은 데스. 아무래도 오마에는 실생에 불만이 많은 모양인 데스?"

"그런 레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인 레치. 와타치는 들실장인 레치. 사육 실장이 아닌 레치. 평생을 이렇게 살아가야 할 것인 레츄..."

"확실히 그런 데스. 들실장으로 태어난 자들은 결국 들실장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데스."

하지만

"그렇지만 단 한 가지..오마에가 행복한 실생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데스."

"레에? 정말인 레츄카?!!"

4녀는 이 지겹고 더럽기 짝이 없는 들실생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는 에메랄드의 말을 듣자마자 놀라서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이런 자신이 세레브한 삶을 살 수 있단 말인가?
더 이상 구더기에게 프니프니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인가?
대체 어떻게?!!

4녀는 이제 완전히 에메랄드의 말에 유혹되어서 에메랄드의 말이라면 뭐든지 할 것만 같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에메랄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에메랄드는 한층 더 음흉한 미소를 띄우며 4녀의 마음에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았다.

"오마에..혹시 '탁아'라고 들어본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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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챠아아아앗!"

차녀는 최선을 다해 달렸다.
자신이 늦어버리면 4녀를 영영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저번 여름, 태풍에 날아가 결국 그 시체조차 찾지 못하게 된 3녀처럼 말이다.

"4녀 이모토챠는 와타치가 지켜내는 테챠아아앗!!!!!!!!"

하지만 결국에는 차녀 또한 일개 자실장에 불과했다.
토테토테 거리며 죽을 힘을 다해 뛰어도 간신히 성체실장의 가벼운 뜀박질이나 어린아이의 걸음걸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도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인가.
발자국이 이어진 끝에 작은 굴 하나가 파여져 있는 것을 발견한 그 순간 4녀의 것으로 판단되는 엄지실장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레챠아아아악!

"엄지챠아아아아!!!"

차녀는 위석이 터질 것만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발자국을 따라 굴 내부로 진입했다.
그곳에는 낮에 보았던 오바상이 보검인 송곳을 든 채로 옷이 전부 벗겨진 4녀의 뒷목을 찌르려고 하고 있었다.

"레에엥! 레에엥! 오네챠아아앗! 무서운 레치!!!! 살려주는 레챠아아아앗!!!!!!"

"테챠아아앗! 샤아아앗!! 엄치챠를 돌려주는 테챠아아악!!!"

챠녀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네발로 서서 에메랄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에메랄드는 난데없는 자실장의 등장에 당황한 듯 차녀를 향해 묻기 시작했다.

"오마에...마마는 어디있는 데스우?"

에메랄드의 눈은 이제 웃고 있지 않았다.
인상을 험악하게 굳힌 채로 바라보는 에메랄드를 본 차녀는 그 귀기가 어른거리는 모습에 본능적으로 빵콘할 뻔 하였으나 참아내었다.

"와타치가 마마를 부른 테치! 이제 4녀챠를 포기하라는 테챠앗!!"

차녀는 잔뜩 허세를 부리며 다시 한 번 위협을 가했다.
부디 이 무서운 오바상이 속아주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그런 차녀의 바램과는 다르게 에메랄드는 그 모습을 보고는 구겼던 인상을 피고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데프프 웃기 시작했다.

"잘 알겠는데스. 아무래도 오마에의 마마는 오지 않는 모양인 데스 엄지챠."

"레...레에..?"

"오히려 잘 된 데스. 엄지로는 돌씨를 빼낼 때 버틸 수 있을지 좀 의문스러웠던 데스."

그렇게 말한 에메랄드는 엄지의 뒷목을 향하고 있던 송곳을 차녀 쪽으로 돌리는 듯 하더니 무엇인가 생각난 듯 엄지의 뒷머리를 잡아 자신의 시선까지 들어올리고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엄지를 향해 송곳을 겨누었다.
바로 엄지의 머리카락을 향해서.

"레...레에에에?!!"

"거기 자분충은 듣는 데스. 거기서 한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이 엄지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릴 것인 데스."

"테에에에?!!"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당황한 차녀는 어쩔 줄을 모른채로 허둥지둥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에메랄드는 차녀의 그 우습다는 듯이 비웃었다.

"데퍄퍄퍄퍄퍗! 들실장 주제에 이게 대체 무슨 꼴이란 말인 데스! 겨우 엄지 하나 지켜보겠다고 허둥지둥 대는 게 참 우습기 짝이 없는 데스! 너무 웃겨서 위석이 터질 것 같은 데스! 오마에는 와타시를 웃겨 죽일 생각인 데스우?! 마마가 엄지는 자매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은 데스? 정말 멍청한 똥마마인 데스우!!"

"닥치라는 테치! 엄지도 소중한 가족인 테치! 마마가 그렇게 가르쳐준 테치! 마마는 훌륭한 마마인 테치! 분충 주제에 와타치의 마마를 모욕하지 말란 테챠아아앗!!!!!"

"오마에...지금 와타시를 분충이라 한 데스우? 지금 와타시의 손에 들려있는 오마에의 '이모토챠'가 보이지 않는 데스우?"

"레에엥! 레에에에엥!!! 잘못한 레치! 와타치가 잘못한 레치!!! 마마!!! 오네챠아아!!!!! 우지챠!!!!!!!!!!!!!!!"

"4녀챠아아앗!!!!!"

차녀와 4녀는 에메랄드가 송곳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패닉에 빠진듯이 절규했다.

투둑! 툭!

송곳이 머리카락을 스치면서 몇 가닥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에 따라 4녀의 울음소리는 더 켜져만 갔다.
이제 머리를 굴리는 것조차 불가능해진 차녀는 이를 뿌득하며 꽉 다물더니 이내 포기한 듯 도게자를 하며 비굴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죄송한 테치...오바상!! 와타치가 잘못한 테치!! 대체 와타치타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 테치?"

"데프프..좋은 표정인 데스, 오마에. 진작 그랬으면 좋았을 것인 데스우."

차녀를 굴복시킨 에메랄드는 비굴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흐믓한 표정으로 차녀를 내려다보며 자신이 지금부터 할 행동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것부터 보는 데스."

에메랄드는 굴 깊숙한 곳으로 차녀를 데려가서는 굴 안쪽에 위치한 작은 봉투와 노란 액체가 담긴 병을 보여주었다.

"보고 놀라서 파킨하지 마는 데스우."

에메랄드는 봉투를 열어 차녀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차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곳에는 이미 부서져서 탁해져 버린 동족들의 위석조각이 한가득 넘쳐나고 있었다.
차녀가 그것을 자세하게 살펴보니 크기가 전부 작은 것이 전부 자실장의 위석임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색이 대부분 아주 짙은 검은색인 것으로 미루어보아 다들 엄청난 고통 속에서 절망하며 죽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마에는 혹시 탁아라는 것을 들어본 데스?"

차녀는 그런 에메랄드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탁아는 옛날부터 마마가 절대로 하면 안된다고 가르쳐온 것들 중 하나였다.
탁아를 하게되면 닝겐상들이 화를 내며 일가를 실각시켜 버린다는 것은 마마로부터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다.
그런데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직 작금의 상황과 탁아라는 단어를 매치시키지 못한 차녀는 오늘 마마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중 한 가지를 떠올렸다.
공원에 있는 몇몇 탁아 분충들을 잡기 위해 학대파가 몰려왔다는 소문.
설마 이 분충은 그 소문과 무언가 관련이 있는 것인가?

"탁아라는 것은 본래 오마에타치 같은 들벌레들이 자신의 자를 기를 능력이 되지 못해 닝겐상에게 자를 맡기거나, 자신도 길러지고 싶은 분충들이 행복회로를 돌리며 자를 닝겐상의 집에 몰래 침투시키는 행위를 말하는 데스."

"...그런 테치.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동이라 배운 테치."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

그 말을 들은 에메랄드는 한층 흥겨워진듯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와타시는 사육실장이던 시절, 노예닝겐에게서 한 분충의 탁아에 대한 소문을 들은 데스. 바로 솎아내기식 탁아인 데스."

"솎아내기식..탁아인 테치?!"

"그런 데스. 그 분충은 자신의 자를 솎아낼 생각으로 닝겐상의 봉투에 자신의 자들 중 자분충만을 골라내어 탁아시킨데스. 물론 그 분충은 피해를 입은 닝겐과 함께 공원으로 나온 자분충으로 인해 탁아 행위가 발각되어 실생을 고통스럽게 마감했다는 듯한 데스."

"당연한 테치. 마마가 말한 대로인 테치!"

"그런 데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스. 중요한 건 그 분충이 탁아된 자신의 자가 혹시라도 애호파에게 길러졌을 경우를 대비해 자신도 길러지기 위해서 생각해낸 한 가지 꾀인 데스."

에메랄드는 이야기가 본론에 다다르자 교활한 표정을 지으며 데프프 웃었다.

"그 분충은 탁아시킨 자의 돌씨를 꺼내어 자신의 자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보고자 했었던 데스. 탁아한 닝겐이 학대파이면 돌씨가 검은색으로 물들거나 깨질 것이고, 애호파 닝겐이라면 무사하다는 논리를 생각해낸 것인 데스."

거기까지 들은 차녀는 그 실장석이 고안해낸 방법이 꽤 잔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름 그럴싸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멍청한 오바상인 테치!'

위석을 빼내어 자실장의 상태를 알아보고자 시도했던 것은 좋았으나, 그 자실장을 데리고 학대파가 자신들을 찾아올 것이란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인간들이란 존재가 자신에게 한 번 피해가 생기면 그 원흉을 잡으러 공원까지 직접 찾아오는 존재라는 것을 몰랐던 것인가?

그런 생각을 이어가던 차녀의 머릿속에서 순간 모든 정보들이 한데 엮여 정리되기 시작했다.

솎아내기식 탁아.
억울한 일가실각.
요즘들어 갑자기 늘어난 학대파.
그리고 위석.

이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은 차녀는 마지막에 도달한 결론에 전율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에메랄드가 이제부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대충 알아차린 차녀는 에메랄드에게 확인하듯이 물었다.

"와타치타치를...탁아시킬 것인 테치?"

그 물음에 에메랄드는 대답하지 않고 데프프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차녀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지금 저 과자상자에 들어있는 위석들도.
범인이 없는 탁아 행위도.
갑자기 늘어난 학대파들도.
모두 이 분충의 납치탁아의 부산물이었던 것이다!

"걱정하지 마는 데스. 혹시 또 모르는 데스? 오마에가 탁아된 집이 운이 좋게도 애호파 닝겐상일 수도 있는 데스! 그러면 오마에는 사육실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와타시에게 평생 감사하게 될 것인 데스."

물론 거짓말이다.
탁아가 성공한다고 해서 자실장에게는 사육실생이나 밝은 미래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 분충의 위석을 부숴버리고 그 자리를 꿰어찰 것이니까!

"오바상은 제정신인 테치?!! 그런 계획이 성공할리가 없는 테챠아아앗!!!"

잘 생각해봐라.
아무리 애호파라도 저런 상분충을 키워줄리가 없지 않는가?
저 분충은 자신이 대체 왜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

"걱정하지 마는 데스. 와타시는 첫 노예닝겐에게 버려지고서 이 방법으로 다시 한 번 사육실장이 되었던 적이 있었던 데스. 잠깐의 실수로 두 번째 노예닝겐도 와타시를 버렸지만 다음 사육실생에서는 실수하지 않는 데스. 와타시는 다시 세레브한 삶을 되찾을 것인 데스!!"

그러니까

"오마에의 돌씨를 내놓는 데스. 그러면 자비롭고 세레브한 와타시는 오마에의 이모토챠를 살려주는 데스!"

에메랄드의 광기에 압도된 차녀는 아무런 반박할 말도 찾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었다.
에메랄드는 악랄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 차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후 굴 속에서는 자실장의 비명소리와 살찢는 소리가 연이어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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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오늘도 허탕인가!"

두루마리 공원에는 관리실과 2번 출입구 근처에 편의점이 하나씩 존재한다.
검은색 야구 모자, 덥수룩한 수염에 후줄근한 츄리닝 차림인 이 남자, 철웅은 몇 시간 째 음식이 든 편의점 봉투를 들고 편의점 주변을 좌우로 왔다갔다 거리고 있었다.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편의점 여직원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알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철웅은 8년 전부터 학대에 빠져든 잔뼈 굵은 학대파였다.
직업은 없다.
돈은 대학에 들어가 공부할 것이라며 거짓말하여 친가에서 받아내어 의식주를 해결한 뒤 학대용품을 사기 위해 편의점 알바를 전전하고 있었다.
즉 사회의 낙오자, 이른바 속된 말로 인분충이라 불리는 족속이었다.

철웅도 처음부터 이런 인분충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를 주름잡던 일진 패거리들에게 잘못 찍혀 그의 인생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고통의 되물림이라고 하던가.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철웅은 자신보다 못나고 약한 존재들을 괴롭히며 쾌감을 얻기 시작했다.
그 약한 존재들이란 바로 유해 조수 들실장이었다.

철웅은 이 들실장이라는 존재를 매우 좋아했다.
우선, 유해 조수이기 때문에 학대했다는 사실만 들키지 않는다면 죽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생명체들과는 다르게 린갈을 통해 이 들벌레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어떻게 절망하고 부서지는지 세세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좋아했다.
철웅에게 있어서 들실장 학대란 어둡기만 한 자신의 인생에 내려온 한 줄기 동앗줄과도 같았다.

철웅은 분충을 학대하는 것을 좋아했다.
분충의 논리를 하나하나 꺽어나갈 때마다 얻는 그 우월감은 철웅에게 계속해서 살아갈 용기를 주었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양충을 학대하는 것은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양충을 학대할 때마다 그 양충의 모습이 고등학교 시절의 자신과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단 한 놈도 살려준 적은 없었지만!

어찌 되었건, 그런 철웅이기 때문에 요즘 탁아가 성행중이라는 두루마리 공원을 찾아와 탁아분충을 마음껏 학대하기 위해 이렇게 편의점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날을 잘못 잡은 탓일까?
철웅이 대놓고 탁아해주십시오라는 듯이 봉투를 벌리고 편의점을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단 한마리의 분충도 탁아할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했다.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한 철웅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는지 모자를 벗어 머리를 한 웅큼 쥐어뜯고는 빠루를 꺼내 아무 일가나 찾아내어 실각시키기로 마음먹었다.

테챳!

"어라?"

매고있던 가방에서 빠루를 꺼내들고 다시 편의점 봉투를 집어든 철웅은 방금 전보다 봉투의 무게가 묵직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나 다를까!
봉지를 이리저리 흔들자 자충이 테챠 거리며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좋아, 아주 좋아!"

기어코 목적을 달성해낸 철웅은 기쁜 듯이 봉투를 이리저리 흔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원 구석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탁아된 자충을 가지고 놀다가 나중에 찾아올 친분충을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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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기는 대체 어디인 테치?"

정신을 차린 차녀는 굉장히 어두컴컴한 곳에 갇혀있었다.

여기저기로 바닥이 흔들려서 어지럼증이 몰려온다.
바닥에서 따뜻한 온기와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아마아마의 향이 차녀의 몸과 정신을 흔들었다.

"와타치..분명 오바상에게 갑자기 들여올려져서는 어디론가 날려진 테치."

그렇다면 여기는 닝겐상의 봉투 안쪽이란 말인가?
아무래도 오바상의 탁아는 성공한 듯 하다.

차녀는 자신이 탁아되었다는 것을 이해하고는 극심한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히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도 좀 더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두려움.
바로 자신의 몸 속에서 사라진 위석 때문에 발생한 공포였다.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공허함과 아직 저릿하게 남아 있는 위석 적출, 그 고통의 흔적이 차녀를 괴롭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쿵하는 소리와 함께 더이상 바닥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깨달은 차녀는 인간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심 인간의 집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하고 있던 차녀는 걱정하는 한 편으로는 그 모습을 기대하면서 봉투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인간이 봉투를 열어젖히자 차녀는 기대하고 있던 인간의 집이 아닌, 골판지 하우스에서 가끔 바라보던 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테..테에? 와타치 닝겐상의 집에 도착한게 아니었던 테치?"

차녀는 이곳이 인간의 집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낙엽 바스라지는 소리.
벌레 우는 소리.
그리고 익숙한 풀내음.

아무리봐도 자신이 살아온 공원이었다.

"야, 자충. 이쪽을 봐라."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당황한 차녀를 제정신으로 돌린 것은 뒤에서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였다.
차녀는 너무나도 두려워 빵콘할 뻔 했지만 마마의 가르침을 다시 되새기며 총구를 조였다.
그리고 차녀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차디찬 미소를 짓고 있으며 벤치에 앉아있는 인간, 철웅이 있었다.

"닝겐상! 민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한 테치! 와타치는 어떤 오바상에게 납치당해 탁아되버린 테치! 살려만 주신다면 더이상 소란피우지 않고 골판지로 돌아가는 테치!"

차녀는 그런 철웅을 보자마자 마마의 가르침대로 도게자하며 업드렸다.
그러나 철웅은 차녀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못알아 들을 것인지 표정을 구길 뿐이었다.
차녀는 그제서야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자신에게는 위석이 없다.
당연히 인간이 자신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을리 없지 않겠는가?
그것뿐만이 아니다.
만일 이 남자가 학대파라면 자신은 위석이 없기 때문에 마마의 가르침대로 파킨조차 하지 못한채로 계속해서 끔찍한 고통을 받게 되리라.

그렇게 생각한 차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도게자한 상태에서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남자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몰라서 긴장감에 굳어버린 것이었다.


생각하지 못한 전개에 당황한 것은 차녀 뿐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봉투 안이 운치투성이가 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한 철웅은 봉투 안을 열어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생각보다 봉투안이 매우 깨끗했던 것이다.
거기다가 진작에 먹어치웠으리라 생각한 도시락조차 아직 포장조차 뜯기지 않은 채로 건재했다.

철웅은 탁아를 당했음에도 투분을 하기는 커녕, 도게자를 한채로 완전히 굳은 차녀를 바라보았다.
두려운지 벌벌 떨면서 힐끔힐끔 쳐다보기는 했지만 웃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 자충의 표정을 보아하니 적어도 분충은 아닌 것 같았다.
철웅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벤치 바닥을 내리쳤다.

"이런, 빌어먹을! 설마 자충 주제에 양충인가?"

철웅은 한가득 올려져 있던 기분이 수직낙하 하는 것을 느끼며 차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다시 바라본 차녀는 얌점하게 가만히 있던 방금 전과는 다르게 빵콘한 채로 운치를 뷰리릿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차녀는 자신이 운치를 지리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벌벌 떨기 시작했다.

"테...테에에에...?"

그것이 방금 전에 철웅이 벤치를 내리쳤을 때의 충격으로 깜짝 놀란 차녀의 총구가 느슨해진 탓임은 분명했지만, 철웅에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철웅에게 중요한 것은 차녀의 빵콘한 속옷에서 흘러내린 운치가 자신이 사온 도시락을 더럽히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자신이 한 행동은 생각하지도 않고 도시락에 운치를 묻힌 차녀를 분충이라고 합리화한 철웅은 벌로서 도게자하고 있는 차녀의 오른팔을 커터칼로 내리찍더니 그대로 도려내기 시작했다.

푸욱! 푸욱!

"테챠아아아아앗!!!!!!!! 아픈 테치!! 너무 아픈 테치!!! 운치 지려서 죄송한 테치!!! 그러니까 제발 그만둬 주시는 테...테갸아아아!!!! "

차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마마에게 가끔 당한 훈육과는 차원이 다른 아픔이다!

얼마가지 않아 거품을 물며 쓰러진 차녀는 색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표정으로 철웅을 쳐다보았다.

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도대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자신이 운치를 지린 것은 전적으로 저 인간이 바닥을 내리쳤기 때문이지 않은가!

"좋군. 반항기가 철철 넘쳐나는 것이 아주 바람직한 표정이야! 그래야 학대할 맛이 나는거지!"

철웅은 억울함과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진 차녀와는 다르게 마음 속을 채워가는 충족감에 기쁜 듯이 웃었다.

"자, 그럼 어디 뭐라 지껄이는지 한 번 들어볼까? 자, 자충아! 네 의견을 한 번 들려주렴!!"

그렇게 말한 철웅은 가방에서 린갈을 꺼내 차녀와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뭐야, 이거 대체 왜 이래? 갑자기 왜 먹통이야?!"

현재 위석이 없는 차녀와 철웅 사이에 린갈을 통한 대화가 성립될리는 없었다.
곧 이상함을 느끼고 위석 탐지기를 꺼내 차녀의 위석을 탐지하기 시작한 철웅은 차녀에게 위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네! 어떻게 하필 걸려도 위석 없는 불량품이 걸리냐!"

철웅은 차녀에게 위석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미친듯이 펄쩍 뛰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위석이 없는 들실장, 그것도 자실장이라니!
대화도 통하지 않고 활성제를 제대로 쓸 수도 없으니 금방 죽어버리는데 학대해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방송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놓친 어린아이처럼 화를 주체 못하고 방방 뛰던 철웅은 잠시 후 진정하여 학대용품들을 다시 챙겨 가방에 집어넣었다.
친실장이 이 자충의 위석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 친실장부터 직접 찾으러 나서려는 것이다.

곧 짐을 전부 챙긴 철웅은 오른손에 위생 장갑을 끼고 운치와 피로 범벅이 된 채로 울면서 움직이지 못하는 차녀의 몸뚱아리를 움켜쥐고서는 실장석들이 있을 만한 공원의 구석진 곳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철웅은 돌고 돌다가 마침내 차녀가 살던 장소인 벗나무 산책로 근처까지 도착하였다.
철웅은 이곳에 오자 차녀가 순간적으로 격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일반적인 들실장의 행동 반경은 생각보다 그렇게 넓지 않다.
분명 이 근처에 친실장의 거처가 있으리라 확신한 철웅은 눈에 불을 키고서 근처에 실장석이 있는지 없는지 찾기 시작했다.

한 편 차녀의 경우에는 벚나무 산책로에 도착한 이후로부터 긴장감과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식은 땀이 줄줄 흘러내려 멈추지 않고 있었다.
혹시라도 마마가 있는 골판지의 장소를 들킬까봐 걱정으로 머리가 터질 듯했지만 절대로 이 인간에게는 이 감정을 들킬 수 없었다.
방금 전의 처사로 자신이 탁아된 봉투의 주인이 학대파였다는 것은 너무나도 확실하게 몸으로 깨달았다.
만일 이 학대파에게 사는 곳을 들킨다면 일가실각은 확정적이었다.

제발!
제발 이 학대파가 이 장소에서 빨리 벗어나 주기를!

그렇게 빌던 차녀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얼마 가지 않아 어디선가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성체실장 한 마리와 자실장 한 마리가 무언가를 찾듯이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바로 친실장과 장녀였다.

'마마! 장녀 오네챠!!'

아무래도 차녀의 냄새가 가까워지자 어딘가에서 허둥지둥 달려나온 모양인듯 두 마리는 온 몸이 완전히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런 마마의 등 뒤에는 색눈물로 얼굴이 젖어있는 4녀가 보였다.

'4녀챠!!'

차녀는 하마터면 소리가 새어나올 뻔한 입을 굳게 다물며 4녀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4녀는 차녀가 에메랄드에게 위석을 적출당하기 전에 해방되어 굴 밖으로 뛰쳐나갔었다.
굴에서부터 골판지까지는 절대 짧은 거리가 아니었기에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제대로 골판지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차녀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철웅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도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는 것을 보니 발각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차녀는 마마가 학대파보다 먼저 자신을 발견해서 이 자리를 피해주기를 하늘에 빌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모든 상황을 가장 빠르게 알아차린 것은 마마도, 학대파도 아니었다.
4녀와 차녀의 시선이 교차하였다.

"차녀 오네챠아아아앗!!!!!!!!!"

그 순간 철웅은 실장석의 소리가 난 곳을 재빠르게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차녀를 보며 실실 웃으면서 그곳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차녀는 그 모습을 보고는 안색이 새파래졌다.

안된다! 이쪽으로 가면 안된다!
이대로가면 마마도, 장녀 오네챠도, 사녀까지도! 모두 발각되어 학대파의 노리개가 될 것이다!

'마마! 마마의 마마! 와타치는 대체 어떡하면 좋은 테치? 부탁드리는 테치! 부디 와타치타치가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테치! 지혜를 빌려주는 테치!!'

차녀의 머리는 그 어떤 때보다도 빠르게 가속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배워온 마마의 가르침.
마마의 마마로부터 전해져 자신에게까지 내려온 옛날 이야기.
자신이 배워온 지식, 그 속에 담긴 모든 가능성과 지혜를 끄집어내야 한다!
무언가!
무언가 좋은 방법은 없단 말인가!

차녀는 재빠르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수풀, 나무, 돌, 바람.
그 무엇이라도 상관없으니 지금 한 순간만 타계할 수 있으면 족했다.

그렇게 재빠르게 눈동자를 굴리던 차녀의 눈동자에 이상한 것이 하나 포착되었다.
마마가 있는 방향으로부터 반대편 수풀 쪽.
그곳에서 다른 동족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자신들을 이 상황으로 몰아넣은 분충, 에메랄드였다!

에메랄드는 차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얄밉게 웃으면서 품 속에서 무엇인가 하나 꺼내 흔들기 시작했다.
영롱한 녹빛이 도는 그것은 바로 빼앗긴 자신의 위석이었다!

그 순간, 차녀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후의 한 수가 남았음을 깨달았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차녀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담아 소리질렀다.


"마마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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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는 현재 또 하나의 일가가 실각당하려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데프프프, 꽤나 애먹이는 일가였지만 이걸로 끝인데스. 잘가는 데스."

에메랄드는 위석 적출이 끝난 차녀가 기절했음을 확인한 동시에 잠시 해방시켜주었던 엄지를 찾아 회수하기 위해서 굴 밖으로 나갔었다.
에메랄드에게는 차녀와의 약속을 지킬 생각따위는 손톱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체력도 얼마없고 지능도 딸리는 엄지라 멀리가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 에메랄드의 예상과는 달리 4녀는 주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에메랄드가 생각한 일반적인 엄지보다는 덩치도 크고 똑똑했던 4녀는 재빠르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짚어 곧장 골판지로 향했던 것이다.
차녀와 4녀의 갑작스런 부재에 당황하고 있던 친실장은 4녀를 보자마자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고 매우 분노한 상태로 차녀가 잡혀있을 굴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에메랄드와 차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에메랄드는 4녀를 찾지 못하자 우선 차녀를 지나가는 닝겐에게 탁아시키기로 하였다.
편의점에 근처에 도착하자 아침에 한 번 봤었던 닝겐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나가던 닝겐이 부주의하게 편의점 봉투를 내려놓은 순간, 에메랄드는 재빠르게 차녀를 탁아시키고는 수풀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나서 다시 그 닝겐을 바라보자 그 닝겐은 가방에서 무서운 막대기를 꺼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에도 학대파가 걸린 모양이다.
가볍게 혀를 찬 에메랄드는 또 다시 실패했다는 사실과 지금 자신을 쫓아올지도 모르는 벚나무의 친실장을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다.

덩치를 비교해 봤을 때 자신이 그 친실장에게 패배할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친실장과 싸우는 도중 혹시 모를 다른 동족의 개입이 들어오면 상황이 복잡해질 것은 분명했다.
지금까지 사라진 자실장들의 수는 적지 않다.
만일 자신이 이 모든일의 원흉이라고 발각되는 날에는 공원의 온 동족들에게 쫒기게 될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싸우는 도중, 시끄러운 소리때문에 학대파에게 발견되어 버린다면 그 때는 끝장이었다.
그렇다고해서 애써 가꾸어놓은 굴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학대파가 차녀가 든 봉투를 들고 공원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에메랄드의 머릿속에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자신의 생각과 이 상황이 한 가지라도 틀리면 실패해버릴, 도박과도 같은 정말 위험한 수단이었지만 에메랄드는 자신이 가진 것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이 방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에메랄드는 방금 전에 적출해낸 차녀의 위석을 꺼내들었다.
위석에는 차녀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었다.
이정도 냄새라면 지금 쯤 자신의 자를 찾기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그 친실장을 유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그 일가와 학대파를 서로 마주치게 할 것이다.
그렇게 다짐한 에메랄드는 눈에 불을 붙이고 자신을 찾고 있을 친실장이 기다리는 벚나무 산책로로 돌아갔다.

벗나무 산책로에 있는 자신의 은신처로 돌아가던 도중, 에메랄드는 아니나 다를까 저멀리서 무언가를 찾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중인 친실장과 자실장 한 마리를 발견했다.
친실장의 품에는 자신이 놓쳐버린 엄지실장이 안겨 있었다.
자신의 악행이 저 친실장에게 들켜버린 것은 확실했다.
저 친실장이 밤금 전부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주변을 주의깊게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자신이 들고 있는 차녀의 위석에 밴 냄새가 친실장의 코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지금부터는 운, 그리고 시간과의 싸움이다.

에메랄드는 친실장의 시선에 자신이 포착되지 않도록 조용히 움직이면서 벚나무 산책로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벚나무 산책로에서 친실장과 쫒고 쫓기는 술래잡기를 계속하고서 꽤 시간이 흐르자 해는 완전히 져버리고 친실장도 에메랄드도 완전히 체력이 방전되어 거친 숨을 내뱉으며 헥헥거리고 있었다.

에메랄드는 아까전부터 자신이 들고 있는 위석을 흘끔흘끔 바라보고 있었다.
위석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었다.
어쩌면 학대파가 그 자실장을 단번에 끝내지 않고서 올리기를 진행 중인 것일지도 몰랐다.
에메랄드는 큰 낭패감을 느끼며 끈질기게 쫒아오는 친실장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학대파에게 속으로 욕을 한가득 퍼부었다.

그 때, 에메랄드의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주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지 그 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인간의 발자국 소리였다.
에메랄드는 발각되지 않도록 길게 자란 수풀 속에서 숨죽이며 인간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나무 그림자 사이로 어두운 인영이 그 모습을 가로등 불빛아래 내보였을 때 에메랄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학대파 닝겐이 드디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그 손에 들려있는 것은 틀림없이 자신이 해질녘에 탁아한 그 자실장이다.

그것을 알아차린 에메랄드는 아직까지도 자신을 찾아 해메이고 있는 친실장 일가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저 일가는 학대파의 접근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주 완벽했다.

학대파의 걸음걸이는 점점 더 조심스러워졌고, 그 눈매는 한층 더 날카롭게 변해갔다.
학대파 닝겐 또한 무엇인가 감을 잡은 모양이었다.
긴장된 공기 속에서 에메랄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한 발자국, 그리고 또 한 발자국.
학대파와 자신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에메랄드는 위석이 터질것만 같았다.

"차녀 오네챠아아아앗!!!!!!!!!"

그런 에메랄드의 긴장은 엄지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학대파 닝겐이 소리가 들려온 곳을 재빠르게 돌아보았다.
저 친실장 일가가 발각된 것이다!

에메랄드는 자신의 도박이 성공하자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고는 입이 찢어지도록 웃음지었다.

해냈다!
자신이 해냈다!
저 학대파 똥닝겐도, 멍청하기 짝이 없는 친실장 일가도 모조리 속여서 함정에 빠뜨렸다!

에메랄드는 이제 더이상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았다.
에메랄드의 행복회로는 마치 타버릴 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데프프픗!
이제 저 친실장 일가가 실각당하고 나면 빈 골판지에 무혈입성하여 세레브한 와타시의 거처로 삼는 데스.
골판지 안에는 친실장 일가가 열심히 모아놓은 보존식이 한가득할 것인 데스.
와타시는 그 보존식을 먹으면서 세레브한 와타시를 모실 똥노예 닝겐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데스.
벌써부터 와타시를 주인으로 모시려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닝겐들이 보이는 데스.
자신은 그 닝겐들에게 모조리 운치를 묻혀 똥노예로 만들 것인 데스.
그러면 똥노예들은 와타시를 아마아마로 만든 콘페이토 가마에 태워 세레브 하우스로 모셔가는 데스!
그곳에서 와타시의 새로운 세레브 실생은 다시 시작되는 데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는 데스!
와타시는 반드시 행복한 실생을 손에 넣을 것인 데샤아아앗!!!!



에메랄드는 너무 신이난 나머지 근처에 학대파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흥에 겨워 붕쯔붕쯔거리면서 실장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그래서 였을까.
에메랄드의 존재를 알아차린 차녀와 에메랄드의 시선이 마주쳤다.
에메랄드는 차녀가 자신을 바라보자 약올리듯이 웃으며 차녀의 위석을 꺼내 붕붕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차녀는 에메랄드의 손에 들린 자신의 위석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더니 이내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마마아아아아!!!"

"데프프픗, 이걸로 끝난 데스웅~"

어리석게도 저 자실장은 위석을 보고는 패닉에 빠진 나머지 친실장을 찾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이제 더 볼 것도 없다.
저 친실장 일가는 확실하게 실각당하리라.
그렇게 생각한 에메랄드는 이 장소에서 벗어나기위해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대체 뭐하는 짓인 테츄카, 똥마맛! 세상에서 가장 세레브한 와타치가 핀치인 테츄! 이렇게 귀여운 와타치를 버리고 도망가다니 눈이 삐어버린 테츄? 이런 횡포!! 세상씨가 용서하지 않을 것인 테챠아아앗!!!!!!"

"데스. 시끄러운 데스. 막판에 가서 분충끼가 도져버린 데스우? 결국 저 자도 가족애 운운하더니만 어쩔 수 없는 자분충이었던 데스."

에메랄드는 차녀가 소리를 꽥꽥 질러대자 짜증이 나서 인상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했다.
분명 자신의 친실장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어야할 저 분충이 엉뚱한 곳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방향은.
바로 자신이 숨어 있는 수풀 방향이었다.

"데...데에....?"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깨달은 에메랄드는 멍하니 서서 학대파 닝겐을 바라보았다.
학대파 닝겐은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목 주변을 잠시 살피더니 곧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 보았다.

"안녕?"

에메랄드는 그것이 자신을 향한 말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하고서 넋을 잃은 채로 굳어버렸다.
그러자 차녀는 에메랄드를 가리키면서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더니 학대파에게 웃으면서 소리질렀다.

"테프프프! 똥닝겐! 보이는 테츄카? 와타치의 세레브한 마마가 온 테츄! 이젠 후회해도 늦은 테츄!! 오마에같은 똥닝겐 학대파따위 한 방 거리도 되지 않을 것인 테츄! 알아먹었으면 당장 머리박고 사죄하란 테츄! 그리고 우마우마한 스테이크랑 스시랑 아마아마를 내놓으란 테챠아아앗!!!!!!!!"

"데...데에에에에엑?!!"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된 에메랄드는 안색이 새파래지며 공원이 떠나갈 정도로 비명을 질렀다.
이 분충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한 에메랄드는 학대파를 향해 변명하기 시작했다.

"닝겐상! 아닌 데스! 저 자분충은 와타시의 자가 아닌 데스우!!!"

"무슨 헛소리인 테츄카, 똥마맛!! 똥마마의 눈은 옹이구멍인 테치? 분명 와타치를 똥노예 닝겐에게 탁아할거라더니만 이게 대체 뭐냐는 테챠아아앗!!!

"오마에야 말로 개소리하지 말라는 데샤아아앗!!!! 어딜봐서 오마에가 와타시의 자란 말인 데수까? 와타시같은 세레브함이라고는 우지챠의 운치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주제에 와타시의 자를 칭하다니 언어도단인 데샤아아앗!!!!!!"

"테치! 쓸모없는 똥마마랑은 더 이상 이야기해도 소용없는 테치! 오마에, 똥닝겐!! 특별히 똥닝겐에게는 와타치의 총구를 허락하는 테치! 저 똥마마를 죽여버리고 와타치를 사육실장으로 삼으라는 테챠아아앗!!!!!!"

"하핫! 정말 가관이구만 이 분충놈들!"

철웅은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역시 그랬다.
탁아하는 분충의 자 중에 양충이 있을리가 없지.
이 자충도 자신의 마마를 보자마자 본색을 드러냈다.
양충인 척 하더니만 결국엔 어쩔 수 없는 분충이었던 것이다!

"똥닝겐!! 아니, 닝겐상!! 잠시 와타시의 말을 들어보는 데스! 와타시는 이런 분충따위 모르는 데스! 정말 억울하단 말인 데수웃!"

"그래? 정말 이 자충을 모른단 말이야?"

"그런 데스! 와타시는 억울한 데스! 와타시에게 이 분충이 헛소리를 지껄인 것일 뿐인데스! 그 무서운 막대기씨를 내려놓는 데스! 와타시같은 죄없는 실장을 괴롭히면 애호파 닝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인 데스우!!!"

에메랄드는 최선을 다해서 자신을 항변하기 시작했다.
철웅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이때다 싶었던 에메랄드는 학대파가 다른 행동을 취하기 전에 계속해서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했지만.

퍼억!

갑자기 몰려온 충격에 사고가 멈추었다.
에메랄드는 공중을 날아 냇가 근처에 쿵하고 떨어져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에메랄드의 오른쪽 어깻죽지 부근이 실장복 채로 터져나가 주변의 아스팔트 바닥이 운치와 피로 엉망이 되었다.

"데...데에...?!"

에메랄드는 고통으로 나가버릴 것만 같은 정신을 다잡으며 철웅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어째서냐는 듯이 억울함을 내비치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철웅은 그런 에메랄드를 보며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

"이런 거짓말쟁이 분충놈!!"

철웅은 그런 에메랄드의 몸뚱아리를 살며시 즈려밟았다.

"데에엑!! 데히..데히이이잇!!!!!!"

"야, 넌 내가 우습게 보이냐? 어디서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쳐!!"

철웅은 그렇게 일갈하면서 에메랄드의 앞에 기계 하나를 꺼내들었다.

"야, 친실장. 넌 이게 뭔지 알고 있냐?"

"데...데에에....?"

에메랄드는 고통때문에 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대답을 돌아오지 않았다.
철웅은 그런 에메랄드를 신경쓰지도 않은 채로 계속해서 말했다.

"이건 말이다. 린갈이라는 녀석이다. 이 린갈이라는게 있기 때문에 너랑 나랑 대화로 할 수 있고, 응? 그런 물건이란 말이야."

그런데 말이다

"아까까지는 이 자충에게 위석이 없어서 그런지 대화자체가 안통했단 말이지? 그런데 왠걸?! 너랑 만나고 나니까 뭐라 말하는지 들리기 시작하더구나!"

철웅은 아까부터 해석되어서 린갈의 화면에 떠오르는 문장들을 가리키며 에메랄드에게서 발을 치웠다.
에메랄드는 철웅이 정확하게 뭐라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철웅이 차녀를 자신의 자로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만일 이 착각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에메랄드는 철웅에게 자신이 친실장이 아님을 증명하고자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오로롱! 오로롱! 닝겐상! 절대로 저 자는 와타시의 자가 아닌 데스우! 와타시의 눈을 보는 데스! 와타시는!"

석녀인데스!

그렇게 말하려던 친실장의 입을 이번에는 머리에 가해진 충격이 다물게 했다.

"데벡!!"

철웅이 에메랄드의 머리를 빠루로 내리쳤다.
에메랄드의 머리에 큰 함몰이 생기더니 의안을 포함한 두 눈알이 가해진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는 터져나갔다.

"어디서 이 자식이 아직도 변명질이야!! 너가 이 자실장 위석들고 있는 거 다 봤거든? 저기 저편에 떨어져있는건 대체 뭔데?"

철웅은 길 한복판에 떨어져있는 작은 녹빛의 위석을 가리키며 고함 질렀다.

"........."

에메랄드는 그대로 기절한 듯 혀를 내민채로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에메랄드를 본 철웅은 혀를 차며 가방에서 무엇인가 뒤적거리며 꺼내더니 에메랄드의 등을 커터칼로 갈라내어 위석을 적출하고 노란 위석활성제가 담긴 통에 담았다.

"그래, 넌 오늘 나랑 한 번 끝까지 놀아보자!"

철웅은 그대로 벚나무 산책로를 떠나려다가 무엇인가 생각난 듯이 다시 돌아와서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차녀의 위석을 집어 주머니에 넣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차녀는 바닥에 위석이 떨어지고 쓸려 고통스러워하면서 친실장이 있던 곳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친실장이 무언가 참으려는 듯 얼굴을 찌뿌리며 소리없이 색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장녀도 그런 친실장의 옆에서 조용히 색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내고 있었다.
4녀는 친실장의 품에서 손에 입을 틀어막혀진 채로 눈물을 흘리며 버둥버둥대고 있었다.
차녀는 색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아서 이를 꽉 물더니, 학대파에게 들킬까봐 가족들에게서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작별인 테치...마마

잠시 후.
철웅이 사라진 벚나무 산책로에는 싸늘한 바람과 함께 들벌레 우는 소리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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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기는 대체 어디인 데스우?!"

정신을 차린 에메랄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어리둥절해 했다.
자신의 몸에는 아무런 고통이 없는데 어째서인지 모를 초조함, 불안함에 식은 땀이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다.
공원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너무나도 눈부셨다.
시선을 내리자 자신의 팔과 다리가 십자가 형태의 나무판 위에 케이블 타이로 고정된 채로 결박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데스? 어째서인지 바람씨가 좀 차가운 데스? 데..데에?"

에메랄드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는 경악했다.

"데에엣! 와타시의 세레브 실장복이 사라진 데스우?! 와타시의 세레브한 몸이 만천하에 드러나 버린 데스!! 부끄러운 데샤아아앗!!!"

에메랄드는 자신의 흉측한 살색 몸뚱아리가 세상에 훤히 드러났다는 것에 부끄러운 듯 몸을 배배 꼬아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고 했다.
물론 온 몸이 결박되어 있어서 그조차도 불가능했지만.

"어이, 친실장. 일어났냐?"

에메랄드가 정면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자신을 빠루로 때려눕힌 학대파, 철웅이 바라보고 있었다.

"데샤아아앗!!! 똥닝겐!!!! 와타시의 세레브 옷씨를 어떻게 한 데샤아아앗!!!!"

"네 옷? 아아, 이것 말인가?"

철웅은 더러운 걸 만지기 싫은 듯 완전히 색이 바래고 헤져버린 분홍색 실장복을 집게로 집어올렸다.
그러자 에메랄드의 반응도 한층 격해졌다.

"데스! 그런 데스! 두번째 노예가 헌상한 와타시의 세레브한 옷인 데스! 오마에같은 똥닝겐이 함부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란 말인 데샤아아앗!!!!!!"

"오냐, 이제 너가 대체 왜 버려졌는지 대충 알 것 같다."

철웅은 그런 에메랄드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주머니에서 무엇인가 꺼내들었다.
그것은 바로 라이터였다.

"데..데에? 그건 뜨거뜨거씨가 나오는 운치같은 물건이 아닌 데스우? 대체 그런걸 왜 꺼내는 데스우?!"

에메랄드는 라이터를 보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철웅을 바라보았다.
철웅은 그런 에메랄드를 바라보며 씨익 한 번 웃어주고는 에메랄드에게 첫 번째 절망을 선사했다.

철웅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라이터가 켜졌고
에메랄드의 분홍색 실장복에 불이 붙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데..데에에엑!!!! 안되는 데스! 안되는 데샤아아앗!!! 와타시의 옷씨가아아아아아!!!!!!!"

에메랄드는 자신의 몸이 부서져라 힘을 주었지만 케이블 타이의 장력은 이겨낼 수 없는지 미동도 하지 못한 채로 낑낑대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실장복은 그동안 낀 때와 오물때문인지 한 층 더 빠르게 타올라 수 분 뒤에는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그러자 에메랄드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색눈물을 흘리며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데에엥! 데에엥! 옷씨가 타버린 데스우!!! 반독라가 되어버린 데스우!!!! 사육 실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버리는 데스우!!! 오로롱!! 오로롱!!!"

"야, 도대체 왜 울고 있는거야? 이제 시작인데 벌써 그러면 섭섭하지."

"데...데에에? 무슨 개소리인 데샤아아, 똥닝겐!!!!!! 오마에 때문에 와타시는!!! 와타시는!!!!!!!!!"

"자 그럼 다음 단계 들어간다."

철웅은 에메랄드의 앞머리를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다.
그러자 에메랄드는 자신의 앞머리에 느껴지는 불길한 감촉에 덜덜 떨기 시작했다.

"데...데스웅~? 닝겐상은 와타시에게 메로메로되는 데스웅?"

에메랄드는 이어질 상황에 대한 두려움에 급기야 아첨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학대파인 철웅은 그것을 보고는 더욱 분개하여 에메랄드를 째려보았다.

데갸아아아앗!!!!!!!!!!!!!

뚝! 뚜욱! 뚝!

철웅은 비명을 지르는 에메랄드의 앞머리를 이 분충이 최대한 고통을 오래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뽑기 시작했다.
에메랄드는 케이블 타이에 자신의 팔이 눌려 피가 터져나오도록 발버둥쳤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에메랄드는 앞머리와 뒷머리가 마지막 한 올까지 전부 뽑히고 나자 기운이 빠져 축 늘어져버렸다.

"데스...이건 악몽인 데스...세레브한 와타시가 독라라니 그럴리 없는 데스...."

"이런! 현실도피를 하기는 아직 이를텐데.. 아직 나에게는 널 위해 준비한 선물이 한가득 남아있단다."

완전히 독라가 되어버린 에메랄드의 앞에 철웅은 준비해둔 고문 기구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 이건 커터칼!"

"데..데갸아아악!!!"

"이번에는 면도기!"

"데즈우!!!! 그만두는 데스우!!!!!!!!"

사지가 베이고, 잘려나가고, 타들어간다.
느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한 번에 느끼며, 에메랄드는 자신의 돌씨를 찾기 시작했다.
고통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파킨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잘 느껴지던 돌씨의 기운이 자신의 몸 안에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째서인 데스우!!! 어째서 돌씨는 대답을 하지 않는 데스우!!!!!!!!!!!"

"아아, 너의 위석 말이니? 자, 이걸 보렴. 이게 너의 위석이란다."

철웅은 그런 에메랄드의 눈 앞에 병 하나를 꺼내 흔들어보였다.
에메랄드의 절망가득한 눈동자에 병 안에 담긴 노란 액체 속에 조금 검은색으로 물들은 위석하나가 두둥실 떠있는 것이 비쳤다.

"와타시의...돌씨...데스우? 안되는 데스우...돌씨는 넘겨주면 안되는 데스우..."

"정말 대사 하나하나가 참 가관이구나. 너는 니가 낳은 자충의 위석을 마음대로 빼내놓고, 이제와서 자신의 위석은 넘겨주면 안된다고? 지나가던 구더기가 웃겠구나."

"와타시에게는 자같은 건 없는 데스우.... 아까부터 말하지 않은 데스우? 와타시는 석녀인 데스우... 자를 가질 수 없단 말인 데스우.."

"이게 또 또 거짓말을 하네! 넌 내가 바보 머저리로 보이지? 응?!"

"대체 무슨 개소리인 데스까, 똥닝겐? 와타시의 눈이 보이지 않는 데스우?"

"니 눈? 아, 그래. 아주 잘 보인다. 아주 멀쩡하기만 하구만 너야말로 거짓말 좀 작작쳐라, 빡치니까!"

"데...데에...?"

그제서야 에메랄드는 자신의 시야가 평소보다 훨씬 넓어졌음을 깨달았다.
벚나무 산책로에서 눈이 빠질 때 의안도 같이 빠졌기에, 위석 활성제의 재생력으로 두 눈이 같이 재생되었던 것이지만 에메랄드와 철웅은 그런 사실을 알리가 없었다.
갑자기 생겨난 왼 쪽 눈에 당황한 에메랄드는 할 말을 잃고 넋이 나간듯이 철웅을 쳐다보았다.

"친실장아, 내가 옛날에 어떤 학대파 동료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단다. 그 친구는 너희 위석이란 존재가 너희들의 영혼의 색이라고 말하더구나."

그렇게 말한 철웅은 다시 한 번 에메랄드의 위석이 든 병을 흔들었다.

"니 위석을 봐라. 꺼냈을 때부터 아주 탁하고 진한 검녹색이더라. 얼마나 니 성격이 쓰레기 같으면 색이 그렇게 거무죽죽하다냐? 응? 대답해봐."

"데에에......"

"좋아, 이젠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군. 이대로 행복회로를 돌리게 둘 순 없지. 지금부터 너의 죄를 심판하도록 하겠다."

철웅은 가방을 한 번 뒤적거리더니 녹색 물감과 빨간색 물감이 든 통과 붓을 꺼내들었다.

"너는 너의 자를 버렸고 자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으니 지금부터 내가 그것을 깨닫게 해주겠다."

철웅은 붓에 녹색 물감을 살짝 찍은 뒤에 그것을 에메랄드의 빨간 왼쪽 눈에 발랐다.
그러자 에메랄드는 자신의 안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 퍼져나가는 것을 알아챘다.

"와...와타시...임신한 데스우?"

자실장 시절에 안구를 적출당해 한 번도 자를 가져보지 못한 에메랄드에게 있어서 이것은 새로운 감각, 쾌락이었다.
자가 분대 안에 있음을 느끼자 행복감이 차오른다.
세레브 실장으로서 길러질 때에도 이렇게까지 행복한 적은 없었다.
자를 가진다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했었단 말인가.
자신은 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세레브 실장이 되고자 했었단 말인가.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았는데!

그렇게 생각한 에메랄드는 색눈물을 흘리며 철웅에게 비굴하게 빌기 시작했다.

"오로롱! 오로롱! 닝겐상!! 와타시가 잘못한 데스우! 와타시는 어찌되어도 좋은 데스우. 제발 와타시의 자들만큼은 살려주는 데스우!!"

"뭐? 이제 와서? 거 참,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니들 들실장의 생각이란건."

에메랄드는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들을 후회했다.
자실장 시절, 세레브 실장이 되고자 경쟁자들을 함정에 빠뜨려 자신만 살아남은 것.
세레브 실장이 되어서 주인에게 투분하고 무시했던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족들의 소중한 자들을 납치하고 죽여온 것.

그러나 그런 생각을 철웅이 알리는 없었다.
철웅은 평소에 하던 대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빨간색 물감을 붓으로 찍은 후, 그것을 에메랄드의 눈에 바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에메랄드는 자신의 분대가 떨리며 작은 생명들이 격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안되는 데즈우!!!! 자들은 듣는 데스우!!! 지금나오면 안되는 데스우!!!!!!!!"

그러나 이미 시작된 출산을 멈출 수 있는 방법따윈 없다.
총구를 있는 힘껏 틀어막고 있던 에메랄드였지만 소용없었다.
마지막에가서는 분대에 가해지는 압력을 참아내지 못했는지 총구에서 구더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텟테레~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우지챠가 탄생한 레후! 마마, 프니프니, 레뺫!"

"레후웅~ 세상씨는 반가운 레후~! 바람씨는 기분 좋은 레, 레벡!"

"레뺘아아앗!!! 아픈 레후! 아픈 레후! 마마는 거짓말쟁이 레후! 우지챠는 마마를 믿었던 레후! 똥마마, 저주하는 레..."

파킨!

분대에서 생성된 구더기 3마리 중 두 마리는 낙하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했고, 한 마리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크게 다치고는 저주한다는 말을 남기며 파킨했다.
그 이후로 나온 구더기들은 뇌조차 생성되지 않은 찌꺼기들인지 낙하하자마자 적녹색 얼룩을 남기며 터져나갈 뿐이었다.

"오로롱!!!! 오로롱!!!!!!!! 와타시의 자들!!!!!!! 자들이!!!!!!!!!!"

아무리 구더기라지만 자신이 처음으로 가진 자들이었고, 자신에게 찾아온 진정한 행복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태어나자마자 고통받고 죽어버렸다.
에메랄드는 정신이 붕괴되어 버릴 것만 같은 고통을 느꼈다.

"안되는 데스...자들....와타시....지키는 데스....반드시...반드시....행복하게...."

에메랄드는 자들을 모두 잃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었는지 검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빠킨!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량한 소리와 함께 위석 활성제에 들어있던 위석은 부서지고 말았다.
한 공원을 뒤흔들어 놓은 분충에 걸맞는 고통스러운 최후였다.

"자, 그럼 이제부터 내가 너에게 어떤 짓을 할 지 알고 있겠지?"

철웅은 아까부터 뒤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한 마리의 자실장, 차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테....테에에에......!"

차녀는 에메랄드의 끔찍한 최후를 보고는 그것이 자신의 미래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마마의 말대로 닝겐과 마추친 자신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아닌 테치."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해버린 명석한 머리와는 다르게 차녀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와타치는 아직 죽을 수 없는 테치.'

차녀는 철웅을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단 한 줌의 자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무섭다.
너무 무섭다.

그러나 차녀는 철웅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차녀는 철웅을 곧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좋아, 아직도 반항기가 가시지 않았구나. 잘됐군. 니 친은 생각보다 시시했거든."

차녀는 곧 에메랄드가 묶여있던 나무판에 케이블 타이로 묶여 매달아졌다.
그러나 더 이상 차녀는 더 이상 벌벌 떨거나 하지 않았다.
차녀의 눈동자는 조용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봐라. 언제까지 그렇게 건방지게 굴 수 있나 지켜봐주마."

고문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옷이었다.
커터칼로 난도질 당한 옷은 조각조각나서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철웅은 그것은 한데 모아서 불을 붙여 태워버렸다.
그러나 차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어쭈? 이녀석 봐라?"

철웅은 원하던 반응이 나오지 않자, 이번에는 앞머리를 뽑기 시작했다.

뽁! 뽁!

차녀의 머리카락이 한올 한올 사라져간다.

차녀는 밀려오는 고통에 위석이 깨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뒷머리가 전부 뽑혀버릴때까지 단 한 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않고서 참아냈다.

"아니, 이 자식이? 야, 눈 안깔아?!!!"

철웅은 아직도 차녀의 반항적인 눈동자가 꺾이질 않자 매우 화가 난 듯 차녀의 몸에 주먹을 내리꽃았다.

"테..테흐읍..."

그러나 차녀는 조용히 고통스런 신음소리만을 낼 뿐 전혀 꺾이지 않았다.

'와타치는 돌아갈 것인 테치!'

차녀는 설령 독라달마가 되버리더라도 죽을 생각은 없었다.
지금 차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마지막으로 본 가족의 모습이었다.

'와타치는 돌아가는 테치! 마마랑 오네챠랑 이모토챠타치가 기다리고 있는 테치!'

가족은 울고 있었다.
자신이 사라진 것을 알자 자신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닌 듯, 엉망진창이 되어서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이 어떻게 목숨을 포기할 수 있냔 말이다!

"야, 너 이제부터 죽었다고 복창해라. 나도 이제 봐줄 생각 없다."

철웅은 가방에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보물 1호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작은 와인병에 들은 주황색 액체, 최고급 위석 활성제였다.
시가로 무려 한 병에 120만원을 호가하는 이녀석은 다죽어가는 실장석이라도 목숨만 붙어있다면 완전히 재생시켜버릴 정도로 엄청난 효능을 자랑한다.
철웅은 차녀가 굴복할 때까지 학대를 멈추지 않을 생각인 것이다!

"테! 테끄읍!! 테히익...!!!!!"

그러나 철웅이 아무리 학대를 하고 학대를 해도, 차녀의 눈동자는 활활 불타올랐다.
마치 생명의 불꽃을 태우듯이 뜨겁고 강렬한 눈동자였다.

위석이 깨지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다잡는다.
굳힌다.
더욱 단단하게!

'와타치! 참는 테치!'

옷이 불타 사라져도 참는 테치!
머리카락이 뽑혀나가도 참는 테치!
팔이 갈려나가도 참는 테치!
다리가 잘려나가도 참는 테치!
눈이 뽑혀도!
맞아서 멍이 들어도!
와타치는! 와타치는!

'와타치는 살아돌아갈 것인 테챠아아아앗!!!!!!!!!!!!!!'

그렇게 강한 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차녀의 몸은 자실장에 불과했다.
너무나도 강력한 위석 활성제의 기운이 차녀의 정신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와타치...죽을 수 없는 테치....눈이 감기는 테치...안되는 테치... 와타치는...아직....'

마지막까지 철웅에게 꺾이지 않은 차녀의 눈은 철웅의 분노한 모습을 한 번 비추고는 그대로 암흑으로 뒤덥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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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 테치?"

차녀는 현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푸른 하늘이었다.
구름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하늘을 태양이 환하게 비추어주고 있었다.

봄바람이 따스하게 차녀의 몸을 품어주고는 떠나간다.
여기저기서 향긋한 꽃내음이 밀려온다.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동족들의 소리.
모두 행복하게 웃고 있는 이곳은 언젠가 소풍을 온 적이 있는 공원의 분수대였다.

"차녀 오네챠!! 와타치랑 놀아주는 테치!"

멍하니 있던 차녀의 상념을 깬 것은 갑자기 달려와 품에 안긴 자실장 한 마리, 3녀였다.

"3...3녀챠?! 3녀챠가 살아있는 테치??!!!"

"테...? 무슨 소리인 테츄? 와타치는 당연히 살아있는 테츄?"

"3녀챠!!!!!!"

차녀는 반가운 3녀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태풍 속으로 사라져 이제는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3녀였던 것이다.
차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차녀챠!! 무슨 일인 테치? 무서운 오바상이라도 온 테치카?"

"레에...차녀 오네챠 왜 우는 레치?"

"장녀 오네챠!!!!! 4녀챠!!!! 우지챠!!!!!!!!"

차녀는 장녀와 4녀, 5녀를 보자마자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3녀와 장녀는 그런 차녀를 보며 당황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테에...대체 무슨 일인 테츄... 차녀챠는 울보였던 테츄?"

"레후? 오네챠 울보였던 레후? 그것보다 프니프니후!"

차녀는 자신이 울보더라도 상관없었다.
단지 제발 이상황이 꿈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처음으로 나온 소풍인 테츄. 챠녀챠가 갑자기 보에보에 거리며 잠들었을 때 마마가 깨우지 말라해서 그대로 둔 테츄. 하지만 차녀챠의 모습을 보니 깨우는게 좋았던 모양인 테츄. 끔찍한 악몽을 꾼 모양인 테츄."

"악..악몽인 테츄?"

그런 것인가?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온 모든 일들은 전부 꿈이었던 것인가?
차녀는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전부 상관없었다.
전부 꿈이니까.
현실이 아닌 꿈에 불과한 일들이었으니까.

'정말 다행인 테츄!'

정말 끔찍한 꿈이었다.
3녀가 죽고.
4녀가 납치당하고.
마지막엔 학대파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해 죽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하는 테츄."

"차녀챠. 이제 가는 테츄. 마마가 부르는 테츄."

"마..마마, 테츄?"



차녀는 어째서인지 그리움의 흔적만이 남아버린 그 호칭에 심장이 벌떡벌떡 세차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때.



"장녀챠!! 차녀챠!! 3녀챠!! 빨리 오는 데스우~ 아마아마를 먹을 시간인 데스우~"

"마마아아아!!!!!!!!!!!!"



차녀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부짖으며 친실장을 향해 달려갔다.
4월의 어느날.
흩날리는 벚꽃이 둘의 만남을 축복하듯이 공원을 포근히 감쌌다.



"마마아아아!!!!! 마마아아아아아!!!!!!!!!"

"차녀챠! 무슨 일인 데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데스? 무서운 오바상이 접근이라도 한 데스?! 걱정마는 데스! 와타시가 챠녀챠를 지켜주는 데스!"

마마다.
틀림없는 자신의 마마다!!
그 포근한 품에 안기며 챠녀는 마마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와타치는 어리석었던 테츄.'

행복이란 것이 멀리있던 것이 아니었다.
행복이란 것은 항상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이다.
마마.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마마!

"좋아하는 테츄!! 정말로 좋아하는 테츄!!!!"

장녀 오네챠!
3녀챠!
4녀챠!
5녀챠!
와타치는 장녀 오네챠도, 3녀챠도, 4녀챠도, 5녀챠도! 정말 좋아하는 테츄!
마마!
사랑하는 테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테츄!
정말로!
정말로! 다이스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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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자식 이거 갑자기 왜 이래?"

철웅은 현재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해 하고 있었다.
방금전까지는 멀쩡하던 자실장이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더니만 갑자기 난데없이 눈이 탁해져버리더니 그대로 죽어버린 것이다!

으아아아아아!!!!!!!!!

철웅은 분노와 당황을 채 삼키지 못하고 괴성을 질렀다.

어째서?
어째서지?!

분명 자실장의 몸은 위석 활성제의 영향으로 생채기 하나 없이 깔끔했다.
심각한 외상으로 죽은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보물로 위석을 담가두었기에 파킨따윈 하지 못할텐데?
아니, 애당초에 파킨하는 소리가 들리기는 했던가?

거기까지 생각한 철웅은 자실장의 위석과 최고급 위석 활성제가 들어있는 병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허어?"

동시에 경악했다.

그곳에는 위석 활성제에 담긴 자실장의 위석이 형형색색의 빛을 내뿜으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마치 자실장의 곧은 눈동자와 같은 의지가 담겨져 있다는 듯이 멈추지 않고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수 억대를 호가하는 보석들과 같이 영롱한 그 자태를 뽐내는 위석을 향해 철웅은 넋이 나간채로 무언가에 홀린 듯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위석의 색은 그 실장석의 영혼의 색이라고 하던가?
그렇다면 이 위석의 색이 저 분충의, 영혼의 빛남이라고 하는 것인가?

철웅은 그 빛에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았다.
자신의 추악한 영혼이 그 광채에 휩싸여 찢어져버리는 것 같았다.
자신의 심장을 쿡쿡 찔러대는 고통으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안된다!
이런건 존재하면 안된다!
인정할 수 없다!
한낱 분충 주제에 인간인 자신보다 빛나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 따위 인정할 수 있을까보냐!

철웅은 그런 생각과는 달리 위석 활성제가 든 병을 들어 그 병에 있는 활성제를 모두 쏟아내고는 위석만을 건져내어 조용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석 활성제에서 벗어난 탓일까.
위석은 잠시 후 그 빛을 잃고 점점 색이 탁해지더니 마침내는 완전히 검게 변해 바스라졌다.

"아...."

철웅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로 흩어져 날아가는 위석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바스라져 가루가 되어버린 위석은 잠시 철웅의 주변에 남아 가로등 아래서 은은하게 반짝이더니 이내 자유로워진 자실장의 영혼과 함께 하늘로 흩어져 사라졌다.

철웅은 잠시 그 광경을 바라보고서는 자신이 열심히 모아온 학대용품들이 든 가방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한참을 가방과 눈씨름을 하던 철웅은 무언가 결심한 듯 가방을 통채로 근처의 쓰레기통 안에 던져넣고서는, 그 길로 몇년째 돌아가지 않았던 친가를 향해 떠났다.

며칠 후, 철웅은 학대파를 그만두었다.
마치 새사람이 된 듯 잠도 자지 않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한 철웅은 다음 시험에서 9급 교육행정에 합격했다.
그의 부모는 갑작스런 자식의 개과천선에 당황하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고 철웅은 그 이후로 남을 돕기 좋아하는 착한 청년이 되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철웅이 갑작스럽게 변한 이유를 알고 싶어했지만 철웅은 그 이유를 아무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다만, 질문을 들었을 때 철웅의 눈동자는 무언가 빛나는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곧은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고 한다.



-end-

이번으로 두번째 작품인 데스.
메모장으로 100kb를 넘어가니 정신이 나갈 것 같은 데스우....
장편 연재하는 오바상타치 존경하는 데스우
와타시는 50kb가 한계인 데스우... 더 넘어가면 어휘력 부족으로 글이 망가지는 데스우
앞으로는 짧게 짧게 끝내야 하겠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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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우마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6.23 차녀챠는 콘페이토 별에서 분명 행복할 것인 데스
    와타시가 보장하는 데스
  • 답댓글 작성자우지챠인레후레후~ | 작성시간 20.06.23 우마콘 레훼에엥 다행인레후
  • 작성자언노운 | 작성시간 20.08.02 카페에서 본 글중에서 제일 재밌었음
  • 작성자dihr | 작성시간 21.04.18 학대물인데도 마무리가 너무 훌륭한데스
  • 작성자jackjackass | 작성시간 25.10.19 학대물인데도 감동적인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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