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아, 다녀왔어.'
'어서오시는 테치~'
노랑이는 사육실장이다.
먹고살기 바쁜 주인이 심심함을 달래고자 적당한 가격에 구입한 녀석이다.
하지만 제법 영특한 구석도 있어 간단한 집안일을 도왔기에 주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도 열심히 청소했구나? 상으로 콘페이토를 줄게.'
'텟츙~♡ 주인사마 감사한 테치!'
그저 조그마한 걸레로 바닥을 문지른 정도였지만 지친 몸으로 귀가한 주인에겐 충분히 감격할 만한 일이였다.
그리고 땀흘려 일한 보상으로 콘페이토를 받았기에 노랑이의 얼굴에도 자부심이 가득했다.
[와타치는 평범한 사육실장이 아닌 테치. 정당한 노동의 댓가로 콘페이토를 받는 사육실장 테치. 무상의 행복을 누리는 다른 사육실장들과는 근본부터가 다른 테치. 와타치는 희귀하고도 특별한 실장석이 분명한 테치.]
'어휴, 우리 노랑이는 어쩜 이리 기특할까?'
'텟츄웅~♡'
[역시... 확실한 테치.]
그렇게 평범하지만 특별했던 삶을 지내던 노랑이는 자존감을 높여가며 집안일을 도왔다.
게다가 덩치가 자랄수록 걸레질뿐만 아니라 간단한 분리수거, 먼지털이, 자신의 밥그릇 설겆이 등을 척척 해내 주인의 신뢰를 얻게 된다.
그러나 주인의 신뢰가 커지면 커질수록 노랑이의 가슴 속에서는 한가지 의문이 자리 잡았고,
성체가 될수록 또렷한 확신으로 변해가게 된다.
[와타시는 일하는 테스. 일을 하면 주인사마가 보상을 주시는 테스. 하지만... 그 보상이 정당한 테스까? 와타시는 일하는 만큼... 받고 있는 것이 확실한 테스?]
이 집에서 처음 걸레질한 댓가로 받은 콘페이토는 기쁨과 고마움으로 가득찬 행복의 결정체였지만 집안일이 늘고 덩치가 자라도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같은 양의 콘페이토 한알이였다.
물론,
노랑이의 가사일 돕기가 너무나 기뻤던 주인이 하루에 줄 수 있는 최대치의 보상을 매일 줘버린 까닭에 더 이상의 콘페이토나 상을 줄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그렇기에 정작 평범한 사육실장들보다 몇배의 콘페이토를 받는 노랑이였지만 점점 불만이 쌓여 결국 주인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테히... 오늘도 콘페이토 한알인 테스. 와타시가 오늘은 특별히 수건과 옷가지도 개어 놓고 신발까지 정돈했다고 힘주어 말했던 테스. 그런데 고작... 쓰다듬과 콘페이토 한알... 테히이...]
'응? 노랑이가 왜 이렇게 시무룩할까?'
'텟? 아... 아닌 테스! 오늘 왠지 집안일을 늘렸더니 살짝 피곤한 것 같기도 해서...'
'너무 무리한거 아냐? 그럼 한달에 한번 있는 스테이크 데이 오늘 해버릴까? 내가 우리 노랑이를 위해 특별히 특 A급으로 사다놨지~'
'텟... 노동의 포상이 아닌 테스까...'
'뭐라고?'
'아... 아닌 테스! 와타시는 피곤해서 먼저 자러 가는 테스! 주인사마도 안녕히 주무시는 테스!'
'노랑아...'
얼떨결에 자신의 속마음을 내뱉어버린 노랑이는 깜짝 놀라 자신의 하우스로 도망쳐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분홍 돌고래를 꼬옥 껴안으며 생각했다.
[와타시의 의심이 역시 맞았던 테스으... 주인사마는... 주인사마는 와타시를 이용하는 것이 틀림없는 테스으...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아이라고... 지불해야할 보상을 후려치는 것이 분명한 테스읏... 지금까지 밀린 급여는 분명 스테이크와 스시가 산을 이룰 것인 데스으읏... 주인사ㅁ... 아니! 주인이! 닝겐이 미운 데샤아앗-!!!]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어엿한 성체가 되어버린 노랑이는 그렇게 주인에 대한 완벽한 적의를 가져버리게 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실장석보다 우월했던 지능이 주인에 대한 직접적인 분충짓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렸기에 바로 뛰쳐나가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일단 지금까지 밀린 원금을 알아내야 하는 데스! 그리고 이자까지 계산이 끝나면 채무를 시작하는 데스! 밀린 급여만 받아내면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 데스! 와타시의 능력이라면 어디든 취직이 가능할테니 와타시의 능력을 알아보고 제대로 대우해주는 주인사마를 만나 새롭게 시작하는 데슨!]
콧바람을 큼큼거리며 각오를 다진 노랑이는 만족한 미소를 띄우곤 천천히 잠이 들었다.
'뭐어? 스테이크가 실제 돈으로 얼마나 하냐구? 그런게 왜 궁금한거야?'
'데큼... 데큼... 그... 그냥 궁금해서 그런 것인 데스... 챱챱챱...'
아침인사를 건내는 노랑이가 성체가 되었다는 것을 눈치챈 주인은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자그마한 파티를 열어주었다.
그러나 기뻐하기는 커녕 차려진 음식을 눈알을 데록거리며 흘겨보더니 수상한 질문을 던지는 노랑이가 조금 이상했지만 주인은 별의심없이 성심성의껏 답해줬다.
'보자... 조리하기 전에는 한... 2만원 정도?'
'2만원이 얼마정도의 가치인 데스?'
'네가 먹는 콘페이토 2봉지는 살 수 있는 가격이지.'
'뎃! 뎃! 그럼 지금까지 그렇게나 떼먹은 데스까...!?'
'으응? 도대체 무슨 말이야?'
'데히... 아닌 데스. 스테이크와 음식이 정말 맛난 데스. 주인사마 최고인 데스. 주인사마 사랑하는 데스.'
'하핫, 그래 많이 먹어라.'
[와타시의 노동은 하루에 스테이크 3개나 콘페이토 6봉지 분량의 가치가 있었던 데스. 그건 현금으로는 6만원이 된다는 말인 데스. 그리고 이 집에 묶여 착취 당한지 1년이 넘었으니... 1년은 분명 365일이니... 와타시가 받을 급여는... 데에...]
잠깐의 계산으로 머리가 무거워진 노랑이는 자신이 아끼는 노란 오리컵에 담겨진 사이다를 벌컥이고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인은 역시나 이질감을 느끼고 노랑이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노랑아? 아까부터 대체 왜 그러는거야?'
'주인사마! 365일 곱하기 6만원은 얼마인 데스우?'
'뭐... 뭐어? 갑자기 그런 큰 돈을 계산해달라고? 이유가 뭐야?'
'와타시에게 정말 중요한 일인 데스우! 제바알~ 주인사마아앙~♡'
너무도 수상했지만 평소의 모습대로 애교를 부리는 노랑이의 모습에 마음이 꺽인 주인은 녀석이 원하는 답을 휴대폰으로 계산해주었다.
'자아, 무려 2190만원이다! 휴우.'
'데엣?! 그런 데스? 그럼 당장 와타시에게 밀린 그 2190만원을 현찰로 지불해달란 데스.'
'뭐어어어어어어어?!?!?!'
결국 노랑이는 스테이크를 먹으며 자신이 받을 상상 속의 급여가 뚜렷히 정리되자 지능으로 억눌렀던 분충성을 폭발시키며 분출했다.
물론,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녀석이기에 아직까지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며 주인을 대했다.
'데프픗, 왜 놀라는 데스? 설마 와타시가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데스? 와타시가 이 집에서 노동을 시작한지 1년이 넘은 데스. 닝겐들은 메이드나 가정부를 고용해야만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1년이나 말인 데스. 게다가 와타시는 눈을 뜨고 눈을 감을 때까지 최상급의 서비스를 주인사마에게 봉사했던 데스. 그런데... 주인사마는 와타시가 피땀을 흘려 제공했던 노동의 댓가로 무얼 주셨던 데스? 고작 콘페이토 한알이 전부이지 않은 데스까아아아아-!!!'
'노랑이... 너어...'
순식간에 표독스러운 표정을 드러내고 지금까지 쌓아두었던 불만과 불평을 쏟아내는 노랑이의 차가운 모습에 주인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 없었다.
어릴적부터 조그마한 돌기같은 손을 놀려 집안일을 돕던 천진무구한 노랑이가 공원에서 눈쌀을 찌푸리게 하던 들실장과 다를바 없이 변해버린 것이였다.
하지만 주인은 손찌검이나 호통을 치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노랑이를 아꼈던 것이다.
그래서 일단 노랑이의 갑작스러운 요구를 이해해 보기로 결정한다.
'노랑아, 내가 아직 이해가 안되서 그러니 대화를 나눠서 합의점을 찾아보는게 어때?'
'좋은 데스.'
'일단 네가 지금까지 가사를 돕고 받은 보상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것은 잘 알겠어. 하지만 어째서 그만한 액수를 요구하는거지? 기준이 어떻게 되는거야?'
'주인사마는 와타시가 도와드렸던 집안일은 언제나 최고였다고 평가했던 데스. 그러니 최고의 가치를 매기는게 당연한 데스. 와타시에게 최고의 보상이란 스테이크인 데스. 그리고 와타시는 일이 힘들 때마다 스테이크를 떠올리며 버티는 데스. 하루에 스테이크를 3번 떠올리니 와타시의 노동은 그에 걸맞는 가치를 지니는 데스우.'
'.........!?'
실장석 특유의 자기중심적인 논법에 당황한 주인이 주춤하자 노랑이의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 지었다.
자신의 논리가 주인의 의중을 간파했다고 여긴 것이다.
그렇게 주인이 할 말을 잃고 허둥대자 노랑이는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보상을 요구했다.
'데프픗... 와타시가 언제까지 철없는 아가씨로 지낼 줄 알았던 데스? 이제 당당히 와타시의 몫을 요구할 줄 아는 어른인 데스.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 한 정을 봐서 딱 1년치만 요구하는 것이니 너무 야박하다 생각하지 마는 데스. 주인사마가 밀린 급여도 갚고 와타시의 마음도 풀어주신다면야 다시 이 집에서 근무할 의향도 있는 데스. 자~알 생각하고 행동하란 데스우.'
'허... 노랑아... 일단... 음... 네가 지금까지 노동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냥 소꿉놀이에 불과하단다. 말 그대로 조금 도와준 것에 불과해. 그래서 그만한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고...'
'데에에~~?! 하아... 역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데스? 생각보다 쉽게 풀려서 걱정했는데 역시나 못알아먹은 데스... 이리 와보시는 데스. 다시 설명하는 데스야.'
'다시 설명할 것도 없어! 넌 지금 네가 한 일이 메이드나 가정부와 맞먹는다고 했지? 내가 직접 보여줄테니 눈 크게 뜨고 잘봐.'
화가 난 주인은 진짜 일일가정부를 불러 노랑이가 보는 앞에서 대청소를 시작했다.
이모님은 도착하시자마자 일사분란하게 거실 구석구석 손이 닿지 않는 의자나 책상 밑까지 말끔히 청소해주셨다.
그리고 부엌에 찌든 때는 물론 싱크대까지 뽀득거리게 만들었으며 화장실은 빛이 날 정도로 새롭게 태어났다.
자신은 꿈도 꾸지 못할 대격변을 일으키며 집안을 휘몰아치는 이모님의 손길에 노랑이는 입을 벌리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였다.
물론,
노랑이의 주거까지 순서가 오자 자신의 하우스와 장난감, 밥그릇까지 새 것처럼 변해버렸고 충격을 받은 녀석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이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구석에 숨어 그 모습을 지켜봤다.
'어때? 이 정도는 되야 메이드나 가정부라고 할 수 있는 거야.'
'뎃... 뎃큼... 와타시가 피땀을 흘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데스! 조... 조금의 조정은 가능하지만 와타시가 평생 힘들었던 만큼은 보상을 해주셔야 하는 데스! 조정도 스테이크 2개 이하로는 무리인 데스! 그렇지 않으면 와타시가 너무 억울한 데스웃!'
'하아... 노랑아... 넌 지금까지 과분하게 받아왔잖아...'
'데에? 콘페이토 한알을 말하는 데스까? 미친 데스? 주인사마가 외출하시고 나서 다시 귀가할 때까지 와타시가 피땀 흘려 일한 보상이 겨우 콘페이토 한알이라니... 주인사마는 그런 불합리를 견딜 수 있단 말인 데스까? 그걸 누구 코에 붙이란 말인 데스까아?!'
'하긴... 넌 다른 실장석 친구들이 없어서 몰랐겠구나? 넌 평범한 사육실장이 집안일을 돕는 것 치고는 정말 많은 보상을 받고 있는거야. 가사실장과 비교해도 몇배는 될걸?'
'데풋! 웃기지 말란 데스! 와타시는 천재 데스! 주인사마도 인정하지 않은 데스까? 그런 와타시를 이제 와서 평범하다고 폄하하는 것인 데스? 와타시는 어릴 적부터 누가 가르치지도 않았고! 주인사마가 강제로 시킨 적이 없는데도! 자실장의 여리디 여린 몸으로 집안일을 마스터 해 온 데스! 주인사마가 불렀던 가정부는 닝겐이니 예외로 둔다 쳐도 실장석들 중에서 집안일을 와타시 이상으로 해낼만한 녀석은 손에 꼽아도 없을 것인 데스! 와타시의 하루 노동의 가치는 절대 스테이크 2개 이하로는 인정할 수 없는 데스! 와타시를 깍아내려서 밀린 급여도 깍아내리려는 속셈을 누가 모를 줄 안 데스까아아-!!!'
'하아...... 그럼 다른 사육실장이나 가사실장들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보상을 받는지 보러 가볼까? 오늘 동네 실장석 모임이 있다고 들었거든. 지금 가면 늦진 않겠다, 어때?'
'좋은 데스! 그 곳에서 주인사마가 지금까지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착취하고 부려먹었는지 만천하에 알리는 데스! 경우에 따라서는 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진정서를 제출할 것인 데스! 각오 단단히 하란 데샤아아앗-!!!'
주인은 씩씩거리는 노랑이를 겨우 달래 외출준비를 시켰다.
그리고 노랑이가 여기서 더 상태가 나빠진다면 보건소로 보낼 마음의 준비도 함께 했다.
'안녕하세요.'
'어라? 옆집 진수 아녀?'
'실장석 키웠으면 오늘 같은 주말에 같이 나오고 그러지 그동안 뭐했어~'
'아따! 일 다닌다고 바쁘다고 했잔여~'
'하하, 다름이 아니라...'
실장석 모임이 열린다는 동네 부녀회관으로 향하자 그 동안 알고지내던 동네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리고 다들 노랑이의 사연을 듣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친절히 동네 사육실장들과 가사실장들에게 녀석을 소개시켜 주셨다.
'오늘 처음 온 노랑이라고 혀~ 공원은 자주 다녔지만 다른 사육실장들이랑 지내본 적은 없어서~ 너희들이 얼마만큼 주인을 돕고 얼마만큼 상을 받는지 궁금하다고 혀~ 친절히 잘 알려주드라고~'
'데에? 그게 궁금한 데스?'
'그런 데스! 와타시는 바닥 걸레질, 먼지털이, 밥그릇 설겆이를 매일 해내고 가끔 분리수거와 신발정리까지 해놓는 데스! 어떤 데스까? 와타시만큼 가사일을 해내는 실장석이 여기 있는 데스까아? 혹시라도 있으면 손이라도 들어보는 데스! 데프프프프프프-!!!'
'데엣? 와타시는 설겆이까지 가능인 데수~'
'데픗, 세탁기도 가능인 데수웅~'
'오마에들 많이 늘었는 데스. 하지만 와타시는 주인사마의 손녀 기저귀 갈기 가능인 데승~'
'.........!?'
옹기종기 모여있던 실장석들은 마치 처음이 아니라는 듯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는 노랑이를 바라보며 전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당황한 노랑이가 붉어진 얼굴로 무어라 반박하기 전에 앞에 앉아있던 나이 많은 실장석이 빙그레 웃으며 노랑이에게 말했다.
'데프프, 혼자만 지내는 사육실장들이 으레 저지르는 실수인 데스. 여기 있는 실장들도 처음엔 그런 생각을 많이 가졌던 데스. 와타시타치가 잘 가르쳐줄테ㄴ...'
'데에에에에에엑-!!! 닥치란 데샤아아앗-!!!!!!'
붉어진 얼굴로 씩씩거리던 노랑이가 자신에게 조언하는 실장석의 말을 자르며 고함쳤다.
조금 싸해진 분위기가 형성되자 무안해진 주인이 노랑이를 안아올리려 했지만 녀석은 완강히 거부하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오마에들이 그렇게 잘난 데스? 그런 데스? 그럼 그렇게 쌔빠지게 고생하면 스테이크는 얼마씩 받는 데스? 어디 말해보란 데샤아아아아아앗-!!!!!!'
'데... 데에? 스테이크를 어찌 받는 데스? 콘페이토 아닌 데스? 한달에 한알씩 받았는데?'
'어찌 주인사마를 돕는 것 정도로 스테이크인 데스? 오마에가 전부 일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 데스?'
'데...? 일주일에 한알씩이나 받았는데... 스테이크라니?'
'저 오바상 좀 이상한 테치...'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결국 주인은 노랑이를 안아들었고 어르신들이 웅성이는 실장석들을 달랬다.
그러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시시각각 변하던 노랑이가 침을 뿜으며 한마디를 날렸고 그것이 노랑이의 운명을 결정짓게 된다.
'오마에들은 노예들인 데샤아아앗! 자신들이 일한만큼 받지 못하는 바보천지 데쓰으으읏! 오마에들 덕분에 와타시마저 부려먹힌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데쓰으으읏! 나가 뒤지는게 사육실장들의 실권을 올리는 길인 데샤아아아아앗-!!!!!!'
'...... 분충인 데스.'
'분충인 데스.'
'분충인 테치.'
'분충인 데스.'
'분충인 데스.'
'분충인 테스.'
'분충인 데스.'
'분충인 데스.'
'분충인 테치.'
'분충인 데스.'
회관에 있던 실장석들이 둥그런 손을 들어 노랑이를 가리키며 분충이라고 한마다씩 하자 어르신들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갱생이 불가능한 놈들은 저렇게 낙인을 찍어버리드라고~ 거의 확실하다고 보면 돼야~ 으쯔다가 그렇게 올려버렸당가~ 이제 이놈은 여기 대꼬올 수가 없구마잉~'
'죄송합니다... 일 다녀오면 청소도 해놓고 귀여워서 하루에 콘페이토 한알씩 준 것 뿐인데... 제가 너무 오냐 오냐 키웠나봐요...'
'처음 키우지? 그럼 그럴 수도 있어~ 보아하니 애호한 것 같진 않은데 이 정도로 분충이 되버린거 보면은 이놈 문제일수도 있어~'
'홀홀~ 하루에 한알은 따악 기준치드라고~ 실장석 한마리 다시 키울라믄 우리헌티 물어봐~'
다행히 친절했던 어르신들의 충고만 잔뜩 들은 체 무사히 밖으로 나온 주인은 노랑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쇼파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쉬자마자,
노랑이는 상상도 못한 말을 내뱉게 된다.
'......... 재미있었던 데스?'
'뭐?'
'와타시가 바보로 보이는 데스? 다 알던 동네 노인들 아닌 데스? 와타시 몰래 말 맞춰놓느라 힘들었을 것 같은 데스. 데프프프프...'
'노랑아...'
'데엣? 설마 발뺌할 속셈인 데스? 사육실장이 스테이크도 못얻어 먹는다니? 이런 개그가 또 어디있는 데스? 뎃? 설마 그 모임도 가짜 아닌 데스웅~?'
'그 모임은 오랫동안 실장석을 교육시키던 어르신이 은퇴하고 만드신 곳이다. 내가 어떻게...'
'그러니까! 와타시에게 밀린 급여를 지불하기 싫어서! 이런 짓까지 저지른 것 아닌 데스까! 이제 말도 섞기 싫은 데스! 와타시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보는 데스! 이만 작별인 데스웃-!!!'
'노... 노랑아...'
노랑이는 장롱에서 외출용 가방을 꺼내 자신의 물건을 잔뜩 꾸리기 시작했다.
노랑이에게 아직 기회를 주고 싶은 주인은 그런 녀석에게 계속 말을 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딜 간다고 그래? 밖이 벌써 어두워지고 있다니까? 일단 내 말 좀 들어봐. 나 아직 노랑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ㅇ...'
'데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노랑아......'
'와타시를 좀 내버려 두는 데스! 구질구질하게 자꾸 붙잡지 말란 말인 데스! 그 노인네들이 와타시를 보고 분충이라 하지 않은 데스까? 다른 실장석 하나 장만하란 데스! 물론! 와타시만한 실장석은 찾지 못할테니 평생 와타시를 그리워하며 살 것인 데스! 하지만! 이 모든건 밀린 급여를 지불하지 않은 오마에의 잘못인 데스앗-!!!'
'너... 나가면 진짜 나랑 끝이다. 지금 내 말 들으면 교정소에 보내서 치료해주고 다시 나랑 살 수 있어. 잘 생각해라...'
'데픗! 교정소는 오마에나 실컷 가는 데스! 와타시는 새로운 직장과 주인을 구하는 데스! 와타시의 능력이 콘페이토 한알도 안된다고 했던 데스까? 그 멍청한 모임 녀석들도 과장이 심했던 데퍄퍄퍗-!!!'
'정말... 화나게 하는군. 일단 나가더라도 그건 전부 내가 산건데? 놔두고 가라.'
'데푸풋! 역시 구질구질한 데스. 좋은 데스. 어차피 와타시의 능력을 알기만 하면 고용하려는 주인들이 널렸을 것인 데스. 대신 이 사육실장증은 가져가는 데스. 천박한 들벌레로 오해받는 것은 사양인 데스.'
'하...... 그래, 가져가라.'
'이 집도 싸구려, 오마에도 싸구려, 싸구려 인생 바이바이 데스. 잘있으란 데스웃.'
그렇게 노랑이는 떠나갔다.
난 며칠간 녀석을 잊지 못해 다시 찾으러 가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일이 늘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동네 실장석 모임에서 좋은 녀석을 추천 받아 새로운 사육실장으로 들이게 되었다.
'주인사마, 걸레질 끝난 테치.'
'응? 그래 수고했다. 여기 콘페이토...'
'테프픗, 어제 주셨던 테치. 너무 단걸 많이 먹으면 푸드가 맛없어지는 테치. 나중에 주시는 테치.'
'어, 응... 그래.'
난 새로운 사육실장을 노랑이처럼 대하려 했지만 녀석은 노랑이가 아니였다.
시간이 흘러,
그것을 받아들인 내가 초록이를 진심으로 아끼게 되는 것도 먼 이야기가 아니였다.
'주... 주인사마아아...'
'어엉? 너 혹시 노랑이니?'
노랑이와 헤어진지 3달 후,
초록이와 공원을 찾은 나에게 익숙한 모습의 독라 한마리가 같이 걷던 들실장을 뿌리치고 다가왔다.
'데엣? 저... 저 닝겐은 뭐인 데스?'
'데에에엑! 주인사마! 구해주시는 데스!'
'엇? 넌 뭐야! 꺼져!'
'데칫, 노예값은 내놓는 데스. 저 노예는 와타시가 예전에 납치하느라 힘들었던 분충인 데스.'
나는 일단 초록이 간식으로 들고 온 콘페이토 몇알을 성난 들실장에게 던져주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떠나갔다.
그리고 녀석이 떠나자 눈물 콧물 다 짜내던 노랑이가 내 발목에 붙어 오열했고 난감한 나는 일단 불안해 하는 초록이를 밴치 위로 올려줬다.
'데에에에에엥~ 아무도 와타시를 고용하지 않았던 데스. 아니... 아무도 와타시를 쳐다보지 않았던 데스웅... 데큿... 데큿... 와타시의 이력이나 능력을 들어도 코웃음 쳤던 데스. 절망한 와타시에게 돌아오는건 발길질 뿐이였던 데스우... 그리고 발길질들을 피해 잠시 들린 공원에서... 데으우우... 주인사마아... 와타시... 자까지 한바가지를 낳고 운치를 먹으며 지냈던 데스우우... 그래도 주인사마가 와타시를 구출해주리라 믿었던 데스우! 주인사마! 앞으로 더욱 잘할 것인 데수우웃! 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데스우우우! 여긴 더 이상 싫은 데스우우우! 오늘은 스테이크가 먹고 싶은 데스우우우! 어서 집으로 주인사마아아아아-!!!'
'좀 진정해라, 여기 코 좀 풀고.'
'뎃~~쿠웅~~! 데에에엥...'
'그래, 진정이 되었으면 잘 들어. 난 이미 새로운 사육실장을 기르게 되었단다. 그래서 한마리를 더 기를 여건이 안돼...'
'뎃?! 그... 그게 무슨? 저 분충인 데스까! 주인사마는 와타시밖에 없다고 하지 않은 데스까! 와타시를 그렇게 붙잡았으면서 이제 와서 마음이 변한 데스까! 주... 주인사마! 와타시 다시 잘하는 데스! 교정소든 어디든 다녀오는 데스! 와타시를 버리지 말란 데스! 데에에에에엥~'
'하... 참... 어쩌지...'
'테... 주인사마? 와타치를 교육시켜주신 모임 회장사마께서는 교정의 달인이신 테치. 저기 저 노랑이 오바상이 어디가 아픈진 몰라도 회원이 되어주신 주인사마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줄 것이 분명한 테츄.'
'그렇구나! 노랑아 잘 됬다, 그치?'
'데... 와... 와타시는 주인사마의 곁이 좋은데...'
결국 노랑이는 모임 회장님께 보내게 되었다.
울고 불고 난리를 부렸지만 회장님이 교정을 잘받으면 다시 나를 만날 수 있다고 설득했기에 겨우 헤어질 수 있었다.
노랑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난 두마리를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랑이 오바상 왠지 무서웠던 테치...'
'괜찮아, 다시 착해질거야... 아마도...'
'홀홀홀홀홀~'
'데에에에에에에에엑! 여긴 어딘 데스! 잠시 잠들었더니 알 수 없는 곳인 데스! 이럴 줄 알았던 데스! 똥주인이 와타시를 학대파에게 팔아넘긴 데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어이구~ 난 학대파가 아니구먼~ 노랑이는 학대 안당허구 말구~'
'뎃? 정말인 데스까? 그럼 와타시는 이제 어떻게 되는 데스우? 예전처럼 콘페이토와 스테이크를 즐기며 사육실장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데스까? 이번엔 노동은 안하고 싶은 데스우~'
'홀홀홀~ 그야... 내가 교육시키는 예비 사육실장들을 위해... 본보기로 삼을게지-!!!'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와... 와타시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면 주인사마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인 데샤아아아아앗!!!'
'홋홋! 교정 중에는 목숨을 잃는 실장석이 아~주 많다고 자~알 일러뒀으니께~ 걱정허덜 말어잉~'
회장은 그 말을 끝으로 방심하고 있는 노랑이를 순식간에 잡아채 커다란 유리관 속으로 던져넣었다.
그러자 패닉에 빠진 노랑이가 벽을 토닥이고 발광하는 사이,
유리관 구석에 있던 자그마한 생물이 노랑이의 목 뒤로 은밀히 날아가 침을 놓았다.
'덱-!!! 데붭... 데빠빠... 데뷔릭... 데... 부...'
'홀홀~ 그놈 참 기운차구머잉~ 노랑이는 알랑가 몰러? 일류 브리더는 말이여~ 교육시키는 예비실장들을 말이여~ 직접적으로 훈육하지 않어~ 터치하지 않는단 말이여~ 홀홀홀~'
'모... 모미... 움지기지... 아... 안...'
'그건 말이제~ 사람한테 맞은 놈들은 사람을 미워하기 쉽기도 허고~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선 못된 짓해도 된다~ 이렇게 대갈빡을 굴리기도 허거든? 너처럼 주인이 일 나가고 혼자 있는 것들이~ 분충이 되기 쉽다~ 이 말이여~'
'이... 이ㄱ... 이게 뭐인... ㄷㅔ... ㅅ... 치워ㄷㅏ란... 데ㅇㅔㅇㅔ...!?'
'홀홀홀~ 실장석한테 기생하는 벌이여~ 지금은 그냥 징그럽고 안아프제? 넌 예비실장들이 보는 앞에서 천벌을 받아야 혀~ 홀홀홀홀~'
'ㅈ... 주인... ㅅㅏ... ㅁㅏ...'
커다란 벌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뒤적이는 끔찍한 촉감을 느끼며 노랑이는 주인이 또 다시 자신을 구해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잠시 뒤,
서서히 독이 퍼져 정신이 몽롱해진 노랑이는 사육실장이 된 첫날의 자실장 시절로 돌아가 열심히 걸레질하며 주인을 기다리는 순수했던 자신을 보게 된다.
주인사마를 위해 열심히 걸레질 하는 테치.
주인사마가 수조 안에 있던 와타치를 선택해주시고 키워주신다 했던 테치.
푸드도 잔뜩 주시고 이뻐해주셨던 테치.
와타치는 주인사마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테치.
주인사마 너무 좋아 테치.
'주인사마... 너무 좋아 데스...'
'홀홀홀~ 팔자 좋구머잉~'
'데엣? 여긴 어딘 데스! 와타시는 주인사마를 위해 열심히 걸레질 해야 하는 데스! 여긴 어디인 데샤아아앗-!!!'
'아~ 너가 천벌 받을 곳이제잉~'
회장은 유리관에 들어있는 노랑이를 깨우고는 재잘거리던 자실장들 앞에 내려놓았다.
자실장들은 덱덱거리는 노랑이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회장에게 질문했다.
'선생사마! 이 실장석은 무슨 잘못을 한 테치?'
'잘 들으라잉~ 이넘은 말이여~ 주인님께 요구를 했어라~ 주인님이 주는 것에 만족 못허고~ 요구하는 실장석을 뭐라고 헌더고~?'
'분충인 테치!'
'분충인 테치!'
'분충인 테치!'
'분충인 테치!'
'분충인 테치!'
'분충인 테치!'
'분충인 테치!'
'분충인 테치!'
자실장들이 일제히 손을 들어 노랑이를 가리키자 회관에서의 기억이 떠오른 노랑이가 얼굴을 가리며 괴로워 했다.
그러자 자실장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유리벽을 툭툭 치며 짐승을 대하듯 행동했다.
'데... 데에에... 와... 와타시는... 분충이 아닌 데스우...'
'테프프! 주인사마에게 요구하면 분충인 테치!'
'주인사마는 와타치타치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주고 사랑해주시는 테치!'
'그런 테치! 주인사마는 카미사마 테치!'
'주인사마를 배신하면 어디서든 아시는 테치!'
'오마에는 곧 천벌을 받는 테치!'
'테프프프! 천벌은 정말 정말 아픈 테치!'
'천벌은 피할 수 없는 테치!'
자실장들은 경건한 태도로 천벌을 외쳐대며 노랑이가 든 유리관을 감쌌다.
그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 노랑이가 곧바로 물러섰지만 피할 곳은 없었다.
'데... 데윽... 이러지 마는 데스... 와타시는... 와타시... 데에에? 피부가 이상한 데스? 뭔가 가려운데 따끔따끔한...?!'
'자아~ 다들 물러서드라고~ 천벌이 시작되는 구마잉~'
'테프픗, 누가 손도 대지 않았는데 피부가 갈라진 테치.'
'피가 줄줄 흐르는 테치. 카미사마에게 대든 천벌인 테치.'
'긁고 있는 테치. 피부가 떨어지는 테치.'
'천벌은 정말 정말 무서운 테치.'
'와타치는 절대로 주인사마를 배신하지 않는 테치.'
몸에 이변을 느낀 노랑이가 여기저기 긁어대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잠시 후,
가려웠던 피부가 뭉텅 떨어져 나가자 놀란 노랑이가 유리벽을 두드렸고 두드릴 때마다 더욱 많은 피부가 갈라지고 떨어졌다.
'데... 데으으으... 병원에 데려다 주는 데스으... 피부가 거의 다 벗겨지고 있는... 데스으... 너무 너무 무서워... 제발... 살려주는 데스으으...'
'테프프... 그건 시작에 불과한 테치.'
'데... 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혼란에 빠져있던 노랑이가 갑자기 허리를 둥그렇게 굽히더니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자 굽힌 등허리에선 무언가 조그마한 것들이 혈관과 함께 튀쳐나오려고 발악하는 모습이 포착됬다.
그리고 그 수도 없이 많은 좁쌀 같은 움직임들은 점점 격렬해졌고 고통은 곱에 곱을 하듯 커져가며 노랑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데... 데샤아아아아아아아앗-!!!!!! 이 고통은 말도 안되는 데쓰으으으으으으으읏-!!!!!! 이게 대체 뭐인 데스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머긴 뭐여 이놈아~ 주인님 배신한 벌이제~'
'데... 데이익... 데끄르으으으으으으윽...!!!!!!'
고통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거품을 문 노랑이가 빙글빙글 굴러다니거나 벽에 박치기를 해댔다.
그러나 등이 다 까져 척추가 보이고 머리가 깨져 분홍빛 뇌가 비쳐보여도 고통은 점점 더 강해졌고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하늘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지르는 것이였다.
'데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캬샤샤샤......... 케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케엑에에......... 쎄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어마어마한 소리를 마지막으로 목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노랑이가 핏덩이 같은 성대를 뱉어내며 기절하듯 쓰러졌지만 곧 꿈틀거리던 피부에서 수많은 애벌레들이 머리만 빼꼼 내밀자 부리나케 정신을 차렸다.
눈알은 뒤집어져 흰자를 보이고 더 이상 소리도 내진 못했지만 간혈적인 발작과 구멍이란 구멍에서 채액을 쏟아내는 것으로 아직까진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쎄헤에에에... 헤에에... 쎄후우우우우우우...'
'자아~ 다들 잘 봤겄제이~ 주인님들은 말이제~ 보이지 않는 눈과 귀로 느그들을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 이거여~ 이 녀석의 주인님처럼 천벌을 내리지 않고 방치해도~ 다른 주인님들이 절대로 놓치지 않고 천벌을 내려부린당께~ 너거들도 이런 무시무시한 천벌 받고 싶지 않거덩~ 열심히 공부하고 착한 아이가 되야 한다잉~ 알겄제에~'
'알겠는 테츄!'
'홀홀홀~ 그라고 다들 알겄지만은~ 천벌은 한달 정도 진행되니께~ 이 놈이 지옥가기 전까지 잘 봐두드라고~ 천벌은 매일 매일 더 아파져부리는 것이니께~'
'쎄에?! 쎄헤후!? 쎄에에에에에에에에엑-!!!!!!'
회장의 마지막 말에 기겁한 노랑이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빼꼼히 나와있던 애벌레들이 구멍으로 돌아가 식사를 시작했고 다시 거품을 문 녀석은 몸을 있는 힘껏 동그랗게 말았다.
무시무시하게도 애벌레들은 살만 찢어먹는 것이 아니라 영양이 함유된 짓소산을 원했기 때문에 신경계를 최대한 건드려 실장석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고통을 선사했던 것이다.
'쎄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녀석들은 동그랗게 말려 기절한 노랑이가 0.1초만에 깨어날만큼 세밀하게 신경계를 건드렸고 곧 최대의 아픔을 갱신해 몸속 깊숙히 새겨넣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머릿 속이 하얗게 타들어 가는데도 기절은 커녕 잡생각도 나지 않자 미칠 것 같았던 노랑이는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던 두손을 하늘 높이 뻗어 올렸다.
그 모습은 마치 기도를 하는 형상이였고 노랑이가 할 수 있던 유일한 행동이였다.
'테... 테치이... 기도를 시작한 테츄...'
'천벌은 언제나 받고나서야 후회하는 테치.'
'그러나 천벌을 거두신 적은 한번도 없는 테치.'
'와타치타치는 이 모습을 잊어선 안되는 테치.'
노랑이는 그 모습으로 예비실장들에게 크나큰 교훈을 남기며 한달을 버텼다.
한달이 지난 후,
숙주를 떠난 벌들이 부화하고 나서야 유리관을 떠날 수 있었지만 남은 것은 말라비틀어진 거죽뿐이였다.
'흐음... 노랑이는 잘지내고 있을까?'
'테에? 하지만 노랑이 오바상은 카미사ㅁ... 아니, 주인사마를 배신한 분충이라고 들은 테치. 분충이라면 무조건 천벌을 받게 되는 테치.'
'하하! 천벌이라... 우리 초록이는 그런 것까지 알고... 정말 똑똑하구나?'
'와타치 정말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테치!'
'그래 그래, 어? 벌써 식사시간이네? 초록이는 뭐가 먹고 싶어?'
'와타치는 주인사마가 주시는건 뭐든 좋은 테치.'
'좋아, 그럼 오랜만에 맛난걸 먹자꾸나.'
'텟츄웅~♡'
나는 한달이 지나서 노랑이가 교정에 실패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왠지 슬프지는 않았다.
녀석은 천벌을 받은걸까?
아니면 운명이였을까?
어찌되었건 나는 녀석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결과가 나빴다.
그 뿐이였다.
'와타치도 돕고 싶은 텟치~'
'하하, 무리는 하지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