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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크립트/ 단편

자매는 함께인 테치

작성자Doosam|작성시간22.03.17|조회수1,436 목록 댓글 3

 

 

실장샵.

 

같은 날 같이 태어난 두 자매가 수조에 갇혀 손님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둘은 서로 반대편 수조에 갇혀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

 

''오네챠. 같은 주인사마에게 팔려가서 계속 함께하면 좋을 것 같은 테치.''

 

''테프픗. 차녀 같이 못생긴 분충이 와타치와 같은 집에 갈리 없는 테치. 함께 간다면 오마에는 운치굴 노예인 테치.''

 

차녀의 다정한 말을 비웃는 장녀. 

 

차녀의 유리창에는 '특 A급'이라 적혀 있는 반면, 장녀의 유리창에는 '학대용, 운치굴용 떨이'라고 적혀있다.

그들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지만, 그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두 손님이 실장샵 안으로 들어온다. 한 사람은 비범한 예술가처럼 보이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초라한 옷차림을 한 평범한 학생이다.

 

''선생님도 이런 곳에 오십니까?''

 

''하하. 소재를 물색하는 중이지.''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였다. 가게 앞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눈 것이다.

 

선생님이라 불린 예술가 남자가 먼저 수조를 둘러본다.

 

''테프픗. 돈 많아 보이는 닝겐인 테치. 와타치를 선택할 게 틀림없는 테치~''

 

예술가 선생은 한참 동안 이 가게에서 유일하게 폐급 판정을 받은 장녀를 쳐다본다. 다른 자실장들도 걱정되는 눈치로 장녀를 지켜보고 있다.

 

''설마 저 분충, 학대파에게 팔려가는 테치?''

 

''분충이지만 동정하는 테치.''

 

''와타치는 오히려 동생챠 쪽이 더 불쌍한 테치. 계속 오네챠와 함께하길 기도했는데 그 소원이 못 이뤄지게 된 테치.''

 

차녀도 쓸쓸한 듯 장녀의 수조를 쳐다본다. 여기서 이별하면 두번 다시 볼 일이 없으니 말이다.

 

한편, 선생님과 같이 들어온 학생도 가게 안을 이리저리 살피며 돌아다닌다. 가게 안의 자실장들이 팔리기 위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닝겐상. 와타치는 설거지도 할 줄 아는 테치~ 청소도 하는 테치~ 밥값하는 와타치를 데려가는 테치!''

 

''와타치는 그림을 잘그리는 테치. 유튜브에 올리면 백만 조회수는 확정인 테치~''

 

''와타치를 데려가면 매일 맛있는 우지챠 고기를 낳아 대접하는 테치~ 식비 절감인 테츄웅~''

 

하지만 모두 학생의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가 애완동물에게 원하는 것은 이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 자신을 전혀 어필하지 않는 자실장이 한마리 눈에 들어온다. 바로 차녀이다.

 

녀석은 장녀와 헤어질 생각에 슬퍼 다른 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너... 왜 그러니?''

 

''오네챠랑 헤어지는 게 슬픈 테치. 와타치는 오네챠랑 있으면 그걸로 행복한데, 오네챠는 와타치 따위 관심도 없는 테치.''

 

욕심도 없고 순수하다. 학생은 갑자기 차녀에게 마음이 쏠린다.

 

''너 나랑 같이 갈래?''

 

''테에? 사육인 테치?''

 

''응. 넌 나의 사육실장이야. 너로 정했어.''

 

''하지만...오네챠랑은 함께하지 못하는 테치...''

 

선택 받았다는 사실에 기쁘지만, 장녀와 헤어질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한 차녀.

 

''테프픗. 분충이 가난뱅이에게 팔려간 테치. 세레브 따위 꿈도 못 꿀 거인 테프픗.''

 

초라한 복장의 학생에게 팔려간 차녀를 비웃는 장녀. 선생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녀석은 분충기를 숨기지 않는다.

 

''선생님. 결정하셨습니까?''

 

차녀에 대한 금액을 지불한 학생이 선생에게 다가온다.

 

''정했네. 역시 이 녀석밖에 없겠어.''

 

선생이 장녀를 선택했다.

 

''테프픗. 탁월한 선택인 테치.''

 

선생이 카운터에 5천원짜리 지폐를 건네고 가게에서 나온다. 학생도 따라 나온다.

 

''선생님. 전에 말씀드렸던 '물건'은 언제 가지러 가면 될까요?''

 

''하하. 걱정하지 말게. 모든 '소재'가 갖춰졌으니 일주일이면 될 거야. 다 되면 연락하겠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두 사람은 서로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차녀와 장녀는 점점 멀어지는 서로를 바라본다.

 

''오네챠...안녕인 테치.''

 

''지겨운 녀석을 더이상 안 봐도 되서 더 기분 좋은 테치!''

 

 

@@@

 

''네 이름은 '해피'야. 앞으로 네가 이름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어.''

 

''세레브한 이름, 감사한 테치. 주인사마를 실망시키지 않는 테치.''

 

주인에게 감사를 표하는 차녀, 해피.

 

''그럼 나는 공연준비 해야 하니, 방에서 혼자 놀고 있어. 해피.''

 

''하잇테치!''

 

해피를 구매한 학생은 사실 유명한 악기 연주자였다. 초라한 차림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한 위장이었다. 

실제로는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명품으로 도배를 하는 게 취미인 청년 갑부인 것이다.

 

그런 학생에게 팔린 해피는 도착하자마자 아로마 욕탕에서 목욕한 후, 세레브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자신이 있는 방에는 고급 장난감도, 맛있는 간식도 넘쳐난다.

 

꿈같은 실생이 펼쳐진 것이다.

 

''세레브해진 테치. 하지만... 오네챠도 보고싶은 테치.''

 

 

@@@

 

선생에게 팔린 장녀. 그들도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럼 지금부터 부지런히 작업을 시작해 볼까?''

 

선새은 장녀를 들고 지하 작업장으로 내려간다.

 

''어이! 오마에! 늙은 닝겐! 당장 세레브한 침대로 안내하지 못하는 테치! 무례한 테치!''

 

다채롭게 자신의 분충성을 선보이는 장녀. 하지만 선생은 철저히 무시한다. 지하 작업장의 문을 열자 그 안에서 음산한 바람이 새어나온다.

 

''텟?''

 

거기 있는 것은 수 많은 동족들이 죽은 채 기둥에 묶여있는 것이었다. 전부 가죽이 벗겨진 채 시뻘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뭐인 테치?''

 

''참미센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제공하던 아이들이다. 지금은 죽었지만 말이야.''

 

샤미센은 고양이의 가죽으로 만드는 악기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성장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 '참미센'.

 

성장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적고, 학대되기 위해 판매되는 분충을 활용하면 윤리적 문제도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위석처리를 해두면 녀석들의 피부는 재생하기 때문에 가성비가 훨씬 좋은 것이다.

 

''우리 '참미센' 장인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참미센은 사용하는 가죽의 참피가 분충이면 분충일수록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 하더구나.''

 

''살아서는 추하기 그지없는 녀석들이 죽어서 그런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니, 모순적이지 않느냐?''

 

선생은 일부러 장녀를 공포에 떨게 만든다. 실장석의 근육을 경직시켜두면 벗길 때 편하기 때문이다.

 

''텟...테텟... 아쉽게 된 테치... 와타치는 분충이 아니라서... 똥 같은 소리가 날 것인 테치...''

 

수조 안에서 뒷걸음질 치는 장녀. 하지만 그 안에서 숨거나 도망칠 장소는 없다.

 

''너의 소리를 들려주렴!''

 

''테갸아아아아아아!!!!''

 

 

@@@

 

일주일 후,

 

''아니, 선생님. 직접 오실 필요는 없었는데요. 말씀만 해주시면 제가 찾으러 갔을 텐데요.''

 

''하하. 내가 워낙 성격인 급해서 말이야. 게다가 자네가 직접 연주하는 것도 듣고 싶고 말이야.''

 

선생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상자를 학생에게 건넨다. 그 안에는 현악기, 참미센이 들어있다.

 

학생은 조심스러운 손으로 참미센을 꺼내 손에 든다. 그리고 가죽으로 만들어진 현을 켠다.

 

테엥~ 테엥~ 테엥~

 

''텟? 오네챠?''

 

방 안에 있던 해피가 소리에 반응한다.

 

''소리 좋은데요? 지금까지 잡아본 참미센 중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하하. 소재가 좋으니 그런 거겠지.''

 

''어? 해피. 너도 내 연주를 들으려고 온 거야?''

 

해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주인의 곁에 다가온다. 주인은 해피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왠지 오네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테치. 그리운 기분인 테치~''

 

''넌 정말 언니바라기 구나~''

 

학생은 웃으면서 다시 참미센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능숙한 연주에 선생은 박수로 화답한다.

 

해피는 학생의 연주를 들으며 기분좋게 웃는다.

 

''왠지 오네챠랑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은 테치~''

 

사육으로 키워질 차녀와 악기로 보관될 장녀. 비록 원하던 형태는 아니지만, 자매는 같은 공간에서 서로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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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Zergling01 | 작성시간 22.03.17 좋은작품인테치
  • 작성자뱀왕님 | 작성시간 22.03.17 분충으로 태어나 아름다운 악기가 된 장녀 대단한뎃승..
  • 작성자토시아키형귀화하면이름(도상기)됨 | 작성시간 22.03.30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분충은 죽어서 가죽(악기)을 남기는 테치..그런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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