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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크립트/ 단편

스포일러

작성자Doosam|작성시간22.03.30|조회수871 목록 댓글 1

 

 

1.


''현장은 밀실인 데스. 피해자실장은 운치굴에서 죽은 데스. 사건은 미궁에 빠진 데스.''


형사실장이 머리를 긁으며 한숨을 내쉰다. 그때,


''그건 와타치가 없을 때 이야기인 테치!''


''레후!''


형사실장들 앞에 등장한 명탐정 실록과 조수 우지슨. 그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설마, 오마에들 이 사건의 비밀을 밝힌 데스까?''


끄덕. 자실장은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은 녀석의 행동에 근거를 더해준다.


''이번 사건은 굉장히 기묘했던 테치. 하지만 역발상의 역발상을 한 끝에 진실을 밝혀낸 테치!''


실록은 용의자들 중 한 마리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 끝에 있는 것은...


다음 화에 계속...


@@@


''테챠아아아!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리는 테챠아!''


''아! 깜짝이야! 소리 좀 지르지 마!''


드라마에 몰입하던 사육실장 녹구가 괴성을 지른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주인.


실장석용 드라마, <명탐정 실록>은 현재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인기 드라마이다. 


사육실장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퀄리티나 스토리가 상당해서 사육주도 같이 즐겨본다고 한다. 


특히, 이번 시즌은 최종시즌으로 흑막 '머리아티'와 주인공 일행의 최후의 결투를 앞두고 있어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인사마! 어서 다음화를 보는 테치! 범인이 누구인지 너무 기대되는 테치!''


조인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녹구. 하지만 주인은 단호하다.


''아니, 하루에 한편이라고 약속했잖아. 티비 너무 많이 보면 분충이 된다고.''


그렇게 말하는 주인은 퇴근 이후 몇시간째 폰만 만지고 있다. 녹구는 볼에 바람을 넣고 화난 표정을 짓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주인.


''다른 집 실장은 벌써 파이널 시즌까지 봤는데, 와타치만 아직도 시즌2를 보고 있는 테치! 자꾸 이러면 와타치만 시대에 뒤쳐지는 테치!''


가슴을 치며 답답해하는 녹구. 하지만 주인은,


''내 알바 아님ㅋ''


라고 하고는 티비를 꺼버린다.



2.


''...그러는 테치! 주인사마는 너무한 테치!''


이곳은 실장보육원. 출근한 사육주들을 위해 사육실장을 대신 보호해주는 전문시설이다.


녹구는 자신과 친한 다른 집 사육실장인 잔디와 자기 주인의 뒷담화를 하고 있다.


''너무한 테치! 하루에 한편이라니, 녹구챠의 주인사마는 너무나도 보수적인 테치! 와타치는 시즌3까지 봤는데 이것도 다른 실장에 비하면 한참 늦은 거인 테치!''


공감해주는 척 하면서 은근 기만질하는 잔디. 녹구는 씩씩거린다.


''...그러면 녹구챠. 호수 공원편은 본 테치카?''


잔디는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텟? 그건 또 무슨 에피소드인 테치? 잔디챠''


''골판지 밀실 사건의 범인인 엄지가 공원으로 도망친 걸 잡으러 가는 에피소드인 테치.''


''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는 녹구. 자신이 스포일러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오마에! 아직 거긴 못받는데 감히 스포를 하는 테샤!''


''미안한 테치~ 녹구챠. 설마 그렇게 많이 뒤쳐졌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테치~''


잔디는 입꼬리를 올리며 '테프픗'이라고 조용히 웃는다. 녹구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키사마! 일부러 스포한 테치!'


분노에 치를 떠는 녹구. 하지만 폭력은 답이 아니다.


'분명 시즌3까지 봤다고 한 테치. 그럼 와타치가 먼저 시즌4까지 보고 스포로 복수하는 테치!'


그렇게 녹구는 복수를 다짐하며 우레탄 주먹을 꽉 쥔다.



3.


보육원에서 돌아온 녹구. 녀석은 가장 먼저 티비로 달려든다.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 쉬지 않고 보면 시즌4까지 볼 수 있는 테치!''


''당연히 안 되지. 하루에 한 편, 약속했잖아?''


녹구의 계획을 단숨에 무너뜨려버리는 주인. 녹구는 세상 불쌍한 눈빛으로 주인을 올려본다.


''주인사마, 스포일러 당하는 와타치가 불쌍하지도 않은 테치? 부탁이니 제발 시즌4까지만 보게 해주는 테츄웅~''


그러자 주인은,


''너! 감히 아양을 떨어? 용서할 수 없다! 오늘 저녁은 밥빼기야! 드라마도 못 볼 줄 알아!''


녹구에게 청천벽력 같은 벌을 내리는 주인.


''테갸아앍! 밥은 안 먹어도 되지만 드라마 만큼은 용서해주는 테치!''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자빠진 녹구. 하지만 주인은 단호하게 뒤돌아선다.



4.


늦은 밤.


녹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똥주인은 잠에 든 테치. 지금이 기회인 테치!''


주인이 잠든 틈에 드라마를 보기로 한 녹구는 '테프픗'거리며 웃음을 짓는다.


녹구는 주인의 충전 중인 폰에 접근한다. 잠금을 푼 뒤, 스트리밍 앱을 켜고는 '명탐정 실록'의 포스터를 누른다.


''...근데 시즌3가 뭐인 테치?''


녹구는 글자를 읽을 줄 모른다. 숫자도 셀 줄 모른다. 당황한 녹구는 아무 화면이나 눌러본다.


익숙한 노래와 함께 드라마가 시작하자 일단 몰입하는 녹구.


-...명탐정 실록, 지난 이야기... 분충 엄지에게 습격을 받고 위기에 처한 조수 우지슨...-


''텟?''


녹구는 숫자를 셀 줄 모른다. 자신이 보던 에피소드의 회차도 숫자로 되어있다.


녹구는 자신이 보던 에피소드에서 한참  뒤의 에피소드를 재생한 것이다.


''테갸아아아아!''


원치않는 스포를 당해버린 녹구.


서둘러 화면을 난타하지만 뜻처럼 되지 않는다.


-...지난 이야기, 죽은 우지슨의 복수를 위해 보검을 겨누는 실록. 과연 그녀는 선을 넘을 것인가...-


오히려 더 뒤의 에피소드를 재생해버리는 녹구.


-...명탐정 실록, 파이널 시즌. 지난 이야기...-


''왜 똥폰씨는 와타치의 말을 안듣는 테샤! 스포는 멈추고 원래 보던 곳으로 돌아가는 테츄웅~! 테츄웅~!''


눈물을 흘리며 폰에게 아첨을 하는 녹구.


그때, 한가지 기적이 일어난다. 


녹구가 화면을 난타하던 도중, 음성 인식 기능을 작동시킨 것이다.


-하이 박스비-라고 하시면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텟? 하이 박스비챠.''


영문도 모른채 일단 시키는 대로 하는 녹구.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명탐정 실록 와타치가 보던 곳 틀어주는 테치~''


-명탐정 실록 관련 검색을 시작합니다.-


음성 인식 기능은 검색을 통해 '명탐정 실록'과 관련된 자료를 화면에 띄운다. 하지만 화면은 녹구가 읽을 줄 모르는 글자 투성이이다.


''텟? 와타치는 글자 못 보는 테츄. 읽어주는 테치.''


-명탐정 실록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숙적과의 전투 도중...-.


음성 인식 기능은 검색 결과의 가장 위에 있는 기사를 읽기 시작한다. 당연히 스포일러, 그것도 파이널 시즌에 대한 스포일러이다.


''테갸아아! 그만 읽는 테치!''


-...결국 주인공은 목숨을 잃고...''


''테?''


작품 최대의 스포일러를 해버린 박스비. 녹구는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테? 테?''


한참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던 녹구의 빈약한 뇌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마침내 녹구의 뇌와 위석은 지금의 상황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파킨~!


-...사망하고 만다.-



5.


다음날 남자는 경악한다.


''내 데이터!''


녹구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폰을 마구잡이로 터치했고, 실수로 와이파이를 꺼버린 것이다.


데이터를 전부 써버린 남자는 절망에 빠져, 그 옆에 있던 녹구의 시체는 관심도 주지 않았다.


@@@


''테프픗. 오늘도 녹구챠한테 잔뜩 스포일러하는 테치~''


보육원에 도착한 잔디. 녀석은 오늘도 녹구를 놀릴 생각에 잔뜩 신이 나 있다.


하지만 이미 죽은 녹구가 보육원에 올 리 없었다.


''녹구챠의 멍청한 얼굴이 보고 싶었는데, 하는 수 없는 테치.''


다른 실장에게 스포일러를 하기로 다짐한 잔디.


마침 저기에 '명탐정 실록' 이야기를 하는 사육실장이 있다.


''오마에~ 호수 공원 에피소드 본 테치?''


''아, 그 우지슨 죽는 에피소드 말인 테치?''


''테?''


스포하려다가 역으로 스포당한 잔디. 


다른 실장을 놀릴 생각에 한참 올려졌다가 갑자기 내리기 당한 잔디는 큰 충격을 받고,


파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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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jisr | 작성시간 22.04.01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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