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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크립트/ 단편

탁아를 망치는 3가지 경우

작성자나나팔|작성시간22.03.30|조회수1,838 목록 댓글 3

여기, 건물 사이에서 숨어있는 실장일가가 있다.

 

친실장, 자실장 셋과 구더기 하나.

 

이 일가는 한 들실장의 침입으로 집과 보존식을 뺏긴 상태여서, 최후의 방법으로 '탁아'를 선택했다.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이 친실장은 자신의 전 전 장녀와 차녀를 양충으로 길러내 탁아하여 사육실장으로 만든,

특이한 친실장이었다.

 

예의바르고 귀엽게 키워낸 이 자들로 탁아한 뒤, 자신 또한 최대한 예의있게 집에서 지내도 될 지를 요청할 생각이었다.

 

"잘 듣는데스. 지금부터 자들은 탁아될 것인데스. 마마가 알려준건 다들 기억하는데스?"

 

"닝겐상의 음식을 먹지 않는테치!

닝겐상에게 공손하게 인사하는테치!

오만한 분충 발언을 하지 않는테치!" 

 

"잘 기억하고 있는데스. 닌겐상을 메로메로시킨다던가 하는 생각도 하지 마는데스."

 

친실장은 자들에게 단단히 일러둔 뒤 최적의 타이밍을 위한 대기를 시작한다.

 

친실장은 오랜 들생활로 쌓인 짬으로 인간의 얼굴과 옷차림을 보고 어떤 인간인지 대강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안경을 쓰고... 단정한 옷차림에... 인자해보이는 인상인 데스... 조금 늙은 닌겐인 데스...

예의바르고 말을 잘 들어주는 장녀라면 가능할 것인 데스..."

 

라며 친실장은 장녀를 들어 남자의 봉투 속에 던져넣는다.

 

다음 사람이 온다.

 

"예쁘고 세레브한 여자닌겐인데스... 몸에 걸친 것들도 비싸보이는 물건인데스...

상대방에게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차녀라면 분명 좋은 말동무가 될 것인데스..."

 

친실장은 차녀를 들어 여자의 가방에 조용히 던져 넣었다.

 

그 다음 사람이 온다.

 

"똑똑해 보이고... 적당한 몸매의 남자닌겐데스... 저 안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분명 실장용 햄버그가 분명한데스...

다른 동족상들에게도 예쁨받은 삼녀라면 분명 같이 지낼 수 있을 것인데스..."

 

마침내 삼녀까지의 탁아를 마친 친실장.

 

그러던 중 발밑의 구더기를 본다.

 

"레후우!! 마마 몇번을 불러도 못 보는레후?!! 우지챠도 해주는레후!!"

 

'같은 자라서 데리고 나오긴 했지만 이런 우지챠 따위 귀여워 해줄 닌겐은 없는데스... 

다음 닌겐에게 그냥 넘겨버리는 데스...'

 

다음 사람...? 이 ... 왔...다...?

 

친실장은 매우 놀랐다.

 

평소 보는 닌겐들 보다도 훨씬 크고, 거대한 덩치.

 

비닐봉투가 사탕 껍데기로 보일 정도로 크고 투박한 손.

 

여기저기 나있는 상처.

 

"저거 닌겐은 맞는데스...? 어쩔 수 없는데스. 결심했으니 가는데스!!"

 

우지챠도 탁아했다.

 

"이제 장녀, 차녀, 삼녀가 간 집으로 가보는데스."

 

결과적으로 자실장 셋은 모두 양충이다.

 

옷이 조금 꾀죄죄한거만 빼면 A급 사육실장은 되었을 녀석들.

 

탁아당한 세명 모두 학대파는 아니었지만, 불운이 한꺼번에 닥쳐왔다.

 

먼저, 장녀를 탁아당한 늙은 사람.

 

이 사람은 25년간 교직을 맡은 과학 선생이다.

 

인자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동물들을 귀여워해주는 남자.

 

그는 집에 가고 있었다.

 

다음날 학교 실험에 쓸 '드라이아이스 1kg'를 봉투에 담아두고.

 

"테끄으으읏... 테츠으으읏... 추운테치... 따가운테치... 마마가 보이는...?? 마마는 아직 살아있는테..."

 

파킨

 

장녀는 준비해뒀던 미소도 보여주지 못한채 싸늘하게 죽었다.

 

두번째로 차녀를 탁아당한 여성.

 

이 여성은 모델이었다.

 

대형 의류업체의 전속 모델.

 

인성도 외모도 빠지지 않는 그야말로 팔방미인.

 

하지만 여성은 실장석이라는 족속을 극도로 혐오했다.

 

자신이 소위 말하는 애호파인줄 알고 자신의 집 앞에 사육실장을 유기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실장석이라면 분충이든 양충이든 고깃덩이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차녀는 경멸의 눈빛을 받으며 한줌의 고기 완자가 되었다.

 

"안녕하신테뺫"

 

"으 씨발 또야? 친실장 오면 죽여버릴거야..."

 

삼녀를 탁아했던 남자는 애호파였다.

 

자실장을 데려와 잘 키워주고 있었고, 평소에도 들실장을 가끔 데려와 자신의 사육실장과 놀게 해주었다.

 

"테치! 닌겐상 안녕하신 테...테에...?"

 

"테치칫"

 

남자가 키우는건 마라 자실장이었다.

 

마지막으로 구더기가 탁아된 남자.

 

눈치챈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이 남자는 <극상의 프니프니> 편에 나온 '전나세'다.

 

자신의 친구와 간단한 스파링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중에 탁아를 당한 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힘이 너무 강해 사람조차 무서워했는데 우지챠라면 더 힘들거 같아 

자신의 수조에서 다른 사육실장들과 함께 우지챠를 기르기로 했다.

 

장녀의 냄새를 쫓아 아파트 3층에 도착한 친실장.

 

"데스으! 닌겐상!"

 

온화해보이는 인상의 여성이 나온다.

 

"어머? 들실장? 여긴 어쩐 일이니?"

 

그 여자는 남자의 부인이었다.

 

"사실대로 얘기해드리겠는데스.

사실 아까의 남자닌겐상께 와타시의 장녀를 탁아했던데스.

분명 예의바르게 키워낸 자인데스. 하지만 탁아한건 죄송한데스."

 

하지만 여자는 정말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탁아라니?... 그런 말 안했는데..."

 

"뭔 일이오? 누구 왔소?"

 

편한 차림으로 갈아입은 아까의 남성이 나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친실장.

 

남성은 얼굴이 싹 굳는다.

 

"그러니까... 아까의 그 봉투...?"

 

"데... 그런데스."

 

남자는 허겁지겁 냉동실에서 아까의 봉투를 뒤적인다.

 

이미 싸늘하게 굳어 조각상처럼 변한 장녀 자실장이 있었다.

 

남자는 집게로 장녀를 들어 친실장에게 보여준다.

 

"미안, 하구나...."

 

"괜찮은데스... 이런 일도 있을법했던 데스. 탁아한 와타시가 더 잘못한데스..."

 

남자는 사죄의 의미로 콘페이토 한묶음을 주고 돌려보냈다.

 

모델 여성의 집에 도착한 친실장.

 

하지만 멀리서도 느껴지는 냄새, 죽음의 냄새.

 

차녀의 피냄새를 맡고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삼녀 쪽의 냄새를 쫓아갔다.

 

"마지막인데스... 이번에는 제발..."

 

"뭐? 자실장? 아아~ 푸코! 데리고 나오렴."

 

푸코라는 이름을 듣고 자실장을 기르는게 확실하고, '가져와라'가 아닌 '데려와라'고 한 것에서 딱히 화나지 않았다는걸 알게 된 친실장.

 

친실장은 화색이 된다.

 

하지만 친실장에 눈에 보인건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총구에서부터 입까지 뚫린 채로,

이빨이 모두 빠져버린채로 마라에 끼워져있는 삼녀.

 

언제나 귀엽게 웃고 상냥하게 행동하던 삼녀가, 양 눈을 녹색으로 물들인채 자신을 바라본다.

 

들릴리 없는 삼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푸코, 어때? 얘도 쓸래?"

 

"와타치는 저런 성체실장 따위 눈에 안차는테치. 그보다 이 자실장 좋은테치~ 오래오래 써주고 싶은테치-!"

 

"하하, 그렇게 됐다니까. 자는 또 낳아라. 안녕~"

 

친실장은 모든것을 잃은 표정으로 넋이 나간듯 걷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잡힌, 구더기의 냄새를 따라.

 

거기에는 이전까지와는 비교도 안되는 충격적인 광경이 있었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거라 생각해 아무렇게나 탁아한 구더기가, 저렇게 다른 동족들과 간식을 나눠먹으며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

 

남자는 저실장을 꽤나 마음에 들어한듯 했지만, 친실장은 자신은 마마의 자격이 없다며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최후의 최후의 방법.

 

자신을 탁아하자.

 

"닌겐상! 와타시를 데려가주시면 안되는데스?! 와타시는 밥도 음식물잔반만 먹어서 도움되고, 집안일도 도울 수 있는데스!"

 

그러나 돌아오는 매몰찬 대답들.

 

"우리 집은 실장인 있다."

 

"집에 흑발실장이 있어서 말야... 미안."

 

"난 가능성이 있는 실장석만 키워본단다. 미안하구나."

 

포기하려던 찰나.

 

한 남자가 승낙했다.

 

"그래, 우리 집에 와라."

 

"감사한데스! 감사한데스!"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남자에게 들려져 데려가지는 친실장.

 

다음날 유튜브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자신을 탁아하는 들실장에게 자를 낳게 하고 먹여봤습니다!>

조회수 : 140만

채널명 : 세준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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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테챠아아아아! | 작성시간 22.03.31 이 자의 스크는 엔딩이 확실해서 좋은데스.
  • 작성자실화석 | 작성시간 22.04.14 아니 왜 집에 흑발실장이...;;;;
  • 답댓글 작성자나나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5.10 아 저거... 실갤에 올린 다른 스크에서 나온 내용인데 이 세계관에선 흑발은 직스로 나오는게 아니라 변종으로 생기는거임. 저 남자는 흑발 양충실장 두마리 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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