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
공원에 생명이 싹을 트는 계절.
''텟테레~''
태어나는 생명 중에는 실장석도 포함되어 있다.
다른 때라면 솎아내기 등으로 개체수가 어느정도 조절되겠지만 봄은 다르다. 험한 겨울을 이겨낸 녀석들은 쓸데없이 자에 대한 애정이 늘어서 생존을 위협하는 분충도 잘 솎아내지 못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공원은 운치와 운치만도 못한 분충으로 만연하게 된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원에서 '햣하'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고 효율도 떨어진다.
'실장석 서바이벌 콜로니'는 그런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방식의 구제업체이다.
따르릉~
''네. J.S.C입니다. 노루공원에 분충이 많다고요? 이번주 내로 일정짜서 방문하겠습니다.''
2.
공원에 몇 대의 트럭이 들어온다. 트럭의 옆 면에는 커다란 텔레비전이 붙어있다.
J.S.C의 직원이 확성기를 들고 트럭 앞에 나타난다.
''자, 공원의 실장석들~ 너희들에게 아주 좋은 정보가 있다. 모두 모여보렴~''
경계심이 많은 공원의 실장석들은 인간이 있는 트럭 앞으로 나오질 않는다. 인간은 헛웃음을 지으며 트럭 안으로 들어간다. 인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슬금슬금 나타나는 들실장들.
들실장이 모이자 트럭의 화면에서 영상이 재생된다.
-실장 서바이벌 콜로니! 살아남는 자에게 영광을!-
''뎃?''
영상 속에서는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실장석들의 모습이 재생된다. 화려한 영상 편집으로 긴장감이 넘치는 상황이 연출된다. 트럭 앞에 모인 실장석들은 어느새 영상에 몰두하고 있다.
-살아남은 와타시의 승리인 데스!-
-승리한 전사에게 주어지는 포인트! 이 포인트로 콘테이토, 스시, 스테이크를 사먹을 수 있다!-
''마마! 와타치도 콘테이토 먹고 싶은 테치!''
역시 이 세가지 음식은 실장석에게 있어 치트키이다. 이걸 거부할 실장석은 세상에 없다.
승리한 실장석은 단순히 음식 뿐만 아니라 장난감, 드레스, 궁궐까지 받을 수 있다. 사육실장 이상의 사치를 누리는 것이다.
-모든 영광은 승자에게! 실장 서바이벌 콜로니!-
영상이 끝나자 흥분한 실장석들이 난리를 친다.
''와타시도 가고 싶은 데스!''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 데스?''
J.S.C직원이 다시 트럭에서 나온다.
''자, '실장 서바이벌 콜로니'에 참가하고 싶은 실장은 손을 들고 트럭에 타렴.''
트럭의 문이 열리자 수많은 실장석들이 손을 들고 트럭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트럭 안.
J.S.C 직원은 트럭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다.
''신중하게 결정하렴. 한번 들어가면 두번 다시 밖으로는 못나오니 말이야.''
''됐으니까 빨리 출발이나 하는 데스!''
직원은 웃으며 트럭의 문을 닫는다.
3.
J.S.C는 구제업체이다. 다만 실장석에게 어떤 폭력도 휘두르지 않는다. 그저 영상을 틀어주고 스스로 트럭에 타게 만들 뿐이다. 트럭을 운전할 직원만 있으면 되는 아주 효율적인 방식이다.
트럭에 타는 녀석들은 대부분 분충이다.
자신이 패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녀석.
행복회로 굴리는 녀석.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실장이나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녀석.
등등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녀석들이다. 트럭에 타지 않은 녀석들은 비교적 양충이니 남겨둬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공원 실장석의 90%가 탑승을 했으니 나름 성공적인 구제라고 할 수 있다.
''자, 여기가 '실장 서바이벌 콜로니'다.''
트럭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4.
''규친은 간단하다. 쓰러뜨린 실장석의 위석을 들고오면 포인트랑 바꿔준다.''
''저실장 1점, 엄지실장 2점, 자실장 3점, 성체실장 5점으로 바꿔준다.''
''서로의 점수를 건 막고라 배틀도 가능하다.''
친절하게 규칙을 설명해주는 직원. 하지만 분충들은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데샤아! 어서 이 문이나 여는 데스! 똥닝겐!''
의욕의 넘치는 녀석들. 직원은 한숨을 쉬며 트럭의 문을 연다.
콜로니는 일반 공원보다 넓고 다양한 에리어로 구성되어 있다. 매일 전투가 벌어지는 곳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경치이다.
''데프픗! 콜로니는 세레브한 와타시를 반기는 데스!''
콜로니에 도착하자마자 소리를 지르는 실장석. 그 소리에 이끌리는 다른 실장석들.
''신입인 데스?''
''신입인 데스?''
새로 들어온 녀석들을 둘러싸는 배테랑 실장석들. 마치 새끼 토끼를 발견한 늑대 같은 눈빛이다. 이곳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신입 사냥'이다.
''데갸아! 와타시는 아직 준비가 안 된 데스! 시작이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는 데스!''
''이 지옥에 그런 규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데스? 무슨 게임이라도 하는 줄 아는 데스?''
배테랑 실장석들은 신입 한마리를 린치한다. 서로 협력하는 게 효율이 좋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신입 사냥을 하는 것이다.
이곳 콜로니에서 신입으로 들어오는 녀석 중 40%는 들어온 당일 사냥당하고, 50%는 일주일 이내에 적응 못하고 죽는다.
그리고 살아남는 10%는 지들끼리 싸우거나 다음에 들어올 신입을 사냥한다.
5.
''데프픗. 오마에들이 서로 싸우는 동안 와타시는 새로운 생존방식을 찾아낸 데스!''
이 공원의 실장석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다. 지금 보이는 이 녀석도 그런 녀석 중 하나이다.
''적당히 약한 분충을 자판기로 만들어 운치를 먹이고 자를 낳게 하는 데스! 그리고 그 자들의 위석을 포인트로 교환하는 데스! 이게 바로 무상의 포인트 작전인 데스!''
분충치고는 제법 머리를 굴린 편이다. 실장 한마리 사냥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더 많은 포인트를 벌 수 있다.
하지만 '실장 서바이벌 콜로니'는 그런 생존방식을 부정한다.
''오마에! 막고라 배틀을 신청하는 데스!''
''뎃?''
한 실장이 녀석에게 승부를 신청한다. 서로의 포인트 전부와 목숨을 걸고 하는 단판 승부.
''지랄마는 데스! 와타시는 90포인트나 있지만, 오마에는 고작 7포인트밖에 없는 데스! 와타시가 손해이지 않은 데스까?''
등을 보이고 도망가려는 녀석. 하지만 이미 늦었다.
''막고라 배틀은 거부할 수 없는 데스. 그게 이 콜로니의 규칙인 데스!''
제아무리 불공평하더라도, 제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더라도 걸어오는 싸움은 거부할 수 없다. 이게 이 콜로니의 규칙.
''실장펀치! 와타시의 승리인 데스!''
다행히 녀석은 승부에서 이겼다. 간발의 차이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녀석은 상대의 위석을 부순다.
파킨!
''상대의 점수 7점에 위석 점수 5점까지 획득. 총 점수 102점!''
''해낸 데스! 와타시가 이긴 데스!''
기뻐하는 녀석. 하지만,
''오마에 102점이나 있는 데스? 그럼 막고라 배틀을 신청하는 데스!''
''데갸아아!''
쓸데없이 많은 포인트를 지닌 녀석은 타깃이 된다. 영원히 그 포인트를 지켜낼 수 있는 녀석은 거의 없다.
6.
연이은 전투로 인해 부상이 축적된 실장석 한마리가 거리에 쓰러져 있다. 뼈가 부러지고, 배에는 깊은 상처를 입었으며 눈은 점점 회색으로 물들어지지 시작한다.
녀석이 모은 포인트는 400점.
''닝...닝겐상... 이 포인트를 쓰는 데스.''
녀석은 직원에게 손을 내민다.
''좋아. 원하는 걸 골라보렴.''
직원은 메뉴판을 읽어준다.
아무 영양가도 없는 콘테이토 1개 50p
스시 1개 150p
스테이크 1개 300p
세레브 드레스 1벌 1000p
실장 활성제 1병 500p
부상 치료 수술 1회 2000p
실장용 궁궐 한채 3000p
부활 1회 5000p
''데...데뎃...지금 치료를 받지... 않으면 와타시는 죽는 데스! 하지만 포인트가 부족한 데...뎃...''
활성제를 사고 싶어도 포인트가 부족하다. 여기서 더 많은 포인트를 모으는 것도 불가능하다. 녀석의 몸은 이미 한계이니.
녀석은 잠깐 고민한다.
''데프픗.''
그러더니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스테이크 하나랑 콘테이토 2개를 사는 데스.''
인간은 녀석에게 상품을 건넨다. 녀석은 실장석 80마리 분량의 생명을 1분 만에 전부 먹어버린다.
이제 녀석에게 포인트는 없다. 싸늘하게 죽어갈 뿐이다. 볼일이 없어진 직원은 돌아서 갈길을 가려한다.
그때,
''닝겐상! 잠깐만 와타시를 보는 데스!''
직원이 뒤돌아보자 그곳에는,
''데스웅~ 특별히 와타시의 몸을 허락하는 데스웅~ 질펀하게 놀고 싶으면 와타시를 먼저 치료하는 데스웅~''
''...''
직원은 한숨을 쉬며 뒤돌아 선다.
''오마에! 눈이 고장난 데스까? 이토록 매력적인 와타시가 특별히 와이프가 되어준다고 하지 않는 데스까! 돌아오는 데스! 돌아오는...''
파킨!
녀석은 결국 힘을 다하고 죽었다. 마지막 남은 힘을 행복회로 돌리는 데 전부 써버린 것이다. 가장 추하고 한심하게 죽어버린 셈이다.
7.
''실장권법! 제 1식! 쿠이쿠이!''
''제법인 데스! 그럼 와타시도 진심을 발휘하는 데스!''
두 실장석이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 싸움을 인간이 촬영하고 있다.
인간 시점에서 보면 애들 장난 수준이지만, 특수 촬영 기술과 편집의 힘이 더해지면 나름 괜찮은 수준이 영상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인터넷에서 월 1000원만 내면 볼 수 있다. 학대파들에게 나름 인기있는 컨테츠이다.
그리고 '실장 서바이벌 콜로니'의 긍정적인 모습만 편집한 영상. 이건 다른 분충들을 끌어들일 미끼가 될 것이다.
''실장권법 오의! 데샤뵷!''
''데갸아! 파킨!''
두 분충 사이의 싸움에 결착이 지어졌다. 한마리의 분충은 쓰러졌고 살아남은 녀석은 포인트를 획득한다.
''승리한 데스! 1000점을 모은 데스!''
녀석은 그 포인트를 모으기까지 약 1년 정도가 걸렸다. 인간으로 치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자, 필요한 게 있으면 골라보렴.''
남자는 메뉴판을 읽어준다. 그리고 실장석은 절망한다.
''와타시, 노력한 데스. 이 점수를 모으기 위해 노력한 데스. 근데 한순간에 없어지는 데스? 와타시의 노력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데스?''
녀석의 눈이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육체적 부상 탓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데미지가 더 클 것이다.
''돌아가고 싶은 데스. 와타시가 태어난 공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데스.''
''흠, 원래는 안 보여주는 건데 1000점을 모으는 녀석은 거의 없으니 특별히 보여줄게.''
남자가 메뉴판 속 숨겨져 있던 상품을 보여준다.
금의환향 1회 10000p
''뎃? 0이 몇개인 데스?''
''지금까지 했던 것의 10배만 하면 돼! 그럼 원래 있던 공원으로 돌려보내 줄게. 간단하지?''
''...''
파킨!
''어이쿠~ 죽어버렸네~''
J.S.C는 구제업체이다. 그들은 실장석들을 유인하고 그들끼리 싸우게 만들어 숫자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얼핏 겉으로 보기에는 공평해보이지만 실상은 잔인하고 부조리하다.
승자없이 패배자만 존재하는 곳.
오늘도 수많은 실장석들이 트럭이 보여주는 영상에 홀려 '실장 서바이벌 콜로니'에 오고 있다.
그들의 내일은 확정된 어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