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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크립트/ 단편

복수

작성자chucky|작성시간22.07.10|조회수1,191 목록 댓글 2

 

아, 이런. xx. 이 인간 또 여기에다 차 대놓았네.

 

오늘도 어김없이 떡하니 주차되어 있는 차를 보고 욕지기가 절로 나왔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이 다니는 길에 굳이 이렇게 차를 대둬야겠나.

 

듣자하니 옆 동의 뚱뚱하고 못생긴 아줌마 소행이란다. 경비실과 이웃 사람들이 몇 번 경고를 주었지만 무시로 일관하고 있단다. 

 

올라오는 짜증에 인상을 구기며 본래 집 밖을 나온 목적대로 편의점으로 향했다. 맥주 몇 캔을 사 들고 달랑달랑 들고 오는데 친실장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제 딴에는 안 쳐다본다고 하지만 눈동자 굴리는 게 너무 여실히 잘 보인다. 게다가 손에 든 자실장도 몸에 힘이 빡 들어가있다. 이거 분명히 탁아지?

 

어떻게 혼내줘야 할까 수 초간 고민하다 갑작스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급히 편의점으로 달려가 봉투 하나를 더 달라고 한 뒤 나와 휴대폰 린갈을 켜고 친실장에게 다가갔다. 

 

"야, 너 탁아하려는거지?"

 

갑작스레 정곡을 찔려서인지 친실장은 데, 데, 하는 소리를 낸다. 

 

[탁아 아닌데스우. 그저 와타시의 자와 함께 산책하는 중이였던 데스우.]

 

"됐고 여기다 니 자 넣어라. 너도 입 덜려고 하는 짓일 것 아니야. 니 새끼 털끝하나 다치게 안 할 테니까 그냥 줘 봐."

 

[닌겐상, 와타시를 기르는 테츄우~?]

[삼녀짱, 잠깐 기다려보는데스우. 와타시 잠시 생각을 해보는데스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주저하는 녀석에게 주머니에 적당히 굴러다니던 사탕을 집어 주자 눈빛이 달라진다. 

 

[사탕데스우! 주시는데스!]

 

나는 말없이 새끼를 넣으라고 봉지를 벌렸고 친실장은 냉큼 새끼를 봉투 안에 넣어버렸다. 

 

[텟츄웅~ 시원한테츄우. 더럽고 냄새나는 집 따위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테츄우.]

 

맥주 캔이 든 봉투와 맞닿아 있어서인지 시원한가보다.

 

[와타시 길러실장된 테치. 집에 도착하면 우선 아와아와부터인테치~. 그 다음에는 닌겐노예를 시켜 스시, 스테이키를 대령하게 하는테치. 그 다음엔...]

 

벌써부터 행복회로를 불태우는 자실장과 이미 새끼따윈 잊고 신나게 사탕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친자가 엊갈린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부엌 싱크대에 봉지 채로 자실장을 던져 넣었다. 

 

[와타시를 좀 더 안전하게 모시지 못하겠는테치? 닌겐노예 이 따위로 행동하면 와타시가 가만있지 않는테츄!]

 

나를 향해 짖는 자실장에게 참치캔을 하나 까서 줬다. 짖다가 참치캔 까는 소리에 놀라서 잠시 보다가 냄새를 맡고는 살짝 혀를 대 맛을 본다. 그러더니 아예 온 몸과 옷에 기름기가 묻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거의 참치캔 안에 몸을 담그고 참치캔을 퍼먹었다. 

 

[극상의 아마아마인테츄!! 이게 스시인테챠? 대단해, 사육실장 대단해테츄!!]

 

그 작은 몸으로 작은 캔이지만 다 먹을까 싶었지만 5분도 채 안 되어 제 몸집만한 양을 다 먹어치워버렸다. 나는 징그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새삼 신기했다. 잠깐이지만, 먹방은 잘 안 보는데 이놈 데리고 먹방이나 찍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 그만뒀다.

 

[배부른테츄~. 노예! 이제 와타시를 아와아와시키는테츄! 그것보다 어서 집안으로 들이는테챠! 이런 좁은 집이라면 질린테츄!]

 

수도를 틀자 차가운 물이 콸콸 쏟아진다. 자실장은 물을 꼴꼴 들이키다 기분 좋은듯이 테츄웅 소리를 내며 몸을 씻기 시작했다. 하는 김에 세제도 한 번 뿌려주자 아와아와인테츄 하면서 기분좋게 머리도 감고 빨래까지 하는 꼬락서니가 웃긴다. 녀석이 씻는 동안 에어컨의 온도를 낮추었다. 온도는 18도로 내가 느끼기에도 살짝 쌀쌀한 정도. 물에 젖은 자실장이 느끼기에는 추울 것이다. 보아하니 어느 정도 기름기가 빠졌길래 녀석이 빨래한다고 옆에 둔 옷을 가져다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자실장은 옷을 가져가자 테츄테츄 짖지만 이미 린갈은 꺼버렸다. 맥주와 간단한 안줏거리를 들고 tv를 보러 간다. 간간히 부엌에 갈 때마다 나를 보고 덜덜 떨며 테츄테츄 뭐라 하지만 살짝 취기도 돌고 기분도 좋아 그때마다 물을 틀어 녀석이 입을 다물게 해주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베란다를 통해 바깥을 내다보았다. 역시나 이 돼지같은 아줌마가 아침부터 차를 대놓았다. 

 

나는 린갈을 켜고 자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춥고 배불러서인지 싱크대 한 구석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던 녀석을 깨우자 아침부터 기운도 좋게 짖어댄다. 

 

[노예주제에 와타시에게 무슨 대접이 이런 테치!! 용서하지 못하는테치!! 안하는테치!! 노예새끼 죽이는테치!! 빨리 옷을 내놓는테챠!!!]

 

다시 한 번 물을 틀어주자 이를 딱딱거리며 몸을 떤다.

 

"이제부터 하는 말 잘 들어. 내가 따뜻한 궁전에 널 데려다줄 거란다. 너는 들어가서 몸 좀 녹이고 진짜 노예새끼를 기다리면 돼."

 

내 눈에서 비치는 광기를 보아서인지 나를 학대파로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실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나가는 길 자실장을 손에 말아쥐고 집을 나섰다. 손에 두근두근대는 살덩이가 잡히는 느낌이 이상하다. 1층 현관을 나서 그 아줌마 차로 다가가면서 어깨를 긁는 척 자실장을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여기서부터는 운의 영역. 차 옆을 지나가는 순간 자실장은 여름이라 살짝 열어둔 창문 안으로 점프했다. 백미러를 보니 자실장은 빨려들어가듯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야말로 인간이 하는 탁아 그 자체다. 집에다 차키를 놓고 온 척 다시 돌아가며 이번에도 어깨를 만지는 척 도돈파를 선물로 던져 주었다. 

 

퇴근길에 그 차가 세워져있을까 노심초사하며 돌아가면 그 자리가 쾌적하게 비어있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엘레베이터를 타자 자실장 테러를 하지 맙시다라는 안내문이 떡하니 붙어있었다. 나중에 동네 사람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장석 하나가 차에 들어가서 그야말로 완전 차 안에 똥칠을 해놓았단다. 디테일링 업체에도 번번히 거절당하고 한 군데 해주겠다는 데도 냄새가 안빠져도 어쩔 수 없다는 조건을 붙였단다. 과연, 역시나 똥냄새가 빠지질 않아서 차를 팔지도 못해 폐차한다는 얘기까지 한단다. cctv를 몇 번이나 돌려봤지만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고 화질도 별로라 범인도 못 잡았다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다음날 아침에 경비 아저씨가 그 자리에 라바콘을 가져다 놓고 있었고 인사하며 지나치는 나에게 수고하셨어요 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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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실장석의 고기는 맛이 좋습니다 | 작성시간 22.07.11 음험한 닝겐노예 였던 데스~ 있을 수 없는 일인데샷!
  • 작성자Zergling01 | 작성시간 22.07.12 아주 좋은 방법인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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