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상실'과 '가족애', '복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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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씨 참 조오오오오ㅎ다…"
주말에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나는, 오랜만에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 적당히 관리가 되는 공원이라 그런지, 대놓고 공원을 활보하는 실장석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아, 얼마나 걸었다고 벌써 지치냐. 그냥 앉아서 광합성만 하다 가야겄다~"
걷는게 지친(귀찮아진) 나는 적당히 아무 벤치에 앉아서 쉬다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테…테큭…테끅…테…끅…."
"엥? 이게 뭔소리야?"
근처에서 울음을 참는듯한, 정확히는 분함을 참는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살펴보니 벤치 아래에서 한 자실장을 발견했다.
'으음…'
녀석의 상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심하구만' 이었다. 우선 옷과 머리털이 없는 독라였으며, 몸 곳곳엔 얻어맞은듯한 멍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내 눈길을 사로잡은건,
'이 녀석…'
녀석의 얼굴이었다. 피눈물을 철철 흘리면서도 이를 꽉 깨문 그 얼굴은 복수심에 불타는 얼굴 그 자체였다. 난 녀석에게 흥미가 생겨 녀석을 불렀다.
"저기, 혹시 잠깐 대화를 나눌수 있을까?"
"...뭐인테치, 닝겐상."
날 보고 겁먹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딱히 증오심을 표출하는것도 아니다. 이걸로 봐선 동족에게 당한것 같은데…
"아니, 네가 너무 아파보여서말야. 그 상처는 어쩌다 입은거니?"
"...다른 일가한테 당한테치."
"공원에서는 다른 동족끼리 사이가 좋지 않나?"
"그딴건 전부 거짓말이었던테챠아아아!!"
내 말에 녀석은 갑자기 소리를 빽 질렀다.
"와타치 마마와 오네챠타치는 전부 다른 일가한테 습격당해서 죽은테챠! 누구 하나 도와주지도 않았던테챠!"
그러면서 녀석은 자신의 이야기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대충 얘기를 들어보면 다른 공원에서 이사온 자신의 어미가 자신과 자매들을 낳았는데, 다른 들실장 일가가 쳐들어와서 어미와 자매들을 뜯어먹었고, 자신만이 살아남았다는, 어찌보면 어디서나 흔히 있을법한 실장석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날 사로잡은건 얘기를 하면서도 분노를 숨기지 못하는 녀석의 눈빛이었다.
"그 오바상이 말한테치! 배가 불러 다행인줄 알라고! 자기가 착해서 살려주는거라고! 그 오바상의 자들까지 와타치를 비웃고 때린테치! 옷씨와 머리카락씨도 뜯어버린테치! 와타치는 살려달라고 빌수밖에 없었던테치!"
"흠…그거 참 안됐구나. 그럼 복수하고 싶을텐데, 수도 많고 덩치도 큰 그 일가한테 너가 싸울수가 있니?"
나의 직설적인 물음에 녀석은 그저 아무말도 못하고 분함에 피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사실 나한테는 하등 상관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녀석의 저 복수심 가득한 눈빛에 난 무언가를 느꼈다. 그래서 그냥 내버리고 갈 수 없었다.
"너만 괜찮으면, 내가 널 치료해주고 싶은데. 날 따라올래?"
"닝겐상을 믿어도 되는테치?"
"그렇군. 넌 내가 학대파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는구나. 하지만 내가 학대파라면 네 의사와 상관없이 널 끌고 가지 않았을까?"
"...닝겐상의 말이 맞는테치."
"어떻게 할래? 네 의사를 존중해주마."
"닝겐상한테 신세를 지겠는테치."
그렇게 난 녀석을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녀석은 영양액으로 금세 몸을 회복했다.
"감사한테치 닝겐상. 이제 가보겠는테치. 더 신세지지 않겠는테치."
정말 예의바른 녀석이다. 사육실장으로 태어났다면 못해도 A급은 될 녀석이다.
"잠깐 기다려라. 너한테 할 말이 있다."
"뭐인테치?"
"네 복수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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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난 공원으로 나왔다. 독라가 말했던 일가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이 근처라고 했었지?"
"그런테치…테! 저깄는테치! 저 일가인테치!"
난 녀석이 말해주는 방향으로 갔다. 성체 하나에 자실장 다섯이라…꽤 많네.
"테! 마마! 닝겐상인테치!"
"데에! 위험한데스! 어서 도망치는데스!"
크기로 보면 장녀인듯한 자실장이 가장 먼저 나를 발견해서 제 어미를 불렀다. 녀석들은 즉각 도망칠 준비를 했다. 뭐, 사람 기준에서 보면 이미 늦은것 같지만, 그래도 곤란하지.
"어어~아니야, 아니야. 난 위험한 사람이 아니란다. 너희한테 묻고 싶은게 있을 뿐이야."
"...뭐인데스?"
"이 자실장 아니?"
그러면서 난 독라를 일가에게 보여주었다. 눈빛이 달라지는걸 보면 바로 알아챈것같다.
"데! 오마에는!"
"이 똥오바상! 와타치가 돌아온테치! 오마에타치한테 복수하려고 돌아온테치! 닝겐상도 데려온테치! 오마에타치는 이제 다 죽은 목숨인테챠아아아!!"
녀석은 일가의 친실장을 보자마자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일가녀석들은 모두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데…데…닝겐상, 혹시 이 자의 주인상인데스우…?"
"음? 아니? 독라가 사육실장이라니,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나."
난 그러면서 독라를 일가에게 내려놓았다. 녀석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테…? 닝겐상…?"
난 웃으면서 말했다.
"그 녀석이 너희에게 복수를 한다더라고. 그래서 데려와줬지. 아! 물론 난 너희에게 아무짓도 하지 않을거다. 실장석 일은 실장석끼리 풀어야지."
"무슨소리인테치!"
내 말에 독라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소리쳤다.
"닝겐상이 와타치의 복수를 도와주겠다고 말하지 않은테치!? 와타치를 속인테치? 와타치는 닝겐상을 믿었는테치!"
"...도와줬잖아? 널 회복시켜준것도 충분히 도와준거아니냐? 이제 네가 알아서 해야지."
"테…테테테…"
절망에 빠진 독라와는 달리 일가녀석들은 실장석 특유의 더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데프프…멍청한 똥분충이 닝겐을 이용해먹으려다 속은데스우~자들은 듣는데스. 오늘 간식이 생긴데스."
"테프프~맛있어보이는 똥분충인테치!"
"와타치는 팔을 먹는테치!"
"와타치는 다리를 먹는테치!"
"와타치는 배를 뜯어먹는테치!"
"와타치는 마마랑 같이 머리를 뜯어먹는테치!"
"데프프…정말 착한 자들인데스. 멍청한 독라분충을 한번 살려준 와타시처럼 착한데스. 그럼 먹어보는데스~"
그러면서 일가녀석들은 독라를 붙잡았다.
"테…테프프…"
독라는 체념한 모양인지 허탈하게 웃었다. 그리고,
"와타치는 콘페이토별에 가는테치…마마와 오네챠타치를 보러가는테치…오마에타치는 지옥에나 떨어지라는 테…치…."
(파킨!)
위석이 깨져 죽음을 맞이했다.
"데프프, 멍청한 똥분충이 끝까지 헛소리나 지껄인데스. 어서 먹어치우고 밥이나 구하러가는데스."
"하이테치~"
녀석들은 독라의 마지막까지 비웃고 독라의 시체를 뜯어먹었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친실장은 나에게 인사했다.
"데프프…닝겐상 덕분에 감사히 먹은데스. 저 똥분충 일가들은 맛이 별로 없었는데 똥분충은 잘 큰것같은데스우~"
"그런가. 뭐, 나한테 감사할 필요는 없지만. 아, 하나 물어보자. 아까 그 독라의 가족들은 왜 죽인거냐?'
"데프픗. 닝겐상은 모르는데스. 공원은 약육강식인데스. 아무나 믿으면 그렇게 당하는데스. 그 분충의 어미가 자를 낳는걸 보고 도와주는척 했더니 금세 와타시를 믿는거 아닌데스? 독라의 자매를 셋정도 먹어서야 '이웃상 왜이러는데스우?' 하다가 죽은데스. 데프프프픗. 정말 멍청한 똥분충이었던데스우."
"그렇군. 그래, 아무나 믿으면 그렇게 당하는거지. 그래서 너희가 죽는거다."
"데…?"
나의 말에 친실장이 멍청한 표정을 짓는다. 그때,
"테…풰엑!"
녀석의 새끼들중 하나가 운치섞인 피를 토한다. 위아래로 운치를 쏟아낸다.
"웨엑…에엑…마…마…"
(파킨!)
결국 고통스럽게 몸속을 게워내던 새끼는 절명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이었다.
"테붸에에엑!"
(파킨!)
"구웨에에엑….우웨엙…."
(파킨!)
"테웱…풹…쿠웨에엑…"
(파킨!)
"웨에엑….테…붸에에엑…"
(파킨!)
다른 새끼들도 구토를 멈추지 못하다 결국 위석이 깨져 죽어버렸다. 친실장은 영문도 모른채 새끼들이 죽는걸 멍하니 보다, 마지막 새끼가 죽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데샤아아아아아아!!! 자들! 와타시의 자들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인데스우!!"
순식간에 새끼들을 모두 잃은 충격에 울부짖는 녀석. 하지만,
"웁…구웨에에엑!!"
녀석 또한 몸속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게워내며 생명이 꺼져가던 녀석은 그제서야 나를 보았다.
"데웩…또…ㅇ닝…겐…오마에의…짓인…데…"
(파킨!)
그렇게 녀석도 죽어버렸다. 순식간에 6마리의 들실장일가가 모조리 목숨을 잃었다.
"계획대로군."
그렇다. 이건 모두 나와 독라의 계획이었다. 이야기는 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 복수, 내가 도와줄 수 있다."
"! 그게 정말인테치…?"
"물론이지. 하지만 대가가 있어."
"그게 뭐인테치?"
"네 목숨이다."
"테!?"
독라는 내 말에 깜짝 놀라했다. 난 얘기를 이어갔다.
"이건 어디까지나 네 의사를 묻는거야. 난 너의 복수를 도와줄 수 있어. 하지만 그럴려면 네가 목숨을 바쳐야해. 물론 넌 거절해도 돼. 나중에 성체가 되서 복수를 할 수 있으니까. 나도 널 위해 대신 복수를 해준다 같은 얘기는 하지 않을거고. 하지만 네 가족을 잃게 한 그 가족을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다면, 네 목숨을 나한테 맡겨라."
"..."
내 말에 녀석은 잠깐 고민했지만, 녀석의 복수심은 내가 예상한것보다 더 컸던 모양이다.
"어떻게 복수를 도와주는테치?"
거의 즉답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무수지수(자신의 머리를 원수의 머리와 바꿀만한 원수. 부모의 원수를 일컫는 말.)'인 모양이었다.
"이걸 사용할거다."
난 녀석의 앞에 주사기를 꺼냈다. 주사기엔 자주색 액체가 들어있었다.
"이걸 네 몸속에 넣을거야. 지금 이걸 맞는다면 너는 내일이면 죽겠지. 하지만, 죽은 너의 고기를 먹은 녀석들도 죽을거다. 이건 네 몸을 독으로 만드는거야. 네 고기를 먹으면 독을 먹는거랑 똑같은거지."
"...."
"마음은 확고한것 같구나. 그럼 마지막 하룻동안 네 부탁을 들어주마. 원하는걸 말해봐라."
"...와타치한테 이름을 붙여주는테치."
"이름?"
"마마가 말했던테치. 와타치타치가 착한 닝겐상에게 이름을 받게되면 행복해진다고 했던 테치. 거짓말인건 아는테치. 그래도, 그래도…"
녀석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제 어미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리프."
"리프…"
"그래. 나뭇잎이라는 뜻이다. 우리 사람들 사이에선 나무의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그 마지막 잎새는 새로운 나뭇잎을 나게 만들 거름이 된다 하지. 너와 어울리는 이름인것 같아 지었다."
거짓말이다. 마지막 잎새는 그저 떨어지고 바스라져서 사라질 뿐이다. 하지만 이 정도 위안은 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좋은테치. 와타치 리프인테치."
그렇게 말하며 녀석은 눈물맺힌 눈으로 웃었다. 그리고 하룻동안 녀석에게 나름 행복한 마지막 하루를 보내게 해주었다. 녀석이 잠들고, 난 녀석에게 주사를 놓았다.
"테…테..."
다음날, 녀석은 약때문에 약해지기 시작했다. 죽음이 찾아오고 있었다.
"괜찮냐고 묻지는 않으마. 넌 용감했다. 꼭 네 복수를 이루게 해주마."
"테…끄…하루동안 정말 감사했던테치 닝겐상."
녀석은 그 몸으로 나에게 도게자 비슷한 절을 올려 감사인사를 하는걸로 마음의 정리를 하였다. 그리고 공원에 데려가 녀석의 복수를 마친것이다.
"복수는 성공했다. 약속은 지켰다, 리프. 넌 정말 내가 본 실장석 중 최고였다. 그리고, 너흰 가장 ㅈ같은 지옥으로 떨어져라."
난 죽은 일가의 시체를 소각장에 쳐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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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후. 난 나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작업 현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사용목적을 생각하면 독이 퍼지는걸 더 늦추는 편이 좋을것같아요. 더 많이 확산되는게 좋으니까요."
"괜찮네요. 아, 그리고 독이 퍼진 녀석의 몸에 짓소산을 더 분비시키는 방향으로 개량해보죠. 방향효과도 있다면 좀 더 효율적일거같네요."
"그대로 시험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시험 데이터는 어떻게 구하셨어요? 이거 시험한다고 한건 다음달로 알고 있었는데."
"허락 받고 미리 시험해봤어요. 문제없게 처리했어요."
"그렇구나. 여하튼 덕분에 큰 도움 됐어요."
"그럼 시험결과 나오는대로 얘기해줘요. 수고해요."
"네,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나는 방에서 나왔다. 내가 리프에게 주사한 약은 내가 근무하는 연구소에서 개발하던 신약으로, 주사된 약물이 몸속을 감염시켜 감염체의 고기를 먹게 되는 순간 그대로 몸속으로 독이 퍼져 죽게하고, 2차 감염된 시체를 먹은 다른 실장석 또한 감염시켜, 결국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만드는 독약이었다.
테스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공원의 개체수가 크게 감소된것을 확인하였다. 상용화가 된다면 일단 동족식을 하는 개체들은 확연히 줄을것이다.
"원래 내가 직접 테스트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가족이 고통받을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던가. 네 마음이 이런 결과까지 만들었나보다. 콘페이토별에선 행복하게 지내렴."
난 가볍게 리프를 위해 기도해주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우연한 만남으로 나에게 큰 인상을 준 이 녀석을 난 잊지못할것이다.
복수는 언제나 늦지 않는다, End.
(인간이 실장석의 복수를 도와주는 글이나 실장석이 자기 목숨으로 복수를 맺는 글을 본 기억이 없어서 한번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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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코로리캅카스룰렛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07.25 그 군자의 복수 그 말에서 제목 따온거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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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사육닝겐 작성시간 22.12.14 좋은 결말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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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코로리캅카스룰렛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12.14 감사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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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왕코씨 작성시간 23.07.03 분하지만 긍지 높은 참피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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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코로리캅카스룰렛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7.05 일단은 양충우호 분충학대 마인드인데 어지간해선 분충학대물 위주로 쓰다보니 모자란감이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