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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참피창작대회

[단편] 꿈이 이뤄지는 실장 동물병원

작성자어크로스유니언|작성시간16.01.22|조회수3,433 목록 댓글 6


들실장 최대의 소망은 마음씨 착한 닌겐 노예 누군가에게 거두어져서 사육실장이 되어 자를 낳아 기르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어디서 이게!" / 데챠악!



물론 그것이 꿈 속의 꿈이라는 것은 제 아무리 사리분별 능력이 없는 들실장이라고 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그나마의 현실적인 가능성이 바로 '탁아'이다. 억지로 닌겐에게 자를 떠맡겨, 그 자에게 메로메로 당한 닌겐이 자는 물론 친까지 길러주기를 바라는 행복회로적 사고의 극치.


그렇지만 실장석 애호 연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탁아의 성공확률은 0.02%. 사실상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확률이다. 때문에 들실장은 언제나 길에서 외롭고 비참하게 죽어간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외로운 들실장들을 위해. 이 후타바 동물병원 실장석 전문의 '토시아키'님이 말이다. 






꿈이 이루어지는 실장 동물병원 





 

처음 '실장석 전문 동물병원'을 차리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 모두가 나를 보고 미쳤느냐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하더라도 실장석 열풍은 그저 잠깐의 유행, 흘러가는 붐 정도로 생각하는 이가 대부분이었고, 사실 솔직하게 말해서 그 예측이 틀린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애호파들의 지극정성, 학대파의 집착은 분명히 돈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나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아 그들은 자신의 실장석을 우리 병원에 곧잘 데려왔다.


"어디보자…"


사실, 수의사이자 전직 학대파인 이 토시아키의 눈으로 보면 아무리 아닌 체 해도, 이 실장석이 평소 학대를 받는 개체인지, 이쁨 받는 개체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영양상태와 흉터, 검진 시의 인간에 대한 반응 등을 보면 단박에 이 주인이 학대파인지 애호파인지가 보이는 것이다. 물론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실장석을 싣고오는 케이지 상태만 보아도 대강은 짐작이 가지만 말이다.


"상태가 제법 심각하군요"


많은 학대파와 애호파들이 착각하지만, 실장활성제는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단지 위석의 회복력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만큼 실장석의 생명력은 줄어든다. 쉽게 말하자면 과도하게 오버클럭킹한 CPU와 같은 것이다.


그런만큼, 위석 자체가 한계에 도달한 상태에서는 실장활성제를 부어봐야 효과도 없고 오히려 상태가 더 악화된다. 바로 이 시점에서 학대파나 애호파들이 "어? 왜 이러지?"하며 부랴부랴 병원으로 자신의 실장석을 들고 오는 것이다. 


지극히 농도를 희석한 에피네프린을 주사하고 수액 반 팩을 맞추면 서서히 눈빛이 돌아오는데, 그렇다고 다 나은 것은 결코 아니며 바로 이 시점에서 스트레스 관리를 해주면서 약 일주일 정도 수면 상태 속에서의 회복치료를 받으면 시커멓게 변한 위석도 서서히 에메랄드 빛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쨌거나, 에피네프린 주사와 실장 네무리를 놓고 실장석이 잠에 빠져들면, 나는 학대파 주인을 불러서 다짜고짜 묻는다.


"당신, 학대파죠?"


보통 이 시점에서 학대파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부정한다. 아니 내가 진짜 학대파면 왜 병원을 데리고 옵니까 라는 식의 어설픈 변명을 둘러대면서 말이다. 왜 데려오긴, 이대로 죽음이라는 행복을 맛보여주기 싫으니까 데려오는거잖아. 내가 모를까봐. 나는 그럴 때면 곧바로 말한다.


"저도 학대파입니다. 데스넷 회원이죠"


그리고 그렇게 실밍아웃을 하면 곧바로 상대는 머쓱한 표정으로 "하하, 그러셨군요. 놀랬습니다" 라고 자신이 학대파임을 그제서야 털어놓는다. 물론 경계심이 많은 타입은 조금 더 뻗대지만, 내가 서랍에서 바싹 말라 비틀어진 실장석 미라 몇 개를 꺼내 보여주면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놀랍지만, 이 미라 아직 살아있답니다. 제목은 '고통의 영생'이라고 붙여놓았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는 제 걸작품입니다"

"오오! 압니다. 그런데, 혹시 토시아키 님이세요?!"

"네 맞습니다"

"헉! 토시아키 님 실명이셨군요. 존경합니다"


어쨌거나, 내가 실밍아웃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장석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다. 가난한 학대파들의 '올려주기' 비용도 덜어주고.


"미도리를 잠시 '바꿔치기'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바꿔치기요?"


그렇다. 


"저어기 있는 포동포동한 실장석 보이십니까? 애'오'파가 키우는 세레부 실장입니다. 이름은 에메랄드라고 하죠. 분충도 저런 분충이 따로 없는데 말입니다만… 어떠신지요. 두 녀석의 옷을 바꿔입혀서 바꿔치기 했다가, 일주일 후에 다시 원래대로 바꾸는거지요. 그쪽은 모처럼 세레브 실장석을 학대하는 재미가 있을테고, 또 미도리는 애오파의 손에서 일주일간 꿈과도 같은 '올려주기'를 맛보는 격이니 그 이후의 학대는 무척 즐거울테고 말이죠"


내 제안에 학대파 남자는 무척 끌리는 듯 했지만 곧 되물었다.


"아무리 멍청이라도 자기가 키우는 실장석이 바뀌었는데 모를까요. 하물며 체구 자체가 다른데"


이 녀석은 애호파들을 정말 모르는구나.


"세상에 멍청한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하물며 실장석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가련한 인간들은 더더욱. 화려한 고급 실장옷을 입으면 사실 잘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아파서 병원에 온 걸요. 조금 살이 빠졌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요. 또 애호파들은 보통 린갈을 잘 안 쓰기 마련이니 더더욱 알기 어렵지요. 만약에 바뀐 것이 들켰다 하더라도 그저 착오라고 둘러대면 그만입니다. 실장석 세계에서 사육실장의 옷을 들실장들이 훔쳐입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기도 하구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겠네요. 하지만 나중에 다시 바꾸는 것은 어떻게 합니까"

"약을 보통 일주일치 지어줍니다. 반드시 일주일치 끝까지 다 먹여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면서요. 약 부작용에 대해서도 살짝 겁을 주고… 마지막 7일째의 약에 게로리 성분이 섞인 약을 조금 섞어두면, 금방 놀라서 데리고 오게되죠"

"캬, 정말 좋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에메랄드를 데려가도 될까요?"

"예 됩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일어서던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또 물었다.


"아, 그런데 혹시 제가 에메랄드를 학대하다가 죽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됩니까? 그때는…"


나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렇게 되면 미도리가 남은 인생을 쭉 에메랄드로 살아야겠지요. 간단한 이야기지요"


남자는 그 말에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군요. 이 녀석을 죽이게 되면 미도리 놈이 행복해진다. 훌륭한 리미트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 녀석은 제가 잘 데리고 가서, 실컷 괴롭히다 일주일 후에 데려오겠습니다"

"후후, 잘 부탁드립니다"




꿈이 이루어지는 실장 동물병원. 학대파와 애호파의 실장석을 일주일간 몰래 맞바꿈으로서…


애호파에게는 잠시나마 학대파의 손에서 제대로 훈육받고 잘 길들여진 개념개체를 키우는 즐거움을, 

학대파에게는 좋은 영양상태라서 아무리 학대해도 잘 죽지 않고 철저히 분충화 된 쓰레기 개체를 학대하는 절정의 기쁨을, 

학대파의 손에게 괴롭힘 당하던 학대용 실장석은 평생 꿈에도 맛보지 못한 애호파의 꿈같은 대우를 받는 행복을 

애호파의 손에서 분충화가 진행되던 세레브 실장석은 학대파의 훈육과 학대로 개념을 갖추어 버림받게 되는 기간을 좀 더 미루는 축복을


얻게되는, 모두가 행복을 누리는데다 정말로 만에 하나 실수로라도 학대파가 자신이 데리고 놀던 애호파의 실장석을 죽임으로서 학대파의 실장석이 리얼 사육실장이 되는 '꿈이 이루어지는 실장 동물병원'이 바로 이 곳이며, 그 원장이 바로 나다. 




아, 잠깐. 들실장들의 행복은 어디 갔냐고? 


그야 물론… 


학대파 손님은 솔직히 그리 흔하지 않다. 어지간히 공들여 학대하는 개체가 아닌 이상, 굳이 비싼 병원비까지 내가면서 학대를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거든. 아깝지만 다른 녀석을 학대하고 말지.


그런 고로 평소에는 내가 들실장 녀석들을 애호파들의 실장석과 바꿔치기 한다. 사실, 이 병원 단골 손님들의 실장석들은 거의 모두 내가 임의로 들실장 녀석 중에서 골라서 바꿔치기 한 녀석들이다. 물론 바꾼 녀석들은 내가 개인적으로 학대하고 말이다. 


심한 경우는 네 번 넘게 바꿔치기해도 모르더군. 지가 키우는 실장석이 다섯 번째의 실장석인지도 모르고 "우리 사파이어찡은 정말 동안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 병원 실장 미용수가 좋아서 그런가봐요. 또 2리터짜리 사갈께요" 하고 좋아라하는지. 


멍청한 것들. 




두어번인가, 눈치 빠른 실장석 주인이 실장석이 바뀐 것을 알아채고 항의하러 온 적이 있는데(그것도 본인이 아니라 실장석에 심드렁한 다른 가족에 의해 바뀐 것을 간신히 알아챈) 그때도 모두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워낙에 XX쨩이 똑똑하고 우아해서, 잠시동안 저희 병원 VVIP들의 세레브 실장들과 목욕을 시키며 담소를 나누게 했는데 새로 온 간호사의 착각으로 바뀌었던 모양입니다. 두 달치 사료는 물론, 앞으로 이 병원의 평생 무료 진료권을 드리겠습니다"


정도로 사과를 하며 의례 좋아라하며 넘어가기 마련인 것이다. 


그리고 사실 바뀐 것을 알아채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약 두 달 정도는 바꿔치기 한 원래의 실장석들을 잘 놔두었다가, 그 이후까지 주인이 끝끝내 모르는 것 같다 싶으면 본격적인 학대의 시작이다.


내 책상 서랍의 미이라 실장들도 바로 그것들이다. 원래는 둘 다 최고급 세레브 실장들인데, 내 손에서 저 꼴이 난 것이다. 하하. 어쨌거나 모두의 꿈이 이뤄지는 실장 동물병원, 자네들도 얼른 자기 실장석을 들고 찾아오도록!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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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고삼 | 작성시간 16.01.22 사육분충 울음소리만 있으면 완전 통쾌할듯
  • 작성자리리림 | 작성시간 16.01.22 중2병 걸린 주인공이지만 괜찮은 소재인데스웅
  • 작성자zzzlal | 작성시간 16.01.22 재밌다
  • 작성자이런일이 | 작성시간 16.01.22 데프프 분충들에게 알맞는 병원인 데수~
  • 작성자익명A | 작성시간 16.01.22 전직 학대파라더니 현역이었잖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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