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붸에에! 테.. 테붸에에엙!'
'어때? 버려진 기분이?'
내 전사육실장 '포포'가 봉투 속에서 쓰레기들과 나뒹굴며 울부짖었다.
제법 이름있는 브리더에게 구입한 녀석은 처음 몇달간 예의바르고 상냥한 모습을 보여 나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고 원하는건 뭐든지 누릴 수 있었다.
'주.. 주인사마가 와타치를 버릴리 없는 테에에엙! 와타치를 사랑하는 테웨에엙!'
'하지만 이게 현실인걸? 내가 버릇없이 굴면 버려버린다고 몇번을 애기했지? '
그렇다.
녀석은 제법 부유한 나의 재력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며 점점 타락했던 것이다.
처음은 가벼운 요구로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뿐이 고급푸딩을 두번으로 올려달라는 요구.
난 사랑하는 포포를 위해 그 요구를 기꺼이 들어주었다.
[챙그렁!]
'테에에엑! 푸딩! 푸딩! 푸딩 내놔라 테에에엙!'
'포.. 포포야!'
두번이 세번이 되고 세번이 곧 네번이 되자 포포는 끝없는 탐욕을 드러내며 서서히 분충이 되어갔다.
고급의복과 가방이 창고에 그득 쌓여있어도 TV광고만 보면 사달라 떼를 썼고 외출이라도 하는 날엔 가판대에 올려진 상품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나에게 매달렸다.
결국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실장크루즈여행까지 가자며 보채던 녀석은 사육실장이 절대 해서는 안되는 금기까지 어기고 말았던 것이다.
[철퍽!]
'이게 뭐야! 너어어어-!!'
'전부 주인님 잘못인데 왜 와타치에게 화를 내며 적박하장인 테에엑! 네모난 카드 하나 꺼내 어디론가 전화만 걸면 전부 이뤄지는걸 뭐가 어렵다고 안들어주는 테웨에엑! 옆집 초롱이도 가는데 어째서! 어째서 와타치가 못가는 테에엑! 주인님의 사랑이 의심스러운 테웨에엑-!!'
녹색똥을 얻어맞고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녀석이 사랑스런 반려동물이 아니라 배은망덕한 해충인걸 깨달았다.
곧장 창고로 달려가 흉물스러운 물건들을 꺼내 거실에 패대기치자 그제야 눈치를 보는 녀석...
하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고 내 마음은 돌아선지 오래였다.
'테.. 텟츄웅~♡ 창고가 부족하긴 했던 테치. 그럼 크.. 크루즈는 다음으로 미루고 쇼핑을 가서 몸치장을 위한 신상들을 구경하는걸로 합의 보는 테치. 와타치가 이렇게 주인사마에게 양보하는 텟츄웅~♥'
포포가 뭐라 지껄이던 나는 묵묵히 녀석의 사육용품을 끄집어내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아직 몇번 써보지도 못한 물건도 있었지만 난 이미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상태라 포포와 함께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테.. 테치카 마법의 성은 안되는 테치! 한정판이라 다시는 못구하는 테치! 주인사마는 지금 큰 실수를 하고 계신 테치이! 와타치의 화는 이제 크루즈로도 안풀리는 테에엑!'
'널 브리더에게 다시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아마 소용없겠지... 너 내가 무슨 일 하는지는 기억하냐?'
'테.. 테치이... 늦게 들어오시는 일을 하는 테치..'
'내가 무슨일 하는지는 기억 못하면서 테치카 신제품 나오는 날은 잘만 외우는구나. 난 신약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덕분에 재미있는 약을 하나 가지고 있지.'
[덥썩!]
'테부붑?!'
난 재빨리 호주머니에서 알약을 하나 꺼내 포포에게 먹였다.
놀란 녀석은 손을 입으로 가져갔지만 이미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린 상황.
허둥거리는 녀석에게 친절히 약의 효능을 설명해줬다.
'네가 먹은건 학대파 선배에게 받은 '위석경화제'다. 체내의 위석을 단단하고 탄력있게 만들어 주지. 이 경화제의 장점은 말야...'
[퍼억!]
'테챠아아아앍-!!'
포포를 걷어차자 벽에 부딫쳐 기절해 버렸지만 난 설명을 마무리 지었다.
'고통과 충격을 받을수록 위석이 점점 강해진다는 점이다.. 한번에 죽지 않으면 위석활성제보다 효과가 뛰어나지.. 왜 날 화나게 했어.. 포포야...'
난 포포를 쓰레기봉투에 넣고 잠시 녀석을 지켜봤다.
그 곳에는 예전 내 사육실장이 천사 같은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착착한 심정으로 녀석과 녀석의 물건을 담은 쓰레기봉투를 내놓자 뒤늦게 깨어난 포포는 나에게 애원하며 피눈물을 흘렸지만 나를 붙잡을순 없었다.
'주.. 주인사마가 와타치를 버릴리 없는 테에에엙! 와타치를 사랑하는 테웨에엙!'
'하지만 이게 현실인걸? 내가 버릇없이 굴면 버려버린다고 몇번을 애기했지? '
'테에에엙! 테에에에엙!'
'그럼 잘가거라.'
난 쓰레기봉투 속에서 테치카 마법봉을 끌어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포포를 내 기억속에서 잊으려 했다...
'테엣? 주인사마! 포포냄새가 나는 테치!'
'뭐? 포포가 어디에 있다는 거야?'
'여기인 테치!'
예쁘게 단장한 사육실장이 쓰레기장으로 달려가 한 봉투를 가리키자 주인은 갸우뚱 했다.
자꾸만 보채는 통에 커다란 대형봉투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자실장 소리가 들려왔다.
'옆집 아주머니인 테치! 초롱이도 온 테치! 와타치 여기인 테치! 살려달라는 테챠아아-!!'
주인은 단번에 녀석이 버려진걸 깨달았다.
하지만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 조용히 초롱이를 안고 돌아가려는 순간 봉투에 한아름 버려진 사육물품들을 보고야 말았고 주인은 쾌재를 부르며 주위를 바쁘게 살폈다.
'초롱아! 여기서 이 봉투 좀 지키고 있으렴! 나 집에 금방 다녀올 테니까 누가 가져가게 둬선 안된다! 여기 사육명찰!'
'포포 구해주시는 테치? 기다리는 테치!'
포포는 밖의 상황을 지켜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신보다 좋은 삶을 누리지 못하던 초롱이는 주인에게 요구도 하지 않는 멍청한 아이였다.
평소 간식과 장난감을 빚지던 그런 멍청한 녀석이 나를 구해주는건 당연했다.
[부스럭 부스럭]
'텟! 좀 조심히 다루란 테에엑!'
'전부 새거야! 크루즈여행도 당첨되더니 초롱이가 또 운수대통이구나! 몽땅 챙기자~♬'
주인이 다시 돌아와 봉투를 거칠게 찢고 쓸만한 물건을 챙기는 동안 초롱이는 포포를 부축했다.
[찰싹]
'텟!'
'멍든 곳을 잡으면 어떻게 하는 테치! 초롱이는 멍청이인 테치! 앗! 테치카 마법의 성은 와타치의 별장인 테챠아악! 이 도둑년! 손대지 말란... 테푸어얽-!!'
[철썩!]
바쁘게 손을 놀리던 주인은 자신의 사육실장이 뺨 맞는걸 목격하자 손을 들어 똑같이 응징했다.
예전부터 초롱이를 무시하고 괴롭히던 무례한 녀석이 싫었지만 친절하고 부유한 녀석의 주인과 함께하면 얻는게 많았다.
하지만 이제 녀석을 어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녀석의 생사여탈권은 나에게 있었다.
흥분한 주인은 무자비하게 손찌검을 했다.
[철썩! 철썩! 철썩! 철썩!]
'테엑! 테에엑! 와.. 와타치의 주인이 누군줄 알고..! 테에! 테에에에에엑-!!'
'누구긴 누구야? 버려진 년이 주인 찾아서 뭐하게? 짐승 주제에 건방지고 역겨운 짓은 다하더니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넌 이제 오늘부터 초롱이 노예인줄 알아!'
[찌익! 찌이익!]
'와.. 와타치의 테치카 마법의상이.. 머리! 머리는 안되는... 테챠아아앍-!!'
옷과 머리가 뜯긴 포포는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고 어두컴컴한 박스 안에 담겨 꼬박 하루를 보내게 된다...
'테에... 여긴....'
'정신이 드는 테치?'
포포가 눈을 뜨자 초롱이가 다가와 땀을 닦아줬다.
그리고 지켜보던 주인도 TV를 끄고 다가와 녀석을 내려다 보며 조롱했다.
'마침 딱 맞춰서 일어났네? 노예!'
'테.. 에에엙! 와.. 와타치는 노예가 아닌.. 테.. 테에에에...!?'
곧바로 거울을 가져와 전신을 비춰버리는 주인.
흉물스러운 독라가 된 자신의 모습에 말문이 막힌 포포는 땅을 치며 통곡했다.
'어째서 테챠아아! 고귀한 와타치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와타치가! 부족함 없이 보살핌 받으며 행복한 사육생을 누리던 와타치가아아....'
'응 이제 아냐. 넌 이제 우리 초롱이 전용노예야. 하루종일 초롱이 수발을 들고 초롱이 똥을 먹으면서 살아야 해. 그리고 사육실장모임도 같이 가야겠지? 친구들도 널 반길거야! 어쩌면 너의 주인님이 새사육실장을 데리고 오실지도? 다시 받아달라고 독라로 빌어보렴! 깔깔깔깔~!'
'주.. 주인님 심하신 테치..'
'아 참! 그리고 우리 초롱이에게 한번만 더 건방지게 굴면 똥도 안줄테니까 그런 줄 알아~ 여기 목줄 줄테니까 노예 훈육 좀 시키렴~ 난 크루즈여행 준비할테니깐♬'
'테.. 테에에.. 테에에에에.. 노예.. 노예가 되버린... 테에에에.....'
주인이 방으로 들어가자 초롱이가 재빨리 목줄을 끊고 자신의 사육실장용 배낭을 포포에게 걸쳐줬다.
그리고 서둘러 손을 잡고 뒷문으로 데리고 가는데...
'포포 테치. 여기로 어서 도망가는 테치. 여기 있다간 노예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테치. 우리가 함께 놀던 공원에는 친절한 친구들이 많은 테치.와타치의 간식도 잔뜩 넣었으니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테엣!'
[찰싹]
'누구한테 이래라 저래라인 테치! 와타치에게 명령 내리지 말란 테챠아아앍! 당장 주인님께 돌아가... 텟?'
[찰싸악]
'친구로써 마지막 배려인 테치. 오마에의 주인님이 우리집에 오셨던 테치. 쓰레기장에서 탈출한 오마에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 테치! 어서 공원으로 가란 테치! 와타치가.. 와타치가 한번씩 들려서 도와주는 테치이...'
'.........'
포포는 빨갛게 물든 뺨 위로 흐르는 피눈물을 닦아내며 조용히 뒷문을 나섰다.
자신의 처지는 알 정도로 똑똑했던 전사육실장은 그렇게 공원에서의 새삶을 시작하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저희 포포 못보셨어요? 맙소사...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제.. 제가 버림 받은걸 보고 가여워 저희 집에 데리고 왔지만 뒷문으로 도망쳤지 뭐에요 글쎄.. 어쩌지 참....'
포포를 찾아 헤매며 남자는 자신의 실수를 후회했다.
다혈질이던 남자는 화가 풀리고 난 뒤 브리더에게 전화를 걸어 포포에 대해 문의를 했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네? 포포는 최고의 혈통을 가진 고급사육실장이란 말입니다! 머리가 풍성하지 못한 점과 나이가 많았던 점만 아니면 최고급이었을 놈인데.. 고객님이 몇달동안 녀석의 요구를 끝없이 들어줘서 실장석 특유의 분충성이 올라왔지만 포포 정도면 금방 교정할 수 있습니다! 당장 찾아서 저희에게 일주일만 맡겨 주십시요!'
남자는 다급히 쓰레기장을 찾았지만 봉투채로 사라진 포포는 찾을 수 없었다.
가장 친했던 초롱이에게서 마지막 행방을 알 수 있었지만 끝끝내 찾지 못했고 남자는 결국 녀석을 잊기로 결심했다...
'데프프픗! 이 녀석인 데스! 맞아도 뒤지지 않는 공원의 명물 '샌드백'인 데수웅~'
'맞을수록 더 찰져지는거 같지 않는 데스? 타고난 재능을 아깝게 낭비하지 말란 데스!'
'이정도면 파킨하고 남았을텐데 대단한 데수웅!'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텍! 테에엑! 와.. 와타치는 사육실장..! 테에엑! 감히 와타치가 누군줄 알고...! 테엑!'
'데프픗! 사육실장이라 더 찰졌던거 같은 데스!'
한달 전 한마리의 사육실장이 멍청하게도 아마아마한 냄새를 풍기며 공원을 어슬렁거렸다.
주인이 없는걸 확인한 들실장들은 곧 잔인한 약탈을 시작했고 녀석은 죽을만큼 상처 입었다.
하지만 왠걸?
녀석은 맞아도 맞아도 죽지 않았고 더욱 탱탱한 몸을 갖춰 구타하는 들실장들의 장난감이 되어버렸다.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얻어맞고 들실장들의 운치를 퍼먹는 처절한 삶.
하지만 녀석에게도 일주일에 한번 손꼽아 기다리는 해방의 날이 있었는데..
'텟챱! 텟챱! 텟.. 콜록! 콜록!'
'천천히 먹는 테치이.. 여기 물도 마시는 테치.'
초롱이가 실장충격기를 들고 산책을 나오면 녀석을 전세내 맛있는 푸드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들실장들의 질투심을 불러일으켜 다음날 더욱 심한 괴롭힘을 당하지만 말이다...
'고.. 고마운 테치.. 와타치가 예전에 심했던 테치.. 정말 초롱이를 친구로 둬서 다행인 테치..'
'테프프.. 그런 말 마는 테치. 아! 그리고 아직 주인님이 화를 길길이 내시는 테치. 찾으면 총구를 찢어버린다고 하니 닝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는 테치.'
'가.. 감사한 테치.. 크.. 크루즈여행.. 잘다녀오는 테치...'
'몸조심하란 테치 포포쨩!'
멀어지는 추잡한 독라의 뒷모습을 보며 초롱이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존재가 이제는 구더기보다도 못한 삶을 살고 있다.
바로 자신의 손으로 말이다.
녀석을 노예로 부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마 하루만 지나도 내 본모습이 튀어 나오겠지.
주인님께 절대 들켜선 안되니까...
하지만 전화위복으로 녀석은 예전 주인을 만날 수 없게 되버렸고 나를 일주일마다 애타게 기다리는 개가 되었다.
'초롱아~ 어디 있니~?'
'텟츄웅~♡ 착한 초롱이 여기인 테치~♥'
크루즈여행을 다녀와서 초콜렛을 줘보자.
아마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날 즐겁게 하리라.
난 주인님께 누구보다도 곱고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안겨들었다.
'우리 초롱이는 어쩜 이렇게 착할까?'
'텟츙~☆'
-끝-
34편인 데수웅~
데.. 자꾸 단편 분량으로 변해서 걱정인 데수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