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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이 익사하는 과정

작성자홍선우|작성시간23.09.30|조회수1,504 목록 댓글 0
참고 이미지


여기 한 마리의 실장석이 물에 빠졌다.
녀석은 양충도 분충도 아닌 평범하고 건강한 성체 들실장. 빠진 물의 수심은 대충 50cm. 유아용 풀장 정도의 깊이다.
무슨 이유로 빠졌는지는 이 실장석만이 알겠지만 보통 실장석이 물에 빠지는 원인은 다른 존재의 개입을 제외하면 물에 떠있는 것을 주우려다가 빠진 경우나 강을 건너겠다고 물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물에 빠진 실장석은 누군가의 개입이 없는 이상 99%의 확률로 익사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동물은 물에 빠지면 기력과 의지가 남아있는 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다.

실장석 또한 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움직이지만, 안타깝게도 실장석의 짤막한 팔다리로는 수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장석에게 가능한 것은 그저 그 짤막한 팔다리를 퍼덕거리며 언청이 입 속으로 물을 조금씩 넣는 것 정도...

그리고 그 동작 마저도 물 밖에서 보면은 수면위로 상반신을 가끔씩 드러내면서 덱덱 거리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이 과정은 인간의 익사 과정과 비슷하지만 실장석 특유의 저질 체력으로 인해 그 시간은 더 짧은 편인데다가 물에 빠진 실장석은 공포에 빠져서 빵콘하는 경우가 많고, 빵콘한 속옷은 그대로 실장석의 익사를 도와주는 무게추가 된다.

이 실장석 또한 30초도 안 되서 움직임이 멈추고 그대로 물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50cm의 수심이였기에 얼마 안 가 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여기서 실장석은 죽음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실장석은 혈중 탄산가스의 농도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곧 호흡중추를 자극받아 반사적으로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장석이 있는 곳은 물 속. 실장석은 물을 들이키고 말았고 그대로 폐 속은 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곧 실장석은 그때 이상으로 화끈거리는 작열감, 목구멍이 터져나갈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실장석이 물에 빠진지 1분, 뇌에 산소가 부족해진 실장석은 가사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 단계에서는 이전까지의 괴로움과는 다르게 편안해지는 느낌이 몰려왔고, 곧 실장석 특유의 행복회로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익사한 실정석들의 행복 회로가 보여주는 내용은 대부분이 비슷하다.

인간이 찾아와서 자신을 구해주고 사육 실장으로 삼아주거나, 기지를 발휘해 물에서 빠져나온 후 집으로 돌아가는 내용.
하지만, 현실은 그저 물 속에서 죽어가는 실장석 한 마리.
곧, 실장석의 위석이 힘을 잃기 시작하자 행복회로 속의 실장석은 천천히 잠들기 시작했다.

실장석이 물에 빠진지 5분, 드디어 위석이 파킨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이 실장석은 사망했다. 단지 그것 뿐이다.

그러면 나머지 1%의 물에서 빠져나온 실장석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이들은 전부 실장석의 생존 수영법을 기억하고 있는 양충이었다.
실장석이 익사하지 않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침착을 유지하는 것.

사실 대부분의 실장석은 침착을 유지하지 못한 탓에 익사하는 것이다.
그러면 실장석 특유의 지방이 많은 몸 덕분에 물에 뜰 수 있다.

그리고 과감하게 빵콘을 하는 것. 실장석은 분대와 머리의 밀도 때문에 얼굴이 물에 빠지기 매우 쉬운데,

빵콘을 하면 분대의 내용물이 하단으로 이동하면서 얼굴이 물 속으로 빠질 가능성을 대폭 줄여준다.
마지막으로 외부의 구조를 기다리거나 물을 원하는 방향의 뒷쪽으로 밀어내듯이 팔을 움직이면 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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