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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과 마찬가지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스위스의 도시들은 뉴욕처럼 들뜨지 않고 런던처럼 경직되지 않은 예의와 기품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의 정서에는 스위스의 그것과 더욱 잘 통합니다. 스위스 로잔에서 국도를 타고 30분만 달리면 제네바에 도착합니다. 조용하고 로맨틱한 로잔을 떠나 제네바로 가는 국도 옆에는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작은 마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변의 넓은 들판 위에는 옛날 지주들이 살았을 크고 작은 성들이 그림처럼 서 있고,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낮은 지붕의 집과 상점이 이어져 있습니다. 창문 밖으로 작은 허브 화분을 가지런히 정리해 두어 보는 것만으로도 싱그럽습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양쪽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소녀가 인사를 건네는 이 길은 지극히 전원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적한 마을을 지나 제네바에 가까워질수록 교통 체증이 심해집니다. 마치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온 듯 전원적인 스위스의 모습은 사라지고 화려하고 복잡한 도시, 제네바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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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잔에서 제네바로 떠나는 날이면 사람들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차려 입습니다. 왜 이렇게 멋을 부렸냐고 물어보면 “제네바로 가는 날이잖아요”라고 짧게 대답할 만큼 제네바는 다른 곳에 비해 상당히 세련된 도시입니다. 주변의 브베, 로잔, 몽트뢰는 물론 프랑스에서 일을 하기 위해 모여든 비즈니스맨들이 가득하고 국제 적십자사와 국제연합본부 등 국제 기구들이 자리하고 있어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각국 사절단과 수행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까지 가세하니 북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구경하며 제네바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곳이 국제적인 도시임을 눈으로 직접 실감하게 됩니다. 특히 레만 호수 주변에 위치한 부티크 호텔은 하룻밤 숙박료가 수백만원을 넘지만 세계적인 비즈니스맨들로 예약이 꽉 차고, 유명 시계 상점에서는 1억원을 호가하는 손목시계가 유럽과 아랍의 부호들에게 팔려나갑니다. 패션 명품 브랜드 숍이 줄을 서 있는 거리에는 감탄할 정도로 멋진 전 세계의 멋쟁이들이 거리를 활보합니다. 그럼 면에서 제네바는 서울의 압구정동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세련된 겉모습과 더불어 멋지고 친절한 사람들로 넘치지만 왠지 모를 부담감으로 거리가 느껴지지요. 함께 생활하다 보면 제네바 사람들은 다분히 외향적이고 자기들만의 자부심과 긍지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근사한 외식과 문화 생활을 누리는 것은 물론 여름에는 하이킹과 요트를, 겨울에는 스키를 타는 등 각종 스포츠를 습관처럼 즐깁니다. 하지만 제네바의 화려한 모습만이 전부일까요? 화려한 제네바의 모습에 잠시 주눅이 들지 모르지만 자전거를 타고 레만 호수 주변의 몽블랑 거리와 도심의 주택가, 운치 있는 구시가 등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제네바의 진정한 멋을 발견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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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자전거입니다. 유럽 사람들은 태어나서 걸음마보다 자전거를 먼저 배운다는 말처럼 그들에게 중요한 교통수단은 자전거가 으뜸입니다.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알프스 산맥과 맑은 레만 호수를 배경으로 자전거 여행을 할 때 가장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제네바입니다.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중앙역인 코르나뱅 역에서 자전거를 빌리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몽블랑 거리 쪽으로 가는 길에는 예쁜 차양이 인상적인 노천 카페가 많습니다. 햇빛이 좋은 날이면 그곳에 앉아 진한 향기의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도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배가 고프다면 노가 힐튼 호텔 뒤쪽에 위치한 ‘마이타이’라는 타이 레스토랑을 들르거나 역 주변의 ‘샬레’를 비롯해 재래식 전통 퐁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레스토랑도 놓치지 마세요. 그 맛이 근사합니다. 도심을 벗어나 레만 호수 앞에 직선으로 뻗어 있는 몽블랑 거리에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하이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길은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옆에 끼고 부쉐레, 롤렉스, 파텍 필립과 같은 시계 상점과 에어 프랑스, 노스웨스트 등 전 세계 항공사와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해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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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 호수 앞에서는 마치 해수욕장에 온 듯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지요. 시원한 공기를 가르며 몽블랑 거리를 달리다 보면 레만 호를 시원스레 장식하는 대분수 ‘제토 Jet d’eau’가 보입니다. 이 대분수는 1886년에는 물줄기가 지상 30미터 정도 뿜어져 올랐으나 오늘날에는 140미터까지 시원스레 올라가 제네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워낙 유명해서 직접 보아도 큰 감흥이 일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하늘과 맞닿을 정도로 높이 올라가는 물줄기를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후련해집니다. 주변 어디서에든 대분수를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몽블랑 다리를 건너 조금만 올라가면 꽃들이 만발한 영국 공원이 나타납니다. 계절마다 서로 다른 꽃으로 만드는 시계가 유명한 곳으로 프랑스처럼 기하학적으로 배치된 정원과는 대조적으로 자연스러운 산책로가 특징입니다.
?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바로 영국 정원 가까이 위치한 주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입니다. 대표부 앞을 지키고 있는 북한 헌병을 중립국인 스위스에서 만나는 일은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면 무심한 듯 쳐다보지만 꼭 응대하는 성의를 보입니다. “남한에는 홍수가 많이 났다는데 괜찮느냐” “지하철이 폭파했다는데 다친 사람은 많지 않느냐” 등등 남한의 근황에 대해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에서 민족애를 느낀다면 너무 거창한가요. 북한 대표부를 비롯해 국제 적십자사와 국제연합본부 등 세계적인 건물을 구경하는 것도 제네바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네만 호숫가를 자전거로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고 나면 그림 엽서처럼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몸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문화적이고 국제적인 건물을 통해 정신까지 풍부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에디터 김 윤선 | 사진 이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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