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inka - Zabudu l' Ya [Shall I Forget] For Voice And Piano [Golitsïn]
글린카 - 가곡 '내 어찌 잊으리오 / 내가 잊을 수 있으랴'
Mikhail Ivanovich Glinka [1804 ~ 1857]
Marian Lapsansky
Glinka - Zabudu l' Ya [Shall I Forget] For Voice And Piano [Golitsïn]
러시아 국민악파의 아버지 미하일 글린카(Mikhail Glinka, 1804~1857)가 작곡한 가곡 <내 어찌 잊으리오 / 내가 잊을 수 있으랴(Zabudu l' ya / Shall I Forget)>는 그의 초기 러시아 로망스(Romance) 시기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애틋하고 서정적인 명작입니다.
이 곡은 글린카가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기 전인 1828년에 작곡되었습니다. 앞서 나눈 <환멸(Razocharovaniye)>과 마찬가지로 글린카의 예술적 동료였던 안드레아 골리친(A. Golitsyn) 백작의 시에 곡을 붙인 자매결연 같은 작품입니다. <환멸>이 열정이 꺼진 자리의 차가운 허무를 노래했다면, 이 곡은 지우려 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절절한 사랑의 기억과 그리움을 노래합니다.
1. 텍스트와 정서: 잊으려 할수록 선명해지는 사랑의 낙인
곡의 제목인 '자부두 리 야(Забуду ль я)'는 "내가 과연 잊을 수 있으랴?"라는 뜻의 반어법적 탄식입니다. 골리친 백작이 쓴 이 시는 이별 후 연인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투쟁하듯 살아가려 하지만, 결국 영혼 깊숙이 새겨진 사랑의 기억 앞에 무릎 꿇고 마는 인간의 나약함과 애절함을 담고 있습니다.
"Zabudu l' ya..." (내가 어찌 잊으리오...)
내가 과연 잊을 수 있으랴, 그대의 그 다정한 눈빛을?
내 가슴을 뒤흔들던 그 달콤한 목소리를 어찌 지우리오.
세월이 흘러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 해도,
그대와 함께했던 그 순간만큼은 내 영혼에 영원히 살아 숨 쉬네...
아무리 헤어져 멀어지더라도 심장에 문신처럼 새겨진 옛사랑의 잔상을 지우지 못해 괴로워하는, 낭만주의 고유의 집착적이고도 아름다운 슬픔이 시 전체를 관통합니다.
2. 음악적 특징: 슬라브적 우수와 서정적 선율미의 극치
글린카는 이 지독한 사모곡을 러시아 로망스 특유의 애잔함과 눈물겨운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습니다.
🎹 그리움의 파도를 그리는 피아노 반주
곡이 시작되면 피아노는 잔잔하면서도 끊임없이 일렁이는 아르페지오(펼침화음) 음형을 연주합니다.
이 반주는 멈추지 않고 밀려오는 기억의 파도이자, 주인공의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그리움의 감정선을 청각화한 것입니다. 과도하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단조의 색채를 띠고 있어, 성악가의 목소리를 따스하고 쓸쓸하게 감싸 안습니다.
🎤 눈물로 자아낸 듯 유려한 보컬 라인
성악 선율은 이탈리아적인 유려함과 러시아적인 애조가 절묘하게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글린카가 본격적인 이탈리아 유학을 떠나기 전임에도 이미 훌륭한 선율적 직관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내가 어찌 잊으리오"라고 나지막이 독백하듯 시작되는 멜로디는, 감정이 고조될수록 긴 호흡의 레가토를 그리며 가슴 절절한 호소력을 뿜어냅니다.
억지로 감정을 쥐어짜 내기보다,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슬픔을 밀고 나가는 선율선이 듣는 이의 마음을 아주 깊게 파고듭니다.
3. 감상 포인트
"지우려 할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영혼의 향수"
이 곡을 들으실 때는 같은 해(1828년)에 쓰인 <환멸>과 나란히 비교하며 감상해 보세요. <환멸>이 감정이 메말라 버린 고독한 절망을 서늘하게 그렸다면, 이 곡 <내 어찌 잊으리오>는 여전히 온기가 남아있는 기억 때문에 아파하는 절정의 서정성을 보여줍니다.
피아노의 부드러운 일렁임 속에서 성악가가 나지막이 던지는 탄식들을 따라가다 보면, 러시아 민족 음악의 거장이 청년 시절에 가꾸었던 '낭만적 서정성의 정수'가 얼마나 순수하고 눈부셨는지 그 깊은 감동을 온전히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글 출처 gemini.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