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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작성자본당신부|작성시간26.06.18|조회수15 목록 댓글 0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에 대해 조금 의외의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이 말씀을 들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께서 이미 우리가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신다면,

우리는 왜 기도하는 걸까요?

 

하느님께 우리의 사정을 설명드리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더 많이 말하고,

더 간절히 청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주시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기도하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모르시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내 삶을 돌보고 계신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주 잊어버립니다.

 

걱정이 커지면
하느님보다 문제가 더 크게 보이고,

 

두려움이 커지면
하느님보다 현실이 더 크게 보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하느님께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하느님을 다시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내가 누구의 자녀인지,

누가 나를 사랑하시는지,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다시 떠올리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많은 말을 하라고 가르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십니다.

 

가톨릭교회는 이 주님의 기도를
복음 전체의 요약이며,
가장 완전한 기도라고 가르칩니다.

 

그 이유는 이 기도 안에
신앙생활의 핵심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하느님의 이름과 나라와 뜻을 청하고,

그 다음에 우리의 양식과 용서와 구원을 청합니다.

 

먼저 하느님을 바라보고,
그 다음에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기도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기도를 얼마나 많이 했느냐가 아니라,

 

그 기도 안에
얼마나 마음을 담았느냐는 것입니다.

 

성 요한 금구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말을 많이 하는 데 달린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열성에 달려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백 번 바치는 기도보다,

하느님을 향한 마음으로 바치는 한 번의 주님의 기도가

더 깊은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주님의 기도를 조금 천천히 바쳐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첫마디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 말씀을 천천히 되새겨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도의 시작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의 자녀인지를 기억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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