깼다.
바쁠 것도 없는데
오밤중 세 시에 그냥 깼다.
다시 눈 붙이려니
웬 놈의 잡념들은 그리도 많은지,
한순간의 생각은
일 분을 넘기지 못하고
또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면
좀 전의 그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더듬어 보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누워서 기와집 짓는 게 공상이라면
이건 그냥 망상이거나 궁상인가 보다.
이불 박차고 앉았으나
창밖은 아직 깜깜하고,
깊은 어둠 속에 시선을 두고
쌓인 생각 풀어 볼 요량으로
메모장을 펼쳤지만
자리 고쳐 잡는 그 짧은 순간에
알코올보다 빠르게 날아가 버린
쓸데없는 조각들.
산과 하늘이 구분되고 윤곽이 드러난다.
깨었으되 깨지 못한
잃어버린 시간 끝에
드디어 아침.
막 떠오른 햇살에
한 뼘쯤 내려 단 태극기가
너울너울 춤춘다.
2026.06.06 강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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