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身邊雜記(유라시아)

《요숙과 미송의 신나는 은퇴기- 유라시아 66회. 체르니셉스크, 스코보로디노, 벨로고르스크》

작성자iousuk|작성시간19.10.08|조회수754 목록 댓글 1

2019.10.6.

러시아 횡단 한 달 동안 호텔이 하나 밖에 없는 곳은 체르니셉스크(Чернышевск) 여기가 유일하다.

5월에는 호텔에 방이 없어 Гостинице를 겸하고 있는 주유소에서 묵었었다.

...

어제는 아예 처음부터 주유소로 갔다. 예상과 달리 여기에도 방이 없다. 아가씨에게 물어봐도 달리 숙소는 없다.

다음 마을은 스코보로디노. 624km. 쉬지 않고 가도 밤 11시 도착이다. 우야노 가자 하니 결단력 요숙이 단칼에 자른다.

할 수 없이 구글을 더 찾아보니 얼쑤.
이런 회색 마을에 4성급 호텔이 검색된다. 신뢰가 가진 않지만 찾아나섰다.

비포장 길 도중에 4성급 호텔을 발견했다. 파란색 슬레트 지붕. 이 집이 틀림없다.

안이 보이지 않는다. 호텔을 알리는 표지가 없다. 나무판자로 된 울타리 너머로 맹견이 살 떨리게 짖는다.

개소리가 한참 이어진 후에 검은 사내가 천천히 나타나 울타리 빈틈 사이로 밖을 살펴본다 ...대문을 연다.

대문이 다 열리기 전에 다급하게 출발했다.


결국 624km를 떠나기 전에 물어나 보자 하고 이 지역의 유일한 호텔로 갔더니 ...세상에~ 빈 방 3개 중에서 고르란다.

... 어제의 숙소 구하기였다.


체르니셉스크(Чернышевск)를 떠나 다음 숙소인 스코보로디노(Сковородино)를 향한다.

...

5월에 지날 때는

겨울을 나는 나무로 보았었다.

자작나무의 새순에 눈이 가서 제대로 보지 못하기는 했다.

그냥 보면 겨울 풍경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죽은 침엽수들이다.

온 산과 들이 그렇다.

1,000km가 넘게 나무의 죽음이 이어진다.

죽은 나무 사이에 남은 마을이 안쓰럽다.

...

오가는 차는 그야말로 띄엄 띄엄이다. 긴 긴 길에 우리 외에는 거의 인적이 없다.

그 길에서도 러시아 폴리스는 절묘한 지점에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 탄복했다.

마주오는 차량에게 라이트를 끔벅여 주었다. ... 그런데 그럴 차도 별로 없었다.

...

스코보로디노(Сковородино)에 도착. 내일을 준비한다.



2019.10.7.

스코보로디노(Сковородино)에는 호텔이 세개 있으나 추천할 곳은 없다.

마을 들어가기 30km 전 횡단도로변에 숙소를 새로 짓고 있다. 아마 내년 여행자들은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첫 눈이 온다.

스코보로디노(Сковородино)에서 오늘의 행선지 벨로고르스크(Белогорск)까지 564km의 길은 모두 악명높은 꿀렁 길이다.

속도를 올리다가는 금방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올 때와는 달리 러시아의 다른 모든 횡단도로와 같이 여기도 거의 보수공사를 마쳐가고 있다. 상태 굿.

...

오늘은 시베리아에서 드물게 보는 자전거 여행자를 둘이나 만났다. 여행자라는건 이들의 짐을 보면 알 수 있다.

더 대단한 사람도 있었다. 100km는 가야 주유소 하나 나오는 시베리아에서

횡단도로를 말 없이 걷는 남녀커플도 있었고 침낭.텐트같은 배낭을 잔뜩 지고 절뚝이면서 홀로 걷는 여성도 있었다.

...


어제에 이어 오늘도 주변은 죽은 나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침엽수들이 모두 죽어있다.

자작나무도 예외는 아니다. 죽은 자작의 창백한 흰색은 살아서 겨울을 나는 자작의 흰색과는 다르다.

생기 없는 길은 우울하다.
치타(Чита) 이후 계속되는 우울함이다.

죽은 나무의 행렬은 거의 1,500km 가까이 이어진다.

...

벨로고르스크(Белогорск)에 가까워지면서 겨우 소나무의 푸른색이 보이기 시작한다.

살아있는 생명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것은 생명과 닿아있다.
생명과 가까울수록 더욱 아름답다.

아가들이 이쁘고.
떨어진 낙엽보다 달려있는 단풍이 더 아름다운 것은 아직 생명의 모서리에 있기 때문이다.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그 마지막 생명이 타오르기 때문이다.

전혜린. 에드가 드가. 에밀리 브론테. 빈센트 반 고호. 폴 고갱. 헤르만 헤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그들이 아름다운 까닭은 그 삶이 생명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죽음이 가까울수록 생명은 그 빛을 더 한다.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도 기적이 아닌 순간은 없다.

...

푸른 지평선이 아득하다.



다시 초원이 이어지고

벨로고르스크(Белогорск)에 도착한다.

주택가 깊이 잠겨있는 오래된 호텔에서 하루를 담는다.



2019.10.8.

오늘은 하바롭스크(Хабаровск)까지 660km. 9시간. 시베리아 자체가 최고의 투어다.

요숙표 도시락을 싼다.

감자와 당근과 양파를 볶고 거기에 삶은 쇠고기와 김치 다진 것을 넣고 다시 밥과 함께 볶는다.

독일에서 산 인덕션과 도마와 큰 칼을 가지고 감자 깎고 양파 벗기고.. 볶고 지지고... 우째 생각하이 집에서 보다 더 잘 묵는거 같다.

...

벨로고르스크(Белогорск) 시내.

어디나 사람 사는 모양은 같다.

...

시내를 벗어나니 시베리아다.

러시아의 진짜는 시베리아에 있다.

침엽수들의 푸른색이 참으로 생강스럽다.

놀랍게도 벌써 강이 얼어있다.

...

경로를 저장해주는 알인케(Alpine Quest)앱이 중국과 근접하게 지남을 보여준다. 구글만으로는 전체적인 진행 모습을 느끼기 어렵다.

알인케(Alpine Quest)앱을 병행하면 위도와 경도상에서의 나의 움직임을 알 수 있고. 검색기능은 최고다.

이번 투어에서 알인케 없이 다닌 날은 하루도 없다. 처음 사용하기에는 좀 어렵지만 필수 앱이다.

...

눈이 온다.

눈은 아직 제철이 아닌지 금방 그쳤다.

남쪽으로 내려오니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 자작나무의 단풍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루종일 구름과 함께 달렸다.

아무르강(Амур)을 건너고

하바롭스크(Хабаровск).

이제 블라디보스톡까지 758Km.
10시간. 딱 한 번의 이동이 남았다.
이 여행기도 끝이 보인다.

...

다 스비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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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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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미르 | 작성시간 19.10.20 나침반모드에 트랙저장을 사용하셨네요..
    이번 여행으로 다양한 기능을 접했다면 더 유익했을텐데..^^
    그래도 더 사용법에 대한 습득은 나아졌을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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