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을 알고 지낸 지인
사견: 15년을 알고 지낸 지인이 있습니다. 두뇌회전이 상당히 빠르고 판단력이 좋은 분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 현명함이 반짝 반짝 빚이 나는 분입니다. 15년 전 부터 최근 연락이 두절되기까지(사망한 것은 아님) 저에게 각종 분야의 기술적인 자문을 받은 분입니다. 당연히 자문은 무료이었고, 가끔은 저도 고객들과의 갈등이 있을 때 자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자문에서 끝나면 좋은데, 제가 하는 분야의 부품 구매처 등 상세한 것까지 물어 보기도 합니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참 난감한 질문을 받은 것입니다. 많이 하지 않는 분야의 것은 부품 구매처를 알려 주기도 하고 나중에 만나면 구입하는 과정의 어려움이라든지 소소한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역동적으로 일을 하는 분야의 부품이나 관련 업체까지 물어 봅니다. 아주 민감해서, 직접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답변을 드리곤 했고 기분이 내키지 않은 일을 하니 항상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자신이 하는 거대한 사업체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먹고살기 위해 전자전기 수리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저와 문제가 있었던 한인업체에도 찾아가서 일을 따 냈다고도 제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스스로 이야기를 하고 저와 갈등이 있었던 분에 대해 아주 좋게 이야기를 하고 그분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까지 합니다. 아 예 그러신가요. 도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먹고 살기 위해 하시는 일에 도움을 주시는 분이 있으면 복이 있으신 분이죠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아 이그 뭐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갑니다.
또 연락이 옵니다. 여차저차해서 전자제품을 수리하고 있는데, 수리가 거의 끝나가는데 마지막 수리가 잘 않된다고 분해한 상태로 그 부분만 들고 갈테니 수리를 해 다라고 까지 부탁을 합니다. 거절은 아니고 제가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고 도움을 받으면 그것이 본인에게는 마이너스라고, 그리고 수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니, 아는 사이고 마지막 간단한 수리인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니 좀 그렇다고 합니다. 좀 그러면 수리하신 내용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니, 장구하게 이야기를 해 줍니다. 다. 결론적으로 제가 말씀을 드린 내용은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리해야지 통채로 바꾸고도 수리가 끝나지 않고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면 진단이 잘못되었고 모듈수리로는 고객과 본인에게 경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또 연락이 옵니다. 쿠쿠인가 수리하다가 더 이상 못하겠다고 제게 넘기겠다고 합니다. 제게 넘기는 것도 중요한데 이윤은 어떻게 보장해 드려야 합니까라고 하니 이번은 그냥 재료비만 받고 다음에는 정식으로 비용지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고 합니다. 자기는 쿠쿠 든 다른 전자제품 수리를 가져오고 수수료를 먹겠다고 합니다. 제가 말씀을 드렸습니다. 전자제품 수리는 생계로 하면 굶어 죽습니다. 제가 예전에도 여러번 말씀을 드렸죠. 전자제품 수리를 특별한 것 빼 놓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먹는 것으로는 생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어려운 사장님을 더 어렵게 만드는 그런일이고 그런 일은 제가 사장님과 할수가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거절을 했습니다.
그 후에 연락을 몇번했으나 잠수를 몇달 동안타고 카톡을 읽으면서 답변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15년 동안 알고 지내면서 제가 하는 분야에 어떠한 서비스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모두 다른 곳에서 수리를 받고 문제가 발생하면 연락이 오고 제게 자문만 15년 동안 무료로 받은 분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니 나와 생각이 같을 수는 당연히 없지만, 물 흐르듯 순리, 인지상정이 있지 않나하는 그러한 생각을 해 봅니다.
